숲소리 읽기
home
교과별 수업 및 평가
🎎

애니 더빙을 활용한 일본어 회화 수업

애니 더빙을 활용한 일본어 회화 수업

정윤희(충남외국어고등학교 일본어 교사)

1. 애니 더빙을 시작하게 된 이유

<멘티미터로 학기 초에 실시한 설문>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놀랍게도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본어 수강생 중에는 소위 ‘덕후’라고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친구들은 물론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친숙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일본어는 영어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외국어가 아닌지라 히라가나부터 시작해 자기소개, 취향 말하기, 길 묻고 답하기, 일과 소개하기 등 간단한 일상 회화 정도만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1년을 배우지만 초급학습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수행평가도 제약이 있어 말하기 평가도 ‘쉬운 문장 말하기’만 반복해 왔습니다. 실상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며 자막 없이 대사를 알아듣고 싶어 하는데 현재의 어학 실력으로는 어려우므로 고민하던 중 현재 학생들의 수준을 뛰어넘긴 하지만 초급학습자도 이런 대사를 말하고 알아들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어 ‘애니 더빙’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계획하고 실행해 보았습니다.

2. 수업 사례

1) 학습자의 특징

이 수업을 했던 천안두정고는 2학년이 일 년 동안 일본어를 배우고 있으며 총 13학급 중 9학급이 일본어, 4학급이 중국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업시수는 1학기는 주당 3시수, 2학기는 주당 2시수로 애니메이션 더빙은 2학기에 실시한 수업입니다.

2) 평가 방법 및 채점 기준

3) 차시별 탐구활동

‘애니 더빙’이란 대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연기하는 활동으로 목소리로 생동감 있게 극의 내용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대본을 외우지 않고 보면서 활동하기 때문에 외울 때보다 의미에 집중하면서 일본어 문장을 읽을 수 있고 표현력 또한 신장시킬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의 성우가 되어 일본어 대사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발음해 보고 이를 녹음하여 더빙 영상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1) 1차시: 모둠 구성 및 애니메이션 선정
1차시에는 ‘일본어 애니 더빙 수행평가 안내’를 배부하며 전체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합니다. 8차시에 걸친 프로젝트 일정을 안내하고 중요한 과제의 마감 기한과 제출 방법을 안내합니다. 평가 기준안의 ‘채점 기준’을 안내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학생들이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실제로 수업을 진행해 보면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일정입니다. ‘언제 애니 더빙해요?’, ‘오늘 애니 더빙 수업이죠?’와 같은 폭풍 질문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미리 반별로 일정을 정해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빙이라는 낯선 과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본을 외우지 않고 대본을 보면서 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목소리만으로 연기하기 때문에 얼굴이 나오지 않고, 누가 연기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여 학생들 마음의 불안 장벽을 낮춥니다.
프로젝트 기반 수업의 필수요소 중에는 ‘실제성’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학교 밖 세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도구나 기법을 사용하는가?’와 관련된 요소로 학생들을 프로젝트로 끌어들이는 동기 유발을 위해 실제 일본 애니메이션 성우들이 대본을 녹음하는 영상을 활용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에서 더빙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교사가 자신들에게 어떤 결과물을 기대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동기 유발 영상>
<모둠 구성, 애니 선정 안내>
▷ 모둠 구성
모둠은 ‘자율 모둠’으로 즉 친한 친구들끼리 모둠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연기를 해야 해서 낯선 친구들로 모둠을 구성하기보다는 이미 래포가 형성되어 있는 친한 친구들끼리 최소 2인에서 최대 4인까지 구성하도록 합니다. 모둠이 구성될 때 교사는 잘 지켜보고 있다가 소외되는 친구들을 재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자율 모둠은 아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으레 있기 마련인 어떤 모둠에도 속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잔인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파악하여 이미 구성된 모둠에 ‘이 친구도 같이하지 않을래?’라고 권유하여 모둠을 만들어 주는 데 교사가 신경을 써야 합니다.
▷ 더빙 영상의 선정 조건
더빙할 동영상은 다음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① 일본어로 된 영상일 것
② 반드시 한글 자막이 있을 것
③ 되도록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활용할 것
꼭 원본 영상이 애니메이션이 아니어도 되고 영화나 드라마여도 좋다고 안내합니다. 단 일본어로 녹음된 영상이어야 하고 반드시 한글 자막이 있어야 합니다. 한글 자막이 없으면 연습할 때 자신의 대사를 말해야 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고 상영회 할 때도 친구들이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우므로 한글 자막은 필수입니다. 더빙 영상의 길이는 1인당 30초 이상입니다. 4인 1모둠의 경우 2분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골라 더빙해야 합니다. 이때 ‘1인당 30초 이상’은 1명이 30초 이상 더빙을 하라는 의미가 아닌 단순 동영상의 길이를 의미합니다. 모둠별로 칼같이 2분의 분량을 하는 경우도 있고 2분만 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두 배인 4분 이상을 해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선배들의 더빙 영상 중에 우수작을 골라 예시로 몇 개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실제 성우들이 녹음한 원본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어서 원본 영상에서 음성을 제거하고 효과음만 남겨둔 동영상, 마지막으로 선배들의 목소리가 입혀진 더빙 영상을 보여줍니다. 우수작 중에 배꼽을 잡고 웃을만한 작품, 연기력이 뛰어난 진지한 작품 등을 보여주며 이 선배들 중에는 히라가나를 아직도 못 외우는 친구가 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히알못(히라가나도 알지 못하는 자)도 A 받을 수 있는 수행평가라고 강조하면 대부분 학생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표정이 됩니다. 우수한 예시작을 보여주면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걸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나온 우수작은 지금 보여주는 것처럼 후배들에게 예시작으로 보여주겠다고 하면 도전 정신에 불타오르는 친구들이 있어 꼭 얘기해 주는 편입니다.
<애니 선정>
<대본 작성>
모둠이 구성되고 나면 애니메이션을 선정하게 되는데 영상을 고르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등장인물 수와 대사의 양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짱구나 도라에몽, 아따맘마를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니메이션 선정이 끝나는 대로 ‘애니더빙 동영상 제작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애니더빙의 전 과정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작계획서도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하여 같은 모둠 친구들이 휴대폰으로 동시에 접속해서 다음의 사항을 작성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① 애니메이션명
② 유튜브 링크 주소
: 이후 다운로드 해서 음성 제거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③ 더빙 구간
: 만약 유튜브에 있는 원본 영상이 6분이라면 6분을 전부 더빙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둠에서 더빙하고자 하는 구간의 ‘시작과 끝 시간’을 설정하도록 합니다.
④ 동영상 대략 줄거리
⑤ 모둠 구성원과 맡은 역할
(2) 2~3차시: 대본 작성
2시간에 걸쳐 대본을 작성합니다. 애니 더빙 수행평가는 모둠을 구성하여 모둠원끼리 협력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지만 모둠별 점수는 없고 모두 개인 평가로 반영이 됩니다. 대본 또한 개인이 ‘자신이 맡은 역할의 대사만’ 작성합니다. 대본은 ‘일본어 부분에 ‘들리는 대로 한글로 작성’하고 우리말 부분에는 동영상에 나온 ‘한국어 자막’을 적도록 합니다.
대사 중에 쉬운 문장을 골라 세 문장은 일본어로도 적어보게 합니다. 아이들의 현재 수준으로는 대사를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대본 작성은 ‘정확도’보다는 ‘듣기 연습을 반복’하기 위해 실시합니다. 대본을 적기 위해 동영상을 수차례 반복해서 들어보며 일본어의 발음, 억양, 리듬에 익숙해지게 합니다. 대사가 들리지 않는다며 찾아오는 학생이 많은데 이때가 일본어 교사로서의 위엄을 보여줄 때입니다. 평소 쉬운 일본어만 할 때는 선생님의 일본어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좀처럼 없는데 본인들이 아무리 해도 들리지 않는 대사를 듣고 바로 알려주면 대부분 반짝반짝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나중에는 제가 완전 대본을 작성하여 제공하므로 최종적으로는 그 대본으로 연습이 진행됩니다.
대본은 마감일까지 ‘클래스룸’에 사진으로 찍어서 제출하도록 합니다. 대본은 연습할 때 사용해야 하므로 원본은 본인이 가지고 있고 사진만 찍어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클래스룸의 경우 마감일을 설정해 놓으면 기간 안에 제출했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제출 여부를 엑셀 파일로 내려받을 수도 있어 굉장히 유용합니다.
학생들이 대본을 작성하는 동안 교사가 해 두어야 할 작업
① 원본 영상 다운로드
: 제작계획서에 적혀 있는 유튜브 주소를 클릭해서 원본 동영상을 다운로드합니다.
② 더빙 구간만큼 동영상 자르기
: 곰믹스를 이용하여 원하는 구간만큼 동영상을 자릅니다. 사진의 주황색 박스 부분을 보면 빨간색 바를 원하는 지점에 끌어다 놓거나 직접 초 단위로 입력하여 원하는 지점을 설정한 뒤 ‘가위’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면 영상이 잘리게 됩니다. 필요 없는 부분은 삭제하고 원하는 부분만 남겨둔 다음 ‘인코딩 시작’을 클릭하면 정확히 더빙할 구간만 남겨진 동영상이 완성됩니다.
③ 음성 제거하고 효과음만 남기기
: 자른 영상에서 음성만 지우는 작업을 아래의 사이트를 활용하여 실시합니다.
위 사이트는 노래에서 음악과 음성을 분리해 주는 사이트인데 첫 화면에서 ‘파일 선택’을 눌러 분리하고자 하는 동영상을 선택하면 두 번째 사진처럼 알고리즘에 의해 ‘음악’과 ‘목소리’로 트랙이 분리됩니다. 빨간 네모 박스의 ‘음악 저장하기’를 클릭해 저장하면 ‘목소리는 없어지고 효과음만 남아있는’ 음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④ 음성 제거 동영상 만들기
: 다시 곰믹스를 이용하여 원본 영상의 음성을 음소거 상태(사진의 빨간색 박스)로 두고 ③번에서 만든 음성을 오디오 트랙에 추가하여 ‘인코딩 시작’을 클릭하면 효과음은 살아있고 목소리만 빠진 음성 제거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⑤ 완전 대본 만들기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들리는 대로 한국어로 대본을 작성합니다. 학생들이 작성한 대본에는 전체 대사가 아닌 자기 대사만 있고 정확한 일본어도 아니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완전한 대본을 ‘구글 문서’로 작성해서 제공합니다. 이후 학생들에게 매 대사의 앞부분에 ‘역할명’과 ‘연기한 사람 이름’을 적도록 하게 합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모둠 인원수만큼 출력해서 나눠줍니다. 학생들은 이후 연습을 이 대본으로 하게 되고 저 또한 나중에 채점할 때 이 대본을 활용하여 개인 평가를 합니다.
<교사가 작성한 대본>
<역할명과 이름 추가>
①~⑤의 작업이 끝나면 결과물을 클래스룸에 업로드합니다. 최종적으로 한 모둠당 ‘원본 동영상, 음성 제거 동영상, 완벽 대본’ 이렇게 세 가지 자료를 업로드하게 됩니다.
(3) 4~5차시: 더빙 연습 및 피드백
모둠별로 돌아가며 연습 과정을 지켜보고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애니더빙은 자막이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자기 대사를 소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므로 어떻게 타이밍을 맞추는지, 긴 대사를 빨리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이 필요한 지를 주로 설명하고 학생들의 발음을 들어보며 피드백합니다. 더빙을 해보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 조용하고 말이 없는 친구가 놀랍도록 더빙 실력이 우수해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어려워하지만 시간이 지나 연습 시간이 늘수록 실력이 향상됩니다.
<대본 연습>
<대본 녹음>
(4) 6~7차시: 개인별, 모둠별 녹음 진행
모둠별 녹음은 학교 빈 교실에서 진행합니다. 모둠별로 순서를 정해 수업 시간에 녹음을 합니다. 가운데 노트북을 놓고 모둠원 중 한 명의 핸드폰으로 녹음하도록 합니다. 노트북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는데 이어폰 분배기를 활용하여 모둠원 4명이 모두 이어폰으로 원본 동영상의 소리를 들으면서 녹음할 수 있도록 세팅해 둡니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최종 결과물은 편집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종 편집을 교사에게 맡기는 경우는 ‘원테이크(시작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고 한 번의 컷으로 촬영하는 기법)’로 녹음한 음성파일을 제출해야 하고, 학생들이 편집할 때는 목소리가 입혀진 영상 파일을 제출하게 됩니다. 대부분 학생이 편집을 맡는 경우가 많고 제가 편집하는 경우는 한 반에 1팀 정도입니다.
(5) 8차시: 애니더빙 상영회
이제까지의 성과를 다 함께 공유합니다. 구글 설문으로 작성한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지’에 체크하면서 친구들이 더빙한 영상을 시청합니다. 설문 결과를 보고 최우수 작품상을 뽑아 별도로 시상합니다. 상영회를 할 때 모둠의 조장에게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는데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이라는 질문을 던져 ‘**의 연기에 주목해 주세요. **의 웃음소리에 주목해 주세요’와 같은 답변을 듣고 영상을 감상합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쑥스러워서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자신들의 더빙 영상을 보게 되지만 친구들의 감탄이나 긍정적 피드백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때도 있어 상영회는 꼭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해당 학급의 담임 선생님을 초청하여 함께 상영회를 보기도 하고 과자나 음료수 등의 간식을 자유롭게 가져오도록 해서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상영회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애니더빙 상영회>
(6) 사후평가: 더빙 수업 후 학생들이 제출한 피드백
▷처음에 조원끼리 대본을 작성할 때 친구들이 못 듣는 대사들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친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고 일본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일 년 동안 배운 일본어가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취감을 느꼈다.
▷평소에 만화를 보면서 성우가 연기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만 했는데 이번에 수행평가를 통해서 직접 목소리로 연기를 하면서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원본 영상을 보면서 발음이나 톤 등을 더 자세히 보게 되면서 일본어 실력을 늘리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처음 해보는 방식의 수행평가였는데 생각보다 새롭고 재밌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니 훨씬 더 수월했고 더빙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반 친구들과 애니더빙을 보는 시간을 가진 것도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성우처럼 목소리가 예쁘고 연기력과 일본어 실력이 출중한 친구들의 장점을 새로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애니 더빙을 내가 하게 될 거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수행평가를 기회로 해보게 되었다. 처음엔 낯설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는데 친구들과 조를 짜 함께하니 무척 재미있었고 멋진 영상이 나왔다. 아마 이런 수행평가가 아니었다면 평생 해보지 않을 일이었는데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운 수행평가였지만 꾸준히 하면서 일본어 더빙 실력을 늘려갔고 점점 하면서 느는 모습을 보고 영상과 같이 맞춰지는 시간을 지나가며 점점 뿌듯함을 느꼈다. 어렵다고 무작정 포기하기보다 끝까지 노력하고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던 것이 나에게 노력하면 된다는 동기부여를 하도록 도와줬던 것 같다.

3. 애니더빙의 효과

첫째,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
히라가나를 모르는 친구도, 지필평가 때마다 3번으로 찍고 자는 친구도 모두 참여하는 수행평가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둠 활동이 많이 줄어서 협업과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그만큼 모둠별 활동에 목말라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의견을 교환하며 자신들이 선정한 애니메이션을 더빙해 가는 과정에서 제가 의도했던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예전처럼 외워서 말하는 말하기 평가를 했으면 절대 A를 받지 못할 친구들도 열심히 참여하여 A를 맞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회화 능력의 향상
확실히 말하기 능력의 향상에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교과서의 문형은 아무리 외우라고 해도 외우지 않던 아이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의 대사는 외우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외워버려서 쉬는 시간에도 곧잘 일본어로 툭툭 내뱉는 것을 보면서 학생의 관심사와 연계된 수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셋째, 학생들의 성장과 역량 강화
처음에 시작할 때 ‘저는 소심해서 못 해요’ 하던 친구들이 연습을 거듭한 끝에 꽤 어려운 대사를 소화하고 연기해 내는 모습을 볼 때나 ‘태어나서 편집 처음 해 봐요’라며 낯설어하던 친구들이 편집에 재미를 느끼고 도전하는 모습을 볼 때 일본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일본어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 더빙이라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아이들도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애니더빙은 교사의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수행평가입니다. 학생들이 선정한 애니를 더빙할 구간만큼만 자르고 → 자른 영상에 음성을 지우고 효과음만 남겨놓고 → 자른 영상에 목소리를 제거한 음성을 합치고 → ‘원본’과 ‘음성 제거’ 버전을 클래스룸에 업로드 → 각 모둠의 애니를 들어보며 완전 대본을 구글 문서로 작성하여 업로드(9개반 86작품 정도) 해야 합니다. 다크써클이 턱 끝까지 내려왔지만 ‘그래! 너희들이 즐거우면 됐다!’라는 마음으로 버틴 것 같습니다. 수업 후 실시했던 설문에서 이런 제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는 학생의 코멘트를 보고 모든 피로가 풀리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맛에 교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학생들의 더빙 결과물을 QR코드를 찍어서 확인해 보세요 ^^
정 윤 희
학생 안에 숨겨진 의욕 스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수업을 시도해보며 학생들과 함께 성장 중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