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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처럼 단단하게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나요?

악어처럼 단단하게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나요?

강장현(천안쌍용고 과학 교사)

추천 책: 파랑 오리 (릴리아, 킨더랜드)

그림책 <파랑 오리>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이 있었던 공간에서 작가가 했던 생각들을 담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우리 사회에서 ‘치매’라는 단어는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닌 것 같아요. 훗날 나보다 더 어려진 부모님과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읽게 된 그림책입니다. <파랑 오리> 속 악어는 기억이 점점 사라지면서 아이가 돼가는 파랑 오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점점 어려지는 오리를 보며 그럴 수 있다고, 변한 오리한테 자신을 맞추는 악어의 진심 어린 행동, 상황이 달라져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라고 생각하는 악어의 따뜻한 마음이 인상적이었어요. 오리와 악어의 모습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내가 꿈꾸는 미래 가족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준 책이랍니다.

1. 오리와 악어의 만남

“엄마랑 나랑
처음 만났던 바로 그 파란 연못......”
가을의 어느 날 아기 우는 소리를 따라갔던 파랑 오리는 그곳에서 아기 악어를 만납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무서움에 떨며 혼자 울고 있던 아기 악어가 지쳐갈 때쯤 다가온 파랑 오리를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낍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파랑 오리의 품에서 아기 악어는 잠이 들었고 파랑 오리는 엄마 악어를 기다려 보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파랑 오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아기 악어가 잠에서 깨어나고 울면서 파랑 오리의 다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시 혼자가 되는 두려움을 느끼고 싶지 않을 아기 악어의 마음이 느껴졌고 파랑 오리를 “엄마”라고 부르며 떨어지지 않습니다.
‘엄마’라는 말은 사람이나 동물에게나 특별한 것 같아요.
파랑 오리는 굳이 아기 악어를 챙기지 않고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 단어를 듣고 내가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과 모성애를 가졌다는 점이 너무 대단해 보였습니다. 어릴 때는 너무 귀엽고 이뻐서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했지만 나이 들고 병들었다고 무책임하게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우리 사회에게도 많은 교훈과 깊은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파랑 오리와 아기 악어의 동거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야.”
파랑 오리는 ‘엄마’라고 부르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기 악어를 깨끗이 씻겨 주고, 수영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악어는 엄마를 위해 꽃을 따고, 노래를 불러주며 믿음직스럽게, 늠름하게 자랍니다. 걸을 때마다 쿵쿵 소리가 날 정도로 커진 악어를 보며 오리는 마음이 든든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참을 잊고 살던 나를 다시 일깨워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위해 매일 아침밥을 차려주고, 도시락도 챙겨주고, 학교까지 데려다주시고,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챙겨서 기다려 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사주기 위해 밤늦게까지 부업을 하시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아들이 어디 가서 기죽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안 보이는 곳에서 늘 노력하시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3. 도망가는 오리의 기억

“그러던 어느 날부터 파랑 오리의 기억들이 조금씩 도망가기 시작했어요.”
파랑 오리는 악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고 꽃을 들고 다가오는 악어한테 “저리 가!”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질문을 하고 변해 가는 오리의 모습에 속상하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하고, 귀찮을 수 있지만, 악어는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왜 씻어야 돼?” 엄마는 항상 나를 깨끗하게 씻겨 줬으니까요.
“왜 먹어야 돼?” 엄마는 밥을 맛있게 먹으니까요.
파랑 오리가 어린 시절 악어한테 해줬던 보살핌을 이제 악어가 파랑 오리한테 해주기 시작합니다. 파랑 오리는 왜 잠을 자야 하는지 물으며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자 악어는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파랑 오리가 잘 걸을 수 없게 되자 악어는 파랑 오리를 안고 자신과 처음 만났던 파란 연못으로 가게 됩니다.

4. 악어의 따뜻한 보살핌

“나는 엄마의 아기였지만, 이제 엄마가 나의 아기예요. 내가 지켜줄게요.”
파랑 오리가 화를 내고 길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자주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걸 직접 겪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악어는 점점 기억을 잃어 가는 오리에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오리한테 말해줍니다. 자신이 받은 보살핌 그대로 오리한테.. 악어는 오리의 기억이 다 사라지더라도 오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신이 오리를 사랑하는 것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내가 꿈꾸는 건강한 가족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가진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생각, 언어,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 훗날 나와 우리 가족에게 힘든 고난과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꿋꿋이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되새기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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