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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미신을 맹신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선생님도 미신을 맹신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박광필(대산중학교 과학 교사)
추천 책: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데이지 크리스토둘루, 페이퍼로드)
올해 3월 육아휴직을 시작하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을 만들어야지!’
‘책을 많이 읽어서 자기 계발을 해야지!’
‘다양한 수업자료를 만들어서 내년부턴 재밌게 수업해야지!’
벌써 일 년의 반을 지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계획을 잘 지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학교에서, 모임에서 읽고 싶다고 신청해서 받아두고 고이 모셔두었던 책장 속의 책들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눈에 띈 책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미신, 지식보다 역량이 더 중요하다.
세 번째 미신,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다섯 번째 미신,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일곱 번째 미신,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식화 교육이다.
처음 목차를 보고 ‘이게 왜 미신이지?’,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다양하게 적용하여서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교사가 주도하던 과거의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서 학생 주도의 수업을 해야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지 않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교육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등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믿고 있던 교육 논제들을 미신이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떤 근거로 미신이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21년 저는 20년 5기 성장 교실에 이어 6기 성장 교실에도 참여했습니다. 20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배움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6기 성장 교실에서 우리 모둠의 발표 주제는 ‘역량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을 강조한다는데 역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배우고 싶었습니다. 교육과정 해설서와 여러 책을 읽으며 모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모둠발표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찜찜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역량에 대해 모둠발표까지 했지만 무엇을 가르쳐야 역량이 커지는지, 어떻게 하면 내 수업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의 고민은 조금 덜어졌습니다. 역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입니다.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그 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사실적 지식)를 알고 내면화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는 학생이 큰 수의 곱셈을 해낼 수 없듯이 지식은 역량과 연결되어 있어 교육이 추구하는 고차원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학교는 사실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회의적으로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2014년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거꾸로 수업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거꾸로 수업은 집에서 영상으로 교과 내용을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모둠활동, 프로젝트, 문제 풀이 등 다양한 활동형 수업을 통해 학습 내용을 내면화하는 수업방법입니다. 퇴근 후에는 학습 영상을 제작하여 업로드하고, 활동자료를 개발하여 학생들도 수업에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공개수업에서도 의도적으로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 주도의 활동형 수업으로 진행하였고 다른 선생님들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되기보다는 학습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교사 주도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 주도의 활동형 수업을 하며 학생들을 관찰하고 개별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활동형 수업을 주로 하다 보니 오개념을 갖는 학생들이 늘었고, 학생들이 발견학습을 통해 과학자들의 생각을 쫓길 바랐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론 잘못된 방향으로 수업이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화학반응과 물리반응의 차이를 알려주기 위해 달고나 실험을 할 때는 내용의 학습보다 달고나를 만들고 먹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습니다. 강의식 수업은 확실히 짧은 시간에 많은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수법입니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사실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적대감이 그것을 가르치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빛이 비치는 한 쪽 방향으로만 자라게 되어 주기적으로 화분을 돌려주어야 균형 있게 자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려 하다 보면 내 생각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고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균형 잡힌 교육관을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생각과 마음을 열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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