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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강은영(천안중앙고등학교 가정 교사)
추천 책: 사랑수업(윤홍균, 심플라이프)
작년부터 함께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는 모임 ‘그림숲’에서 조혜진 선생님의 사랑력 기르기 수업에 대해 대화를 나눈 날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일렁이는 무언가가 제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것인가도 공부가 필요하다!”
이날 조혜진 선생님께 추천받은 귀한 책이 바로 윤홍균 작가님의 『사랑수업』입니다.
저는 현재 천안중앙고등학교에서 시커먼(?) 남고생들과 함께 가정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기술·가정’ 교과서에는 ‘사랑과 가족’에 대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33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산 제가 무려 ‘사랑’과 ‘가족’을 다루는 수업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가정과 교사의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수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 수업이 끝나고 쭈뼛쭈뼛 저를 찾아온 남고생들이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꾸 생각나서 연락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저를 진짜 사랑하긴 하는 걸까요?” 등 무뚝뚝하다고만 생각했던 남고생들의 감수성을 들여다본 순간이었습니다. 가정과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주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저를 이 책 속으로 운명처럼 데려와 준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대학 입시에 필요한 지식은 10년 넘게 공부하면서 정작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사랑하는 법’은 어디서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윤홍균 작가의 『사랑수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애착’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사랑의 이론’들에 대해 다뤘습니다. 애착 유형 검사를 통해 나의 애착 유형이 안정형인지 불안정형인지 분석해 보고, ‘획득형 안정 애착’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아이들과 토의하였습니다. 나아가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사랑의 언어를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무슨 이런 내용을 수업 시간에 다루냐는 아이들의 눈빛도 있었지만, 사랑 수업이 깊어져 갈수록 아이들의 눈은 분명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성찰 시간에 ‘나는 모태 솔로인데 사랑의 기술을 실전 연애 때 꼭 써먹어야겠다, 부모님께 평소에 차갑게 군 게 너무 죄송했고 부모님과 유대 관계를 위해 나부터 노력해야겠다, 가정은 학교에서 꼭 가르쳐야 할 과목 중 하나인 듯하다.’ 등 감동을 주는 피드백이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사랑은 남을 사랑하면서 나도 사랑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나에 대한 사랑도 놓치지 않아야 하니 몇 배 더 복잡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사랑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갈 이유, 그 힘의 근원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뻔한 말 같지만,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살려면 먼저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공부했던 시간이 저에게도 큰 소중함으로 남아있는 것이겠지요.
저의 2023년도 1학기를 돌아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도 나도 참 열심이었고,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주고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습니다. 이 값진 시간이 다가올 2학기를, 남은 교직 생활을 알차게 꾸려가는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사랑이 어려우신 분들, 사랑 속에서 크고 작은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 사랑력을 이루는 힘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사랑수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2023년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힘껏 사랑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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