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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학교의 공유비전: 우리는 무엇을 창조해낼 것인가?

나무학교의 공유비전: 우리는 무엇을 창조해낼 것인가?

양철웅(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나무학교는 어떤 공동체일까?
나무학교가 다른 교사 공동체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외부에 나무학교에 대해서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어떤 공동체든, 그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를 구분짓는 정체성이 있고, 그 정체성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 정체성이란 누군가 앞에 나서서 선포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한 언어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한 경험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들이다.'라는 인식이 싹튼다. 따라서 어떤 집단의 정체성에는 그 집단의 최초에 모이게 된 이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쏟은 열정, 앞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자연스럽게 모두 포함되는데, 편집팀에서는 나무학교의 이런 정체성을 '공유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언어화해보기로 했다.
공유비전이란, 쉽게 말해서, "우리는 무엇을 창조해낼 것인가?"에 대한 공유된 인식(피터 센게, 1996))이다. 나무학교는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다. 나무학교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법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깎이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비난 받는 것도 아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선생님들, 왜 그 선생님들은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모였을까? 우리들 각자는 어떤 이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으로서의 삶에, 또는 학교 현장에 어떤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모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좋은’ 것은 무엇일까? 공유비전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답을 재구성해낸 결과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구성원이 진정으로 공유하는 비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데, 개인이 자신의 꿈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타인의 꿈을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그러한 대화여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서서히 나타나는 법이다."
(피터 센게, 1996, 학습하는 조직)
공유비전을 만들되, 기획한 몇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참여를 원하는 모든 나무학교 선생님들의 생각을 모두 재구성하여 만들기 위해서 ①2022년 여름 워크숍 신청을 받았고, 31명의 회원들이 신청해주셨다. ②행사 당일의 악천후를 뚫고 24명의 회원들이 참여해주셨고, 함께 교사학습공동체(서경혜, 2015)을 읽고 토의하며 공유비전 문장 14개를 도출했다. 그리고 ③17명의 회원이 참여한 델파이 조사를 통해서 14개의 문장을 타당성, 용이성, 효과성의 기준으로 분석했다. ④델파이 조사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10명의 회원들이 모여 토론하며 14개의 문장을 3개의 문장으로 다듬었다. 아래의 세 문장은 이 과정을 통해서 재구성된 나무학교의 공유비전이다.
나무학교 공유 비전
1.
나무학교는 교실의 변화를 통해 교육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2.
나무학교는 다양한 교사들이 자발적 탐구*와 반성적 실천*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이다.
3.
나무학교는 느슨한 경계를 가진 네트워크 허브로서 교육 주체들이 소통하고 연대하는 장을 마련한다.
각주
*(참고)'교육 생태계'에 대한 글 자료 -"자연에서 생물과 비생물 간의 수많은 상호 교섭과 연결 및 순환을 통해서 생태계가 유지되며 각각의 요소들의 관계 속에서 생태계의 파괴 또는 회복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교육이라는 영역 또한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조은, 2020) -"교육이 이루어지는 기본 단위는 교실이다. 인체에 비유하면 교실은 세포에 해당한다. 교실들이 모여서 단위 학교가 된다. 학교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다양한 학교들로 구분되고, 이들은 지역별로 그리고 학교 급별로 학교 군을 이루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다. 학교는 가정(학부모), 교육행정기관 그리고 지역사회와 서로 의존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 속에서 존재한다. 이러한 요인들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관계로 형성된 체제가 ‘교육 생태계’다"(진동섭, 2014)
*(참고)'탐구'에 대한 글 자료 -'필요한 것을 조사하여 찾아내거나 얻어 냄', '진리, 학문 따위를 파고들어 깊이 연구함.(표준국어 대사전) -"탐구 스탠스를 취함은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탐구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탐구 스탠스를 취함은 교사의 교육 실천, 그리고 교육현안 및 쟁점, 나아가서 교육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탐구함을 의미한다.", "탐구 스탠스를 취함은 문제제기와 탐구에 그치지 않는다. 스탠스로서의 탐구 개념은 연구와 실천의 분리를 거부한다. 종래 연구는 논문이나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종결되었고, 연구결과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실천가의 몫으로 맡겨졌다. 탐구 스탠스를 취함은 연구와 실천의 분리, 앎과 행위의 분리, 연구자와 실천가의 분리를 거부함을 의미한다. 탐구 스탠스를 취한 교사는 문제제기와 탐구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창출된 지식을 실천에 옮긴다. 탐구 스탠스를 취한 교사는 연구자이자 지식 창출자이며, 실천가이자 혁신가이다."(서경혜, 2015) -즉, 현장 맥락 속에서의 ‘문제제기-대안 제시-실천-지식의 창출’의 과정이고, 이는 ‘지식과 실천이 통합’되는 과정이며, 교사가 ‘지식의 소비자 또는 적용자’가 아닌 ‘지식의 생산자이자 전문적 실천가’로 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참고)'반성적 실천'에 대한 글 자료 -"실천가의 일상화된 행위가 예상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때가 있다. (중략) 행위 중 반성은 놀람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이때 반성은 행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며 행위지와 달리 의식적이다. 또한 반성은 행위 그 자체에 대한 반성뿐 아니라 행위 기저에 있는 앎, 즉 행위지에 대한 반성을 포함한다. 따라서 행위 중 반성은 실천가의 행위지에 대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실천가는 놀람의 경험을 가져온 행위 기저에 있는 암묵지를 표면화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자신의 앎을 재구성한다. 이와 같이 행위 중 반성을 통해 실천가는 새로운 앎을 형성한다.", "그러나 행위 중 반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위 중 반성의 마지막 과정은 즉석실험이다. 실천가가 행위지를 표면화, 비판, 재구성하여 형성한 앎은 잠정적인 것이다. 실천가는 새롭게 형성한 잠정적 앎을 즉석에서 실천에 옮겨 행위를 통해 검증한다. 이제 실천가의 실천은 잠정적 앎에 대한 실험이 된다. 실천행위가 예상된 결과를 가져오면 잠정적 앎(행위지, 행위 속에 녹아 있는 암묵적인 앎)은 실천 행위를 통해 검증된 새로운 실천지(행위 속에 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앎)가 된다. 이 새로운 실천지는 실천가의 행위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실천가의 행위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천행위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면 실천가는 행위 중 반성의 초기 과정으로 되돌아가 그의 실천지를 재구성한다."(서경혜, 2015) -즉, 당연하게 암묵적으로 행하던 교육 행위와 그 교육 행위 이면에 숨어 있는 신념이나 지식 등(행위지, 암묵지)을 의식적으로(실천지) 되돌아보고, 더 나은 새로운 교육적 인식과 행위로 나아가는 것을 반성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위의 공유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겠다.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소한 단어 몇 개만 각주로 관련된 문헌의 내용과 설명을 적어놓겠다. 일련의 절차를 통해 다수의 생각을 담아낸 공유비전은 추상적인 문장인데, 이 추상적인 문장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하면, 다수의 큰 생각에서 한 사람의 좁은 생각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각자 공유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있다면, 글로 풀어내어 숲소리에 기고하면 된다.

3개의 짧은 문장, 긴 대화의 과정

고작 3개의 짧은 문장이지만, 이 문장을 재구성해내기 위해서 2021년부터 편집팀은 '학습하는 조직'(피터 센게), '교사학습공동체'(서경혜)라는 책을 읽고 각각 2번씩, 총 4번에 걸쳐 독서토론을 했다. '학습하는 조직'(피터 센게)를 읽고 나무학교에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공유비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모두 동의했고, 이 프로젝트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편집팀장님과 기획팀장님의 소통으로 교실나눔과 나무학교 여름 워크숍을 통합하여 기획팀과 편집팀이 함께 준비한 '여름 워크숍'을 개최하게 됐다.
▲여름 워크숍 모둠 토론과 어항 토론 장면
여름 워크숍에 참여한 24명의 선생님들은 '교사학습공동체'(서경혜)를 읽고, 교사의 전문성과 교사들의 학습공동체에 대해 이해했다. 이를 토대로 학교 현장과 나무학교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질문을 만들고 치열한 토론의 과정을 거치며 나무학교의 공유비전 5개 안, 총 14개의 문장을 만들어냈다. 발언권과 주도권 모두 자유롭고 평등한 모둠 토론과 어항 토론의 과정을 거쳐 공유비전의 후보가 될 문장들을 만들어냈다.
▲델파이 조사 설문지
이 5개의 안, 총 14개의 문장을 줄이기 위해서 17명의 참여로 델파이 조사를 설문으로 진행했다. 각 문장이 ▲나무학교 구성원 개인과 소모임 등이 추구하는 나무학교의 모습에 비추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지, ▲나무학교 외부에서 보기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지, ▲나무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질 소통과 연대에 유용한지에 대해서 4단계 리커트 척도로 의견을 수렴하고 서술된 피드백도 받았다. 또한 14개의 문장을 분류하여, 유목화된 3가지 핵심 주제 - '교육과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 '교육을 둘러싼 주체들 간의 연결과 연대', '개인과 공동체의 전문성 신장' - 를 얼마나 잘 드러내는지도 4단계 리커트 척도로 의견을 수렴하고 서술된 피드백도 받았다. 박준일 선생님 주도로 델파이 조사가 이루어졌고, 조사 결과에 대한 정리를 이광현 선생님께서 해주셨다.
▲최종 토론회
이 결과를 바탕으로 10명의 선생님들이 이순신고등학교에서 모여서 3개의 문장으로 재구성했다. 이미 선생님들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토론을 했고, 이 토론 결과에 대해서 설문으로 의견을 수렴한 내용에는 나무학교 선생님들의 의견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는 전제 하에, 델파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0명의 선생님이 문장을 재구성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문장을 다듬기도 했고, 서로 다른 문장들을 합치기도 했고, 핵심 키워드들을 뽑아내서 새로운 문장을 구성하기도 했다. 토론 결과 합의한 3개의 문장이 최종 공유비전이 되었다.
그 결과 나온 문장이 이 3개의 문장이다.
1.
나무학교는 교실의 변화를 통해 교육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교육과 사회의 긍정적 변화)
2.
나무학교는 다양한 교사들이 자발적 탐구와 반성적 실천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전문성 신장)
3.
나무학교는 느슨한 경계를 가진 네트워크 허브로서 교육 주체들이 소통하고 연대하는 장을 마련한다. (교육을 둘러싼 주체 간의 연결과 연대)

공유비전과 나무학교의 활동

공유비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편집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자발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많은 선생님들의 참여, 그 선생님들의 자유롭고 평등하며 합리적인 대화의 과정, 대화의 결과를 다시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간결하게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개별적인 생각을 모두의 언어로 완벽하게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화의 과정을 열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그 결과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최선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누군가 나무학교는 뭐하는 곳인지 물어보거나, 수업축제나 워크숍 같은 행사는 왜 하는지 물어보거나, 또는 스스로 그런 질문이 올라올 때, 공유비전을 떠올려 보자. 또한 나무학교와 관련한 안내 자료를 만들거나 공문을 보낼 때는 공유비전을 활용해보자.
이 공유비전이 영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달라지면, 변화에 맞춰 다시 대화의 과정을 열어 재구성해내면 될 일이다. 공유비전은 나무학교의 인식과 실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우리들의 인식과 실천이 공유비전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공유비전을 활용하다가, 공유비전이 나무학교를 잘 담아내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공유비전을 발표하는 글에서 다시 만들 것을 이야기하니 어색하지만, 나도 변하고, 우리도 변하고, 나무학교도 변하니,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며 성장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바뀌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적정한 일관성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나무학교의 공유비전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기여해주신 분들

나무학교의 공유비전을 만드는 데 많은 분들이 참여했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여 공유비전이 완성되도록 기여해주셨다. '독서-여름워크숍의 토론-델파이 조사-최종 토론'의 과정에 참여해서 나무학교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제시해주셨다. 기획팀은 여름 워크숍의 행정적인 부분을 신속하고 깔끔하게 추진했고, 편집팀은 공유비전 만들기의 전과정에서 내용적이고 학술적인 부분을 맡았다. 특히 기획팀이 준비하던 행사와 편집팀이 준비하던 행사를 합치는 과정에서 소통을 하며 서로 배려하려 노력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여해준 고마운 선생님들의 이름을 기억하고자 명단을 기록해둔다.
여름 워크숍 당일에 참여한 분들: 고은숙, 권아영, 김선명, 김영수, 김은옥, 문진아, 박규남, 박상배, 박준일, 박진희, 백순우, 서유리, 신경훈, 심대현, 양철웅, 오서현, 이광현, 이예솔, 이우경, 임수진, 정윤희, 조미경, 조혜진, 황윤상 델파이 설문 조사에 참여한 분들: 박준일(진행), 김영수, 김진권, 김한희, 문진아, 박상배, 백순우, 신경훈, 심대현, 인치선, 정다정, 조미경, 조혜진, 하누리, 한리나, 홍보라, 황윤상, 미상1인 최종 토론회에 참여한 분들: 이광현(진행), 권아영, 김선명, 문명현, 문진아, 백순우, 인치선, 정윤희, 조미경, 조혜진 기획팀: 조혜진(팀장), 박상배, 문명현, 신경훈, 심대현, 하누리 편집팀: 정윤희(팀장), 박준일, 김선명, 이광현, 권아영, 양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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