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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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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에 첫 발령이라니!

특성화고에 첫 발령이라니!

이나경(서산공업고등학교 영어 교사)
대학교 4년, 임용고시 준비 2년을 영어 교사라는 꿈 하나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신규교사 연수를 듣던 중에 발령이 났고,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한 결과, 특성화 고등학교에 발령받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령이 나기 전엔 ‘중학교와 고등학교 중에 어디를 가게 될까?’를 생각했지, 특성화 고등학교에 발령받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지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교사로서의 첫 학기를 맞이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세 번의 봄을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사로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수업 이야기

아직 다른 학교에서 근무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희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무기력하고 글자만 봐도 흥미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자격증이나 전공 관련 공부 외에는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활동을 해도 하기 싫어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영어 학습 격차 문제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영어 학습 격차는 영어 교사라면 어느 학교에 있든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한 교실에 알파벳을 모르는 아이, 알파벳은 알아도 단어는 읽지 못하는 아이, 단어는 읽을 수 있어도 문장을 해석하지 못하는 아이, 문장을 해석하고 만들 줄 아는 아이, 기본적인 영어 회화가 가능한 아이가 모두 공존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수준에 맞추어 수업해야 하는지, 제가 하는 수업이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한 뒤 내린 결론은 ‘이 고민에 대한 정답이 있을까? 아이들이 단 한 가지라도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자. 많이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알려주자!’ 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수업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닉스 (5분)
1.
단어 학습 + 발음 (5분)
2.
교과서 진도 (30분)
3.
수준별 문제 (10분) : 오늘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응용할 수 있는 문제를 수준별로 3가지 제공합니다. (Level 1은 필수로 풀고, 심화 문제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은 Level 2, 3까지 풀도록 안내했습니다.)
파닉스를 짧게라도 계속 진행하니, 아이들이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준별 문제를 통해 배움이 빠른 아이들과 느린 아이들의 속도 차이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수업이 정말 좋은 수업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인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첫 발령 때 했던 수업보다는 저도, 아이들도 훨씬 수업을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도 제가 열심히 수업하려고 노력하는 걸 알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교사로서의 전문성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영어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계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연수를 통해 뭐라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교직 2년차인 작년에 나무학교 성장교실 7기 PBL팀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성장교실에서 다양한 수업 방법과 생활지도 방법, 학급 활동들을 알게 되었고, 제가 혼자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며 속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활동들은 실제로 학교에서 실천해보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이어가고자 올해도 PBL센터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도 매시간 놀랍고 인상 깊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나무학교 외에도 여러 영어 교사 연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 교과만의 특성, 고민,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어 교과만의 특성을 고려한 연수들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셨던 다른 영어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극복 과정을 들으면서 위로도 받고, 잘 이겨내야겠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교사로서의 성장을 꿈꾸고 계신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나무학교 활동과 교과 연수를 꼭 추천드립니다.

마무리

숲소리를 읽어보기만 했지, 숲소리에 제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제 짧은 교직 생활을 기록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숲소리를 읽으면서 위로와 희망을 얻었듯이, 저의 작은 고민들과 성장 과정이 어떤 선생님들께는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다양한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선생님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고여있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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