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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으로 살아가기

글쓴이
오해균(천안희망초등학교 교사)
카테고리
책 추천
키워드
비폭력대화
마음돌봄
사회정서학습
작성일
2025/07/29 04:38
호수
9

비폭력으로 살아가기

오해균(천안희망초등학교 교사)
시국이 아직도 불안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잠을 편하게 이루지 못하곤 했겠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긴장된 마음으로 뉴스를 찾아보곤 했고 아직도 그런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서는 걱정으로 인해 시큰시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은 나와 모두의 정서적 안정과 평화일 것입니다. 평온한 일상에서는 쉽사리 느껴보지 못했던 그 가치들 바탕 위에서 자신과 우리의 나아갈 길을 힘 있게 한 발씩 나아갈 수 있다는 당연한 진실과 함께요.
오늘은 우리가 원하는 안정과 평화를 학교와 교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소중한 바탕인 가정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비폭력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을 통해 연관된 몇 가지 경험담과 함께 풀어놓고자 합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답답해했던 것들이 조금은 채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비폭력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은 ‘불살생’의 아힘사 정신이 녹아있는 ‘비폭력’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이를 실현할 힘을 가지도록 돕고자 여러 가지 일상의 연습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비폭력’의 개념보다는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비폭력’을 대화 속에서 녹여 살아가길 바라서 만든 ‘비폭력대화’가 조금은 더 익숙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생각하고 인식하는 바를 반영하는 것이 말이며 대화이기에 ‘비폭력대화’는 삶의 현장과 순간순간에서 더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함께 모여 배우기도 많이 하지요. ‘비폭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그들의 삶과 사회 변화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비폭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이 책을 소개하려고 하니 벌써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비폭력’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얼마나 낯선 말인지, 또한 그 단어에 어떤 편견이 붙어있는지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벌어진 상황을 여러 차례 겪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비폭력’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부터 웃으며 “제가 폭력적이라는 건가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고 때로는 진지하게 “멋지고 좋은 것 같지만, 참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간디와 같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고상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것’이라는 이미지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현실의 생활에서 실천하기에는 이상과 너무 괴리가 커서 힘들다는 목소리로 살짝 들리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간디의 삶으로부터 들었던 ‘비폭력’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교사가 된 후 있었던 ‘비폭력대화’ 워크숍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부모로서, 교사로서 내가 경험적으로 살아온 대로 하지 않고 내가 정말 원하는 대로, 원하는 관계로 학생과 자녀를 대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무척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시기에 ‘비폭력대화’라는 낯선 이름을 접하고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그 워크숍을 함께 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폭력대화를 처음 접하고 매료되었던 질문은 로젠버그 박사의 중요한 두 가지 질문 중 하나로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어렵고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연민을 유지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화, 분노와 직면합니다. 그 상태에서 상대에게 내뱉은 말들, 나 자신에게 자책했던 모진 말들, 그런 상황에서 했던 선택들로 후회하는 일들도 빈번하며 그로부터 생긴 갈등으로 오랜 시간 에너지를 쓰면서 살아가곤 합니다. 그것이 큰 아쉬움과 후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교실에서, 때로 아이들의 모질게 느껴지는 말과 행동에서, 때로는 동료 교사에게서, 때로는 관리자로부터, 때로는 학부모로부터 그런 일을 겪고 분노하고 상처를 받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로부터까지. 더 어렵고 복잡한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처음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거나 돌볼 수 있다면 어떨까, 조금 더 나아간다면 상대의 마음마저 헤아리고 돌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면 어떨지 생각합니다. 로젠버그 박사의 질문처럼요. 아마도 내 자신이 안정되게 중심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또한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와 고통을 겪는 일이 줄어들 수 있겠지요. 교실에서는 학생의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히고 다시 안정된 상태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가정에서는 가족 간의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관계에서는 상대로부터 받는 자극을 줄이고 서로가 원했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폭력과 비폭력대화의 핵심적 내용은 최근에 중요시 되고 있는 사회 정서적 학습(Social and Emotion Learning: SEL)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사회 정서적 학습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다섯 가지 핵심역량은 자기 인식,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기술, 책임감 있는 결정입니다. 이는 교육과 인간 발달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을 배울 수 있도록 건강한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감정을 관리하며 개인 및 집단적 목표를 달성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고 표현하며 지지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책임감 있고 배려심 있는 결정을 내리는 지식, 기술 및 태도를 습득하고 적용하는 과정입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사회적 환경 등 교육환경이 급변하여 이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을 사회는 원하고 있고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사회적 관계 형성의 경험을 상당히 상실한 세대에게 더욱 필요한 교육과정이겠습니다. 비폭력의 핵심적 내용이 비폭력대화에 기반한 ‘평화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충남의 몇몇 초등학교(홍성의 홍동초, 아산의 영인초)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무척이나 기쁜 일입니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마음(연민)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본질로 여기는 비폭력대화의 기본적인 요소 4가지(관찰, 느낌, 욕구, 부탁)는 그러한 과정을 심플하게 구현하게 되어있습니다. 첫 번째 요소인 ‘관찰’에 대한, 그러면서 모든 것이 담겨있는, 비폭력대화를 처음 배울 즈음 교실에서 일어났던 일 하나가 떠오릅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교실을 놀며 뛰어다니다가 내 책상에 올려져 있는 커피가 쏟아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게 뭐야!! 내가 뛰지 말랬지!!”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낼 상황이었지요. 그랬다면 저는 화가 난 상태에서 수업 시작을 맞이하고 저에게 꾸지람을 들은 학생 또한 선생님에게 들은 꾸지람으로 마음이 위축되고 긴장되어 학습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나의 선택은 비폭력대화에서 배운 ‘관찰’로 표현하기였습니다.
커피가 선생님의 책상에 쏟아지자, 학생은 잔뜩 긴장하고 눈을 휘둥그레 뜬 상태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화를 내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커피가 쏟아졌네.” 그 상황에서 마음을 잘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다른 때와는 다르게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배우고 연습한 까닭이었겠지요. 저는 책상을 잘 정리하고 싶었고, 긴장되지 않은 편안한 상황에서 수업을 시작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마음(욕구)을 표현하려 했는데 그 표현을 하기도 전에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학생은 휴지를 가져와 내 책상을 닦기 시작했고 저도 함께 정리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정리를 마친 후 “함께 정리해 주어서 고마워”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편안하게 다음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수업 시작 전에는 너희들의 안전을 위해 교실에서 뛰지 말아 달라는 것을 여유롭게 부탁하였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지 않고도 내가 어떤지 무얼 바라는지 말할 수 있었습니다. 흥분해서 딴소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천천히 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사건이지만 저에게는 정말 큰 변화의 순간이며 많은 알아차림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내가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잘 돌보지 않고 마음도 잘 들여다보지 않은, 일상의 짜증과 오래된 마음의 상처들이 내 마음에 가득한 상태였다면 학생이 나에게 준 자극과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이 습관처럼 붙어있는 상황이어서 내가 배운 대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연결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요리할 때 평소 도구와 재료가 잘 손질되어 있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요리를 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이는 비폭력대화를 소개하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좋은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려 해도 잘 안된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한 친구와 식사 하다가 그 친구가 남자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 년간 사귀어오고 있지만 의미 있는 대화하기가 어렵고, 다투거나 하는 과정이 반복되어 헤어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이죠. 그 친구도 비폭력대화를 배워오던 친구인데 잘 사용하려고 해도 남자 친구와 갈등 상황이 되면 똑같이 화가 나고 반복되어 너무 힘들다고 말해왔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평소가 아니라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 비폭력대화로 ‘해결’을 시도하려다가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해준 짧은 조언은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 비폭력대화를 사용하는 게 어떤가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내가 내 마음을 충분히 돌보아서 남자 친구의 말을 충분히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될 때 공감하며 들어주세요.” 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상처와 감정을 충분히 돌본다면 자기 삶이 평화로워지고 풍요롭게 되며 타인에게 사랑과 도움을 나누어줄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눈이 반짝하며 “정말 중요한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던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최근에는 결혼에 골인했다는 행복한 소식도 들었습니다.
「비폭력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은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30가지 지혜’라는 부제로 자신을 돌보며 타인과 연결되는 비폭력의 생각, 말, 행동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와 연습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비폭력이 삶을 사는 하나의 방식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로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자기 안에 연민, 공감, 평화와 같은 자질을 길러내고 타인과 관계 맺을 때 이를 활용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비폭력을 개인과 인간관계 차원에서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 즉 ‘명상’, ‘일기 쓰기’, ‘상대방의 장점 보기’, ‘용서’, ‘감사’, ‘비폭력대화’ 등 익숙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소개하는 이야기도 있고 ‘관대함’, ‘애도하기’ 등 평소에 접하지 않은 생소한 관점의 주제와 방법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폭력대화’를 함께 익힐 수 있다면 그와 함께 이 책의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풍요롭게 돌보고 상대에게 사랑과 연민을 나누어 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했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조금 더 온전한 소통을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이해하고 돌볼 방법을 알고 서툴지만, 삶에서 하나씩 풀어 살아가는 것. 그래서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명료하게 전하고 상대를 공감으로 볼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충만한 사람으로 살도록 허락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첫 번째 단계이자.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실천은 하나하나를 완성하지 못하여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작지만 꾸준하게 그 소중한 경험을 쌓아가며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기뻐하며 지속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공감 능력을 길러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공감이라는 특성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버락 오바마의 말이 다시 한번 남습니다. 올 한 해 모두 각자의 삶에서 이 책과 함께 공감과 연결로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충만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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