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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들어온 생성형 AI, 이대로 괜찮은가?

글쓴이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카테고리
교육 앞담화
키워드
생성형 AI 활용
가상토론
작성일
2025/12/04 03:11
호수
10

학교에 들어온 생성형 AI, 이대로 괜찮은가?

배움의 숲 나무학교 2025 가상 패널 토론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오늘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질문을 깊이 하는 시간입니다."

들어가며

Chat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학교 현장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금지와 허용 사이에서 고민하고, 수업에 활용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학생들의 과제물 앞에서 막막해지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생성형 AI에 자료 요약과 작성을 맡기고, 이미지 생성을 요청하고 있는 ‘나’와 사고의 외주화가 학생의 학습에 미칠 영향과 ‘생성(becoming) 없는 생성(generation)’으로 가득 채워질 세상을 걱정하는 ‘나’가 자아 분열을 일으킵니다.
* ‘생성(becoming) 없는 생성(generation)’: 제6회 숲소리 교실나눔에서 만난 김성우 선생님(『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2025) 저자)의 표현입니다. generation이 '만들기'에 가까운 의미라면 becoming은 '되기'에 가까운 의미입니다.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수많은 결과물을 생성(generation)하지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우리는 다른 존재로 변화하는 생성(becoming)을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교육적 쟁점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가상의 패널 토론입니다. 찬성과 반대의 토론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기계적 중립을 고수하는 얍삽한 수법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히 인정하는 바입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찬반 토론의 형식을 통해 학교로 들어 온 생성형 AI에 대한 쟁점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교로 들어 온 인공지능’에 대한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토론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토론에서 제시되는 논거와 연구 결과들은 실제 학술 문헌과 현장 조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주요 참고 자료는 UNESCO의 『AI and the Future of Education: Disruptions, Dilemmas and Directions』(2025)와 MIT Teaching Systems Lab의 『A Guide to AI in Schools: Perspectives for the Perplexed』(2025)입니다.

토론 배경

항목
내용
행사명
배움의 숲 나무학교 2025 겨울 세미나(가상)
주제
"학교에 들어온 생성형 AI, 이대로 괜찮은가?"
형식
패널 토론 (사회자 1명 + 패널 4명)

패널 소개

정하늘 (사회자) 15년 차 중학교 국어 교사
김도윤 (찬성 측) 18년 차 초등학교 교사
이서연 (찬성 측) 3년 차 고등학교 영어 교사
박준혁 (반대 측) 20년 차 중학교 사회 교사
최윤아 (반대측) 5년 차 초등학교 교사
※ 위 인물들은 다양한 관점을 대표하기 위해 구성된 가상의 인물입니다.

토론의 다섯 가지 쟁점

1.
학습 효과와 인지 발달
2.
평가의 신뢰성과 학업 진실성
3.
교사의 역할과 교육적 관계
4.
교육 형평성과 접근성
5.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윤리

개회

정하늘 (사회자):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배움의 숲 나무학교 2025 겨울 세미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토론의 사회를 맡은 정하늘입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교직 15년 차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주제는 "학교에 들어온 생성형 AI, 이대로 괜찮은가?"입니다. ChatGPT가 등장한 지 3년, 우리 모두 교실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경험하고 계실 겁니다. 어떤 분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시고, 어떤 분은 여전히 고민 중이시고, 어떤 분은 우려를 갖고 계실 겁니다.
오늘 이 자리는 정답을 찾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함께 질문을 깊이 하는 시간입니다. 찬성과 반대라는 구도가 있지만, 이것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먼저 오늘 함께해 주신 네 분의 패널을 소개하겠습니다.
AI 활용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초등학교 18년 차 김도윤 선생님, 그리고 고등학교 영어 교사 3년 차 이서연 선생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반대 측에서는 중학교 사회 교사 20년 차 박준혁 선생님, 그리고 초등학교 5년 차 최윤아 선생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네 분 선생님, 환영합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찬성 측과 반대 측에서 각각 한 분씩 기조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찬성 측 김도윤 선생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기조 발언

찬성 측: 김도윤

저는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 들어온 것을 '기회'라고 봅니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한다고 해서 기술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집에서, 게임에서 AI를 만나고 있습니다. 학교만 AI 없는 섬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쓰느냐 안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면 교사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AI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하늘 (사회자): 감사합니다. 이어서 반대 측 박준혁 선생님, 기조 발언 부탁드립니다.

반대 측: 박준혁

저도 AI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학교에 AI가 들어오는 방식과 속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만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이것을 '나와 너(I-Thou)'의 만남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AI는 아무리 똑똑해 보여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알고, 돌보고, 관계 맺지 않습니다. UNESCO 보고서에서 어떤 학자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AI에게는 걸린 것이 없다(there is nothing at stake for AI)." 상실감도, 성취감도, 학생에 대한 걱정도 느끼지 못합니다.
또한 우리는 아직 AI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준비 없이 달려가기보다, 잠시 멈추어 "우리는 어떤 교육을 원하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하늘 (사회자): 두 분 감사합니다. 양측의 기본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이제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해 하나씩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쟁점 1. 학습 효과와 인지 발달

정하늘 (사회자): 첫 번째 쟁점은 '학습 효과와 인지 발달'입니다. AI가 학생들의 깊은 학습과 비판적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저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주제로 먼저 찬성 측 이서연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서연 (찬성): 저는 AI가 개인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학습 효과에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한 반에 30명 가까운 학생이 있는데, 수준 차이가 정말 큽니다. 어떤 학생은 기초 문법도 어려워하고, 어떤 학생은 원서를 읽고 싶어 합니다.
AI 튜터를 활용하면 각 학생의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즉시 제공할 수 있습니다. Bond 등의 연구(2024)에 따르면, AI 기반 개인화 학습은 '학생 이해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 '학습 성과에 대한 긍정적 영향', '정확한 평가와 피드백' 등의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박준혁 (반대): 이서연 선생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연구 결과들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astani 등의 연구(2025)에 따르면, 가드레일 없이 AI를 사용한 고등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는데,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독립적 사고 발달이 저해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Fan 등의 연구(2025)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합니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가 '메타인지적 게으름(metacognitive laziness)'을 유발하여 학습 동기, 과정,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도윤 (찬성): 박준혁 선생님 말씀처럼 우려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AI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이지, AI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초등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에 AI를 활용해 봤는데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AI가 써준 글을 그냥 제출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AI가 써준 글과 네가 쓴 글, 뭐가 다를까?" 하고 비교해 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가 뭔지, 좋은 글이 뭔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Hong 등의 연구(2025)에서도 교사가 잘 설계하고 매개할 때 AI 도구가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최윤아 (반대): 김도윤 선생님 사례는 선생님이 세심하게 설계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교실에서, 모든 교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인가요?
저는 초등 저학년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을 가까이서 봅니다. 막히고, 틀리고, 다시 해보는 그 시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Ryan과 Deci의 자기결정이론(2017)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율성(autonomy), 역량(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라는 기본적인 심리 욕구가 있는데, AI 과의존이 이를 훼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서연 (찬성): 최윤아 선생님 말씀 공감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저는 고등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이 아이들이 어차피 집에서 AI를 이미 쓰고 있다는 걸 압니다. 학교에서 안 가르치면 그냥 혼자 아무렇게나 쓰는 거예요. 차라리 학교에서 비판적으로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하늘 (사회자): 첫 번째 쟁점에서 중요한 지점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AI의 효과는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 그리고 발달 단계에 따라 접근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요. 다음 쟁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쟁점 2. 평가의 신뢰성과 학업 진실성

정하늘 (사회자): 두 번째 쟁점은 '평가의 신뢰성과 학업 진실성'입니다. AI 시대에 기존의 평가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학업 부정행위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기도 합니다. 반대 측 박준혁 선생님부터 시작해 주시겠습니까?
박준혁 (반대):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평가 시스템은 거의 붕괴 직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성형 AI를 쓰면 1학년 학생도 박사 수준의 에세이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MIT의 『Guide to AI in Schools(2025)에 실린 한 학생 인터뷰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이 학생은 '시니어가 되자마자 AI를 썼고, AI 탐지기를 돌려서 수정했고,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인터뷰어가 '걸렸으면 좋았겠냐'고 물었을 때 이 학생이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요. '만약 걸렸다면 선생님이 쓰지 말라고 하셨을 것이고, 아마 다시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학생들도 교사의 개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그 개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탐지가 안 되니까요.
김도윤 (찬성): 박준혁 선생님이 지적하신 현실,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기존의 평가 방식, 특히 지필평가나 글쓰기 중심 평가는 예전부터 한계가 있었거든요. AI가 그 한계를 드러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외워서 쓰는 것"을 측정하는 평가에서 벗어나 더 의미 있는 평가로 전환할 기회를 얻은 거예요. 예를 들어 과정 중심 평가, 구술 평가, 수행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평가 같은 것들이요. González-Calatayud 등의 연구(2021)에서도 AI가 형성평가와 즉각적 피드백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준혁 (반대):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정 중심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줄어야 하고, 시간도 필요합니다. 지금 현장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평가란 결국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인데, AI가 대신 해준 결과물로 그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서연 (찬성): 저도 처음엔 과제 제출받을 때 "이거 AI 썼나?" 의심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습니다. "AI를 썼는지 안 썼는지"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AI를 써도 네 생각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과제를 설계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글을 제출받을 때 "이 글에서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뭐야? 왜 그렇게 생각해?" 하고 짧게 인터뷰를 합니다. AI를 썼든 안 썼든, 그 과정에서 학생의 사고가 드러나거든요.
최윤아 (반대): 이서연 선생님 방법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개별 인터뷰까지 하려면 정말 시간이 많이 들잖아요. 한 반에 학생이 25명이면 그것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거죠. 결국 AI 때문에 교사의 업무가 늘어나는 셈이에요.
정하늘 (사회자): 평가 문제는 정말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이죠. 기존 평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평가 방식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다음 쟁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쟁점 3. 교사의 역할과 교육적 관계

정하늘 (사회자): 세 번째 쟁점은 '교사의 역할과 교육적 관계'입니다. 어쩌면 오늘 토론의 핵심에 해당하는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AI가 교사-학생 간의 인간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지. 반대 측 최윤아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최윤아 (반대): 저는 이 주제가 오늘 토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의 핵심은 결국 '관계'니까요.
마르틴 부버(Martin Buber)가 '나-너(I-Thou)'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진정한 교육은 두 인간이 서로를 온전한 인격으로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AI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UNESCO 보고서(2025)에서 Abeba Birhane은 이렇게 지적했어요. "인간과 달리, AI에게는 이해관계라는 게 없다. AI는 상실감, 당혹감, 성취감을 느끼거나 학생을 돌보지 못한다." 우리가 학생의 표정을 보고 "오늘 무슨 일 있었니?" 하고 묻는 그 순간, 그게 교육인데, AI는 그런 '돌봄'을 할 수 없어요.
김도윤 (찬성): 최윤아 선생님 말씀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AI가 인간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저는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
지금 교사들이 정말 인간적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가요? 출석 체크, 과제 확인, 채점, 행정 업무... 이런 것들에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정작 아이들과 눈 맞추고 대화할 시간이 없어요. 만약 AI가 그런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해 준다면, 교사는 오히려 진정한 인간적 상호작용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Lan과 Chen의 연구(2024)에서는 이것을 "교사의 교육적 지능이 AI를 통해 확장된다"고 표현했어요. 교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겁니다.
최윤아 (반대): 김도윤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저는 우려되는 점이 있어요. 처음에는 AI가 보조 역할을 하겠지만, 점점 AI에 맡기는 영역이 넓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교육학자 Gert Biesta는 교육의 목적을 세 가지로 나눴어요.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의미하는 자격화(qualification),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화(socialization),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고유한 주체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주체화(subjectification). 지금 AI 시스템은 주로 첫 번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나머지 두 가지, 특히 주체화는 인간 교사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준혁 (반대): 저도 한 말씀 보태자면, AI가 점점 인간처럼 보이게 설계될수록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AI를 진짜 '누군가'라고 착각하기 시작하면, 그건 진정한 만남을 훼손하는 거예요.
MIT 가이드북(2025)에 실린 한 교사 인터뷰에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AI를 쓰면 제 목소리가 안 느껴져요. AI가 쓴 글은 AI의 목소리이지 제 목소리가 아니에요." 교사의 '목소리', 그게 바로 교육에서 중요한 거 아닐까요?
이서연 (찬성): 저도 교사의 고유한 역할은 절대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한 반에 30명 학생을 한 명의 교사가 다 개별적으로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AI가 그 사이를 조금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저는 그걸 활용하고 싶어요. 물론 AI가 전부가 되어선 안 되지만, 도구로서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싶습니다.
정하늘 (사회자): 교육에서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AI가 그것을 도울 수 있는지 대체하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이 오갔습니다. 결국 '도구로 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다음 쟁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쟁점 4. 교육 형평성과 접근성

정하늘 (사회자): 네 번째 쟁점은 '교육 형평성과 접근성'입니다. AI가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찬성 측 김도윤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도윤 (찬성): 저는 이 부분에서 AI의 가능성을 크게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교육 격차는 심각하잖아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격차, 도시와 농어촌 학생 사이의 격차...
AI 기반 학습 플랫폼은 소외 지역 학생들에게도 양질의 튜터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Khan(2024)은 이것을 '도약(leapfrogging)'이라고 표현했어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로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거죠.
최윤아 (반대): 김도윤 선생님 말씀처럼 AI의 잠재력은 인정해요. 하지만 저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Tan 등의 연구(2025)에 따르면, AI 기반 개인화 학습은 준비가 덜 된 학생에게는 덜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미 학습 준비가 된 학생은 AI로 더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오히려 뒤처질 수 있어요. 기존의 불평등이 강화되는 거죠.
MIT 가이드북(2025)에 실린 한 교사의 말이 기억나요. "크롬북만 있는 학생은 학교에서 AI 사용이 막혀 있는데, 집에 PC가 있는 학생은 자유롭게 AI를 쓴다. 부유한 학생은 통제할 수 없고, 가난한 학생만 통제하게 되는 거다."
이서연 (찬성): 최윤아 선생님이 지적하신 접근성 격차,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그런데 그건 AI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정책의 문제 아닌가요?
오히려 저는 질문을 바꿔보고 싶어요. AI 없이 지금의 교육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AI가 만능은 아니지만, 적절한 인프라와 정책 지원이 함께 간다면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준혁 (반대): 이서연 선생님 말씀도 맞는 부분이 있지만, 저는 AI 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불평등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합니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 자체가 불평등을 담고 있다면요? Hofmann 등의 연구(2024)는 AI가 사용자의 방언만으로도 은밀하게 인종차별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미국 민주주의기술센터(CDT)의 조사(2025)에 따르면, LGBTQ+ 학생이나 징계 경험이 있는 학생이 AI 모니터링에서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누가 AI를 만드는지도 중요해요. 대부분의 AI 개발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들의 관점과 문화가 반영됩니다. 영어 중심, 서구 중심의 시스템이 한국어와 우리 교육과정에 맞는지, 우리 아이들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질문해 봐야 합니다."
정하늘 (사회자): 형평성 문제는 AI의 잠재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정책과 인프라, 그리고 AI 시스템 자체의 공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마지막 쟁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쟁점 5.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윤리

정하늘 (사회자):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쟁점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윤리'입니다. 학생 데이터 보호 문제와 AI 활용의 윤리적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반대 측 박준혁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박준혁 (반대): 이 문제야말로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AI가 개인화된 학습을 제공하려면 학생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학습 기록, 오류 패턴, 접속 시간,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그런데 그 데이터가 어디로 가고, 누가 보고, 어떻게 쓰이는지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나요? 학생들은 미성년자입니다. 스스로 동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UNESCO 보고서(2025)에서 Emily Bender는 강하게 경고합니다. "교육 시스템이 AI 시스템을 구매한다는 것은 학생과 교사로부터 자원을 빼앗아 기술 산업과 벤처 캐피털리스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학생 데이터 접근과 평판 이익을 얻는다."라고요.
이서연 (찬성): 박준혁 선생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데이터 보호는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다만 저는 이것이 AI를 안 쓸 이유가 아니라, 제대로 된 규제를 만들 이유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EU에서는 AI법(EU AI Act)을 만들어서 교육용 AI를 '고위험' 분야로 분류하고, 훈련 데이터와 편향 완화 전략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즉, 규제와 거버넌스를 잘 만들면 AI를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윤아 (반대): 이서연 선생님 말씀처럼 규제가 잘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그걸 누가 감시하고 관리하나요? 교사들이 또 그 역할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데이터 문제만 아니라 환경 문제도 생각해요. MIT Technology Review의 Hao(2019)에 따르면, AI 모델 하나를 훈련하는 데 자동차 5대가 평생 배출하는 탄소만큼 배출된다고 합니다. Heikkilä(2023)는 생성형 AI로 이미지 1장을 만드는 데 스마트폰 한 번 충전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보도했고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환경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환경에 부담을 주는 기술을 쓰는 게 맞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도윤 (찬성): 데이터 문제로 돌아와서, 저도 기업에 무작정 데이터를 넘기는 건 반대입니다. 다만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교사가 통제권을 갖는 모델이 가능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기술을 멀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통제하는 주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하늘 (사회자):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토론이 모두 끝났습니다. 데이터와 환경 문제까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제 자유 토론 시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논의를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자유 토론

박준혁: 다섯 가지 쟁점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교육을 원하는가?" AI가 효율적이라고 해서, 빠르다고 해서, 그게 곧 좋은 교육인가요? 교육은 때로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 성장합니다. 저는 그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도윤: 저도 그 질문에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그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교사들이 너무 많은 일에 치여서 정작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잖아요. AI가 일부를 덜어준다면, 우리는 진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목적이 같아도 방법이 다른 거죠.
최윤아: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어요. AI를 도입하든 안 하든,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른들끼리 결정해서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서연: 저는 오늘 반대 측 선생님들 말씀 들으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솔직히 저는 AI에 대해 좀 낙관적이었는데, 경계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만 그래서 아예 안 쓰자는 것보다, 어떻게 쓸지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오늘 같은 대화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정하늘 (사회자): 네 분 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오늘 토론에서 찬성과 반대 양측이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싶다는 것,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 방법은 달라도 지향점은 같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씩 마무리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마무리 발언

김도윤: "AI는 도구입니다. 잘 쓰면 우리를 돕고, 잘못 쓰면 해가 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주체로 남는 것, 그리고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서연: "저는 앞으로 AI와 함께 가르칠 세대입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가능성도 봅니다. 선배 선생님들과 함께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박준혁: "기술은 늘 약속과 함께 왔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이 모두에게 지켜지지는 않았습니다. AI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천천히, 눈을 크게 뜨고 가야 합니다."
최윤아: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질문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가며

정하늘 (사회자):
오늘 우리는 학습 효과, 평가, 교사의 역할, 형평성, 그리고 윤리라는 다섯 가지 렌즈로 AI를 바라봤습니다. 정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이 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AI가 학교에 들어왔다면, 그 AI를 어떻게 다룰지는 결국 우리 교사들이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찬성과 반대,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어떤 교육을 원하는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술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나눈 질문들을 각자의 교실로 가져가셨으면 합니다.
배움의 숲 나무학교가 앞으로도 이런 대화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신 네 분의 패널 선생님들, 그리고 청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나는 수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혹은 활용하지 않고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 내가 바라는 좋은 세계는 어떤 세계이고, AI는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AI가 대신할 수 없는, 교사로서 나만의 '목소리'는 무엇인가?
우리 학교에서 AI 활용에 대한 기준이나 합의가 있는가? 없다면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학생들은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 이 글은 배움의 숲 나무학교 웹진을 위해 기획된 가상의 패널 토론입니다. 등장하는 교사들은 다양한 관점을 대표하기 위해 구성된 가상의 인물이며, 토론에서 인용된 연구와 보고서는 실제 문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UNESCO. (2025). AI and the Future of Education: Disruptions, Dilemmas and Directions.
Smith, J. M., Dukes, J., Sheldon, J., Nnamani, M. N., Esteves, N., & Reich, J. (2025). A Guide to AI in Schools: Perspectives for the Perplexed. MIT Teaching Systems Lab.
박준일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연대하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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