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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성장하는 신비한 수업2

성장일기: 실패하면 성장하는 신비한 수업2

반복되는 실패와 성장의 수업 시행착오기
용화중학교 교사 양철웅
지난 회지에서 내 수업의 시행착오 과정 전반기를 글로 풀어냈다. 처음에는 개그 콘서트처럼 재미있는 수업을 시도했지만 교사는 개그맨이 아닐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에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서 수업 자체를 재미있게 해보았다. 게임과 같은 활동은 재미있었지만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브루타 수업, 토론 수업을 시도했다. 아이들이 텍스트의 의미를 발견하고 내용을 구성하는 듯 했지만, 대화 중 아이들이 싸우고 다투는 문제에 직면했다.
수업은 역시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그 부분을 개선하고 보니,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라는 것을 반복해서 깨닫는 과정인 것 같다.

네 번째 실패

협동학습을 공부하던 중에, 사회적 기술에 대한 부분이 눈에 뜨였다. 사회적 기술이란 공동의 학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생들끼리 서로 배려하면서 대인 관계를 맺어나가는 기술이다. 학생들의 삶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미래에 함께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사회적 기술에는 ‘경청하기, 칭찬하기, (토의 할 때) 순서 지키기, 차이점 인정하기, 설명해주기, 돕기’ 등이 있는데, 모두 배움중심수업에 필요한 행동이자 덕목들이다.
수업에서는 사회적 기술의 개념과 구체적인 행동과 말을 알려주고, 시범을 보이고, 함께 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단순하게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해줘야 해요.”와 같이 말하면,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럴 수도 있지.’ 등의 말, ‘고개 끄덕임’ 등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직접 시범을 보였다. 선생님의 시범을 모두 함께 따라해본 후, 모둠 토의에서도 적용하게 했다. 이후 수업 시간 중 지속적으로 이 사회적 기술을 강조하고 매 수업 시간마다 사회적 기술을 강조했다.
이렇게 하니 아이들의 모둠 토론이 한결 나아졌다. 그 이전보다 모둠 토론 활동에서도 분위기가 산만해지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예전에는 네가 먼저 하라고 싸우던 학생들이 ‘이젠 네 차례야’와 같이 토의 진행 발언을 하면서 토론을 했다. 모둠 토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 나름 만족했다.
한편, 그 당시에 속해 있는 학습공동체에서 ‘배움의 공동체’의 수업을 공동으로 공부하고 실천해보고 있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아이들의 대화를 중시한다. 서로 듣는 관계를 만들고, 대화를 통해서 배움의 점프가 일어나는 것을 추구한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면서 해결하는 것이 배움의 ‘점프’라고 한다. 국어의 경우, 혼자서는 다다를 수 없는 작품 속의 의미,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구성해내는 것이 배움의 점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배움의 공동체를 공부하고 난 후, 내 수업 속에서 아이들의 대화는 어떤가 궁금했다. 내 수업 속에서도 아이들이 모둠 토론을 통해서 배움의 ‘점프’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어떻게 의미가 구성되고, 점프가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모둠 대화를 녹음해보았다. 녹음한 날의 수업은 녹음을 듣기 전까지는 나름 만족한 수업이었다. 단편 소설을 읽고, 아이들이 질문을 만들고, 토론을 한 후, 선생님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마무리하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차분하게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고, 쉬우르(선생님과 학생들의 질문과 대화로 배운 내용을 이끌어내는 활동)에서도 아이들이 나름대로 소설 속의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의 삶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도 생각한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핸드폰의 녹음 파일을 들었다. 녹음 파일을 들었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대화가 아니었다. 대화를 통해서 의미가 구성되는 과정이 아닌, 기계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갔던 것이다. 질문을 하면 A가 자기 답을 이야기하고, B가 다시 자기 답을 이야기하고, C, D도 똑같이 자기 답을 말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버리는 식의 대화였다. 수업의 제재도 청소년 단편 소설이었고, 내용도 몰입감 있게 읽히는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제재가 재미없어서’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날의 녹음 기록은 보존되지 못해서 비슷한 시기, 그 이후에 녹음했던 다른 수업의 내용을 전사해본다. 시를 읽고 질문을 하고 대화하는 수업이었다.
학생1: 나부터 말하겠습니다. 질문 1번에서 나무와 나무가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는 저의 답변은 껴안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글에서도 나와 있듯이 나무와 나무는 껴안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학생2: 이번엔 네 차례야. 학생3: ‘나무와 나무가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에 대한 나의 답변은 사람들은 푸른 문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학생1: 너야. 다음 네 차례야 학생2: 나는 푸른 문이 되어 다감한 문을 드리우고 싶어한다야. 학생4: 나의 답변은 ‘나무와 나무는 흔들리고 싶은가보다’라고 썼어.
아이들은 친구의 대답에 첨언도 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고, 각자 자신이 생각한 답을 말하고 다음, 다음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와 다른 답변에 대해서 추가 질문도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의미의 구성 작용도 없었다. A의 말에 B의 생각이 덧보태지고, 이에 C가 반박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D가 질문해서 다시 A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이런 역동적이고 구성적인 대화의 과정은 없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아이들이 차분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으나, 속을 들여다보니 대화에서 의미가 깊어지고 구성되는 과정은 보기 힘들었다.

드디어 된다! 상호적이면서 차분한 대화가 있는 수업!

나는 실망했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한 나름의 방법으로 몇 가지를 생각해냈고, 아이디어들을 종합하여 ‘꿈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했다.
아이들이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수업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다른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수업 중 모둠 활동의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서 학생의 삶과 연관된 주제를 제시하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토론을 해야 하는지 매우 구체적인 기준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과정 평가를 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태도를 강조했다.
먼저, 수업의 주제를 학생들의 삶과 연관된 것으로 잡았다. 자신의 삶과 연관된 제재라면 대화도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교는 자유학년제를 시행해서, 3월부터 여러 적성검사, 학습유형검사, 진로심리검사 등을 받고, 다양한 진로캠프를 하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이 진로와 관련해 갈등을 겪고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룬 ‘꿈을 찾아 한 걸음씩’이라는 책을 제재로 정했다.
둘째, 어떻게 토론해야 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채점기준표와 영상 자료를 활용했다. 채점기준표에는 핵심적인 사회적 기술 5가지를 어떻게 수업에서 적용해야 하는지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서술했고, 학생들에게 활동지로 수업 초반부에 제공했다. 영상 예시 자료는 다양한 대화 상황의 예시들을 구성하여 제공했다. 서로 예의를 지키지 않고 회의하는 드라마 장면, 서로 반대되는 입장임에도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는 시사 토론 장면, 비슷한 관심사를 두고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장면 등을 제공하고, 채점기준표로 그 영상 속 인물들을 평가해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토론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았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은 마음 속에 내가 수업 시간에 어떤 모습으로 모둠 토론에 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셋째, 토론 태도에 대해 관찰평가를 하고 피드백을 주었다. 학생들의 활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메모했고, 추후 피드백을 전체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주었다. 적당한 긴장감은 성공적인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평가는 이런 적당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다. 자유학기제의 평가는 점수로 환산하지는 않지만, 선생님이 학생의 수업 과정을 서술식으로 평가한다. 관찰평가와 피드백은 이런 자유학기제의 방향에도 잘 부합한다. 학기 초,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의 평가를 설명한 후, 평소 학생들의 수업 태도와 활동지의 활동 결과물이 평가에 반영됨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의 활동 태도를 기록하고,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아이들이 ‘우리 선생님은 항상 우리를 관찰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말이다.
관찰평가와 함께 상호평가와 자기평가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도했다. 다만 토론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수업 말미에 하는 상호평가와 자기평가는 생략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쉬움이 남는다.
넷째, 지속적으로 태도를 강조하여 토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업을 시작할 때 ‘경청하기’, ‘차이점 이해하기’, ‘반응하기’, ‘논리적으로 말하기’, ‘추가 질문하기’ 등의 사회적 기술을 말하며,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계속 강조했다. 거의 매 수업시간마다 수업 시작 2~3분은 이 말을 하는 데 할애했다.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면, 수업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시도한 수업에서 아이들의 대화 장면을 녹화하고 대화 내용을 전사해보았다.
아이1: 두본이가 왜 이상한 애라고 생각을 했을까? 아이4: 이게 뭐냐. 다른 애들을 보면 두본이만큼 (요리에 대해) 이렇게 많이 생각하는 애들이 요즘 없거든? 그런데 두본이가 자꾸 자기만 요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아. 그리고 (요리를 했던) 삼촌을 보고 충격받아서 약간 자기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 수 있고. 게다가 지금 다리까지 떠니까 약간 더 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이2: 어쩌면 자기 생각하는 것을 가족들은 아예 하지 말라고 하고... 이야기 해 보면 가족들이 다 반대하잖아. 외삼촌은 분명히 요리과를 나왔는데... 그래가지고 심리적으로 불편한 두본이가 상황이니까 자기 비하를 하는 것 같아. 소설 전반부에서 두본이의 외삼촌은 요리를 전공했는데, 실직 상태이며 폐인처럼 생활하고 있다. 아이1: 자신이 이상한 애라고. 그러니까 다른 애들 중에서 이제 요리라는 거를 하는 애가 별로 없잖아. 요즘에도 뭐 요리하면은 다 부모님들은 무조건 계속 맘대로 하시고... 나도 한때는 요리를 엄마한테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너의 나이에는, 어? 다른 애들은 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고 하는데, 너는 이거를 못하니까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반대를 해버리니까 기가 죽어서 엄마랑 아빠랑 계속 그렇게 반대를 하시니까,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러면 다음 거로. 마지막. 같은 쪽 같은 줄에 두본이는 왜 미묘한 갈등을 겪고있데. 근데 두본이가 겪는 갈등은 어떤 유형의 갈등일까? 심리적이니까 내적갈등이 맞을 것 같아. 아이3: 뭔가 좀 복잡해. 아이1: 외적도 가능한게 엄마랑의 갈등이 있고 이거는 내적 갈등 자기가 해야 되는지 안 해야 되는지 에 대한 부분이 섞여서 이거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아이2: 솔직히 내적이랑 외적이랑 섞였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솔직히 말해서. 삼촌의 그걸 보면서 자신의 마음 안에서 배신감도 느껴지고. 그런 상태 잖아. 그런 상태에서 이제 외적으로는 엄마가 반대하는 거랑 할머니가 그거랑 한 번에 다 오니까 아무래도 지금 그래가지고 갈등이 외적 내적 다 섞인 상태인 것 같아. 아이1: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왜냐하면은 일단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내적 갈등을 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반대 하는 것에 대해 외적 갈등을 하기 때문에 이거는 음...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3: 얘는 뭔가 아는 것 같아. 자기가 어차피 해도 안 된다고 하고 계속 해 봐도 계속 노력해봐도 안되니까 그냥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이러니까. 아이1: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가 알아주지 않으니까. 아이2: 그러니까 너는 외적 갈등이라는 거야? 아이1: 너는? 자기가 스스로 이제 그것 때문에 갈등하는 것 같아 아니면 엄마랑의 갈등이 좀 더 심한 것 같아 아니면..
이 대화를 보면 친구의 말을 경청하고, 그의 말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말이 이어지면서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좀더 다양한 생각들이 오간다. 대화 과정 중에 나의 경험이나 감정도 튀어 나오고, 수업 중 배웠던 문학 이론(내적/외적 갈등)도 언급된다. 대화가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 사이에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원했던 수업은 바로 이런 수업이었다.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배움의 지점에까지 대화를 통해서 도달하는 수업.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 이른바 ‘점프’라고 하는 것이 일어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점프’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알고 있는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을 새로운 말로 표현한 것이다. 책을 읽고 혼자서만 생각했다면 대화를 통해 도달한 생각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의미한 대화가 오갔다면 시간만 낭비하는 수업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말과 말이 의미 있게 이어졌기 때문에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배움의 지점까지 도달한 수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수업 장면을 찍고, 대화를 다시 들어보면서, 내가 원한 수업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한 것은 빵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수업도 아니고, 게임식의 흥미진진한 수업도 아니고, 왁자지껄 시끄럽고 활기차지만 그 안에 단절된 대화만 남는 수업도 아니었다. 차분하고 진지한 대화 가운데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이었다.
이런 수업 이후에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수업이 잘 진행되고 나면, 이런 대화가 오가고 난 뒤에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하고, 마음을 잘 드러낸다. 아이들의 눈빛에는 자신들이 진지하게 집중해서 의미 있는 내용을 나누었다는 뿌듯함도 드러나고, 즐거운 경험을 했을 때의 미소도 드러나고, 자기 성찰을 해냈을 때의 진지함도 드러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연이은 시행착오 과정 이후의 탁월한 성취의 경험을 자랑하듯 쓴 것 같다. 하지만 이 수업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한 반의 8개 모둠 중 이런 질 높은 대화를 한 모둠은 3~4개 뿐이며, 이런 대화가 일어나지 않은 모둠이 많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들이 질 높은 대화를 하면서 배움의 경험을 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런 대화가 있는 수업을 오래 지속하고 정착시켜 하나의 문화로 만들면 될 거라는 것이었다. 이 1학년 아이들을 이끌고 올라가 2학년, 3학년 때에도 지도하면 더 깊이 있고, 더 흥분되는 수업을 더 많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 코로나19가 터졌다. 나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교실 속에서 대화하는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젠장. 정말로 ‘제기랄, 젠장, 우라질’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나도,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느라 1학기에는 이런 대화하는 수업은 본격적으로 재개하지 못했다. 2학기나 되어서야 ZOOM에서 대화하는 수행평가를 시도할 수 있었다. 2021년도에도 이런 수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ZOOM에서 할 수는 있으나, 오프라인에서 면대면으로 하는 것과는 다를 것 같다.
여기까지 내 수업의 여행기를 써봤다. 내 수업의 모토는 “수업의 끝까지!”이다. 살짝 중2병 느낌이 나는 슬로건이다. 내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며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수업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다 느껴보고, 수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 내가 더 이상 시도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보고 싶다. 그래서 계속 성찰하고, 문제를 찾고,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실천해보려 한다. 수업에 끝이라는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간다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글이 참 길었다. 졸고를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의 시행착오 과정도 너무나도 궁금하다. 이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회지에 더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과정을 겪은 선생님, 또는 이런 과정을 겪은 선생님을 아시는 선생님은 편집팀에 꼭 연락을 부탁드린다. 이런 이야기는 계속 끄집어내서 공유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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