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서현(충남외국어고등학교 영어교사)
동일 학생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교과의 수업에서 다른 교과 선생님과 번갈아 가거나 연계하여 필요한 내용을 학습시키는 것이 어려울 때, 다른 교과 선생님의 전문성 혹은 다른 교과의 성취기준을 도입해 좀 더 통합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수업을 ‘교과 내 융합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 간 융합 수업보다 융합의 범위가 조금 한계가 있지만, 융합 수업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높아가는 시기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융합 수업의 형태라고 여겨진다. 최근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학생들이 수강 과목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규 수업 시간에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 간 융합 수업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융합 수업은 활용도가 높은 것 같다.
영어 수업 시간에 영어 지문의 독해를 위해 어휘, 문법, 문장 구조를 익히고 이해하기 위한 단순하고 기계적인 수업 패턴이 무한 반복되는 것에 교사로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영어 지문에 대한 세부 정보 파악을 넘어 때로는 그 내용과 관련해 학생들의 삶과 교실 밖 세상과 연계된 수업으로 확장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사회, 정치, 경제, 첨단 과학, 예술 등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실제 삶에 적용 또는 활용을 하며 나의 이야기로 전환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어라는 도구 교과의 한계와 교과 간 경계를 허물고 수업 주제에 대해 자신도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관련 교과 선생님들과 협업(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학생들의 의미 있는 배움과 성장을 위해 경직된 교과 경계 허물기를 시도하며 다른 교과 선생님들의 도움과 협업으로 진행해왔던 굳이 구분한다면 ‘교과 내 융합’ 수업 사례를 선생님들과 공유해보려고 한다.
내가 가르쳤던 이 수업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업 성취동기가 낮고 무기력하며 소위 ‘영포자’라 불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당장은 수능 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큰 기대도 없었고 졸업 후에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싶다는 희망도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 수업에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진로’와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였다. 진로는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그렇지 못한 학생은 또 그렇지 못한 대로 학생들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막연했고,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서 이 수업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정보를 탐색해보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꿈과 끼를 키우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면 영어 학습의 필요성에 대한 동기부여도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교과서에는 진로와 관련된 내용이 한 단원 포함돼 있는데, 진로에 대해 폭넓게 탐색하기에는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충분하지 않아서 교과서 이외의 진로 관련 사이트를 활용하여 미래에 세계적으로 부상할 다양한 진로에 대해 탐색해보도록 하였다.
진로 선생님을 찾아가 영어 수업 시간에 ‘진로’를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의 필요성과 수업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융합 수업 제안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진로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한 학기 진로 수업 운영 계획과 진로 관련 학교 행사들에 대해宓 알게 되었고, 내 수업에서 할 필요가 없는 것, 진로 수업 이후에 연결해서 하면 되는 것, 영어 수업 후, 진로 수업에서 이어서 하면 좋을 것, 진로 관련 학교 행사에 맞춰서 하면 좋을 것 등을 파악하고 이를 고려하여 서로 보완이 되고 풍성해지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이후, 수시로 진로 교실에 들러서, 진로 수업 진도 및 수업 내용에 대해 듣고 이와 연계하여 수업 진도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쳤다.
진로와 융합 수업은 9월부터 11월까지 중에 총 20회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수업의 필수요소들을 고려하며, ‘미래에 나에게 맞는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탐구 질문을 정하였다. 탐구 질문은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수업 설계와 운영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프로젝트 수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시기에 프로젝트 수업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과 함께 학교 밖 교사 학습공동체 활동을 하게 돼서, 이 융합 수업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을 할 수가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의 7가지 필수요소들을 염두에 두며,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향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학생 참여·활동 중심수업의 꽃인 프로젝트 수업으로 운영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다.
<진로 탐구 프로젝트 수업 진행 절차>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꿈, 잡(Job)아라!’ 진로 탐구 프로젝트 수업 계획을 담은 수업 안내서를 제공하고 앞으로 진행될 수업 및 평가를 소개하였다. 학생 대부분이 관심을 두고 수업 안내를 들었지만 개중에는 영어 수업 시간에 왜 진로 관련 내용이 포함된 수업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학생도 있었다. 융합 수업의 필요성을 안내하였고, 진로 관련 내용을 다루지만, 영어로 된 지문과 영어로 된 역할극, 보고서 쓰기 등을 하면서 영어 수업 시간에 다루어야 할 영어 학습 부분이 충분함을 설명하고 진로 탐구 프로젝트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끌어냈다.
<진로 탐구 프로젝트 안내서>

배우는 것과 영어 교사인 것이 좋고,
바다와 산을 사랑하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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