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중학교 김하린 선생님천안용곡중학교 김현선 선생님천안청당초등학교 박예원 선생님서산고등학교 손경대 선생님입장중학교 홍성빈 선생님퍼실리테이터 충남예술고등학교 노희정 선생님퍼실리테이터 홍성여자고등학교 이광현 선생님

신창중학교 김하린 선생님
천안용곡중학교 김현선 선생님
천안청당초등학교 박예원 선생님
서산고등학교 손경대 선생님
입장중학교 홍성빈 선생님
퍼실리테이터 충남예술고등학교 노희정 선생님
퍼실리테이터 홍성여자고등학교 이광현 선생님
교실 문을 열 때 마주하는 것은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아니라, 심드렁한 표정과 간혹 책상에 붙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일 때가 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아이들은 듣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어느덧 교사의 일상적인 비애가 되었다. 이번 성장 교실에서 처음으로 ‘동기유발’이라는 주제가 떠올랐을 때, 많은 선생님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만난 <동기유발>팀 선생님들은 각기 다른 학교급과 지역에서 모였지만, 품고 있는 마음은 하나였다. ‘깨어있는 수업’에 대한 갈망, 그리고 무기력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교사로서의 책임감이었다. “많이 그리고 자세히 가르친다고 해서 모두 학습이 일어날까?”라는 홍성빈 선생님의 질문은 우리가 왜 동기유발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했다. 막막한 교실의 정적을 깨우기 위해 함께 손을 잡은 <동기유발>팀의 이야기를 써내려 보고자 한다.
5월 성장교실의 문은 천안용곡중학교 김현선 선생님의 <내 수업에서 동기 찾기>로 열렸다. 도서 ‘학습동기–이론 및 연구와 적용(김아영 외)’를 바탕으로 동기의 다양한 개념을 탐구하며 동기가 잘 유발되었던 수업과 그렇지 않았던 수업을 되짚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동기’를 새롭게 정의 내려 보았다. Keller의 학습동기설계이론에서 ‘어떻게 배우려는가’보다는 ‘왜 배우려는가’를 중심으로 두며, 동기 유발에서부터 동기 지속까지를 다루고 있었다. 추상적인 개념이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수업 설계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 점이 <동기유발>팀이 이 이론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Attention (주의집중): 학습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유지하는가?(지각적 주의 환기, 탐구적 주의 환기, 다양성)
Relevance (관련성): 이 배움이 학습자의 삶, 필요와 가치에 연결되는가?(친밀성, 목적 지향성, 필요나 동기와의 부합성)
Confidence (자신감): 학습자가 성공에 대한 확신과 기대를 갖게 하는가?(학습의 필요성, 성공 기회 제공, 개인의 조절감)
Satisfaction (만족감): 학습자의 강화를 관리하고 자기 통제 기능을 가능하도록 하는가?(내적 강화, 외적 강화, 공정성 강조)
이어서 동기유발 사례를 살펴보았다. 먼저 천안청당초등학교 박예원 선생님의 <생애 첫 역사 수업 학습동기 만들기>는 5학년 학생들이 처음 사회 과목을 접하며 느끼는 막막함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이 사회를 어렵게 느끼는 원인은 내용 중심의 성취기준과 암기 위주의 수업 방식에 있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주의집중(A)’의 결여로 이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생님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수업의 중심에 두었다. 역사란 무엇이며 왜 배워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부터 시작한 것이다. “역사는 질문을 던지고 얼마든지 고쳐질 수 있는 재미있는 과목인 것 같아요.”라는 아이들의 후기는 첫 수업에서 학습 동기가 충분히 형성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서산고등학교 손경대 선생님은 <ARCS 이론을 적용한 비경쟁 독서토론> 사례를 통해 동기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과 특히 ‘자신감(C)’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기존 수행평가 방식과 ARCS 이론을 적용한 방식을 세밀하게 비교하며 아이들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그림책을 제재로 선택하고, 본 수행평가 이전에 비경쟁 독서토론을 충분히 연습하여 동기를 끌어올린 점은 여러 교과에서도 충분히 적용해 볼 만한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입장중학교 홍성빈 선생님과 신창중학교 김하린 선생님은 동기유발을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수업 사례를 공유했다. 교육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메커니즘을 접목해 문제 해결과 지식 전달,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기법을 말한다. 홍성빈 선생님은 ‘주의집중(A)’에 초점을 맞추어 ‘할리갈리’를 활용한 원소기호 암기 게임과 직접 제작한 지구온난화 보드게임 등을 소개했다. 간결한 규칙 설정, 과도한 외적 보상 지양, 적절한 경쟁의 활용 등 실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유의 사항까지 꼼꼼히 짚어주었다. 김하린 선생님은 이주배경학생이 많은 학교 현장의 특성과 반복 학습을 지루해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바탕으로 게임 기반 복습 활동을 고민하게 된 배경을 들려주었다. 그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단어 로또’, ‘블리츠’, ‘출구 티켓’, ‘쁘띠바크’, ‘지워지는 힌트’ 등의 풍성한 사례는 교실의 정적을 깨우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었다.








배움에 대한 책임감이 유독 컸던 손경대 선생님은 무기력한 교실 속에서 교사로서의 전문성에 대한 깊은 갈망을 안고 나무학교를 찾았다. 차가운 교실의 공기를 온기로 바꾸려 애썼던 선생님의 진솔한 속마음을 듣기 위해 에디터가 질문을 건넸다.


에디터: 선생님, 고등학교 교실에서 ‘점수 안 받아도 좋으니 그냥 엎드려 있겠다.’는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 교사로서 참 막막하셨을 것 같습니다. 당시 심정이 어떠셨나요?
손경대 선생님: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저를 무시하는 예의 없는 행동이라 생각해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닫고, 참여하는 아이들만 바라보며 수업을 진행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엎드려 있는 그 모습들이 참 안타깝게 다가오더라고요. 긴 수업 시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엎드려 있는 일조차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미워하는 대신, 그들의 무기력을 이해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요.
에디터: 네.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동기이론을 적용한 수업이 시작된 것이군요. ARCS 이론 중 특히 '자신감(C)'에 집중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경쟁이 일상인 고등학생들에게 '비경쟁 독서토론'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손경대 선생님: 저희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성적 때문에 좌절을 경험해 본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죠. 아이들이 무기력에 빠진 이유는 늘 야단맞고 실패하며 문제아 취급을 받아온,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전 동기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고요.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는 독서토론’이라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정답을 맞춰야 하는 압박을 걷어낸 비경쟁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조금씩 자신감(C)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에디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독서 토론이라니. 저도 성장교실 발표를 들으며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5월 성장교실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손경대 선생님: 아무래도 물리적 거리가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팀원 선생님들이 주로 천안과 아산에 계셔서 서산에서 오가며 회의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함께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셨어요. 그런데 함께한 선생님들의 리액션이 너무 좋으셔서... 참 좋았는데 조금 기빨리고 그랬습니다.. 네 .. (웃음)
에디터: ‘동기 유발’이 성장교실의 첫 단추를 꿰는 주제라 막막하셨을 텐데, 퍼실리테이터 선생님들의 도움도 컸을 것 같습니다.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손경대 선생님: 교육팀과 퍼실리테이터 선생님들께서 정말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결정까지 세심하게 도와주셨습니다. 주제 접근법부터 발표 구성, 참고 서적 선정까지 두루 살펴주셨죠.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교육팀 노희정 선생님은 속도감 있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싶어 하셨고, 퍼실리테이터 이광현 선생님은 폭넓은 학문적 토론을 깊이 있게 나누고 싶어 하셨거든요. 두 분이 서로 눈치를 보며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이 꽤 유쾌했습니다. 한 번은 아산의 어느 카페에 모여 오랜 토의 끝에 오전·오후 팀별 공부 계획을 간신히 정리했거든요. 그런데 광현 선생님이 “그런데 우리가 하는 고민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며 운을 띄우시자마자, 얌전히 있던 10기 선생님들이 손사래를 치고 희정 선생님이 황급히 만류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에 다들 한참을 웃었습니다. 두 분의 서로 다른 열정 덕분에 올 한 해 성장교실이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었습니다.
에디터: 힘들면서도 또 보람있는 성장교실이셨을 것 같네요. 동기이론을 적용한 후, 교실 분위기와 선생님께 일어난 변화는 무엇인가요?
손경대 선생님: 아쉽게도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습니다. 여전히 저는 ‘부끄러운 도전’과 ‘어엿한 실패’ 그 어딘가에서 표류하는 교사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아주 작은 변화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제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학생들이 눈치채기 시작했다는 점이죠. 사실 대단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해요”라고 말해주거나, “이번엔 아쉬웠으니 다음엔 이런 방식으로 해보는 건 어때요?”라며 수업이 나아질 방향을 나름대로 고민해서 제안해 주는 것 자체가 제게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입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진전이자 소중한 ‘기대’가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족할지라도 내년의 제가 더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제 수업을 믿고 끝까지 함께해 줄 학생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에디터: ‘부끄러운 도전’과 ‘어엿한 실패’ 사이에서 표류하는 교사라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교사가 완벽한 수업을 꿈꾸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자신의 ‘어설픔’과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수업을 끌어갈 용기를 얻으셨나요?
손경대 선생님: 사실 저는 꽤 게으른 편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새로운 도전을 즐기거나, 평화로운 주말을 반납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삶을 딱히 원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직감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아, 오늘 수업은 망했다.’ 하는 느낌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 기분이 참 싫었습니다. 내가 어설프고 서투르다는 엄연한 사실이 꽤나 부끄럽게 다가왔죠. 역설적이게도 그 부끄러운 도전을 지속하는 용기는 ‘실패의 어엿함’과 약간의 ‘무책임’에서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속으로 사과하는 거예요. ‘얘들아 미안하다, 오늘 수업은 망했다. 그래도 나 정말 열심히 준비는 했어. 내년엔 좀 더 잘해볼게. 물론 그때 너희는 내 수업을 안 듣겠지만… 어쩌겠니. 아무튼 정말 미안하구나.’ 하는 마음가짐이죠. (웃음) 조금 뻔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서투를지언정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아이들의 피드백을 부지런히 들으며 미안한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합니다. 어쩌면 제 용기는 실패를 ‘어엿한 것’으로 포장하는 그 뻔뻔함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디터: 선생님의 그런 마음 덕분에 도전이 더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선생님에게 ‘나무학교’는 어떤 동기가 되어주고 있나요? 더불어 선생님이 꿈꾸는 다음 도전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손경대 선생님: 동기에는 내재적인 것과 외재적인 것이 있죠. 제게 나무학교의 성장교실은 무엇보다 훌륭한 ‘외재적 동기’입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동료들을 매달 만나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시 힘을 내어 교단에 서게 만드는 강력한 자극이자 동력이 됩니다. 앞으로의 도전 역시 그 방향은 올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나아가려 합니다. 비록 그 과정이 어설프고 부끄러울지라도, 교사로서 마땅히 해내야 할 ‘어엿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찾아 나가는 것이 저의 다음 과제입니다.
<동기유발>팀 선생님들의 발표를 듣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수업과 학생들을 위해 이렇게나 고민을 하는 우리의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였다. <동기유발>팀 선생님들은 모두 아이들을 깨우고 싶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깨어난 것은 어쩌면 선생님들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막막한 이론을 붙잡고 밤낮으로 토론하며 서로의 사례를 다듬어준 시간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거대하고도 확실한 동기 설계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무학교라는 숲은 교사들에게 그 자체로 거대한 ARCS 모델인지도 모르겠다. 주의(A)를 환기하는 새로운 주제를 끊임없이 던지고, 교사의 삶과 밀접한 관련성(R) 있는 고민을 나누며,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감(C)을 얻고, 끝내 함께 성취해 내는 만족감(S)을 선물하는 곳. 나무학교는 우리에게 멈추지 않는 배움의 ‘동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많이, 그리고 자세히 가르친다고 해서 모두 학습이 일어날까? 이에 <동기유발>팀은 아니라고 답한다. 대신 그들은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고, 작은 열정이라도 불지피기 위해 애쓰며, 사소한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법을 몸소 보여주었다. 교사가 먼저 깨어나고 교사가 먼저 행복해질 때, 비로소 아이들도 움직인다. 2025년의 끝자락,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시작된 이 작은 불씨는 이제 각자의 교실로 흩어져 거대한 숲을 이룰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곁에는 서로의 동력이 되어주는 동료들이 있고, 나무학교라는 든든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다시 교실 문을 열 선생님들의 발걸음에 깊은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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