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웠던 7월의 성장교실은 ‘교사 교육과정’을 주제로 배움의 장이 열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막연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전적이었던 이 시간을 준비한 다섯 분의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각자의 교실에서 배움의 지도를 다시 그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에디터: 교사 교육과정이 제게는 참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단어예요. 왠지 엄청난 전문가가 아니면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이랄까요? 성장교실에서 ‘교사 교육과정’ 주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나슬기 선생님: 저는 삶과 연계된 역사 교육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사가 직접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에디터: 선생님의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사례 중 “사진 속 의병의 눈빛이 어떻게 다가오나요?”라는 질문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의병 사진을 보며 의병에 대한 설명을 듣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나슬기 선생님: 많은 학생이 역사를 단순한 ‘암기 과목’으로 생각해요. 역사 속 인물들도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사람처럼 느끼고요. 저는 학생들이 역사가 자신의 삶 가까이에 있다는 걸 느끼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들의 눈빛을 통해 시대를 마주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죠.
에디터: 성장교실을 거치면서 선생님께서 던지는 질문의 결이 조금 달라졌을 것 같아요.
나슬기: 맞아요. 전에도 수업 속에 질문은 있었지만, 이제는 제가 세운 교육과정 목표에 맞춰 질문들이 체계화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답이 하나하나 모여 그 자체로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나슬기 선생님께서는 직접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통해 교사 교육과정이란 무엇인지 설명해주셨다. 나슬기 선생님의 수업은 특히 역사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이들이 삶 속에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향해 교육과정이 짜여져 있다는 인상이 깊게 남았다.
에디터: 이번에는 조승희 선생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성장교실을 통해 바뀐 선생님의 수업 모습은 무엇인가요?
조승희 선생님: 협동학습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성장교실 교육과정을 준비하기 전에는 강의식 수업을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협동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새로운 목표가 협동이었고, 이 목표를 향해 수업이 움직였습니다.
에디터: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조승희 선생님: 초등은 비교적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에 거부감이 없어요. 오랜 기간 시험이 없었고, 이런 시스템이 정착된 것 같아요. 그래서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어떻게 하면 재구성에 대한 민원이 없을지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혼자 교육과정을 꾸리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사가 재구성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보기에는 어수선하기도 하고 무엇을 배우려는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조승희 선생님의 ‘주간 배움표’는 이런 위험을 보완해줬다. 학생들이 이번 주에 무엇을 배우는지 섬세하게 안내하고 주차별로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단원이나 연계 수업 등에서 비롯된 혼란이 없겠구나 싶었다.
에디터: ‘교육철학’이라는 말이 어렵게도 느껴지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육 철학 세우기의 과정은 무엇인가요?
유애란 선생님: 여행갈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차를 살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모두가 생각이 다르지만 각자의 기준이 있잖아요? 교육철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모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 교육철학이라고 생각해요.
에디터: 철학을 세울 때 가장 경계해야 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유애란 선생님: “실패는 없다, 오직 시도만 있을 뿐이다.”라는 마음가짐요. 일단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에디터: 이번 성장교실이 선생님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애란 선생님: '집단지성의 힘'을 실감했어요. 평소에 했던 생각들도 많이 있지만, 기존의 생각들이 동료들과 만나면서 플러스가 되고, 체계적으로 쌓이는 경험을 했거든요. 덕분에 제 철학도 더 견고해졌습니다.

유애란 선생님께서는 위 네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경험시켜 주셨다. 막연했던 교육철학이 질문을 통해 조금씩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희주 선생님께서는 아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만드셨다. 학교 주변의 공사 현장이나 비어 있는 상가가 많다는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어떤 가게가 들어오면 편의성이 높아질지, 어떤 가게를 하면 수익률이 높을지, 어떻게 간판을 만들지 등에 대한 탐구를 통해 ‘편리하고 행복한 세교리 생활’이라는 프로젝트 수업을 탄생시켰다.
에디터: 김희주 선생님께서는 이제 2년 차이신데도 지역적 특성을 수업에 녹여낸 점이 놀라웠습니다. 주제를 선정하기 어려워하는 선생님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김희주 선생님: 아이디어는 오만 곳에 다 있어요. 눈을 돌리는 곳에 바로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말에서도 얻을 수 있고요. 내가 뭘 가르쳐주고 싶은지 주 단위, 월 단위로 계획을 해봐야 교육의 틀이 잡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사 스스로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도 좋겠지요.
에디터: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저 연차 선생님들께 힘이 되는 팁이나 도움의 말을 전한다면?
김희주 선생님: 언제쯤 숙련도가 생길까 갑갑하기도 하겠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도전해보시길!
에디터: 교육과정 나눔이 끝나고 나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김희주 선생님: 다른 선생님을 가르친다는 경험은 없었는데, 역시 가르쳐봐야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교사 교육과정이 추상적으로 느껴졌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었는데,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전달해야할지를 생각하다보니, 다양한 예시도 찾고 성장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아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먼 것(한복, 한옥, 한식, 노년기 생애 설계)을 주제로 선정하여 교육과정을 만드셨다. 아이들이 가깝게 느끼는 것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수업이 잘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생각의 전환이 일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내용 중심/상황 중심/학생 중심’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재구성의 주제를 뽑아낼 수 있다는 팁도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에디터: 교육과정 각론과 핵심 아이디어 등 국가 교육과정이 녹아 있는 수업이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도 교육과정에 기반해서 수업을 설계하시는지?
이아름 선생님: 학기 초에 교과서의 성취기준을 분석하는 편이에요. 교육과정 수업을 운영하면서 준비하게 됐어요.
에디터: 교육과정을 수업에 녹이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아름 선생님: 교육철학 세우기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몇 가지 있었지만, 그것을 교육철학이랑 연관 짓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책을 읽으면서 체계가 잡혔고, 교육철학을 한 줄로 정의하고 나니 다른 것들은 수월했습니다.
에디터: 그럼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아름 선생님: ‘한식, 한복, 한옥 이거 왜 가르쳐야하지?’ 교사 스스로도 의문이 있었어요. 아마 교육철학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암기식 수업을 하게 됐고 수업이 재미없고, 악순환이었죠. ‘왜’를 고민하다 다문화와 관련된 수업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교육과정에 적용했어요. 결국 수업에 이유를 찾고 재미를 찾는 과정이 됐다고 생각해요.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우리 삶에 닿아 있임을 전하고 싶었다.”는 나슬기 선생님의 다짐과, “강의식 수업의 편안함을 버리고 아이들의 협동을 선택했다.”는 조승희 선생님의 용기, “교육과정 재구성은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여행 같은 것”이라며 철학의 문턱을 낮춰준 유애란 선생님의 비유까지.
모든 것은 결국 ‘나의 수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교사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의 삶이 수업 속으로 선명하게 들어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학교 앞 공사 현장을 탐구의 장으로 바꾼 김희주 선생님의 사례처럼 말이죠. “한복과 한옥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수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었다는 이아름 선생님의 고백 역시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주해야 할 고민이기도 할 것입니다.
혼자라면 막막했을지 모르는 교사 교육과정의 길. 어쩌면 집단지성을 함께 나눠준 동료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르쳐봐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그 마음이 나무학교라는 숲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성장교실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를 찾고 수업을 즐기기 시작할 때, 그 설렘은 반드시 학생들에게 전달됩니다. 교실에서 홀로 분투하고 계실 동료 선생님들께 이 인터뷰가 작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내일의 수업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 선생님들처럼 우리도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에디터 이세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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