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희(충남외국어고등학교 일본어 교사)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디지털 역량’은 이제 교실의 문턱을 넘어선 거대한 흐름이 되었습니다. 지난 8월 23일, 북일여자고등학교 특별관 멀티실은 이러한 변화의 파도를 배움의 기회로 바꾸려는 나무학교 ‘성장교실 10기 에듀테크&AI팀’의 열기로 가득 찼고 이날 교육과정은 기술의 화려함을 쫓기보다, 그 기술을 통해 어떻게 아이들과 더 깊게 교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송고은 선생님(서산중 기술가정)이 메타버스 플랫폼 'ZEP'을 소개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설정하고 가상 공간으로 꾸며진 교실에서 퀴즈를 풀며 도착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송고은 선생님은 ZEP이 학생들에게 높은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무료 템플릿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퀴즈방이나 방탈출 게임 같은 학습 맵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교과서를 더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새로운 학습 방식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어서 조세진 선생님(서산중 물리)은 생성형 AI 기반 영상 생성 플랫폼인 '플루닛' 활용법을 소개했습니다. 플루닛은 가상의 메타 휴먼이 교사가 작성한 스크립트를 직접 읽어주는 영상을 만드는 도구로, 조세진 선생님은 실제 과학 수업에서 일기도 분석 뉴스를 제작하거나 수행평가 유의사항을 안내할 때 이를 활용한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반복되는 안내 사항을 영상으로 대체함으로써 교사의 체력 소모를 줄이고 학생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쉼표와 느낌표 등 문장 부호를 활용해 AI의 말투를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세밀한 노하우는 참여 교사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 번째 순서로는 김해인 선생님(신창중 지구과학)이 'ChatGPT'를 활용한 업무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김해인 선생님은 학생 상담 시 직업적 비하 없이 조언을 건네는 완곡한 표현을 제안받거나, 학부모 상담 문구를 다듬는 등 실제 현장에서 겪는 곤란한 상황들을 AI로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GetGPT'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동료 교사들이 만든 정교한 프롬프트를 공유받아 학생 관찰 기록을 효율적으로 생성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여 교무 행정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경은 선생님(서산중 화학)과 남가현 선생님(보령중 기술가정)은 AI 평가 프로그램인 '클리포'를 통해 평가와 기록의 일체화를 시연했습니다. 클리포는 학생들의 서술형 답안을 스캔하여 올리면 AI가 설정된 성취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학습자의 현재 상황과 보완점을 담은 상세한 개별 피드백을 생성해 줍니다. 박경은 선생님은 AI가 생성한 채점 근거와 관찰 기록을 바탕으로 과정 중심 평가가 훨씬 수월해졌음을 설명했습니다. 비록 AI의 판단을 교사가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악필인 학생의 글씨를 정확히 인식하고 투명한 평가 운영을 돕는다는 점에서 미래형 평가 도구로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교육과정이 종료된 후, 그간의 치열했던 여정을 되돌아보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에듀테크&AI팀의 여정은 지난 2월, 함께 모여 무엇을 공부할지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박경은 선생님은 "리허설을 포함해 총 8번의 사전 모임을 가졌다"며, 3월부터는 발표 가닥을 잡고 6월부터는 다양한 AI 도구들을 직접 사용해 보며 실습에 매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팀은 천안, 보령, 서산 등 서로 거리가 먼 지역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모여 연구를 이어가는 남다른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내실 있는 수업을 위한 주제 선정 고민도 깊었습니다. 송고은 선생님은 "학기 초 평가 계획이나 실제 수업 적용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1인당 2개 정도의 에듀테크를 심화 연구했으나 시간 관계상 준비한 사례를 모두 보여주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조세진 선생님은 "멀게만 느껴졌던 노션, ChatGPT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며 교육학 용어들을 실제 교실 수업에 녹여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우고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피드백도 생생했습니다. 남가현 선생님은 "에듀테크 활용 수업은 시각적 자극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극대화하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학교 내 기기 사양이나 와이파이 불안정 등 인프라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냉철하게 짚어주었습니다. 김해인 선생님 또한 팀원들과 갈등 없이 협력하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프로젝트를 완주한 것에 대한 뿌듯함을 전했습니다.

팀의 성장을 곁에서 도운 퍼실과 교육팀의 고충과 보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문서영 선생님은 "혼자라면 현실에 치여 포기했을 연구를 '함께'라는 동료애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며, 이번 과정이 교사들에게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준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강장현 선생님 역시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보며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며, 줌 모임 등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에듀테크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함께 모색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선생님들의 모습에서는 지난 반년간의 끈끈한 동료애와 배움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습니다. '공대생 컨셉'으로 맞춰 입은 체크무늬 셔츠처럼,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만들어낼 변화 또한 정교하고도 따뜻한 혁신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 윤 희교실 안의 작은 울림이 현장의 변화로 피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선생님들의 진심 어린 시간을 오롯이 기록하고자 합니다.

교실 안의 작은 울림이 현장의 변화로 피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선생님들의 진심 어린 시간을 오롯이 기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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