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의 겨울은 어떨까? 과장 조금 보태서 체감온도만큼은 러시아만큼 춥다는 우리나라의 겨울을 보내는 나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은 봄의 아름다운 꽃, 여름의 싱그러운 잎사귀, 가을의 은은한 낙엽을 모두 떨어뜨리고 묵묵히 차가운 공기를 견디는 나목의 모습이다. 우리 눈에는 앙상하고 아름답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이 앙상함 속에는 안으로, 안으로 에너지를 응축하는 인내, 새로운 싹을 틔워낼 준비를 하는 작은 희망이 숨어있다.
나무학교의 겨울도 이렇다. 나무학교의 겨울 워크숍은 지난 1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자리다. 새롭게 만나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봄을 지나, 힘차게 추진하는 여름을 통과하고, 결실을 나누는 가을을 보낸 후, 이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되돌아보고, 다시 천천히 새로운 한해를 상상해보는 장이 겨울 워크숍이다.
2025 나무학교 겨울 워크숍의 주제는 ‘교사 공동체는 어떻게 실천하고 탐구하고 연대하며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면 좋을까?’였다. 나무학교는 12개의 크고 작은 소모임, 1개의 성장교실, 3개의 집행부(기획팀, 교육팀, 편집팀)가 모인 교사 네트워크다. 이 여러 모임들이 어떤 형태로 연결되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였다.
어떤 조직이나 구성원들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과 밖으로 밀어내는 원심력이 있다. 나무학교에도 구심력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 나무학교에 들어오면 내 교실 속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나무학교 성장교실의 교육과정에 대한 호기심, 나무학교 선생님들이 가진 관계성 등이 나무학교에 참여하게 된 구심력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사람이 좋기도 하고, 나무학교의 활동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여 나무학교의 리더십에 참여했을 것이다.
나무학교의 구심력에는 여러 요소가 있을 것인데, 워크숍에서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집단전문성’이었다. 집단전문성이란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상호 교류와 수평적 협업을 통해 공동 창출되는 전문성이다.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된 주체이기 때문에 기를 수 있는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혼자서는 기르기 어려운데, 함께 연결되면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는 전문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무학교는 이 집단전문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교사의 집단전문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에 도움이 될 강연자로 섭외한 강사는 서근원 교수였다. 서근원 교수는 혁신학교 공동체를 깊이 연구했고, 학교혁신과 교사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책을 썼다. 현재 ‘이해마을 비움’이라는 공동체에서 교실 속 아이의 눈으로 수업을 이해하고, 이 이해를 바탕으로 수업을 성찰하고 발전시키는 ‘아이 눈으로 회인탐구’라는 방법론을 교사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나무학교 네트워크는 “다양한 교사들이 자발적 탐구와 반성적 실천을 통해서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나무학교 공유비전 참고). ‘자발적 탐구’란 교육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보고, 성찰한 후에 이 과정을 새로운 지식으로 창출하는 과정이다. ‘반성적 실천’이란 당연하게 암묵적으로 행하던 교육 행위와 그 교육 행위 이면에 숨어있는 신념이나 지식 등(행위지, 암묵지)을 의식적으로 되돌아보고, 더 나은 새로운 교육적 인식과 행위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 탐구와 반성적 실천을 함께 추구하는 나무학교 네트워크에 서근원 교수가 실천하고 있는 ‘아이 눈으로 회인탐구’라는 방법론은, 교사공동체가 함께 듣고 논의해볼 만한 주제였다.
“학생을 회인한다는 것은 학생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한된 안목을 좀 더 심화하거나 확장하도록 함으로써 세상을 좀 더 깊고 넓게 해석하고 실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기존의 안목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도록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학생은 자신의 안목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강압적인 방법으로 할 수 없으며, 타인이 대신해 줄 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목이 형성될 수 없다. 설령 안목을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학생이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데에 적절하게 쓰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기존의 안목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자신이 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기존 안목을 해체하고 더 나은 안목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어려운 과제를 교사는 해결해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사는 학생의 기존 안목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학생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이 현재 가진 안목과 학생이 좋아하는 관심사, 이 둘을 활용해서 학생의 현재 안목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나, 해결하고 싶거나 해결해야만 하는 역설적 문제를 설계하고 만나게 해야 한다.
서근원 교수는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사들이 함께 아이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관심을 바탕으로 아이가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기존 안목으로 역설적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돕고, 이 과정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처럼 같은 철학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글로 지속적으로 남겨서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교사 공동체를 운영 중이며, 교사는 이러한 공동의 설계, 성찰, 글쓰기의 과정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강연 후에는 교사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무학교는 공동체인가?’, ‘무엇을 위한 공동체인가?’, ‘공동체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해서 나무학교의 공동체성, 작은 공동체들이 네트워크를 이룬 나무학교만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직소 토론 시간에 앞서, 소모임들의 말 못할 고민들을 들어봤다. 워크숍 이전에 나무학교 소모임 리더들, 집행부 리더들의 고민들을 수합한 후, 이 고민들을 각색하여 ‘나무학교 리더들의 고민’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고민들을 문명현, 정순민, 장윤아 선생님께서 실감 나게 들려주는 ‘핫시팅’ 활동을 진행했다. 나무학교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선생님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소수가 소진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는 운영, 연구와 실천의 정체와 심화 사이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 다음 리더를 선출하는 문제, 연구와 실천의 방향성과 합의의 문제, 새로운 사람과 기존의 사람들 사이의 전문성과 경험의 격차 문제 등, 리더들이 고민하는 지점들이 표출되었다.
이러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각 팀별로, 또 팀들이 섞여서 토론했다.
질문1. 소모임 및 팀별 실천과 탐구의 과정을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
질문2. 개별적 실천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실천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주제2] 소모임과 팀의 운영방식 성장
질문3. 소모임 및 팀의 구심점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질문4. 소모임 및 팀에서 공동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주제3] 나무학교 네트워크 내부교류 활성화
질문5. 성장교실 이후 공동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질문6. 나무학교 내부적인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6가지 질문을 6개의 모둠에서 모두 섞여서 1시간 동안 자유롭게 토론한 후, 다시 본래의 교육팀, 기획팀, 편집팀, 소모임 팀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공유했다. 집행부와 소모임들의 고민과 아이디어가 뒤섞이고 소통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선 활동들을 토대로, 팀별로 1년 행사와 일정을 유목화하여 정리하고, 행사별 추진 담당자와 추진 일정, 예산을 큰 틀에서 계획하였다. 수업축제, 여름 워크숍, 겨울 워크숍, 교실 나눔, 새학기 준비캠프, 총회 등 굵직한 행사별 TF 담당자와 추진 일정을 팀별로 계획하고, 또 전체와 공유하며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무학교의 1년 얼개가 이렇게 1박 2일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나무학교도 이제 정례화된 것들이 많다. 나무학교의 행사들을 주로 ‘하던 것’들이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던 나무학교의 문화도 이제 작년에 했던 것을 이어서 하는 것들로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나무학교는 하던 것을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고, 함께 성찰하기도 하고, 각자 가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 공동체와 네트워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하는 일에 가치와 마음이 덧입혀진다고 믿기에, 소중한 방학의 1박 2일을 할애해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다. 2025년 2월에 논의한 이러한 대화 중에 어떤 것은 조금이라도 실현되거나 시도된 것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대화의 과정을 지속해서, 나무학교가 본질적인 가치를 계속 성찰하고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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