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가장 부딪치게 되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아마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며, 친구를 건들고, 엉뚱한 질문이나 요구로 수업의 흐름을 끊는 아이가 아닐까요?
이 아이는 십중팔구 수업에서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아이는 감정대로 말하거나 행동해서 인간관계를 망치고 잦은 갈등을 겪습니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변명하거나 남 탓을 하고 무례하게 대들기도 합니다. 눈앞의 이익이나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는 대단히 민감하고 빠르지만, 예측할 수 있는 결과를 연결하여 사고하거나 미리 대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고 학생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즐거움의 유혹에는 매우 약하기에 게임 중독이 되거나 도박에 손을 대기도 합니다.
제때 일어나 학교에 오지 못해 지각과 결석이 잦고,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과제를 해내지 못하고, 학교생활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이 아이에게 가장 결여된 능력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일으키는 갖가지 사건과 문제는 매번 다르겠지만, 이 아이는 현재 자기조절 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입니다.
자기조절 능력이란, 자신의 감정, 행동, 생각, 욕구를 스스로 다루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안정된 애착과 균형 잡힌 양육으로 잘 자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조절 능력을 갖추고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점점 더 자기조절이 힘든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정도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자기조절 능력에는 감정 조절, 행동 조절, 인지 조절, 욕구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이 다 포함됩니다. 자기조절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르며,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설령 화가 나는 상황이라 해도 욱하거나 폭력을 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이런 학생을 인성이 훌륭한 아이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는 눈앞의 즐거움이나 유혹에 견디며 해야 할 일에 스스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 학교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자기 효능감이 높아 어려운 과제나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으니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아이의 지능보다 자기조절 능력이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는 데 더 중요한 열쇠라고 합니다.
반면에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학교생활에서 성공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이가 좀 산만하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정도의 모습이다가 중학생 때는 교칙을 어기고, 학교 공부를 아예 놓아버리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퇴학을 당하거나 학교 부적응으로 자퇴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심하면 학교 다니는 내내 생활교육위원회, 교권보호위원회, 학교폭력위원회 등에 번갈아 불려 다니고,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범죄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자기조절 능력이 뛰어난 아이와, 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가 15년 후에는 각기 어떤 청년으로 살아가게 될지를 상상해 보면 자기조절 능력이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는지, 그 직장 내에서 힘든 일을 견디며 성과를 보이는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 가정을 이룰 수 있는지,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멀리하며 바르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등에 자기조절 능력이 전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기들은 미완성의 뇌로 세상에 태어납니다. 기본적인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뇌 기능만을 갖춘 채 태어나기에 모든 것을 양육자에게 의존해야 합니다. 아기는 불편함과 욕구를 해소해 주는 따뜻한 돌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불편함은 견딜 수 있고 기다리면 해결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생후 6개월부터 아기에게 간단한 억제 조절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지요. 충동을 조절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 행동을 멈출 수 있게 되는 이 억제 조절 능력은 생후 12개월부터는 놀라운 속도로 발달합니다. (김효원.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 서울 : whale books. 2025. p57.)
그러니 말귀를 겨우 알아듣는 아기일 때부터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방식의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안 되는 일, 기다려야 하는 일을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알려줘야 하지요. 절대적으로 부모를 의존하고 사랑하는 이 시기에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쉬운 길일 것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시기는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인 변연계는 어릴 때 발달하며 생애 초기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걸 경험하게 될 때 부모가 잘 달래주면, 아이의 뇌에서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발달을 촉진하게 됩니다. 이것이 이후의 감정 조절과 행동 조절의 바탕이 됩니다. (앞의 책. p.113.)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분명히 알려주고, 아이가 그걸 내면화하여 스스로 지키게 될 때까지 끈기 있게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하지요. 부모에게는 힘겹고 지난한 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꾸준하게 일관되고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의 뇌는 스스로 조절하고 집중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을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부모의 따뜻하지만 단호하고 일관된 태도는 아이에게는 바람직한 행동 지침이 되며, 나아가 사회적 규범을 스스로 내면화할 수 있게 합니다.
맞벌이하는 대다수 부모는 이 시기를 놓치고 맙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에게 따뜻하고 민감하게 반응해 줄 마음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이와 상호작용을 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부모 역할에 서툴기도 합니다. 부모의 부모가 한집에 살면서 부모 역할에 대해 가르쳐 주던 전통사회의 부모 역할 코칭 시스템은 사라지고 서툰 부모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지나치게 허용적이거나 지나치게 억압적인 부모는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줄 수 없습니다. 아이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는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가르쳐야 한다는 걸 모르고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요구만 하는 부모는 결코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줄 수 없습니다.
자기조절 능력이 결여된 아이를 흔히 무책임하고 도덕성이 없는 아이라고 보기 쉽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교육하는 건 어떤 교사에게나 감정적으로 지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안타까움, 짜증, 미움,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복합적으로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 사랑이나 친밀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는 아마도 어렵겠지요. 모르긴 해도 아이는 자기 부모와도 매일 힘겨루기를 하고, 자주 혼나기도 할 것입니다. 부모도 자기 아이가 힘겹고 사랑스럽지 않다고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아이의 행동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오랜 시간 아이가 경험해 온 관계와 환경이 자기조절과 관련된 뇌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제대로 돕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인 것입니다. 이 아이를 무책임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라고 보기보다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 아이는 뇌 발달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를 바라보는 교사의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내려놓고,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지요.
혼내고 위협하는 방식의 훈육은 아이 뇌의 편도체를 과활성화하기에 자기조절 능력을 기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교사가 부정적인 감정의 상태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고쳐주려 하면 아이의 뇌는 그걸 자신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아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에, 그리고 아이도 감정적으로 편안할 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공격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걸 아이가 알게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마음을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친밀함과 따뜻함을 유지한 채 차분하게 무엇이 왜 안 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충동이나 욕구를 조절하고 바람직한 사회 규범을 내면화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아무리 늦었더라도 지금이 가장 빠른 때입니다. 어릴 때보다 좀 더 힘겹고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더구나 지금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아이는 내내 실패하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아이의 인생뿐일까요. 사회 전체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 보살펴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더 많아지는 사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아이의 뇌는 여전히 자라는 중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마치 통행량이 많아지면 저절로 넓어지고, 통행량이 줄어들면 좁아지거나 사라지기도 하는 요술 도로와도 같습니다.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일관적이고 긍정적이며 반복적인 경험은 아이의 뇌를 변화시켜 신경망의 새로운 연결과 가지치기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와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는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과의 관계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들어야 더 잘 따릅니다. 일관성 있고 신뢰할 만한 따뜻한 어른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아이의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허용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따뜻함과 단호함의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의 존재 자체, 아이의 상황과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따뜻해야 하지만, 규칙, 도덕적인 행동, 책임 등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에는 단호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학급 규칙을 다 함께 정하고, 일관되게 지키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를 일대일로 지도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다 함께 지켜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생활 목표를 정하게 하고, 작은 일이라도 견디거나 해냈을 때 기뻐하며 격려해 주는 게 좋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은 아이의 뇌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할 것입니다.
아이가 미처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했을 때는 실망하거나 야단치기보다, 무엇이 어떻게 조절에 방해가 되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게 해야 합니다.
아이 부모와 신뢰를 쌓고 협력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에, 아이의 뇌 신경망을 변화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서둘러 아이의 부모를 만나고, 이 아이에게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역할 분담을 해야 합니다.
아이가 금방 변화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의 뇌가 자기조절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새로운 연결을 해내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어른들이 먼저 자기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을성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도 지금 곧바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대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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