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연재]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4화](/_next/image?url=https%3A%2F%2Fprod-files-secure.s3.us-west-2.amazonaws.com%2F87851b0b-8d92-4ea3-8da1-23ea16da4308%2F463867ea-da94-4ffa-82a0-1760b2099328%2F%25EC%25A0%259C%25EB%25AA%25A9%25EC%259D%2584-%25EC%259E%2585%25EB%25A0%25A5%25ED%2595%25B4%25EC%25A3%25BC%25EC%2584%25B8%25EC%259A%2594_-004.jpg%3FX-Amz-Algorithm%3DAWS4-HMAC-SHA256%26X-Amz-Content-Sha256%3DUNSIGNED-PAYLOAD%26X-Amz-Credential%3DASIAZI2LB466UUE5VANN%252F20260111%252Fus-west-2%252Fs3%252Faws4_request%26X-Amz-Date%3D20260111T175737Z%26X-Amz-Expires%3D3600%26X-Amz-Security-Token%3DIQoJb3JpZ2luX2VjEA0aCXVzLXdlc3QtMiJHMEUCIE1kvoM%252FGR4TwcIvRyILhz4svOdAb4JmuV%252Blm4wklYuEAiEAzFPxyCYffMMPVan4dZD%252Bg8zyKOeemhSx4cVzxmXRHK8qiAQI1f%252F%252F%252F%252F%252F%252F%252F%252F%252F%252FARAAGgw2Mzc0MjMxODM4MDUiDF0Uwp1q%252FAcGt7AqeircA5A1xxtfsmgXaZgCT9B2%252FW2zRfW%252FSd9CAUtnL805NarSEFs5ZYKvH4YBX%252FIuE9hr5nZJat7o3qgKFsP2Trf1SSajxBf3pMVtcSCqZ3A0HymzMdRjsljgkUYRpaJ0QYkgnoBm5XSGX4FOK9xy1TokPZ975qzyZZPy6o9NsZjZqutxi2ZEzjWRsWccOZ%252F0O%252Bgk8bVjkZl5hiquoq4GZkmiK9N%252BsnVCwBF1T1ljb3OYAT%252FwIoPZnw0AS23qo4f8EDKN1N8ln55wdz%252BKgGS%252FS6S628pSubHDCjbeeShhnEawH1VnCwVOwFnHz9vu2%252Bxs6c1OCsU7iSK3K5GZ47K%252BmPnh4993ByylEPSPkp%252Fdwsot8JKkaubYPXIFyUE29X1cKZGeptomssW8G85a371wwc40yNh4X9ZjbdQT3gZWuIbFQTlI%252FKhc8HsVasDpLj321GM6w%252BkQqh6kotI2Xxe0mmGFTedjC50CK%252FmWHqAkGkkWIIFYOW09wQbrCROd0OZvI%252FKNaNvUyj%252BXtNsLqj9Gh8wbCqCh58lJXszFfjnU7tqDM%252BQDN%252BkQdtBIjCFFj%252BD%252FrJSOsKnu%252FbMPGxgJOy3xrfYLsuyGZdnebpLTDeLopb6RIFem2XP4FCoxNr66SZTxMMmqjssGOqUBdYIRE%252FOkAL7MPr%252FiO79%252Fk%252BXRUfu9FQCnZZkWQSNSqwY92sWhCVXH1T7DPMPYXDYcSjwMz1HnUrLuL3PYlGy%252BzlBMfC9q7wwWVOuzf21ZJ8%252BDxFp24MKekAY3918KqAqq2K0a82dMbg0p6eskYb92TZI%252Bu%252B%252B%252Fu7sD%252BUUwcfbaVK0O2s%252F8jCvxA0rIzp5jVFB0YwK0s%252FHM9JUmpue3OaAeSRR8HgO2%26X-Amz-Signature%3Df2eed2d5f4aa5b3ac7f17a1e91cdc749eed77bb771e33699318984fbe7a2c98d%26X-Amz-SignedHeaders%3Dhost%26x-amz-checksum-mode%3DENABLED%26x-id%3DGetObject&w=3840&q=75)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속도와 꾸준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쓴 수업일기입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수업 장면을 기록하고 연재하겠습니다.

내가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눈을 뜰 수 있게 해주신 송승훈 선생님과 페이스북 메시지를 나눈 내용의 일부다. 보내드린 '수업연재 제1화' 글을 보시고, 차시 구성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학생들은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없으니 송승훈 선생님의 말씀처럼 첫 번째는 연습을 해보고, 두세 번째는 각잡고 깊이 있는 책대화를 하는 게 학생들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미리 물어보니,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수업 시간에 제대로 토의나 토론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분명 비슷한 것들을 해봤으나, 기억을 못하거나 토의토론이라고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답했을 거다. 그럼에도 작년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주로 하다보니 토론 수업 때 입론서와 반론서만 쓰고 실제 토론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관련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실제로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대화도 1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훨씬 효과적인 수업 방법인데... 현실은 이 친구들이 고3 2학기라 최대한 추석 전후에는 계획한 수업들을 마쳐야 한다. 그 이후로 수업이 이어지면 계속해서 모둠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긴다. 추석 직전에는 EBS 수능 완성 교재를 같이 풀기로 했다. 수능 대비를 위해, 2학기 고사를 위해서다.
대안은 본격적인 활동 전에 책대화의 좋은 예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송승훈 선생님은 블로그에 본인이 진행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주고받은 책대화 녹취록을 올려놓으셨다. 이 글들은 그 어느 교과서에 있는 자료들보다 소중하다. 학생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가짜 자료보다 자기 또래들이 만든 진짜 자료에 더 흥미를 느낀다. 학생들이 나눈 책대화의 내용도 훌륭하다. 그래서 선생님께 동의를 구하고 이 자료들의 일부를 내 활동지에 옮겼다.
활동지에 옮긴 책대화 예시는 다음과 같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학생들에게 '책대화는 이렇게 하는거야.',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은 책대화를 하면서 이걸 해줘야 해.', '질문에 답변할 때에는 이걸 주의해줘.'를 알려줘야 했기 때문에 아주 일부분만 가져왔다.

책대화 예문을 인물 별로 역할을 나눠 함께 읽은 후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로 한 인물의 수행을 직접 평가해봤다. 이때 내가 아이들에게 던졌던 질문은 아래 4가지였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면서 학생들이 책대화 질문에 답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책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모둠에서 맡은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질문들에 더해 우리가 읽은 책대화 텍스트는 2차 가공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아마 이 친구들도 실제 책대화를 할 때에는 말을 더듬기도 하고, 질문에 대해 잠시 고민할 시간을 갖기도 했을 거라고, 그러니 교과서처럼 경직된 자세로 대화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같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대화하라고 일러두었다.
모둠 안에는 기술자 한 명과 기록자 두 명이 있다. 기술자는 녹음 어플을 활용해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차후에 이를 텍스트로 2차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기록자는 책대화 과정에서 수기로 대화 내용을 기록해, 기술자가 참고할 수 있는 1차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기술자가 녹음에 활용한 어플은 '네이버 클로바 노트'다. 제1화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어플을 활용하면 AI가 사람 목소리를 듣고, 이를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해준다. 인식률은 80~90% 정도가 되니 선생님들과의 중요한 회의에서도 이를 활용하면 좋다.(내가 학생부 일을 했을 때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을 이 어플로 썼으면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학생들은 약 30~40분의 시간 동안 총 4가지의 질문들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책대화를 할 때 심화질문을 하게 했으니,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질문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모둠이 2~3개의 질문을 가지고 책대화를 진행했다. 책대화 수업이 끝나고, 생각보다 재밌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간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 모둠은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책 중 김경일 교수의 '행복의 척도'라는 인터뷰 글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책대화를 나눴다. 김경일 교수의 핵심 메시지를 경박하게 정리하자면 '코로나 이후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이제는 원트(사회적으로 우리가 추구하길 바라는 목표)가 아닌 라이크(내 내면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목표)를 찾아야 한다.' 정도로 요약할 있다. 이 모둠이 만든 질문은 아래 총 네 가지인데 그 중 앞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이야기 나눈 녹취록을 소개한다. 학생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이 모둠은 질문을 참 잘 만들었다. '개성을 찾아주고 이것을 성장시켜줄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비교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책의 핵심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삶과 잘 연결되어 있는 질문들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주지 않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김경일 교수가 '우리는 행복을 위해 라이크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하는 말을 보고, '참 훌륭한 말이지,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능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답변을 할 때에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답변을 할 때 휴대폰으로 관련 내용을 검색하기 보다는 자신이 이미 알고있고,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답변하라고 했더니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비추어 생각을 마련했다. 질문의 초점에 벗어난 답변을 하는 학생도 보인다. 마지막 '가연'의 답변은 질문자가 생각한 비교의 의미가 아닌 혐오와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고 답변한 것 같다.
친구의 답변을 듣고 심화질문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현서'는 '수정'이 첫 번째 질문에 자유학년제 수업에서 소수를 위한 수업도 개설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그렇게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질문했다. 내가 책대화에서 학생들에게 바랐던 모습이기도 한데, 이렇게 하면 서로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한 답변 내용을 읽고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네 학생 모두가 우리나라는 비교 없는 성장이 불가능한 사회라고 이야기한 데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 친구들이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고3 학생들이니.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 후 다음 수업을 하실 선생님이 복도에 나타날 때까지 책대화를 했다.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이 다음 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책대화를 지켜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어제 책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희가 고3이 아니라 고1이나 고2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어. 처음 해보는 거라 많이 어색한 친구들도 보였고, 시간이 부족해서 질문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모둠도 보였어. 그래서 너희가 선생님이랑 수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두 번, 세 번 이 책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선생님도 너희의 대화에 들어가서 같이 대화하고 싶었어.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너희가 원한다면 각종 북클럽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책대화를 할 기회가 많이 있어. 선생님은 그 모습을 못보겠지만 너희는 어제의 경험을 잘 기억해서 앞으로도 좋은 대화에 참여해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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