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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파이스쿨과 함께 특별했던 수업캠프

루트파이스쿨과 함께 특별했던 수업캠프

- 제4회 나무학교 수업캠프 체험기

특별한 수업캠프를 위한 준비
6월에 예정되어 있었던 제4회 수업캠프가 코로나19 사태로 8월 1일 토요일로 미루어졌다. 감염 예방을 위해 인원 또한 100명에서 30명으로 축소되었고, 신청을 시작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마감되었다. 역량과 공간에 대한 루트파이스쿨의 철학을 직접 경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최대한 많은 나무학교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2차 방문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루트파이스쿨 기관을 탐방하고 대표님과 프로그램 조율을 하기 위해 7월 11일 교육부 심대현 연구사님과 신당고 이광현 선생님, 영인중 문진아 선생님과 함께 사전탐방을 다녀왔다. 우리는 정종욱 대표님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역량 수업 그리고 단순히 진학을 목표로 했던 강의식 수업의 변화를 위해 루트파이스쿨이 줄 수 있는 영감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말씀드렸다.
대표님은 대화 속에서 브레이너리메이커스 주식회사의 설립 계기와 루트파이스쿨의 목적 그리고 공교육과 핵심역량, 교육 공간 혁신, 인공지능 교육, 온라인 수업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을 말씀하셨다. 모든 말씀에는 대표님의 화려한 경력과 경험에서 나온 힘이 실려있었다. 루트파이스쿨로 이동하는 길에 심대현 연구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전탐방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음을 실감했다.
드디어 8월 1일, 천안시청에서 아침 8시에 모이기로 한 수업캠프 참가자 선생님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오셔서 일을 돕고 계셨다. 나무학교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획하고 운영했던 기존의 수업캠프와 달리 이번 수업캠프는 실무 부담이 적었지만, 운영팀이든 아니든 작은 일도 나누어 돕는 나무학교 선생님들의 에너지는 언제 봐도 놀랍다.
수업캠프의 시작
2시간 정도 달리니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홍릉로에 자리한 루트파이스쿨 본사에 도착했다. 루트파이스쿨은 2층에 있었지만, 오전 강의는 1층에 있는 아트홀 세미나실에서 진행되었다. 대표님께서는 사전탐방에서의 대화를 정리하여 선생님들에게 영감을 드릴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설명하셨다. 대표님은 루트파이스쿨의 역사부터 차근히 소개하셨다.
“루트파이스쿨의 역사는 세월호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배운 지식을 왜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되었나 하는 질문부터 시작되었죠.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이 퍼포먼스(행동)로 나타나지 않으면 살아있는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건강한 지식의 신체를 만들고 싶었고, 행동할 줄 아는 아이들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루트파이스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매주 2개씩 새로 회의하고³ 만들어냅니다. 우리 공간에 나오는 아이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이 지금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쉽게 성공하지 못하고 짜증 낼 때도 있습니다. 이 짜증은 다음 학습을 필요로 하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미 했던 것은 하지 않습니다. 매번 도전하고, 새로운 과제로 아이들에게 몰입의 기회를 줍니다.”
“저희는 메이커 교육을 하지만, 미래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인공지능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확률과 표준편차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코딩과 아두이노, 인공지능 교육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공지능 교육은 바로 데이터와 과학, 수학, 예술, 사회 교육입니다. 이미 선생님들께서 하고 계신 수업이 아이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입니다.”
정종욱 대표님과 루트파이스쿨 튜터들은 아이들이 ‘배’ 하나를 만들 때 필요한 배 관련 역사와 과학, 수학, 사회 지식을 가르치고 직접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매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 만들고 계셨다.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평가 가능한 ‘역량’과 ‘메이커 교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미래 역량 4C는 30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저에게 터무니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측정할 수 없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접 측정할 수 있고 결과로 검증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르칩니다. 루트파이스쿨의 핵심역량은 약자로 REACH입니다. ‘Resilience’,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가. ‘Engagement’, 아이들 스스로 배울 것을 정하고 몰입하는가. ‘Attitude’, 긍정적이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가. ‘Confidence’,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하는가. ‘Habituation’, 이 모든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가. 역량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도전의 기회를 계속 주고, 평가하는 말을 쉽게 하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와 진보를 생각했을 때, 인류의 수많은 불확실성을 해결한 것은 불을 만들고 벽화를 그렸던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이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생택쥐베리 프로젝트는 비행기 조종사를 했던 문학 작가가 되어 왜 비행기를 사랑했고, 어떤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지 생각하고 상상한 후 직접 만들어봅니다. 배운 것들을 연결하여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실천하는 아이들이 메이커가 됩니다.”
우리가 루트파이스쿨 공간을 방문했을 때, 교육 공간 형태는 여느 학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실망스러웠다. 학교 공간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정종욱 대표님 말씀을 듣고 나니, 단순히 변화를 위한 변화를 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성찰하게 되었다.
“저는 코로나19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제 교육청 관계자들이 덴마크나 핀란드를 안 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인구가 400만인 나라의 교육이 잘 되었다고 우리나라 선생님들에게 강요해봤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학교 공간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를 카페로 만들면 안 됩니다. 카페의 테이블 간 간격은 1m 이상을 유지합니다. 학교는 전체 공간이 7m 이내입니다. 애초에 많은 학생이 함께 학습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맨 뒤 친구들에게까지 들려야 한다면, 그리고 그 말씀이 다른 교실에까지 전해지지 않으려면, 폐쇄적이고 독립적이며 방음에 신경써야 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영국에서 아케이드 방식으로 모든 교실 벽을 유리로 만든 후 가운데 공간을 개방해봤습니다. 3달만에 개방된 공간 사이에 벽이 생겼고, 유리를 가렸습니다. 오픈 스페이스 교실도 실패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방향의 공간 혁신을 바라고 있습니다.”
1시간 반동안 이어진 정종욱 대표님의 강의 후에 나무학교 이우경 선생님과 박준일 선생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두 선생님은 학령기 전의 아이들에게 개인차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교육 공간에서 무언가 만들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아이들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셨다. 정종욱 대표님은 두 질문에 대해 부모님과의 관계가 학령기 전 아이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하셨고, 학원의 한계를 인정하고 여기서 배운 경험을 통해 학교에서 실제 삶과 연결하는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하셨다.
강의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며 나무학교 선생님들은 각자 의미있다고 느꼈던 지점에 대해 대화하시기도 하고 기대나 생각과는 달랐던 루트파이스쿨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시기도 하셨다.
프로젝트 경험하기
오후에는 기다려왔던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했다. 30명의 선생님들은 3명씩 10개의 모둠을 만든 후 5개 모둠은 동적인 프로젝트를, 5개 모둠은 정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동적인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프로젝트였다. 3명의 선생님들은 생명체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모터를 통해 움직이는 팔이 달린 RC카를 만들어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재료는 건전지, 2가지 종류의 모터오 전선, 하드보드지, 골판지, 나무막대 등이었다. 우리가 흔히 학교에서 구입하는 만들기 키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모둠원들의 디자인과 구현 방법에 따라 그 모양과 기능은 다양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재료로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 공을 집어서 떨어뜨릴 수 있는 팔을 만들어야 했고,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벽에 부딪혀도 무리가 없는 RC카를 만들어야 했다.
정적인 프로젝트는 ‘상상력 발휘’에 집중하는 프로젝트였다. 유명한 친환경 건축물을 재해석하여 폴더블 하우스(접혔다가 펼치면서 공간이 확장되는 집)을 만들어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재료는 다양한 종류의 종이와 나무막대, 회전이 가능한 똑딱이 버튼 등이었다. 우리는 이 재료를 활용하여 접거나 밀어낼 수 있는 벽으로 이루어진 집을 만들어 공간을 확장하여 활용하거나 혹은 집을 접어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했다.
만들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모두 에이포 용지와 연필을 받았고, 디자인을 먼저 해야 했다. 대표님과 튜터는 디자인하는 과정을 매우 강조하셨다. 튜터는 우리의 디자인을 보며 실현 가능할지 함께 논의해주는 역할을 하거나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해 칭찬하는 역할을 하거나,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빠르게 눈치채고 힌트를 던져주는 역할을 했다.
신기하게도, 모둠별로 팔의 모양과 자동차 모양이 모두 달랐다. 양면테이프를 붙인 나무막대로 공을 붙이고 떼는 팔, 작은 주머니에 문을 만들어 공을 밀어 넣었다가 아래로 기울여 빼내는 팔, 플라스틱 반구 두 개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공을 가뒀다가 빼내는 팔, 2개의 나무막대가 집게처럼 공을 집었다가 떨어트리는 팔 등 모두 다른 모양이었다. RC카를 시험 운전한 후 어느 부분에 범퍼가 더 필요한지 파악하고 수정을 거치기도 했다. 프로젝트 성격처럼 매우 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정적인 프로젝트를 하는 모둠에서는 집을 만들기 전에,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를 먼저 이야기했다. 텃밭을 가꾸는 집, 많은 사람이 모여 파티를 할 수 있는 집, 인생 주기에 따라 필요한 방의 구조와 수 등을 논의하면서 집의 형태를 구체화해나갔다. 재료의 성격을 파악하고 꼼꼼하게 길이를 재서 자르고 붙였다. 길이가 맞지 않아 집의 움직임이 어려우면 다시 잘라서 끼워보는 등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집을 완성해나갔다. 자리에서 많이 이동하지 않고 모둠원들 사이에 끊임없이 차분한 대화가 오갔다. 정적인 탐구 분위기 속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오히려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물론, 힘들긴 했다) 보통 루트파이스쿨에 방문하는 아이들도 기본적으로 2~3시간동안 집중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한다고 한다. 너무 쉽지 않아 도전적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아 새로웠던 과제였기 때문에 흥미와 집중을 잃지 않았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빛나는 발표 시간이었다. 동적인 프로젝트 결과 먼저 발표했다. 모든 모둠의 발표 맥락은 ‘문제 해결’이었다. 우리 모둠에서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다양한 원리와 모양을 가진 팔과 자동차를 만들게 되었는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어떻게 수정했는지 설명했다. 우리가 만든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얼마나 문제 해결을 잘 해내는지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으로 정적인 프로젝트 결과 발표를 들으면서 꽤 놀랐다. 동적인 프로젝트와 달리 ‘상상력’에 집중했던 폴딩 하우스 프로젝트는 선생님들의 꿈, 인간에 대한 이해, 생애주기에 따른 생활의 변화 등을 담고 있었다. 발표에서도 만들기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보다는 텃밭을 가꿀 수 있고 채광이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 나무학교 선생님들을 초대했을 때 집을 쉽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 아이들이 컸을 때 이사하지 않고도 더 넓은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표현하였다.
모든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나무학교 선생님들끼리 의견을 나누었을 때, 모든 과목에서 만들기를 하기는 어려우므로 메이커 교육에 대한 열망보다는 ‘수업 기획’ 그리고 ‘눈에 보이는 역량’에 대해 더욱 의미를 두었다. 2주 동안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직접 실천해본 후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시는 대표님과 튜터들의 노력을 보며 우리의 수업과 교실을 성찰했다. 그리고 스스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역량’,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 등 눈에 보이는 역량을 길렀는지 확인했다. 기술을 만들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역사와 윤리, 사회, 의사소통과 같은 인문계열 지식과 기능도 반드시 필요함을 배웠다. 배움 중심 수업을 위해 교실의 형태가 반드시 변화할 필요는 없음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공교육 기관인 학교로 돌아가 교실에서 어떤 수업 실천을 할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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