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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동아리에서 분리배출 말고 또 뭘 할 수 있을까?

환경 동아리에서 분리배출 말고 또 뭘 할 수 있을까?

- 2022학년도 온양여자고등학교 꿈그린 동아리 이야기 -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1. ‘환경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환경이라는 단어를 보고 우리가 가장 먼저 연상하는 이미지는 플라스틱, 분리수거, 분리배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 지구온난화, 북극곰과 같은 단편적인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학교는 학생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을 가르친다. 이 덕에 우리나라의 분리수거 비율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지구 위에 살아가는 현세대가 당면한 위기 상황을 감안한다면, 분리배출 교육만으로는 다음 세대의 행복한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지구는 작은 변화가 있더라도 다시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 시스템에도 한계가 있어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의 단계를 의미하는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과거의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16개의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 중 그린란드 빙상 붕괴, 남극 서부 빙상 붕괴, 광범위한 영구 동토층 해빙, 래브라도해의 대류 붕괴, 전세계 열대 산호초 소멸 등 5가지 지표에 대해 티핑 포인트에 임박했거나 이미 지났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지표들을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잘 알 수 있는 비유가 있다. 한 연못에 백합이 있는데, 이 백합은 매일 2배씩 증가한다. 그러다, 30일이 지나면 연못은 백합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그렇다면, 연못의 반을 채우기까지는 며칠이 필요할까? 15일? 아니다. 29일이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산술급수적으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기후위기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우리는 이 연못의 29~30일 사이에 살고 있다.
요즘은 과학자들의 경고가 어떤 의미인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다. 2020년 여름에 발생한 집중 폭우로 당시 내가 살고 있는 아산시에는 큰 피해가 있었다.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의 집은 완전히 침수되었고, 이웃 두 명이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했다. 2022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동해안에서 10일 동안 산불이 발생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불이 한울 원자력 본부와 불과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번져 모두가 불안을 느꼈다. 지금은 이상고온이 지속되다 갑자기 한파와 폭설이 발생했다 다시 따뜻해지는 겨울을 지내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가끔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아내의 뱃속에 있는 내 아이를 생각하면 미안함과 두려움에 펑펑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국어 교사이지만 학생들과 ‘환경’을 이야기하고 함께 배우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한 명의 지구생태시민으로서 학생들과 우리는 하나뿐인 지구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라고, 우리 몸이 순환계와 호흡계, 소화계 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시스템인 것처럼 지구도 시스템으로 작동한다고, 그리고 각각의 시스템인 인간과 생태계와 사회체계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연결되어 있다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이것이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환경을 주제로 ‘꿈그린(Green) 동아리’를 만든 이유다.
▲ 영구동토층 해동과 지구 시스템의 양의 되먹임

2. 어쩌다 꿈그린(Green) 동아리

개학날이 되자마자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집에서도 원격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동아리원을 모집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문제는 우리 학교가 개학날부터 2주를 동아리를 구성하는 기간으로 잡아두었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1, 2학년 학생들 중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찾아 함께 동아리를 홍보하고 면접을 진행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학생들은 환경 동아리의 존재를 모른 채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고 말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랴부랴 동아리 홍보 포스터를 각 반 담임 선생님들께 쿨로 안내했다. 혹시 아직 활동할 동아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으면 가입할 수 있도록 독려를 부탁드렸다. 다행히 15명의 1, 2학년 학생들이 가입해주어 동아리 개설에 성공했다. 다른 동아리로부터 면접 탈락 통보를 받고 갈 곳이 없어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나에게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입 신청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 앞으로 독서, 캠페인, 봉사활동, 팟캐스트 제작 등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고, 이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음을 안내하고, 그럼에도 꼭 동아리에 들고 싶다면 열심히 해보자고 이야기해줬다.
▲ 동아리 홍보 포스터
▲ 2022 꿈그린 동아리 학생들

3. 동아리 활동 소개

가. 관계 세우기

동아리원 모집 과정이 쉽지 않았다보니 초반에 동아리 안의 관계를 세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만남에는 간단히 환영 인사를 하고, 학생들을 세 팀으로 나누어 교실 올림픽을 진행했다. 열심히 게임들을 한 후에는 한 명씩 돌아가며 활동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기장과 부기장을 선출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대부분 수줍음이 많아 초반엔 어색한 분위기가 교실을 지배했지만 게임을 하나 둘 진행하며 대화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바쁘게 여러 게임들을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 올림픽 종목>
인간 빙고 게임
교실 초성 게임
병뚜껑 게임
실내화 날리기 게임
인간 빙고 게임은 전체 학생들이 함께 하는 활동이다. 가로 4칸, 세로 4칸, 총 16칸으로 이루어진 빙고판에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 ‘동아리 면접에서 떨어져 본 사람’, ‘환경 책을 한 권 이상 읽어 본 사람’ 등의 특징들이 적혀 있다. 학생들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다른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해당 특징을 가진 학생의 이름을 칸에 적으며 빙고를 완성한다. 먼저 특정 개수의 빙고를 완성한 학생이 나오면, 어떤 학생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교실 초성 게임부터는 팀 경쟁으로 진행했다. 이 게임은 교사가 제시한 초성에 해당하는 물건을 교실에서 찾아 교사에게 가져오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ㄱㅇ’을 초성으로 제시하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거울’을 찾아 교사 앞으로 가져오면 된다.
병뚜껑으로는 두 가지 게임을 진행했다. 첫 번째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하는 병뚜껑 날리기 게임이다. 책상 두 개를 세로로 붙여 놓고 병뚜껑을 책상 끝에 가장 가깝게 손가락으로 튕긴 순으로 점수를 줬다. 책상 위에 네모로 색깔 테이프를 붙이고, 그 안에 최대한 많은 병뚜껑을 넣는 방식으로 게임을 변형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병뚜껑 빠릴 뒤집기 게임을 했다. 병뚜껑 안쪽에 1부터 15까지 숫자를 써 놓고, 숫자가 보이지 않게 병뚜껑을 책상 위에 섞어 놓은 뒤 최대한 빨리 1번 병뚜껑부터 15번 병뚜껑까지 순서대로 나열하는 게임이다. 시간을 재서 가장 빨리 병뚜껑을 나열한 모둠별로 점수를 줬다.
마지막으로는 실내화 날리기 게임을 했다. 교실 안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천장을 맞추는 경우 감점을 크게 했다. 또 단순히 멀리 날리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표적으로 해서 의자 다리를 맞추면 300점, 의자 위에 올리면 500점, 의자 등받이를 맞추면 200점, 의자 등받이 위에 올리면 1000점처럼 어디를 맞추냐에 따라 점수를 달리했다.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게임이라 학생들이 가장 몰입했던 것 같다.

나. 물꼬 트기

동아리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상의하여 머리보다는 몸으로 하는 활동들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4월 22일 교내 지구의 날 캠페인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해상 원유 유출 사건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 퀴즈 제작을 위해 학생들이 참고한 책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던 시기라 캠페인 행사는 온라인으로 구글 설문지를 활용해 퀴즈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질 높은 퀴즈들을 만들 수 있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서 내용이 흥미롭고 쉬운 편에 속하는 책들을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모둠원들과 책을 훑어가며 20개 정도의 퀴즈를 제작하고, 오답과 정답에 대한 해설을 만들었다.
▲ 지구의 날 퀴즈 예시
나는 학생들이 제작한 퀴즈를 검토해 교내의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문자로 발송했다. 환경 관련 수업을 하시는 전국 선생님들이 모인 단톡방에도 링크를 공유해 다른 학교의 선생님들도 퀴즈를 풀고 수업에 활용하실 수 있게 했다. 이날 총 131명이 퀴즈를 풀었고 이 중 몇 명을 무작위로 뽑아 상품을 전달했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제로웨이스트 샵을 찾아 상품을 선정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지구샵이라는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여행 꾸러미를 상품으로 하겠다고 했다.
▲ 지구샵에서 구입한 제로웨이스트 여행 꾸러미
6월에는 플로깅 캠페인을 했다. 플로깅은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으로 스웨덴어 plocka upp(이삭을 줍는다)와 영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이다. 학교 주변에는 마땅한 산책로가 없어 우리 동아리는 학교 앞의 골목길을 돌며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날씨가 매우 더웠기 때문에 집에서 텀블러를 꼭 가져오라고 안내했다. 캠페인을 마친 후 카페에 가서 텀블러에 시원한 음료를 담아 마시기 위해서다. 모든 학생들이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해 많이 놀랐다.
▲ 플로깅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카페 음료를 담은 텀블러
쓰레기들을 모은 후에는 손으로 쓰레기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어떤 유형의 쓰레기들이 길가에 그냥 버려지는지, 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살피기 위해서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플라스틱 쓰레기는 많지 않았으며, 있다 하더라도 버려진 지 오래된 것들이었다. 한편, 편의점 주변에서 과자 봉지, 종이컵, 마스크와 같은 학생들이 버렸을 가능성이 높은 쓰레기들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 학생들이 분류한 쓰레기들
분류한 쓰레기들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우리가 환경 동아리로서 학교 안팎으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학생들은 내가 처음 제안했던 환경 사건 팟캐스트 제작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아직 환경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1학기에는 공부를 하고, 2학기에 팟캐스트를 제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뙤약볕 아래에서 쓰레기를 줍고 손수 분류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올해 동아리 활동은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다. 탐구하기

우리는 5월부터 환경 책을 함께 읽었다. 『십대를 위한 기후변화 이야기』(반기성, 메이트북스, 2022.)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폭염과 대홍수, 해수면 상승, 사막화, 대형 산불 등의 재해가 어떻게 일어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폭넓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서술이 어렵지 않고, 학생들이 각자 관심 있어 하는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제시되어 있어 좋았다.
모둠별로 두 개씩 챕터를 골라 함께 읽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두 시간 동안 자기 모둠이 맡은 부분을 읽고, 모둠원과 협력하여 내용을 큰 종이에 요약했다. 나는 이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 TV 화면에 띄우고 학생들은 모둠별로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나눴다. 모둠별로 두 챕터를 골랐으므로, 결과물도 두 장씩이다. 이 활동을 통해 인간과 생태계, 사회체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인간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로 인한 인류의 미래는 어떠한지를 구체적인 사건이나 데이터를 근거로 이해하길 바랐는데 몇몇 학생들이 환경 문제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이상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것 같았다.
▲ 환경 책 요약하기 결과물
책도 좋지만 우리 지역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활동가를 직접 만나면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들의 동기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환경교육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참여/소통–강의요청 탭에서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 교육사님의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강의 목적, 대상, 시간 등을 담아 신청서를 작성하면 일주일 안으로 교육사님을 연결해준다.
▲ 환경교육포털 사이트
강의를 요청할 때 무엇을 하는 동아리인지, 학생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이해도는 어떤지 소개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시스템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청소년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강의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렸다.
환경 교육사님은 1800년대 이후 지구의 온도를 나타낸 스펙트럼을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하셨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환경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고, 자기의 진로와 환경 문제 간의 관계를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강의 후에는 보드 게임을 하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사회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 환경 교육사님의 강의
▲ 환경 보드 게임하는 학생들

라. 결과물 만들고 공개하기

이제 2학기가 되었다. 부지런히 환경 사건 탐구 팟캐스트를 제작해야 한다. 목표는 모둠 당 에피소드를 두 개씩 제작하는 것이었는데 환경 사건을 선정해 이를 청취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하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하나씩만 만들 수 있었다.
모둠 토의를 진행하고 중간 결과물들을 보관하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노션 안에 동아리 담벼락을 만들고 모둠별로 작업실을 꾸며 놓았다. 작업실 안에는 환경 사건을 선정하고, 요약하고, 질문을 생성하고, 팟캐스트 대본을 작성하는 게시판들이 있다. 작업실 밑에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 사건들에 대한 기사문을 모아두었다. 환경 사건들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모았다.
노션은 구글 문서처럼 동시에 여러 명이 한 페이지에 접속해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드래그&드롭 기능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추가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있고, 댓글 기능이 있어 다른 사람이 작성한 내용에 질문이나 피드백을 달고 소통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대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워했던 것 중 하나는 환경 사건과 관련한 전문 지식을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일이었다. 어떤 지식을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학생이 청취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하면, 다른 학생이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또 설명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식으로 활발히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이걸 어려워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중심으로 피드백을 많이 해줬다. 또 학생들도 다른 모둠의 중간 결과물을 보고 댓글을 달도록 안내했는데, 이때 청취자의 입장에서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지, 전달 방식이 흥미로운지를 초점으로 하여 살피도록 했다. 학생들은 팟캐스트라는 미디어 매체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팟캐스트 채널과 유사한 채널들을 한 시간 동안 함께 들어보는 시간도 있었다.
▲ 노션 꿈그린 동아리 담벼락
▲ 동아리 담벼락 모둠별 작업실
대본 초안 작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녹음 전에 모둠 안에서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간도 결과물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눈으로 읽을 때에는 아무 문제없는 것 같지만 소리 내어 읽으면 리듬이 맞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표현이 너무 많은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여기까지 하면 팟캐스트를 녹음할 준비가 끝난다.
동아리 시간만으로는 네 모둠이 녹음을 마치고 후속 활동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녹음은 점심 시간에 진행했다. 모둠별로 녹음 날짜를 달리 해 점심 시간에 도서관 디베이트룸에서 1시간 정도 녹음을 했다. 녹음 장비는 ZOOM H6라는 녹음기와 TASCAM TM-80이라는 마이크 4대를 구입해서 썼다. 모두 구입하는 데 100만원 정도 필요한데 우리 학교에는 환경 동아리와 독서 토론 활동을 위한 예산이 넉넉해서 예산 부족 문제는 없었다.
▲ 팟캐스트 녹음을 마친 학생들
녹음을 마친 학생들이 음성 파일을 가져다주면 내가 Audition 프로그램을 활용해 녹음본을 다듬고 인트로, 아웃트로 음악을 추가하는 작업을 했다. 꼭 어도비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괜찮다. 또 대본이 있어도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녹음을 다시 시작할 때 녹음기를 껐다가 다시 켜는 게 아니라 이어서 녹음을 하되 다시 시작하는 지점에서 박수를 치게 하면 음성 편집이 훨씬 수월하다. 박수를 친 부분에서는 음파가 뾰족하게 솟아 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 않아도 파형을 보고 실수한 부분을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완성된 파일을 팟캐스트 전용 플랫폼에 탑재하면 된다.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팟빵이라는 플랫폼에 네 개의 에피소드를 탑재했다. 그리고 학교 동아리 축제에서, 학교 통합 문자 시스템을 통해 교내 구성원들에게 홍보했다. 나는 따로 나무학교 선생님들과 환경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모인 단톡방에도 링크를 공유했다.
▲ 꿈그린 팟캐스트 채널
현재 환경 공학과에 재학 중인 본교 졸업생에게는 동아리 시간에 후배들을 만나 피드백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고맙게도 네 편의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친절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줬다. 동아리 학생들이 다룬 환경 사건들을 보다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학 생활을 하며 9.24 기후 정의 행동에 참여한 이야기, 농사 동아리에서 무농약으로 배추 농사를 짓고 김장을 한 이야기, 동해안 산불 이후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만난 이야기 등 살아서 꿈틀거리는 경험들도 들어볼 수 있었다. 피드백을 듣다 보니 1년 간의 동아리 활동에서 아쉬운 점들이 마구 떠올랐다.
▲ 팟캐스트를 듣고 피드백 중인 졸업생

4. 동아리 활동을 마치며

어떻게든 꾸역꾸역 팟캐스트라는 결과물까지 만들어 내고,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참 대견하다.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 환경과 관련해 지식도 깊어지고, 관심도도 높아진 것 같다. 무엇보다 15명으로 시작한 동아리가 오히려 인원수가 한 명 더 늘어 1년을 마쳤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을 생각하면 수도 없이 많다. 그 중 가장 아쉬운 것 두 가지는 학생의 주도성이 내가 원하는 만큼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 결과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심적 공감을 충분히 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경 사건 팟캐스트라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선택지들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 먼저 어떤 활동들이 필요하고, 하고 싶은지를 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의사를 먼저 묻고, 그걸 바탕으로 동아리 활동을 설계했다면 결과물의 질과 상관없이 동아리다운 동아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건 나의 탓이 크다. 학생들도 처음 해보는 활동이지만 나 역시 처음이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얼마 전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이재영 교수님과 환경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뒤통수를 딱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 교수님은 환경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수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와 다른 존재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만남이 필요하다. 내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죽어가는 산호초를 만났고, 어릴 적 집 마당에 심은 작은 매실 나무가 해가 지날 때마다 두 뼘씩 자라는 것을 지켜본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과 우리 지역 제로 웨이스트샵을 찾아가 사장님과 만나거나, 기후의 변화로 인해 농사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끼고 있는 지역 농부와 만나거나, 아직 과거의 홍수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마을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쉽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다시 환경 동아리를 운영한다면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좀더 능숙하게 학생들을 지원하고 함께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살짝 욕심을 내자면 1년 동안 함께 했던 학생들 중 몇 명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 자기의 자리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인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박준일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연대하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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