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교실 8기 졸업 후기
오은주(공주생명과학고 전문상담교사)
1. 졸업식을 맞이하며
“얘들아~ 엄마 오늘 졸업식 갔다 올게!”
“엄마! 무슨 졸업식을 해?”
“엄마 나무학교 성장교실 다녔잖아. 오늘은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고 열공했으니까 졸업식하러 가는 거야. 점심 챙겨놨으니까 아빠랑 오빠랑 밥 잘 먹어! 엄마 다녀올게.”
이렇게 졸업식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엄마 바라기 딸이 한 달에 한 번의 토요일을 온전한 엄마의 하루로 기꺼이 양보해주어 성장교실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졸업식은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도 노고를 치하하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부릉부릉~~ 이웃 마을에 사는 나무학교 고인물 인치선 선생님을 픽업해서 북일여고로 향했다. 픽업이 뭐 별거라고…. 쇼핑백에 고구마를 챙겨오신 인치선 선생님! 달콤 포근한 고구마를 매개 삼아 나와 인치선 선생님의 따끈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2017년! 5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나는 파릇파릇한 새내기 인치선 선생님을 만났다. 그 인연으로 나무학교도 알게 되었으니 우린 수다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좌충우돌 우리의 학교생활 적응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폭풍 수다를 떨다보니 드디어 북일여고 멀티실에 도착했다.
2. 성장교실 활동 영상 시청
졸업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많은 나무학교 선생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리고 ‘오잉~ 이건 뭐지? 이 귀여운 학사모 머리핀은 뭐야? 역시 센스 넘치는 나무학교! 이런 건 인증샷을 남겨야 해.’ 머리에 학사모 핀을 꽂은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보내 본다.
드디어 본격적인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활동 모습이 담긴 동영상 시청하기! ‘와…. 이 동영상은 또 언제 만드셨을까?’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우리 성장교실 8기 선생님들의 활동 모습이 영상에 차곡차곡 담겨있었다. 영상 속 우리는 즐겁게 열정을 불태우며 반짝이고 있었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며 자발적으로 성장교실에 참여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배우기 위해 애쓴 우리가 새삼 대견스럽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매월 성장교실 운영을 위해 우리를 지원해주신 운영진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 몽글몽글 느껴지는 감동, 중간중간 재치 있는 동영상의 멘트에 깔깔거리며 웃다보니 어느덧 동영상이 마무리되었다.
3. 나무학교 그 이후(작은숲, 소모임 소개)
나무학교 성장교실을 졸업하고 우리는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성장교실 그 이후에 대한 길을 안내받는 시간이 주어졌다. 우선, 나무학교의 ‘작은숲’은 여러 공동체를 연결하고 교육을 실천하는 운영팀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우리가 참여한 성장교실은 작은숲의 교육팀이 이끌어 주셨으며, 이 교육팀 외에도 기획팀, 편집팀, 협력팀이 있으니 추후 작은숲 모집 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홍보를 해주셨다. 성장교실을 넘어 나무학교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기다려 주다니! 역시 오픈 마인드의 매력적인 나무학교다.
이어서 소모임 소개 시간. 소모임 선생님들께서는 소모임 소개 자료를 비롯한 간단한 활동 자료까지 챙겨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사실, 나무학교 수업축제 때에도 소모임 홍보 부스는 있었지만 그때는 각자 맡은 역할에 바빠 둘러볼 시간이 빠듯했다. 그런데 졸업식의 소모임 소개는 그에 비해 시간도 마음도 여유로웠다. 우리는 각자의 관심 소모임에 다가가 해당 소모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직접 질문하며 성장교실 이후 배움을 어디서 이어나갈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4. 성장한 나의 나무, 그리고 나이테
색지에 나의 나무를 그리고 나이테에 나를 담아보았다. 1년 동안 활동했던 성장교실을 떠올리며 기억에 남는 활동과 배운 점, 변화된 점, 실천할 점을 나이테에 그리면서 나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활동이었다.
‘나도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즐거움의 욕구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무학교 모꼬지에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다. 색깔판 뒤집는 게임에 팔다리가 아플 정도로 배연진 선생님과 불꽃튀는 대결을 해서 배연진 선생님과는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미니체육대회도 신나게 참여하며 두근거리는 내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구름다리에서 이성이 만나면 더욱 호감을 갖게 될 확률이 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래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구름다리에 있다보면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그때 이성을 보게 되면 그 두근거림을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무학교 성장교실에 대한 나의 호감은 시작부터 말릴려야 말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상담교사가 성장교실에서 신문물을 배웠으니 그것은 바로 에듀테크. 신나게 배워서 6월 상담팀 활동 때도 써먹고 무척 뿌듯했다.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바로 성장교실 공부를 통해 공부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진 점이다. 소진되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성장교실은 해보자 하고 나를 다독이며 시작한 성장교실이었다. 그런데 성장교실을 통해 내가 채워지고 더욱 공부하고 싶어지다니! 이것이 공부의 보람인가 보다.
뿐만 아니라 운영진 선생님들 덕에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기에 나도 누군가의 배움에 기여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꿈틀거림을 내려놓지 않고, 무엇을 더 탐구할 것인지 어떤 기여를 하며 교직 생활을 이어나갈 것인지 구체화하는 방법을 이번 방학 동안 고민해 보고 실천해 보아야겠다.
5. 성장교실 졸업장 수여식
졸업장을 만들기 위해 졸업식 한 달 전쯤이었을까? 졸업장에 들어갈 문구를 작성해 달라는 문진아 선생님의 단톡이 있었다. 허투루 작성하기 싫어 미루고 있다가 애들을 재우고 ‘나는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며 문구를 작성해 보냈다. 그런데 작성하고 보니 자성예언처럼 느껴져 아침이 됐는데도 머릿속에 맴도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아쉬움이 남는 문구가 자꾸 떠올라 문구를 수정해달라고 메시지까지 보내는 극성을 떨었다.
대망의 졸업장 수여식! 졸업식 배경화면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있었고, 졸업장을 받는 선생님이 호명될 때마다 주인공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이 사진을 하나하나 다 찾아서 편집했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감사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는 그 감사함을 가슴에 품고 따뜻한 졸업식에 참여했다.
다들 고민하며 작성했을 내용이 정성스럽게 담겨있는 졸업장 수여식. 우리 성장교실 8기 선생님들은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나는 은행나무 오은주로서 졸업장을 받았다. “서로 마주 보며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처럼 인간적인 마주함으로 내면의 열매를 맺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것이 내 졸업장에 새겨진 문구이다. 상담교사로서 나의 지향점을 담아낸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런 상담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6.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성장교실을 통해 그 큰 걸음을 보고 배웠다. 나 혼자서는 생각조차 못 했던 영역, 너무도 방대한 학습의 분량을 서로 묻고, 배우고, 가르치며, 교육 현장에서 유익하게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보태 큰 걸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큰 걸음을 걷기 시작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나부터 시작하는 한 걸음 만들기이다.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우리가 노력한 한 달 한 달은 우리를 비옥하게 만들었다. 교사가 생기 있어지고 비옥해지면 아이들이 살아나고 행복해진다. 아이들이 살아나면 미래가 살아난다. 그러니 우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뜻깊고 무게 있는 걸음임이 분명하다. 지금 여기에서 그 걸음을 내딛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상담교사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나는 어떤 상담교사의 역할을, 그리고 그 역할을 어떤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래! 성장교실에서의 배움을 실천해 보자. 상담교사들의 욕구와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함께 나누고 우리들의 작은 나무학교를 만들어 보아야겠다.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이면 이 또한 큰 걸음이 될 테니까.
그리고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실천 사항, 자기돌봄이 있다. 책 『상담자의 자기돌봄』은 상담자가 자기돌봄을 하는 것이 상담자의 윤리라고 명시한다. 자기돌봄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닌 윤리적 의무라고까지 말한다. 이러한 자기돌봄은 상담교사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교사는 미성숙한 학생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자신을 도구로 삼기 때문이다. 내가 피곤하고 소진되어 있으면 너그러운 수용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게 된다. 그러니 내 삶의 우선순위 몇 위에 자기돌봄을 두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건강해야 미성숙한 학생들을 건강하게 키워낼 수 있고, 그것은 곧 교육자의 길을 선택한 우리의 사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나를 돌보는 활동으로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 워라벨을 지키는 일,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일, 나를 지켜주는 경계를 세우는 일 등을 더욱 살펴야겠다.
이로써 학기 중 나 자신의 돌봄을 소홀히 했던 나를 반성하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을 더 품어주고, 상담교사로서 나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며 나무학교 졸업이 나에게 준 울림을 가슴에 품으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은주(공주생명과학고 전문상담 교사)
공주생명과학고에서 나무학교의 뜻을 실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