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학교 부부교사 이야기
권아영(천안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나무학교에는 다양한 계기로 함께 활동하고 계신 부부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나무학교에서 새롭게 만난 인연들도 있고, 나무학교에서 새로운 배움을 찾고자 함께 손잡고 입학하신 분들도 있지요. 편집부에서는 이번 숲소리 8호의 ‘만나고 싶었어요’ 코너에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만나셨는지, 어떤 계기로 나무학교에서 함께 활동하게 되셨는지 등등의 소소한 사연이 궁금했거든요. 저희의 인터뷰 요청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첫 번째 부부 선생님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 이예솔, 김정민
1.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목적으로 나무학교에 들어오셨나요?
Y: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조원행 선생님께서 나무학교 성장교실 2기에 참여하고 계신 걸 알게 되었고, 선생님의 초대로 2017년 나무학교 수업축제에 남편과 둘이 같이 가보기도 했고요. 저희는 신규 발령을 같은 학교로 났는데, 그 학교에서 만난 조원행 선생님의 영향을 둘 다 많이 받았습니다. 수업 공개를 선뜻 해주시고 많은 자료를 나누어주시면서 ‘좋은 교사’의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어요. 그런 분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공동체가 나무학교였습니다. 조원행 선생님 같은 분들이 모여 있는 곳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음 해 2018년 성장교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J: 가입 당시에 어떤 목적이나 목표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저 멋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따르고 싶은 조원행 선생님이 나무학교에 대해 좋게 말씀하셔서 직접 체험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가졌고, 그런 마음으로 나무학교 수업축제에 참가했어요. 나무학교에는 기대 이상으로 멋진 선생님들이 열심히 자신의 교실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멋진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면서 상호작용하고 배우다 보니 제 교실에서 교사로서의 효능감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느꼈어요.
2.
서로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Y: 처음 만난 건 신규 연수 막바지였어요. 같은 학교로 발령났다고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던 순간이 기억나요. 남편은 막 대학교 졸업을 앞둔 대학생 신분의 청년이었는데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근데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그땐 서로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2월 신규 연수 때만 해도 각자의 삶이 너무 재미났을 때였거든요. 하하
J: 저에게 그 시기는 신분, 사는 지역 등이 급격한 변화에 놓여 있던 상황이라서 당장 눈앞의 일 말고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 해 전체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수업과 업무가 정말 많은 학교에서 하루하루 허덕이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저와는 달리, 아내는 초임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척척 잘 해내는 사람이었어요. 담임 업무도, 수업도 칭찬 많이 받고 저랑은 비교가 많이 되는 멋진 선생님이었습니다.
3.
두 분은 서로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셨나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결혼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Y: 여러 방면에서 성향이 굉장히 비슷했어요. 좋아하는 음식, 유머 코드, 관심사 등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너무 재밌고 즐거웠어요. 둘이 같이 있으면 참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좌충우돌 신규 시절, 어렵고 막막할 때 서로 응원해주면서 애정이 더 생긴 것도 있고요. 결혼은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시점에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일주일간 고심하고 “예스” 했답니다. 각자 독립된 성인으로 사는 것도 충분히 행복했지만, 같이 부부로 산다면 행복이 더 장기적으로, 배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J: 사석에서는 몇 번 이야기했는데, 지면에 싣기에는 민망해서 넘어가겠습니다.
4.
부부 교사의 나무학교 활동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나무학교 활동이 부부 관계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Y: 장점은 무엇보다 교사의 자세, 수업, 학생과의 관계 등 교사라는 직업과 관련해 가지는 전반적인 시각이나 이해도가 비슷해지면서 서로가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교육 현장에 서야 하는지 좋은 예시들(여러 훌륭한 선생님들의 실제 모습)을 함께 보고 느끼니까요. 왜 이 사람이 이런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지, 뭘 더 공부하고자 하는지 굳이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단점은 바빴다는 것이에요. 결혼하고 신혼을 길게 즐겼는데 우스갯소리로 ‘우리의 신혼은 나무학교와 함께였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PBL 센터를 만들고 운영자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남편은 2019-2020 센터장으로, 저는 2021-2022 부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4년간 매달 둘째 주 토요일은 오롯이 나무학교와 함께 했습니다. 연수 강의와 꿈틀과정 진행도 부부가 같이 하다 보니 방학 여행 스케줄도 모임에 맞춰서 잡았고요. 부부가 열심히 함께한다고 칭찬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힘이 났어요. 좋은 사람들이 우리 부부 주변에 가득하다는 감사함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J: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무학교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은 건 아닌가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만 그런 건 아니니까 양심에는 덜 찔렸어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일과 삶에 균형을 찾아야겠다고 느낀 일이 있었는데, 만삭의 몸을 이끌고 연수원과 협업해 PBL 연수 과정을 운영하는 아내를 봤을 때였어요. 모임과 연수를 운영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데, 무거운 몸으로 매달 몇 번의 회의에 참여하고 고민하며 모임과 연수 둘 다 운영해나가는 아내를 보면서 대단한 사람임을 느꼈습니다.
5.
각자 교육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가요? 교육에 대한 각자의 접근 방식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나요?
Y: 거창한 가치관이라기보다는… 저는 제가 하는 수업이 학생들의 삶과, 세상과 연결되길 바라요. 그 수업을 통해 아이들 각자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어른으로 자라길 기대합니다. 교사로서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동료 선생님들과 연대하며 발전하고 싶습니다.
J: 제가 만나는 아이들이 지금도, 앞으로도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교사의 역할과 어른의 역할을 잘 해내지는 못했었고, 지금도 늘 아쉬움이 많아서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지만, 그때그때 아이들의 상황마다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6.
앞으로 교육 분야에서 각자 혹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Y&J: 어떤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단지 나무학교처럼 좋은 사람, 동료, 어른들로부터 받는 선한 영향을 저희가 만나는 아이들과 동료들에게 지금처럼 조금이라도 나누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두 번째 이야기 - 김선명, 유재헌
1.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목적으로 나무학교에 들어오셨나요?
선명: 제 목적은 딱 한 가지였어요. 교사로서의 전문성 신장이요. 신규 교사로 학교에서 1년을 지내면서 그동안 배우고 공부한 내용만으로는 제가 바라던 교육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저와 함께 하는 수업에서 윤리와 사상을 의미 있게 배우고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치려면, 동료 교사들을 통해 자극도 받고 함께 수업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을 찾기 위해 나무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재헌: 저도 선명쌤과 같은 생각으로 나무학교에 들어왔어요. 3기에 한 번 가입 신청을 했다가 인원수 제한으로 입학하지 못하고, 4기에 다시 가입 신청을 도전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전문성도 기르고 싶었어요. 다양한 선생님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명: 나무학교에 들어오는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저희와 같은 이유가 가장 클 것 같아요. 새로운 인연과 친구를 만들기 위해 들어오는 선생님들도 많이 있으실 것 같은데, 저는 2기 입학 당시 수업 친구 이상의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서 교육과정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곤 했습니다.
2.
서로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선명: 재헌쌤이 나무학교 성장교실 4기로 입학했을 때, 제가 4기 교육 운영팀이었어요. 인원이 30여 명쯤 되었고 재헌쌤은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라서, 3기 천둥쌤 친구 정도로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재헌: 저도 선명쌤을 4기 교육운영팀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동료 선생님들과 열심히 연구하고 활동하는 선명쌤의 모습이 당시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던 저에게 자극이 많이 되었죠.
선명: 그러다가 2019년 나무학교 여름 워크숍 때 처음 대화해봤을 거예요.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어요. 제가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대화를 걸어보려고도 했었는데 재헌쌤이 굉장히 단답형으로만 대답해서 제가 금방 다른 자리로 옮겼던 기억이 있어요.
재헌: 맞아요. 어색해서 그랬다기보단 원래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제 딴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성실하게 했다고 생각했어요.
선명: 결론은 처음 만난 순간이 서로에게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하하하)
3.
두 분은 서로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셨나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결혼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재헌: 저는 그 여름 워크숍에서 선명쌤에게 처음 매력을 느꼈어요. 당시 뒤풀이에서 노래방 자리가 열렸고, 이우경 대표님께서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그런데 선명쌤이 무대 앞으로 가더니 노래에 맞춰 막춤을 추더라고요. 우경쌤이 마음 편하게 노래 부르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신나게 띄우려는 선명쌤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착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었죠. 그 이후로도 늘 주변에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명쌤의 성격과 열정이 참 좋았어요.
선명: 저는 그 순간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 이후로 재헌쌤이 저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제가 4기 교육과정 중 12월 교육철학팀 퍼실리테이터를 맡으며 같이 회의하고 MT도 가면서 팀원들과 친해지게 됐는데, 그때 재헌쌤하고도 많이 친해졌죠. 어느 날은 재헌쌤이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해서 나갔는데,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말도 별로 없는 모습이 엉뚱하고 어이가 없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나 봐요. 농담이고, 재헌쌤 성격이 참 무던하고 예민하지 않아서 같이 대화하거나 놀면 비슷한 성향이라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의외로 하는 말마다 너무 웃기더라고요. 제 예상을 자꾸 벗어나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요.
재헌: 저는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닌데 자꾸 웃더라고요.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겨울에 3주간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선명쌤이 여행 계획과 준비를 다 해줬고, 저는 유럽 여행은 처음이라 믿고 따라갔어요. 꽤 긴 기간 여행을 갔는데, 내내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 둘 다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숙소든 식사든 불만이 없었고, 기상 시간이나 컨디션이 맞지 않는 시간에는 각자 움직이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았어요. 길 찾을 때 생각 차이가 있어도 서로 돌아가며 이해하고 배려했던 것 같아요. 출발해서 돌아오기까지 너무 행복한 여행이었죠. 돌아오고 나서 생각했어요. 선명쌤과 결혼하면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았죠.
선명: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서로 완벽하게 잘 맞아 결혼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서로 안 맞는 순간이 있더라도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과 함께면 화가 날 일도, 서운할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4.
부부 교사의 나무학교 활동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나무학교 활동이 부부 관계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선명: 장점이라면, 제가 어떤 마음과 열정으로 나무학교에 참여하고 있는지 이해받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재헌쌤이 어떤 교육활동에 고민과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함께 알게 된 인연들이 많다는 점도 좋아요. 단점은 잘 모르겠어요. 아직 크게 단점이라고 느낀 순간이 없었습니다.
재헌: 선명쌤과 저는 2년간 PBL 센터 활동을 함께 했어요. 서로 어떤 수업을 얼마나 고민하고 실천하는지 알고 있기에 그 진정성과 전문성을 이해하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많이 느꼈어요. 단점은 딱히 없긴 한데, 선명쌤이 나무학교에 큰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다 보니까 가끔 버거워 보일 때 옆에서 보기 안타깝긴 했었죠. 지금은 자기 취미생활도 충분히 누리고, 적당히 즐기며 참여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5.
앞으로 교육 분야에서 각자 혹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선명: 저희 부부는 둘 다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이고, 앞으로의 큰 목표를 설정해두고 살아가는 편은 아니에요.(하하하) 하지만 잃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이 있다면, 서로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 그리고 곁을 지키는 동료 교사가 되어주고 싶어요.
재헌: 그러려고 노력 중이죠. 부부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노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희 부부 둘 다 교사로서 학생들의 삶에 잠깐 머무르는 동안 좋은 배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 정세정, 김준수
1.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목적으로 나무학교에 들어오셨나요?
세정: 충남에 처음 발령받고 나서부터 ‘나무학교’는 저에게 너무 유명했어요. 초중등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서, 교육에 관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저에게 딱 맞는 곳이어서 성장교실 5기로 처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준수: 제가 세종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부터 아내가 나무학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어요. 충남 지역 선생님들이 모여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동체라고요. 아내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충남으로 지역이동을 하게 된 후, 성장교실 8기로 나무학교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2.
서로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세정: 대학교 2학년 때 저희 과 농구 과대항전을 응원하러 갔는데, 경기 심판을 보고 있던 사람이 눈에 띄었어요. 절도 있는(?) 수신호로 휘슬을 부는 남학생이 멋있어 보여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게 남편이었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친한 저희 과 오빠한테 자리 한번 만들어달라고 졸랐죠. (웃음)
준수: 아는 형님이 어느 날, 둘이 술 한잔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남자 둘이 분위기 있는 술집에서 마시자고 해서 속으로 ‘뭐지?’하고 갔는데, 알고 보니 아내를 위해서 마련한 자리였어요.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아내는… (눈치) 조금 무서웠어요. 아내가 키가 큰 편이라 운동선수 분위기가 났거든요. (눈치2) 그래도, 웃는 얼굴이 예쁘고 인상이 참 좋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3.
두 분은 서로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셨나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결혼을 생각하게 되 셨나요?
세정: 남편이 잘생긴 편이에요. 키가 좀 많이 작기는 하지만… (복수) 농담이고요, 첫 만남 이후로도 대화를 하면 할수록 가치관이나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6년을 만나면서 대학도 졸업하고, 발령도 받고, 남편 군대도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자연스럽게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네요. (웃음)
준수: 아내 말대로 생각이나 가치관이 잘 맞는 편이에요. 교육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서로 발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아내와 결혼하게 된 이유는 정말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아내 덕분에 제가 다양한 걸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이나 고민만 많고 행동력이 좀 부족한 편인데, 아내가 먼저 저를 이곳저곳 이끌고 다녀주어서 고맙게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나무학교도 아내가 저를 끌고 온(?) 것이죠. 덕분에 제 팔자보다 좀 더 재미있는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4.
부부 교사의 나무학교 활동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나무학교 활동이 부부 관계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세정: 교육적으로 가치관이 비슷한 부부끼리 나무학교 활동을 하니, 같이 성장하는 것 같아서 참 행복해요. 8기 성장교실을 할 때는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2개의 주제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부부끼리 하는 교육에 관한 대화도 좀 더 깊이가 있어진 것 같고요! 단점은… 열심히 생각해봐도 없네요.(웃음)
준수: 저도 아내와 비슷하게 생각해요. 나무학교를 부부가 함께하면서 주말에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일이 굉장히 뿌듯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아! 또 중요한 장점은, 나무학교에 갈 때 각각 출장 여비를 받기 때문에 소박하게나마 기름값을 아낄 수 있습니다.(웃음)
5.
각자 교육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가요? 교육에 대한 각자의 접근 방식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나요?
세정: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또한,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사회의 첫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전한 공동체 의식이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급긍정훈육, 협동·놀이교육, 프로젝트 수업 연구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름 제가 군대 갔다 온 남편보다는 실경력이 앞서는 선배이기 때문에(?) 저의 수업 노하우를 남편에게 많이 알려주고 있어요.
준수: 저도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관이 아내와 굉장히 비슷해요. 특히, 아이들이 무언가를 함께 해내는 경험이나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절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협력적인 수업 모형을 많이 활용하려고 해요. ‘요즘 아이들은 이기적이다’, ‘개인주의가 너무 심하다’라는 말이 많지만, 초등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습관을 잘 잡아주면 놀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요. 아내와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6.
앞으로 교육 분야에서 각자 혹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세정: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선생님이 되고 학교 현장에 나가보니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이 많아서 슬펐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방학 때 상담 전공으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에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준수: 저는 학교에서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교육학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이지만, 현실과의 괴리, 과도한 경쟁 등 학생·교사·학부모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교육이 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이 더 커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더욱 자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아직 구체적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무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겠죠? 더 많은 선생님들이 나무학교에 함께하고, 교육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