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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으로 살아보기

파견으로 살아보기(충무교육원, 민주시민교육과)

노혜진(천안월봉중학교 사회 교사)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고 살아왔던 나에게 드디어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천안지역 근무 기간을 꽉 채우던 2019년, 어떻게 하면 집에서 다닐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아산에 가고 싶지만 점수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딱히 오라는 곳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던 차에 보게 된 공문! 충무교육원 파견에 대한 공문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뭐하는 곳이지? 보다는 사실 위치가 집에서 가깝다는 것에 이미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렸다. 파견 교사 선발 면접이 있다니 충무교육원의 누리집을 열심히 살펴보는 수 밖에.. 그리고 먼저 이곳에서 파견근무를 했었던 분들을 수소문해서 알아보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을 했던 교육기관에서 2019년부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 계승과 민주시민교육을 주로 하는 곳으로 성격이 변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는가? 나 사회 교사인데?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 문제는 충무교육원의 역할, 충남교육의 핵심 역량,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충무교육원의 프로그램이었다. 충무교육원의 누리집을 참고해서 열심히 답변하고 나왔지만, 4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으로 편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다행히 파견 교사로 선발되었으니 사전 연수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2월 중순에 있었던 사전 연수는 8명의 파견 교사가 충무교육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충무교육원은 보통 충남 전역에서 학생들을 모집하여 매주 2박 3일, 3박 4일 숙박을 하며 리더십교육과 자기주도학습,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월요일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사전, 사후 협의회를 진행하고 금요일은 충남 전역으로 찾아가는 교육활동인 청소년 대상 MPTI가 진행되어 결코 쉬운 일주일이 아니었다. 특히, 아이들이 들어와서 숙박을 하는 경우 8명의 파견 교사 역시 번갈아 가며 숙박을 하며 야간에도 간식 배부, 안전점검 등의 근무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태우고 충남 전역을 오고 갈 때 버스에 파견 교사가 함께 동승한다. 가깝게는 천안, 아산이지만, 금산과 태안인 경우도 많다. 또한 여름방학에는 약 150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9박 10일에 거쳐 러시아와 중국으로 가는 창의융합인문학 기행을 운영한다. 이 모든 교육활동이 코로나 이전에 진행되었던 충무교육원의 프로그램으로 교육연구사 3명과 8명의 파견교사가 1년 동안 진행한다. 그리고 학교와 다르게 파견 교사마다 담당 사업의 예산집행과 차년도 예산수립을 담당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충남도청의 교육의회에서 요구하는 각종 답변 자료도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충무교육원의 파견은 교수활동을 하는 5호 파견으로 교사와 교육행정가의 중간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 2020년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충무교육원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모든 파견 교사가 이를 대신하는 찾아가는 충무교육을 만들어 운영하였고 이에 따른 행정처리를 담당하였다. 나의 경우 2020년 찾아가는 나라사랑 독도교육, 세계시민교육, 청소년 대상 MPTI 과정, 2021년 학생 주도 공간혁신 디자인꿈틀, 민주적 의견수렴과 의사결정과정, 청소년 대상 MPTI 과정을 담당하여 충남 도내 80여 개가 넘는 학교, 2,000명이 넘는 학생들를 찾아가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젤패드와 포스트잇에서부터 현수막과 보도자료까지 각 과정마다 필요한 내용을 챙겨야 했고 교육활동에 따라 직접 강의를 하기도 하고 외부강사를 섭외하기도 했으며, 수업진행 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했다.
나라사랑 독도교육과정
학생 주도 공간혁신 디자인꿈틀
2022년 현재도 코로나의 위기에 대응하고 멈춤 없는 배움을 지원하는 충무교육원의 교육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무실에 앉아 교육행정가로서 업무를 처리하고 다음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내 모습이 낯설어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렵기도 했었다. 다행히 함께 근무하는 8명의 파견 교사와 주무관, 전문경력관이 협력하여 충무교육원의 강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며 보다 나은 충무교육원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의 모든 파견 근무는 1년을 기본으로 한다. 1년이 끝나갈 무렵 파견 근무 연장을 희망하는지를 확인하는 공문이 도교육청에서 오고, 이때 원적교의 교장, 교감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파견을 연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파견 교사로서 2년을 근무하면 희망하는 지역에 우선 배정을 해준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희망하는 지역 학교급의 정원이 2명 이상 자리가 빌 때 가능하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원적교에서는 파견 교사를 정원외로 관리하며 급여, 연말정산, 시간 외 수당 등을 담당한다. 따라서 원적교의 행정실과 자주 소통해야 하고 관리자가 바뀌면 먼저 찾아가서 인사하거나 전화를 드리는 것이 좋다. 2년의 파견 생활을 끝내고 아산 중학교를 희망한다는 내신서도 작성해서 제출한 어느 날, 다시 한 공문을 보게 되었다. 충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성인지교육지원센터 파견 교사를 선발한다는 공문이었고, 이 공문을 보고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처음 발령을 받고 지금까지 근무하는 동안 가르치는 것 만이 교사의 역할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잘 가르치기 위해 수반되는 많은 행정 또한 교사의 역할임을 알게 되었다. 교사의 교육철학 외에도 마을, 학교, 지역사회, 교육청, 교육부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교육활동과 이를 위한 도교육청의 역할이 궁금하기도 했다. 고민이 계속되던 날, 어느새 훌쩍 큰 아이와 든든한 남편이 나의 고민을 이해해주어 다시 파견 교사 면접을 준비하게 되었다.
민주시민교육과 성인지교육지원센터는 2021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내가 지원한 성인지교육지원센터 파견 교사의 역할은 센터 행사 및 운영을 지원하고 성인지감수성 신장과 성(성평등)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담당하는 자리였다. 평소 관심있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관련 공문을 찾아서 숙지하고 충남교육에 실린 성인지센터 관련 글을 읽고 파견 교사를 선발하는 면접에 참여하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른 지원자 없이 혼자 면접을 보는 바람에 덜컥 합격하고 말았다. 어쩐지 면접 때 면접관들이 질문이 많더라니.. 면접관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안타까운 면접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겪고 나는 2022년 3월 1일부터 도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과로 출근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파견교사는 특수분야 공동수행이라는 3호에 해당되는 파견으로 충무교육원의 파견과 성격이 다르다. 같은 호에 해당하는 파견은 연장이 되지 않지만, 나의 경우 호가 달라 직속기관인 충무교육원에서 본청으로 이어서 파견근무가 가능했다. 도교육청은 충무교육원과 다르게 사전 연수도 없고 성인지교육지원센터 장학사도 3월 1일자로 새로 바뀌니 2월 말에 와서 인수인계를 받으면 된다는 말에 슬금슬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한 것보다 일이 어려우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치다보니 어느새 3월 1일이 되어있었다. 각종 매뉴얼을 찾아보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민원 전화에 첫날은 전화벨이 울리면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 장학사님들과 주무관님들의 도움으로 차차 안정을 찾게 되었고 어느새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있다. 방학에도 계속되는 자료집 개발 협의회와 역량 강화 연수 준비로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나의 역할이 있음을 기쁘게 느끼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성인지교육지원센터에서도 센터 운영에 따른 예산 사용과 교육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요구자료 작성, 2022년 본예산 집행내역 보고, 내년도 예산 수립과 이에 대한 답변자료 작성, 교육비 결산 등 학교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학교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해소하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지만 오늘 또 하나의 돌을 놓아보려 한다.
보지 않고 겁내기보다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싶은 교사 노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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