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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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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 읽기 수업

나의 책 읽기 수업

어디로 튈지 모를 학생들과 함께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실제
박희진(온양용화고 국어교사)

추천 책: 나의 책 읽기 수업(송승훈, 나무연필)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선생님이라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어리둥절하게 시작한 교직 생활의 첫 출발이 아직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 차 교사가 되었습니다. 무지와 혼란 속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던 신규 교사 시절을 지나 내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길을 잃을 때쯤 1정 연수를 받았고, 나무학교 선생님들을 만나 혼자 끙끙대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조금은 성장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세 번째 학교, 담임은 아홉 번째. 미리 준비한다고 하는데도 새 학기는 어쩜 이렇게 매번 적응하기 바쁜지. 학기 시작 일주일 전 새로 옮긴 학교로 첫 출근을 해서 교과 시수를 나누고, 수업 파트를 분배하고 수행평가를 상의하며 가볍게 한 학기 한 권 읽기 후 독서 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수행평가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행평가를 시작해보니, 아이들이 책 한 권 스스로 골라 읽게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었나?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를 고려해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한 달을 넘게 준비시켰는데, 여전히 책을 준비해 오지 않은 말썽꾸러기들의 손을 붙잡고 학교 도서실에 가 10분 넘게 실랑이하며 억지로 책 한 권씩을 골라잡게 하고, 핸드폰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 말하기를 멈추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며 힘겹게 분위기를 잡아 놓으니 남은 수업 시간은 겨우 십오 분 남짓. 본인이 읽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책을 읽고 야심 차게 그날 읽은 내용을 독서 일지에도 쓰게 할 예정이었는데… 장렬히 실패.
다음 시간부터는 사정이 조금씩 나아졌지만 내심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싶었습니다. 4년을 근무하며 관계 형성도 잘 되어있고 아이들 성향도 잘 알고 있었던 직전 학교 여학생들을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이들 성향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책을 읽히는 것은 아직 역부족이었나?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감시하는 교사의 눈치를 살피며 힘겹게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책을 읽히고 결과물을 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나의 모습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눈에 띈 ‘나의 책 읽기 수업’은 독서 교육을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비슷한 실패 경험에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디로 튈지 모를 학생들과 함께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실제’라는 부제목이 책의 내용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담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가?’를 제시하는 글쓴이 선생님의 내공이 느껴져 뒤늦게 저자를 확인해보니 1정 연수 때 독서 교육 연수를 해주셨던 송승훈 선생님이 쓰신 책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열정적으로 수업을 해주시던 선생님의 목소리와 표정을 떠올리니 어느새 5년 전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던 그때 그 강의실로 돌아간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독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책 읽기 수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국어과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독서 수업을 계획하시는 다양한 교과의 선생님들, 그리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혀야 할까 고민이 많으신 엄마, 아빠 선생님들께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시시각각 실패하고 있는 올해 책 읽기 수업을 목도하며 ‘아이코 이 책을 조금만 더 빨리 읽을 것을…’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처음엔 나도 그랬어.’라고 말씀해주시는 듯한 송승훈 선생님의 다정한 솔루션은 이러한 실패 경험이 앞으로의 교직 생활에 더욱 값진 경험이 되어 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신규 시절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교사다.’라고 말해주신 어느 선생님의 말씀은 교직 생활 내내 마음속 응원과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10년 차가 되어도 20년 차가 되어도 또 새로운 고민을 맞닥뜨리겠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책과의 만남, 또 이를 나눌 수 있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같은 고민 속에 매몰되지 않고 실패 속에서 길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선생님들께도 이 책과 저의 부족한 이야기가 응원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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