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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여고 학생 중심 교육동아리 ‘지실’

천안여고 학생 중심 교육동아리 ‘지실’

권아영(천안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천안여자고등학교 창체 동아리는 학생들이 활동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학생 자치 방식으로 운영된다. 매년 창체 동아리를 하나씩 맡아 활동 과정을 조력하면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찾아보거나 선배 학생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활동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기특했다. 동아리 구성부터 동아리원 모집, 활동 계획 및 예산 짜기, 활동 피드백 등 동아리 운영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촉진자, 지지자, 협력자의 역할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편집팀에서 ‘학교 민주주의’와 ‘학생 자치’에 관해 공부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사례가 바로 천안여고 동아리의 운영 방식이었다. 일회성이 아니라 일 년에 걸쳐 긴 호흡으로 운영되기에 학생들의 주도성과 소통 및 성찰 역량을 실생활에서 향상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 천안여고 동아리의 학생 자치 과정과 학생 자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천안여고 교육동아리 ‘지실’의 기장과 부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1. ‘지실’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지실은 천안여자고등학교 교육봉사동아리로, 교사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진로를 구체화하고 진로 전문성 함양을 위해 주체적·협력적으로 탐구하는 동아리입니다. 저희는 대부분의 활동을 선후배가 일대일로 멘토-멘티를 맺어 진행해요. 멘토-멘티는 동아리 활동 외에도 학교생활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 돕습니다. 지실은 평소에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멘토-멘티 제도가 활성화된 덕분에 좋은 동아리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올해 실시한 지실의 특색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지실의 특색 활동
올해 처음 실시한 활동은 자율 주제 탐구발표인데, 저희는 세.바.지.(세상을 바꾸는 지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세바시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탐구하고, 다른 동아리원들에게 탐구 내용을 강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점은 대본 없이 강연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본에 쫓기지 않고, 청중과 눈을 맞추며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많은 직업이기에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유연하게 소통을 이끄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칙을 정해보았습니다.
이 밖에도 교과서 제작, 멘토·멘티, CEDA형 교육 토론, 교육관 정립 활동, 지실 기사, 웹 포스터 제작, 멘토·멘티 모의 면접, 책갈피 제작 판매 및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어요.

3. ‘교과서 제작’ 활동이 특히 인상적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나요?

교과서 제작 활동은 지실 동아리만의 시그니처 활동이에요. 2018년부터 시작해서 해마다 조금씩 변화를 겪었는데, 올해 활동은 수업지도안 작성→교과서 제작→모의 수업→피드백 순서로 진행했어요. 기존에는 교과 심화 탐구에 그쳤던 것을 올해는 좀 더 실무 경험에 다가가 보고자 수업지도안 작성으로 바꾸어 활동해 보았습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본인이 수업할 과목과 내용, 활동, 판서, 유의할 점 등을 수업지도안에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지와 학습 자료를 제작해 각자 한 단원 분량의 교과서를 구성했어요. 그리고 결과물을 하나로 모아서 ‘지실 교과서’를 제작하고, 이 교과서를 가지고 모의 수업을 실시했습니다. 이때 동아리 부원들이 모두 모여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교사 역할을 맡은 동아리원에게 피드백을 해줬습니다. 수업 대상 학생의 수준에 맞는 언어 선정부터 소통의 정도, 자료 활용 정도 등에 대해 자세한 피드백이 이뤄졌어요. 활동 과정에서 다른 부원들의 모의 수업과 피드백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 지식과 실무 경험을 연결해 진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4. 천안여고 동아리는 학생이 활동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데, 이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어요.

(1) 학생 자치 동아리로서 다른 학교의 일반적인 동아리 운영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일반적인 다른 학교의 동아리들은 선생님께서 계획부터 관리까지 해주시지만, 천안여고 동아리들은 홍보 및 부원 선출부터 활동 계획, 진행까지 모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합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보통 출석 확인과 예산 관리, 생활기록부 기록을 챙겨주시고, 이 밖에도 자료 인쇄나 기타 사항 등에 도움을 요청하면 항상 적극적으로 도와주십니다. 학생들이 관심에 따라 동아리를 구성하기 때문에 분야별로 다양한 동아리가 있고,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자신의 진로나 관심사에 맞는 동아리를 찾아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2) 동아리원 선출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동아리별로 방법이 다양하지만, 지실은 입부 신청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1차로 ‘면접서’를 받습니다. 면접서는 지원자에 관한 질문과 교육 이슈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후 2차로 개별 대면 면접을 진행하여 지원자의 진로에 대한 관심도와 태도, 자신감을 봅니다. 면접 후 면접서와 대면 면접의 결과를 종합하고, 기존 동아리원들의 협의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정합니다.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전화를 돌려 축하의 말을 전하고, 아쉽게 떨어진 학생들에게는 문자로 응원의 말을 전해요.
(3) 학생 자치 동아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교육과정상 일률적으로 정해진 활동이 아니라, 동아리 부원들이 희망하는 활동을 골라 연간 활동을 계획할 수 있어서 특색 있게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 정규 동아리 시간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방학이나 점심시간에도 모여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점심시간에 직접 제작한 기부용 책갈피를 판매하고, 수익금을 아동 복지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단점은 동아리 분위기와 부원들의 역량에 따라 동아리 활동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모든 것을 학생들끼리 진행하려면 부원들의 적극성과 연간 계획을 체계적으로 시행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정말 중요합니다.
(4) 학생 자치로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위에서 언급했듯 담당 선생님은 계시지만, 활동에 있어서 거의 관여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부원들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게을러진다거나 해이해질 수도 있죠. 그렇기에 먼저, 학기 초에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활동 시기부터 예상 활동 기간까지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일 년 동안 순조롭게 실행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부원들의 사기를 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원들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야 해요. 부원들이 열정적이지 않다면, 어떤 좋은 아이디어도 좋은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5) 학생 자치 동아리에서 기장, 부기장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자치 동아리인 만큼 기장과 부기장이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합니다. 담당 선생님 구하기, 부원 선출, 활동 계획 및 진행, 예산안 작성, 분위기 조성, 동아리 축제 준비 등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책임지죠. 또 부원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입장을 조율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까지 담당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또래 교사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웃음)
(6) 학생 자치로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혹시 학교에 개선을 바라는 사항이 있었나요?
우선 학기 초에 동아리 일정이 나오는데, 이후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바로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기존 학사 일정에 맞춰서 활동을 준비하기 때문에, 갑자기 바뀌게 되면 활동이 취소되거나 미처 다 준비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일찍 알려주신다면 저희도 차선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동아리 시간이 연속적으로 2시간씩 배정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정규 동아리 시간(창체 시간)이 매주 1시간씩 배정되어 있는데, 실험이나 장기 프로젝트 같은 경우 1시간 만에 끝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에요. 2시간을 이어서 배치해 주신다면 저희도 활동 하나를 준비해서 끝내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아리별 사물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리 물품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개인 사물함을 사용했었는데, 그마저도 공간이 다 차서 정작 제 개인 물품은 넣을 곳도 없었어요. 자주 사용하는 동아리 물품들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이 동아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애정과 고민을 갖고 있는지 느껴집니다. 그럼 2년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하나요?

1학년 때는 처음 활동해 보는 것이라 어색하기도 했고 모르는 점, 부족한 점도 많았어요. 활동할 때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보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2학년이 되고, 1학년 때 활동한 자료를 돌아보니 동아리 운영에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1년이라는 시간이 성장하는 데에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배들이 저희에게 해주신 것처럼, 저희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선배들과 활동하면서 배운 점이 정말 많았거든요. 활동에 대해 늘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셔서, 이를 바탕으로 저희의 결과물을 수정하고 완성하면서 생각을 확장하고, 추진 능력도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학년이 되었을 때 저희도 1학년 후배들이 보완해야 할 점을 파악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을 때 저희의 성장을 가장 크게 체감했어요. 2년간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시도가 성장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그동안 동아리 운영과 관련해서만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운영 과정에서 여러분이 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인상적인 시간이었어요. 끝으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질문들에 답하며 저희도 저희의 2년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최근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며 불안하기도 했고, ‘다른 진로도 생각해 봐야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꿈꾸고 있는 직업이 아이들에게 인생의 길잡이이자 꿈을 향한 발판이 되어주는, 가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학상장’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하는데, 앞으로 꼭 멋진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직접 마주하고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실 활동을 하며 같은 꿈을 바라보는 친구들이 생겨서 정말 힘이 되고, 같이 활동하며 노력했던 모습이 헛되지 않도록 훌륭한 지실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날마다 달마다 새로움을 꿈꾸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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