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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으로 가꾸는 학급 공동체

노션으로 가꾸는 학급 공동체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1. 노션으로 학급 담벼락을 만든 이유

노션(Notion)은 개인 프로젝트나 팀 협업을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다. 2019년부터 간단한 메모에서부터 할 일 관리, 수업 자료 아카이브 제작, 학교 안팎의 프로젝트 관리 등의 일을 할 때 노션을 잘 활용하고 있다. 학교나 나무학교 선생님들과 회의를 할 때 회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노션에 기록하고, 누군가가 공유해 준 멋진 교육 자료가 있으면 일단 노션에 저장하고 본다. 아침 일찍 교무실 의자에 앉으면 노션을 실행해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새로운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한다. 이제 노션은 나의 제2의 뇌가 되었다.
노션 아이콘
공동체를 운영하며 노션을 사용한 것은 내가 나무학교 PBL센터의 부센터장이던 시절 센터 선생님들과 담벼락을 만들면서부터다. 담벼락에 회의록과 할 일, 1인 1역 등을 정리해놓고 센터 선생님들과 공유해보니 모든 선생님들이 우리 센터의 비전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서유리 선생님과 이예솔 선생님이 센터장, 부센터장이 된 2021년부터는 노션 담벼락을 선생님들의 수업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용도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다 대구의 초등 교사이신 황성진 선생님이 만든 노션 교무수첩을 보게 되었다. 황 선생님은 노션을 활용해 학생 명렬표, 우유 신청 현황, 학생 건강 정보, 각 교과의 평가 기록, 학생 자료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계셨다. 이걸 보고 나도 학급 운영에 노션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황 선생님은 초등이라 담임 교사 혼자 사용하는 노션을 만들었지만 나는 고등학교 담임이니 학생들과 함께 사용하는 노션 담벼락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노션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관리해 본 경험이 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또 기존에는 학급 밴드, 교무 수첩, 나이스 등 학급 운영에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했는데 노션을 활용하면 하나의 도구로 모든 일을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황성진 선생님이 제작한 노션 교무수첩
노션 교무수첩 QR코드

2. 노션으로 만든 학급 담벼락

노션으로 만든 학급 담벼락의 첫 페이지다. 겨울방학 때 신입생 반편성이 이루어지자마자 학급 담벼락을 만들었다. 담벼락에는 시간표, 공지사항, 대입전략 자료실, 학습 도우미, 자율/진로 활동, 학급 1인 1역, 우유/급식/야자 현황, 학급 문집 제작, 학급 앨법, 상담 일지, 학생 성장 기록, 학급 출석부, 학급 예산 사용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하위 페이지가 있고, 제일 밑에는 우리 반 달력을 만들어 학급 행사와 생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담일지, 학생 성장기록, 학급 출석부, 학급 예산 사용 페이지는 학생이 보면 안되는 내용들이 있으므로 교사만 볼 수 있도록 권한을 설정해 두었다. 노션도 구글 드라이브처럼 페이지에 학생 아이디를 추가해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 설정할 수 있다. 3월 2일 구글 설문지로 기초 조사를 하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노션 아이디를 만들도록 해서 32개의 아이디를 추가해뒀다.
학급 담임으로서 학생들과 잘 활용하고 있는 몇 가지 페이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2년 온여고 1학년 2반 학급 담벼락 첫 페이지

가. 공지사항 자료실과 대입 전략 자료실

공지사항 자료실은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학교 및 학급 행사, 지필평가 시간표, 각종 신청서 등을 안내하는 게시판이다. 공지사항 자료실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3~4월에 큰 힘을 발휘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도 언제든 휴대전화로 노션 담벼락에 접속하면 중요 공지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 신청서 양식의 경우 나눠줘도 금방 잃어버리고 담임에게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은데 노션에 양식 파일을 올려두면 학생들에게 수고롭게 다시 양식을 출력해 줄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의 경우 기한이 지나면 파일 다운로드가 되지 않거나 최신 메시지들에 밀려 파일을 찾기 쉽지 않은데 노션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파일을 다시 다운받을 수 있고,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입 전략 자료실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대입 정보와 전략들을 모아두었다. 노션의 또 한 가지 장점은 해당 페이지를 링크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님도 알아야 할 행사 정보나 대입 정보가 있으면 교육청 통합 메시지 서비를 활용해 링크를 안내한다.
공지사항 자료실
대입 전략 자료실

나. 학습 도우미 활동

1학기 초에는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학생들의 어려움들 중 하나는 학습 공백이었다. 1주일 동안 격리를 하고 학교에 나오면 학습 공백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급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별로 학습 도우미를 선발해 수업 시간에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학급 담벼락에 업로드하는 역할을 부탁했다. 도우미 역할을 신청한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으로 학습 내용을 정리했다. 그리고 격리 해제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면 도우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과 멘토가 되어 담벼락에 업로드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수업 내용을 설명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학기 학습 도우미 활동 페이지
1학기 학습 도우미 활동 예시

다. 학급 1인 1역/우유/급식/야자 신청 현황

학기 초에는 담임 교사가 조사해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1학년 신입생의 경우에는 더하다. 자잘한 일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면 담임은 정신이 없다. 과거에는 우유나 급식, 야자 등을 조사하려면 학급 명렬표를 출력해 학생들에게 신청 여부를 물어보고, 업무 담당 선생님이 보내주신 엑셀에 입력해야 했다. 담임이 더 힘든 건 일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신청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뽑아뒀던 명렬표를 찾거나 수많은 폴더 속 파일들을 뒤져야 한다. 그런데 노션으로 명렬표를 만들어 놓고 각종 조사 현황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만들어 두면 일이 크게 줄어든다. 명렬표를 인쇄할 필요도 없고, 학생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급식 야자 신청 현황
학급 1인 1역 현황

라. 학급 문집과 앨범

3월 초 담임 반 학생들과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연말에 학급 문집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급 1인 1역으로 학급 문집 편집장과 부편집장, 추억 지킴이 학생들을 자원받아 학급의 일들을 노션에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문집 제작 페이지는 편집장과 부편집장이 학생 개인별로 페이지를 생성하고 그 안에 글을 쓸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다. 학생들이 지금까지 쓴 글은 시 경험, 3줄 시,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나의 하루, 앙케이트 조사이다. 음 그런데 지금 확인해 보니 국어 시간에 했던 시 경험을 제외한 다른 글들은 기록이 잘 되어 있지 않다. 2학기에 담당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아봐야겠다.
학급 앨범 페이지에는 구글 포토 링크를 연결시켜 두었다. 사진은 노션에 직접 올리는 것보다 구글 포토 앨범을 만들고 그 링크를 노션에 연결시켜 두는 것이 관리가 용이하다. 추억 지킴이 학생은 학급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구글 포토 앨범에 올리고, 그 중 잘 나온 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출력해 학급에 게시하는 역할을 한다. 학부모님들이 가장 관심있게 보시는 페이지가 학급 앨범이다. 가끔 이 앨범에 있는 사진을 보시고 잘 봤다는 연락을 주시기도 한다.
문집 제작 페이지
학급 앨법 페이지

3. 새 학기, 새 학년에 노션을 활용하고 싶다면

노션은 정말 많은 기능들이 있고, 자유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처음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나도 처음엔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루 종일 관련 책을 읽으며 하나하나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노션을 익히기 위해 꼭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노션은 업데이트가 꾸준한 프로그램이라 과거에 나온 책에서 설명하는 기능이 현재의 프로그램에는 없는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다. 우선, 내가 노션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다. 그 다음 유튜브에 들어가 ‘노션으로 할 일 관리하기’, ‘노션으로 가계부 쓰기’처럼 노션으로 하고 싶은 일을 검색한다. 그러면 정말 많은 영상들이 나오는데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니터 한 쪽에 영상을, 다른 한 쪽에 노션 프로그램을 띄워 놓고 무작정 따라한다. 직접 페이지를 만들어 보면 금방 노션에 익숙해질 수 있다.
학교에서 노션을 활용하고 그 꿀팁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공유하는 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중 내가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은 ‘노션인 스쿨’이다. 경기도 초등 선생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고 채널 이름처럼 노션을 학교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깊이 연구하는 선생님이다. 초보 강의부터 심화 강의까지 체계적으로 영상이 탑재되어 있다.
이 글은 절대 노션을 광고하려는 의도로 쓴 글이 아니다. 노션은 장점이 많은 도구이지만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 등등 단점도 많다. 실제로 어느 학교의 정보부장님이 노션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전체 선생님들이 사용하도록 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노션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일이 되면 안된다. 그러니 작은 일에서부터 노션을 활용해보시길 바란다. 해봤는데 자신에게 잘 맞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 더 공부하며 다양한 기능들을 익히면 되고, 잘 맞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박준일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연대하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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