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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극 수업의 매력

글쓴이
이민수(충남외국어고등학교 국어 교사)
카테고리
수업 이야기
키워드
낭독극 수업
교과융합 수업
작성일
2025/07/29 04:14
호수
9

낭독극 수업의 매력

이민수(충남외국어고등학교 국어 교사)

왜 낭독극 수업을?

충남외고에서의 연극동아리 담당 경험은 내게 많은 걸 느끼게 해 주었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하나의 완성된 무대를 위해 많은 아이들이 협력하고 갈등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내게 극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무대를 올린다는 성취감을 많은 아이들에게도 선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낭독극을 국어 수업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매년 아이들이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수업을 계획하였고, 공연을 올려 본 작은 성취감과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수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

너무 다른 두 교과의 융합...

24학년도에 새로 오신 지구과학 선생님과 융합 수업 매칭이 되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색한 사이임에도 분명 통하는 것이 있었다. ‘어떡하지...? 무얼 융합할 수 있는 거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표정을 통해 같은 걸 생각하고 있단 걸 알았다. 내가 알고 있는 지구과학과 관련한 지식은 사실 ‘맨틀’에서 끝났다. 정확히 말해 ‘맨틀’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뿐 그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도 못한다. 정말 막막하다는 표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지구과학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힘들어하셨다. 도대체 무엇을 융합해야 하는지... 이것저것 서로의 교과에 대해 아는 것을 던져보다 하나의 주제로 다행히 통일되었다. ‘환경 문제’. 이미 많이 다뤄지고 있는 주제라 융합 수업의 가치가 퇴색될지 걱정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너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다.

무엇을 다룰 것인가?

그래서 어떤 산출물을 만들어 낼 것인가? 우리는 아이들이 모든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했고 아이들에게 모든 것들을 맡겼다. 다만,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유연한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했다. 수도권대기환경청 공식 블로그에 들어가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도서들을 추천하였고 아이들은 이 책 중 마음에 드는 걸 선정하여 읽기로 하였다. 같은 모둠이라고 해서 같은 책을 읽도록 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와 산출물이 나올 수 있도록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피버 드림, 온난한 날들 등 다양한 도서들을 추천하였고 아이들인 입맛에 맞게 도서를 선정하였다. 세 팀 중 한 팀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한 팀은 ‘피버 드림’, 나머지 한 팀은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골라 읽기로 했다.
통일된 도서가 아닌 여러 도서를 한 수업에서 활용하게 되면 문제점이 생긴다. 교사의 도서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채식주의자 같은 소설은 매우 유명한 소설이기에 어느 정도 도서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피드백해 줄 수 있으나 교사가 읽어보지 못한 소설의 내용을 피드백해 줄 때에는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채식주의자 내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생각보다 수준 높은 질문과 피드백이 오갈 수 있었지만, 피버 드림과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간단한 수준의 피드백만이 오갈 뿐이라 매우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고 아이들에게 소설 내용을 자세히 듣고자 하였고 아이들 역시 소설의 내용을 교사에게 설명해 주는 과정을 통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 소설의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질문하였다.

아이들의 산출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두 모둠의 산출물은 해당 작품에 대한 ppt를 만들어 소개하고 서평을 만드는 활동을 이어 나갔다. 가장 익숙한 방법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실제 발표회를 진행했을 때 다른 많은 학생이 해당 부스를 찾아 와 좋은 정보를 얻고 발표자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팀은 ‘낭독극’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었다. 위의 아이들에게 조금은 미안하지만, 낭독극 형식의 산출물은 매우 특이했기에 이 내용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낭독극 무대 구성 과정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왜 낭독극이니?” “선생님과 함께했던 낭독극 수업이 기억나서요” 조금은 감동스러운 답변이었다. 아이들이 1학년이었을 때 한 학기 동안 낭독극 무대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좋았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각실에서 무대를 구성하고 발표회를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였고 좋은 낭독극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었다.
전체적인 낭독극 대본 창작의 틀을 제공했다. 작문의 기본 과정을 조금 수정하여 제작 과정을 제공하였고 아이들은 이 틀을 따라 대본을 창작해 나갔다. 작문의 기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계획하기 – 내용 생성하기 – 내용 조직하기 – 표현하기 – 고쳐쓰기’
작문의 기본 과정에 따라 낭독극 대본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계획하기 단계에서 아이들은 어떤 주제와 목적을 갖고 대본을 창작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독자 즉, 관객들의 특징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어떤 무대를 만들어야 메시지가 전달이 잘 될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환경의 문제가 소시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친구들에게 알리고자 하였고 ‘옴니버스’ 구조를 활용하여 환경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일성 있게 제시하고자 했다.
내용 생성 단계에서는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게 하였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밀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환경 난민들은 어떠한 수모를 겪고 있는지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게 하였고 매체의 성격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도록 했다. 도서 내용이든 동영상이든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면 무조건 풍부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내용 조직 단계에서는 스토리보드를 작성할 수 있게 하였다. 어떤 이야기의 흐름으로 낭독극을 구성할지 고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고 무엇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이야기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게 하였다. 활용한 스토리보드 양식은 다음과 같다.
포털 사이트에 ‘스토리보드 양식’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양식이다. 이 외에도 국어 교과서에서도 비슷한 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간단한 그림이나 문장을 활용하여 대표 장면을 묘사하였고 어떤 대사를 활용할지 혹은 어떤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을 활용할지 스토리보드를 통해 구체화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아이들이 배경음악 선정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창작한 대사를 여러 번 읽어보며 해당 대사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배경음악을 찾고자 하였고 자연스레 배경음악이 작품의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하기 단계에서는 대본을 창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였다.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순간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크나큰 고통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의 공통적인 고통의 원인은 어떻게 시작하느냐이다. 아이들은 멋있고 유려해 보이는 표현으로 작품을 시작하고자 하는 욕심이 강해 십분, 이십 분 아니 한 시간 내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보았다. 아이들이 가진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일단 시작해라!’라고 조언한다. 아무 말이나 써 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표정은 더 당황스러워진다. 그러나 창작 활동은 숭고한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담감을 낮추기 위해선 아무 말이나 쓸 수 있게끔 조언한다. 물을 끌어오기 위해 위에서 붓는 마중물이 필요하듯이 또 다른 대사를 끌어오기 위해선 마중 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아무 말이나 시작하게 된다면 더 괜찮은 대사가 떠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 학생에게는 좋아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의 대사를 음미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수려한 대사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명장면의 대사는 일상의 대사와 가깝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대사도 무대 위에서는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한다.
작문의 고쳐쓰기 단계는 사실 모든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 대본 창작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본을 쓰는 과정뿐 아니라 스토리보드 작성, 계획하기 단계 어디서든 다시 돌아가 내용을 수정할 수 있음을 꼭 인지시키고자 했다.
낭독극 대본의 작성 과정에 따라 대본을 창작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대본을 창작하는 것도 좋지만 중간중간 대본 작성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 완성도 있는 낭독극 무대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작품의 완성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부여함으로써 서로의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낭독극 공연의 모습

낭독극 수업의 꽃은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연의 완성은 관객들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다. 아이들에게 낭독극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만들 것을 제안하였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 아래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낸 낭독극 공연 홍보 포스터이다. 총 5가지의 주제가 있었고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고 작품의 메시지가 잘 집약된 포스터를 만들어 냈다.
다음은 시청각실에서 진행한 공연 모습이다. 일반 연극과 달리 대본을 숙지할 필요가 없고 연기력도 중요하지 않은 공연이기에 간단한 리허설 후 본공연을 진행하였다. 무대 위에 보면대를 펼치고 창작한 대본을 잘 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공연이지만 장소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참여하는 아이들의 몰입도와 집중도가 생각보다 높다.

낭독극 공연 이후...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2~30분 정도의 짧은 공연이지만 많은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받았다. 아이들은 관객의 호응에 뿌듯함과 관객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낭독극 공연은 연기력이 부족해도 좋다. 연출적인 노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소리. 목소리에만 집중해서 공연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성격이 소심한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실제 공연이 끝난 후 소심한 성격으로 남들 앞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던 아이가 무대 위의 경험이 너무 행복했다는 말을 해 주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조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객들의 몰입과 집중을 몸소 느껴보는 낭독극 공연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낭독극 수업에 대해

아이들에게 인생의 주인공 ‘너’라고 이야기해 주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낭독극 수업은 아이들이 실제로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창작한 대본으로 많은 관객의 호응과 집중을 받는 무대 위 주인공으로서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높은 자존감을 형성해 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민수 가르침보단 아직은 배움이 익숙하고 더 즐겁습니다. 일방적인 가르침을 지양하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교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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