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소리 읽기
home
교과별 수업 및 평가
💕

도전! 들숨에 재구성, 날숨에 재구성

도전! 들숨에 재구성, 날숨에 재구성

윤유경(아산용연초등학교 교사)
이번 학기의 목표를 정했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끊임없이 아이들이 배운 주제와 내용을 되풀이 할 수 있는 수업을 할 것. 때로는 교사의 준비가 많이 필요한 수업도 있지만 때로는 간단한 수업이 되기도 했다. 거창한 준비물이 있는 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교과서 마저 없어도 의미 있는 수업도 있었다. 이런 크고 작은 수업 속 소소한 수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거창한 프로젝트 없는, 그야말로 할 수만 있다면 융합시켜! 정신으로 즐겁게 보낸 학기다.

대단하지 않은 수업

아이들의 배움에 연결성이 있기를, 삶에서 기억에 남는 앎이 있기를 소망하며 교과 재구성을 고민해왔다. 최소 반년 전부터 고민하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너무나 소중하고 즐거운 수업이었지만 점점 더 고민스러워졌다. 교사인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선뜻, 부담 없이 일상 재구성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내가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고민을 그만두었다.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소소하더라도 그때그때 관련 있는 주제와 과목을 늘 끌어왔다. 아이디어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선생님들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자료를 만들고, 결과를 나누었다. 이번 학기엔 대단히 눈길을 끌거나 긴 시간을 요구하는 수업을 계획하지 않았다. 다만 늘 거의 모든 과목을 연계하여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교과 재구성을 좀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일상 수업 속에서

아이들은 과학 시간에 태양계의 행성들을 배우고 체육 시간에 모둠별로 둥글게 모여 율동을 만들어 크기를 비교했다. 이렇게 크기를 비교하고 미술 시간엔 OHP 필름에 상대적인 크기를 고려한 모빌을 만들었다.
국어 시간에는 교과서 지문 대신 ‘마고 할미’ 이야기를 읽었다. ‘마고 할미’ 이야기에서 복합어와 단일어를 찾아보고, 음악 시간에는 ‘마고 할미’의 각 장면별로 마고 할미가 천둥처럼 기지개 켜는 장면, 오줌을 싸는 장면 등 각 장면별로 다양한 타악기를 이용해 음악극을 꾸며보았다.
▲ 태양계 행성 모빌
▲ ‘마고 할미’ 음악극의 한 장면
실과 시간에는 동물 기르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교실에서 동물을 기르기가 어렵고 체험 학습을 떠나기도 어려워 미술 시간에 어항 속 물고기를 만들어 이름을 붙여주었다. 물고기에게 필요한 조건, 물고기에게 들려줄 말을 적어 비록 살아있는 물고기는 아니지만, 정을 듬뿍 주었다.
▲ 어항 속 물고기 ‘자몽이’
▲ 상황에 맞는 옷차림 작품
또 실과 시간에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배우고, 미술 시간에 그린 풍경화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생각해 본 뒤 인형 옷 입히기를 해보았다.
국어 토론 시간에는 과학 시간에 등장해 우리 반에서 화제가 되었던 명왕성 퇴출 사건, 사회 시간에 나와서 아이들의 공분을 샀던 노키즈존 등이 주제가 되었다. 사회 시간에는 우리나라의 행정 구역을 배우고, 국어 시간에 내가 갔던 지역의 사진을 가져와 기행문 편지를 썼다. 다른 반 친구와 기행문 편지를 바꿔 읽고 답장을 받기까지 5학년 아이들은 설레서 어쩔 줄을 몰랐다.
국어 시간에 ‘잘못 뽑은 반장’ 글을 읽고 반장이 갖춰야 할 미덕을 찾아보았다. 또 친구가 가진 미덕을 골라 미덕 왕관을 만들어 씌워주었다. 이후에 진행된 반장 선거는 그 어느 해보다 진지하고 열띤 현장이 되었다. ‘전통 미술과 현대 미술’을 비교하는 차시에서 아이들은 복도에 마련된 특별 전시회를 관람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랐다. 또한, 여러 미술 작품들을 조사하여 작품들을 큐레이션 한 뒤 각자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국어 시간에는 큐레이터가 되어 자기 전시회 속 작품들을 소개하는 설명글을 썼다.
▲ ‘책임감’ 미덕 왕관(왼쪽), 전통과 현대 미술관 관람 모습(오른쪽)
학기 전반에 걸쳐 실과 용돈 관리 단원과 연계하여 학급 화폐를 도입하였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세금 내는 아이들’ 활동에서 착안해 일주일에 한 번 학급 내 역할에 따른 주급을 주고, 세금을 걷었다. 저축도 할 수 있으며, 마트를 열어 계획에 따라 사고 싶은 물건을 샀다. 수학 혼합 계산 단원에서 복잡한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뒤 용돈 기입장에 학급 화폐 사용 내역을 작성하며 계획적인 소비 생활을 실천했다. 아이들이지만 어른과 마찬가지로 소비하는 패턴과 선호도가 모두 다르다. 사용 내역을 비교해보며 계획대로 잘 소비했는지 서로 조언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 학급 화폐 활동 안내 사항과 마트 상품 목록
이는 일상적으로 일어난 수업 중 일부이다. 많은 교과를 융합하거나 많은 시간을 계획한 수업은 아니지만, 교과 간의 벽을 계속해서 허물고 배움의 연속성을 일으켰다는 점에 있어서 효과적이었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별, 인권 수업

사회 시간에 등장한 ‘인권’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데, 이 내용을 어떻게 다른 교과와 연계하여 재구성할 것인가 생각했다. 학교 인권 담당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인권 표어 공모가 예정되어 있어 더욱 운영하기 좋았다. 사회 시간에는 인권이란 무엇인지, 법에서 어떤 내용을 보장하는지, 인권과 관련한 이슈에는 무엇이 있는지 전반적인 내용을 배웠다.
이번 수업에서 국어 시간이 매우 중요했는데, 토론 단원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하며 나의 가치관을 세우고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알아보았다. 또한,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인권과 관련한 여러 질문에 대해 어울리는 문장을 고르는 게임을 했다.
아이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법으로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배웠고 각자의 입장을 세웠다. 또한, 수업이 진행되며 이 주제에 빠져 삶에 받아들일 준비도 마쳤다. 이제 미지의 세계였던 ‘인권’이라는 주제를 체득하여 자기만의 문장으로 나타낼 차례다.
▲ 제한 시간 내에 주제에 어울리는 문장 고르기 게임
학교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던 인권 표어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들은 각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문장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최종 선택된 표어는 학교 전체에게 배부된 물병에 새겨졌으며, 아이들은 이를 매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물병에 새겨진 문구를 다시 읽으며 의미를 곱씹었다. 인권 단원을 마치며 생명을 존중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엄숙하게 작성하고 나니 이제 아이들은 인권에 관련한 주제에 눈을 반짝거린다. 진지한 자세로 나름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약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 인권 텀블러
▲ 생명 존중 서약
인권을 주제로 여러 날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교과 재구성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내용을 피상적으로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기 삶에 받아들일 수 있고, 또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어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르치고자 하는 주제가 아이들의 마음에 닿는 것이 내 마음에도 느껴진다.
이번 학기 나의 목표는 ‘들숨에 재구성, 날숨에 재구성’이었다. 아이들은 같은 제주도에 관한 글이라도 제주 오름에 대한 설명문보다는 지난 사회 시간에 배운 제주 전통 가옥 구조에 관한 설명문을 훨씬 진지하게, 흥미롭게 읽었다.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글일 수 있지만 ‘나’의 경험과 관련되는 순간 집중도는 높아진다.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할수록 점점 배움의 깊이가 깊어지고, 눈이 반짝이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질문을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와닿을 때 재미있어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나도 수업이 재미있어진다.
목표를 향해 가며 즐겁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교사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