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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 따뜻한, 나무학교 겨울나기

공동체로 따뜻한, 나무학교 겨울나기

- 2022 나무학교 겨울 워크숍 후기① -

조혜진(나무학교 기획팀장, 온양신정중학교 국어교사)

그 해 여름 우리는

뜨거운 함성과 함께 손을 맞잡았던 우리의 여름 캠프, 겨울 워크숍의 기획은 그 여름날로부터 시작되었다. 만남과 연대에 갈증 나 있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모으고 싶었다. 오랫동안 공동체 활동을 했던, 혹은 앞으로 함께 걸어갈 동료들과 에니어그램을 통해 나와 우리를 살펴보았던 시간. 늦은 밤까지 서로를 이해하는 그릇을 키워가며 술이 오르고 귀가 먹먹했던 대강당. 그리고 신뢰 서클을 통해 지금의 내가 나무학교에 이르게 한 징검다리를 성찰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코로나19 이후, 대담(?)하게 결정했던 1박 2일 수업캠프 프로그램에 대한 선생님들의 높은 만족도와 관계 맺기 프로그램 요구에 대한 피드백이 겨울 방학에 또 다른 기획을 꿈꾸게 했다.

꿈꾸는 나무학교 겨울은

마침 이번 겨울 방학은 ‘공동체를 바탕으로 실천을 이어가는 나무학교’를 주제로 청주교대에서 청주교사교육포럼에서 워크숍을 운영하기로 했던 터였다. 청주교사교육포럼 일정과 함께 숙박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외부 공동체와 교류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시간을 갖고 나무학교 공동체의 성과도 나누며 나무학교 안팎으로 연결되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만남을 즐기는 귀여운 댕댕이들이 가득한 기획팀 회의를 통해 숙박 프로그램의 컨셉은 ‘바비큐, 캠프파이어, 레크레이션’이 함께하는 경치 좋은 펜션으로 결정했다.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로는 우리의 진한 만남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슬로건을 만들면서 나무학교의 ‘겨울나기’가 겨울 방학보다 기대되었다.
▲ 2022 나무학교 겨울 워크숍 TF팀 기획 회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바쁜 학사일정이 다가오는 연말임에도 고맙게도 여러 선생님께서 TF팀을 자원해주셨다. 나무학교를 시작할 때부터 늘 ‘TF팀’이었던 나는 든든하게 방향키를 잡아주었던 선배들이 없는 자리에서 회의를 주관하는 게 큰 부담이다. 그렇지만 덩어리로 놓여있는 진흙을 요리조리 많은 이의 손의 온기를 더해가며 그럴듯한 무언가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특히 겨울 워크숍에 참석할 수 없는 일정임에도 사전 답사에 나서주셨던 ‘우리의 빛과 소금’ 교육팀장 문진아 선생님 덕분에 워크숍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계획에 반영할 수 있었다. 이제는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담아 완성한 계획을 거침없이(?) 실천해 나가는 일만 남았다.
▲ 2022 나무학교 겨울 워크숍 및 청주교사교육포럼 포스터

공동체와 함께 벽을 넘는다는 것은

촉촉한 겨울비가 내리는 날, 겨울 시즌을 맞아 야심에 차게 기획했던 겨울 후리스를 입고 청주로 떠났다. 하나둘 도착하는 반가운 선생님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워크숍을 시작했다. 나무학교 공동체 선생님들 안에서도 오래 활동한 화석(?) 선생님들, 그리고 처음 방문하는 새싹 선생님들, 또 다른 지역 공동체 선생님들 등 다양한 선생님들이 함께하는 자리이기에,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마음 열기 활동으로 스낵고 학생 유형 검사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소개하며 ‘스낵’으로 연결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자신과의 환상의 케미와 환장의 케미를 찾고 과자를 선물하는 시간을 통해 가볍게 긴장을 풀고 선생님들의 대략적인 특징과 인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순우 대표의 나무학교가 걸어온 길과 교사학습공동체에 대한 미니 강의와 잘 굴러가는 교사학습공동체를 위한 토의 활동이 이어졌다. 많은 시간 연구하고 공부한 내용을 빠르게 정리해서 짧은 시간 안에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백순우 선생님의 능력은 참 부럽고 귀하다. 청주교사교육포럼 워크숍 마지막 활동으로는 공동체를 성찰하는 그림책 독서토론 활동을 운영했다. 나는 그림책독서교육모임 그림숲을 운영하면서 ‘그림책’에 기대어 나의 마음을 비추고 서로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있다. <빨간 벽>이라는 멋진 그림책의 힘을 통해 공동체 속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모습과 자신의 벽을 성찰하거나 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이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특히, 지금의 ‘나’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나무학교의 파랑새 선생님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뭉클했다.

나무학교의 환대

환대란, 타인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가 편안하게 ‘사람’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 지성사 중에서
처음 나무학교에 왔을 때 이 능력자들이 많은 틈바구니에서 내가 이렇게 받기만 하는 것이 너무 민망하여 조약돌 하나라도 놓는 심정으로 작은 역할을 지원해서 해왔다.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나무학교를 대표하여 청주교대에서 강의를 진행한 나의 모습이 놀랍고 기특하다(!). 늘 따뜻하게 환대해주고 안아주었던 선생님들과 자리를 내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손잡아준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나의 교직 인생과 함께 켜켜이 쌓아온 나무학교와의 인연이 이 징검다리에 위에 서 있게 했다.
이어진 숙박 프로그램에서 모두의 맘과 몸을 뜨겁게 만들었던 환상의 공동체 놀이 활동과 바비큐 시간은 멋진 능력자 선생님들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힘을 새삼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그림책 고민 처방 테라피 프로그램 진행에 큰 힘을 준 하누리 선생님과 숙취를 호소하면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삶과 고민을 내놓고 빛나는 감상을 나눠주는 선생님들께 또 한 번 감동하였다.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비추며 바라봐 주는 고마운 선생님들께 늘 나무학교가 환대하며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 이번 겨울워크숍은 나무학교에 서 있는 나의 바람을 생생하게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 2022 청주교사교육포럼 중 나무학교 세션 단체사진
▲ 2022 나무학교 겨울 워크숍 단체사진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시를 좋아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사범대를 갔지만 이제는 교실과 아이들이 더 좋은 국어 교사로, 어제보다 오늘 한 뼘 더 자라는 나를 긍정하며 살아갑니다. 많은 공동체 모임 속에 감초같이 끼어 있는 프로공동체 참여자로 나무학교 작은숲 기획팀장과 팟캐스트 모임 이해됨에서 시, 술, 그림책, 캠핑을 좋아하는 황진이를 맡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선 순간 서 있는 자리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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