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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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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ether is better: 2021년도 함께 힘내요!

Together is better: 2021년도 함께 힘내요!

오서현
교육부에서 온라인 등교 수업 방침을 밝힌 후, 선생님들은 난생처음 겪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EBS, 구글 클래스룸, 줌 같은 프로그램이 원격수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심란한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모색했다.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도 한 마음으로 SNS나 밴드에 코로나 시대의 수업 방법을 알려주는 다양한 앱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며 이 난관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퇴근 후와 주말에도 동료 선생님들과 새로운 온라인 수업 도구들을 배우러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쫓아다니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 돌발적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힘은 우리 선생님들이 대동단결하여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집단 지성을 끌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아이들을 줌으로 마주하다!

2020년 3월, 새 학교로 발령을 받았지만,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없는 텅 빈 학교에 출근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수업에서 학생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새 학교의 학생들 얼굴을 보지 못해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줌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기로 했다. 처음 줌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던 날 행여나 내 목소리가 안 들릴까 봐 목청을 있는 대로 가다듬고 큰소리로 한 명 한 명 아이들 이름을 불렀다. 학생들은 쭈뼛거리며 멋쩍게 화면에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고 나는 그런 아이들을 반겨 맞았다.
하지만 줌으로 하는 수업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다. 마치 복잡한 우주선을 조종하듯 조심조심 화면에 공유한 책을 띄워 설명을 하랴, 아이들이 이해를 잘하고 있는지 얼굴을 살피랴 수업을 하는 내내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의 연속이었다.
등교는 기약 없이 지연되었고 그러는 사이 줌으로 수업을 하는 나도 배우는 아이들도 조금씩 이 상황에 익숙해져 갔다. 아이들은 점차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고, 나는 미리 준비한 분량의 수업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내가 할 말만 내뱉기에 바쁠 때도 있었다. 목소리가 전달이 잘 안 들릴까 봐 노트북에 바짝 다가앉아 톤을 높여보다가 듣는 이 없는 허공을 향해 혼자 독백하는 것 같아 공허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가끔 학생의 마이크를 타고 반려동물의 짖는 소리, 학부모님의 말소리가 정적을 깨고 들려오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에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연중 수업 공개 중이라는 어떤 동료 선생님의 우스갯소리 같은 넋두리가 생각나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수업>

마침내 등교한 아이들을 비로소 교실에서 만나다!

교정의 그 화사한 붉은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가 홀로 다 피고 질 무렵, 마침내 아이들이 학교에 왔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웃음소리,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모처럼 학교는 활기를 되찾았다. 아이들을 만나러 잔뜩 기대하고 교실에 들어갔지만 반가움도 잠깐 마스크를 쓴 아이들 얼굴은 누가 누구인지 구별을 할 수 없었다. 아이들과 나 사이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놓여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만큼이나 마음의 거리두기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고 언제 또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과 나누는 수업은 귀하고 소중했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마스크로 인해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에 섞인 불분명한 발음을 감지하고 나의 목소리가 아이들의 귀에 쏙쏙 들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청을 높였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이 시시각각 바뀌는 코로나 상황에서 격주로 등교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료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교실과 온라인 사이를 넘나들며 불안한 시간을 보냈고 퇴근 후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보내며 온라인 수업으로 소통이 잘 안 되는 간격을 메우기 위해 항상 대기상태였다.

2021년 마음으로 다가가는 수업을 소망하다!

2020년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블렌디드 러닝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블렌디드 러닝을 실시하는 우리의 수업에서 온라인 학습 도구의 사용에 대한 균형과 절제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자문해 본다. SNS 등을 통해 날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온라인 수업 도구를 배우느라 정작 시간을 내야 할 수업 준비나 아이들에 관한 관심과 소통에는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도구의 적절한 사용은 아이들에게 수업에 흥미와 참여를 높일 수 있겠지만 과한 사용은 오히려 학습 목표와 수업의 핵심 내용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나는 온라인 수업 기간에는 그나마 아이들과 간접적으로라도 만날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도구의 사용을 선호한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안내와 학습자료 및 과제를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가끔 수업에 활기를 주거나 수업 정리용으로 활용하는 퀴즈 프로그램, 비대면과 대면 모두에서 학생들의 의견이나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작업 도구(패들렛),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외국어 교과의 학습을 위해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어휘학습 프로그램 등이 내가 수업에 활용하는 온라인 수업 도구들이며 한 시간에 0~2개 정도로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대신에 수업에서 학생들의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미흡한 학습 상태를 해소할 피드백과 학습 전략은 무엇인지 등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2021년이 시작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은 작년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우리가 잠시 멈춰서 교사의 시선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우리의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나의 수업에 들어온 아이들의 진정한 배움과 성장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분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기치 않은 바람이 불어오고 때로 그것이 우리를 흔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잘 버텨내고 있다. 햇빛이 비치는 밝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그림 속의 여인처럼 바람이 지나간 뒤에 교육의 중심에 두 발을 단단히 디디고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 있는 상상을 해본다. 2021년에도 우리의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사람이 수업 속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마음으로 다가가는 수업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찰스 커트니, 햇빛이 비치는 계곡>, 요즘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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