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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일베’를 아시나요?

선생님, ‘일베를 아시나요?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이광현(천안신당고 역사 교사)
추천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김학준, 오월의봄)
저는 2022년 3월을 기점으로 제가 살아가는 사회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에 더 크게 동요하고, 누군가에 대한 혐오를 정말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향해 던져지는 날 선 말들과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네거티브는 이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쳐야 하는 저라는 교사에게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해결책을 찾던 중 신간 도서 소개에서 마주한 책이 “보통 일베들의 시대”였습니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 충격적인 제목과 제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책 표지 디자인이 곧장 책을 구매해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던 것 같습니다. 통상 한국사의 현대사 부분을 가르치다 보면 뉴라이트 계열의 논리를 토대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거나 우리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친구들을 보고 ‘너 일베하니?’라고 물었다는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종종 들어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식과 너무 떨어진 ‘일베’의 주장은 결국 2010년대를 지나며 우리 사회의 ‘문제’ 그룹으로 인식되며 사회의 비난 여론 속에 자취를 감추며 대부분 사라졌다고 인식돼 온 것이 보통의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보통 일베들의 시대라니.
저자는 2014년 일베의 게시물을 전부 조사하다시피 해 일베의 주장과 논리, 특성과 경향 등을 분석한 사회학 연구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일베의 주장과 논리를 거의 다름없이 내뱉는 특정 정치인이 한 정당의 대표가 되는 것을 보고, 또 그의 주장과 논리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껴 자신의 석사 논문의 글과 추가 연구를 담아 책을 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직접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해서 인터뷰한 15분 분량의 영상이 유튜브에 있으니 혹시 책을 읽으실 선생님께서는 미리 인터뷰를 보시고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한 가지 자명한 사실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는 일베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알려고 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베를 나쁘다고만 할 뿐, 왜 나쁜지는 뚜렷하게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 한 발 더, 일베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기에 일베라는 존재들을 이해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어른들은 둘째치고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일베와 같은 논리를 주장할 때, ‘너 일베하는구나’라고 비난하고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그들의 논리와 혐오를 수용하기까지 어떤 사고회로가 작동했을지 이해함으로써 어긋났던 아이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돌려놓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이 책을 권한 것입니다.
책의 1장은 일베가 갑자기 등장한 존재가 아니라 인터넷의 등장과 문화적 변화 속에서 등장한 집단이라는 점을 분석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부터 ‘일베의 계보: 사이버공간의 간략한 문화사’입니다. 아마 1장을 읽으시면 인터넷 문화의 변화에 흥미를 느끼며 계속 책을 읽게 되실 겁니다. 2장은 저자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분석해 일베의 혐오 표현을 정리하였고, 3장은 일베라는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4장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대학생, 회사원이 일베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4장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베 회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말할 순 없지만, 일베라는 친구들 알고 보면 아픔이 있는 친구들 같아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사실 4장과 5장의 글을 읽다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미 만연하게 오가고 있는 ‘대화’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놀라실 수 있습니다. ‘내가 일베의 표현을 쓰고 있었다고?’ 저자는 5장의 부제를 이렇게 달았습니다. ‘일베만의 문제는 없다’. 어쩌면 이 책은 ‘당신도 일베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다 ‘당신이 사용하는 혐오 표현이 일베의 표현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 문제의식에서 일베를 이해해보자는 목적도 있지만, 우리의 생각은 혐오의 논리에 물들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보길 바라며 이 책을 소개하였습니다. 만약 읽으시다 딱딱한 사회학 연구 저서 느낌이 든다면, 무리하지 마시고 쓱쓱 넘기면서 흥미로운 부제들을 찾아 일베들의 생각을 알아보시길, 또 그들의 생각과 내가 가진 생각을 비교하며 한 번쯤 나 자신을 반성해보는 시간도 가져보시길 바라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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