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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연재]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 제1화

[수업연재]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 제1화

- 올해도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이유 -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수업 연재를 시작하며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를 가꾸어 나가지 않으면 내 삶은 다시 메말라버립니다. 극심한 가뭄에도 호스를 연결해 매일 매일 식물에 물을 주는 성실한 농부처럼 우리도 행동과 실천으로 이 관계를 돌봐야 합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지속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연결됨을 느끼는 존재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땅, 돌, 풀, 나무, 바람, 강, 바다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걸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감정을 느낀 후로 제 하루는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제가 이런 사람이 된 데에는 아마 갓난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강아지와 함께 지내온 경험과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닷속의 풍경을 보고 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마치 간증 같네요)
그런데 이런 연결이 항상 기쁨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나와 연결된 대상에 해를 가했거나 나와 연결된 대상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환경은 제게 이런 주제입니다. 배출하는 쓰레기를 줄이고, 가끔 채식 식단으로 밥을 먹고, 환경 단체에 후원을 하지만 부족함을 느낍니다. 제 노력들이 너무 작은 탓도 있지만, 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 춥지 않았던 2월, 올해의 수업을 고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환경과 연결된 개인이 아니라 시민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요.
오늘부터 2022년 1학기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에 진행하고 있는 <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 이야기를 글로 기록해보고 싶습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턱하고 막힐 때가 있습니다. 100% 만족스러운 수업은 퇴직할 때까지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이런 지점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잘된 것만 기록하기 보다는 저와 학생들이 나눈 대화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제가 겪고 있는 수업 고민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매일 수업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업을 준비하며 고민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써보겠습니다.

프로젝트 배경

‘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라는 수업 이름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단어는 ‘시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민의 정의는 ‘내가 세상과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좋은 연결을 만드는 데 함께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1 학생들이 ‘시민되기’를 고민하고 연습하길 바랍니다.
‘시민되기’에 실패한 대표적인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 나치 친위대의 장교로 6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저지른 실무책임자였죠.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난 1961년에 열린 재판에서 그는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크건 작건 아돌프 히틀러나 그 외 어떤 상급자의 지시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고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악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타인이나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진 인간이 악을 행합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를 읽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과연 ‘좋은 시민’일까?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하지는 않았나. 환경 문제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무기력하게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가.
좋은 시민은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사는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시스템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시스템의 작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기저의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합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이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냅니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슬기로운 시민이 되어 보자.’고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목적

토론은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핵심 장치 중 하나입니다. 토론의 목적은 정신없고 화려한 ‘말빨(?)’로 상대를 설득하거나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나 정책이 무엇인지를 시민들이 면밀히 검토하는 데에 있습니다. 2017년에 있었던 ‘탈원전 대국민 토론회’가 좋은 예죠.
고1 학생들은 1학기에 주 1회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며 모둠원들과 환경 정책과 관련된 논제를 분석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논증을 준비하고, 토론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그 입장의 이면에는 어떤 이해관계들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논리적인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민주사회에서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월부터는 범위를 좁혀 우리 학교에 필요한 환경 정책을 건의하는 활동을 합니다. 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 학생회, 우리 반 친구들 등을 대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작성해 배움을 교실 밖으로 실천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했던 한 학기의 배움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길 바랍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등학교를 떠나서도 슬기로운 시민으로 사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시민되기 과정’에서 이 수업이 희미하게 빛나는 모래 한 알이 될 수 있겠죠?

프로젝트 개요

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목 국어
학년 고등학교 1학년
기간 14~15차시
성취기준
[10국01-03] 논제에 따라 쟁점별로 논증을 구성하여 토론에 참여하고 의사소통 과정을 점검조정하며 듣고 말한다. [10국01-05] 의사소통 과정을 점검하고 조정하며 듣고 말한다. [10국03-01] 쓰기는 의미를 구성하여 소통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임을 이해하고 글을 쓴다. [10국03-02] 주제, 독자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타당한 근거를 들어 설득하는 글을 쓴다. [10국03-04] 쓰기 맥락을 고려하여 쓰기 과정을 점검·조정하며 글을 고쳐쓴다.
탐구질문
1.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에 어떤 환경 정책이 필요할까?
2.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학교에 어떤 환경 정책이 필요할까?
프로젝트 안의 주요 활동
주요 결과물
환경 문제와 관련된 정책 토론(모둠 결과물)
학교의 환경 정책을 제안하는 건의문(개인 결과물)
이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에 어떤 환경 정책이 필요할까?’와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학교에 어떤 환경 정책이 필요할까?’라는 두 가지 탐구질문을 함께 해결하며 토론과 설득하는 글쓰기를 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를 기릅니다. 더 나아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좋은 사회를 고민하고, 이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들을 기릅니다.
첫 단계는 물꼬트기 단계입니다. 물꼬 트기 단계에서는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교실에서 겪을 수 있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피라미드 토론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동기가 형성되었다 싶으면 함께 탐구질문을 확인하고, 모둠 세우기 활동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탐구하기 단계입니다. 탐구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은 질문들을 던지고 학생들의 탐구를 유도하는 단계입니다. 역량은 경험만으로 길러지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토론을 경험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을 이해하고, 기능들을 연습하고 점검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결과물 발표하기 단계입니다. 5가지의 환경 논제 중 모둠별로 한 가지를 선정해 모둠 대항 찬반 토론을 펼치는 단계입니다. 이때 청중으로는 교실의 다른 모둠 친구들과 교내 선생님이 참여해 토론 후반부에 토론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예정입니다.
이렇게 토론 과정이 끝나면 질문의 범위를 지구에서 학교로 옮기게 됩니다. 그래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단계에서 학생들은 건의문을 쓰는 방법을 학습하고, 학교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학교의 환경 정책을 건의하는 글을 써서 제출합니다.

1화 마무리

올해에도 PBL센터 선생님들은 제가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센터에서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흥미로운 도입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고, 수행평가 채점기준표에서 제가 놓쳤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짚을 수 있었습니다. 또 센터 선생님들과 토론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함께 공부하며,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떻게 비계를 설정해야 하고, 피드백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또 온양여자고등학교에서 함께 1학년 국어를 가르치시는 동교과 선생님들께도 참 감사합니다. 겨울방학 동안 제가 수업 계획의 큰 얼개를 짜서 제안드렸더니 흔쾌히 같이 해보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수업은 사회과 수업과도 연결됩니다. 국어과에서 토론 수업을 하고 나면 사회과에서 세계의 환경 정책을 더욱 전문적으로 수업해 주기로 하셨습니다. 초보적인 수준의 교과 융합 수업이지만, 수능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지금, 학교 안에서 타 교과 선생님들과 이런 수업을 실천해볼 수 있는 것 차체로 행운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물꼬트기 단계와 탐구하기 단계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특히, 탐구하기 단계에서 학생들과 입론과 반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수업 과정들을 기록해두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다보면 조금 더 지혜로운 교사가 되어 있겠죠?
토론 수업을 위한 활동지를 함께 첨부합니다. 앞으로 저에게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 토론 과정 전체.pdf
1965.3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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