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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온앤오프[취미생활편]

나무학교 인터뷰

교사의 온앤오프[취미생활편]

‘온앤오프’라는 tvN의 예능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연예인들의 ‘일’과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요. 주말에 TV를 켜고 재미나게 시청하다가 문득 교사 버전의 온앤오프를 만들고 싶어져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기획해 보았습니다. 최근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계시는 서유리, 문명현 선생님을 모시고 교사들의 ‘일’과 ‘일상’은 어떤 모습이고 학교를 벗어난 진짜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교사로서의 [ON] 모드와 나를 위한 [OFF] 모드를 껐다 켰다 하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교사들의 ‘일상’ 속 진솔한 취미생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서유리 선생님(서산고 가정 교사)

Q. 취미를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서유리: 제 취미는 무언가를 만드는 건데요. 작년에는 만드는 범위가 조금 다양했어요. 원래부터 만드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작년에 매실주에 처음 도전해 보았어요. 원래 매실주를 좋아하기도 했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친구가 담그는 걸 보고 맛도 있고 재미있다고 그래서 몇 년 동안 생각만 하다가 작년에 시간이 나서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봤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매실주가 담그면 바로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최소 삼 개월을 숙성시킨 다음에 먹어야 해요. 구석에 넣어놓고 있다가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 웰컴 드링크로 대접했더니 먹어보고 너무 맛있다고 하는 거예요. 이게 계기가 되어서 친구와 함께 와인도 만들어봤는데 이것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만들었더니 주변에서 그걸 보고 자기도 만들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와인만 3번을 만들었어요. 와인 또한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해서 한 달 뒤에 거르고 가라앉힌 다음에 석 달째 되었을 때부터 먹는 게 제일 좋아요. 사실 한 반년에서 일 년 정도 있다가 숙성이 많이 되었을 때 먹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현재는 그때 만든 걸 소진 중입니다.
Q. 와인은 보통 한 번에 몇 병을 만들 수 있나요?
서유리: 와인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요. 포도 3kg에 3리터 정도. 노력에 비해 양이 많이 나오지 않고 매실주보다 손이 많이 가요. 매일매일 저어줘야 하고 한 달 뒤에 걸러줘야 하고 2차 숙성도 시켜줘야 해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그리고 정말 맛이 있으면 매년 만들 텐데 우리가 원래 마시는 와인들이 우리나라 포도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해외의 와인용 포도로 만들잖아요. 포도 종류가 다르다 보니까 익숙하지 않은 낯선 맛이 나더라고요. 색다른 와인 정도이지 ‘너무 맛있다, 또 만들어야겠다’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Q. 매실주, 와인 외에 어떤 걸 만들어보셨나요?
서유리: 공방에서 열리는 원데이 클래스에서 도마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본 것 같아요. 제 주변 친구들도 만드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친구 중에 한 명은 저희 집이 모이기가 좋으니까 저희 집으로 재료를 주문하곤 해요. 갑자기 “다음에 너네 집에 가면 이거 같이 만들자.”라고 하면서 재료를 저희 집으로 시켜놓고 친구들이 제 집에 와서 그걸 만들고 가는 거예요.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집에서 유독 이것저것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취미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유리: 변화하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는 점? 매실주는 변화 과정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와인은 변화하는 과정이 눈에 보였어요. 처음에는 흐렸다가 점점 색깔이 짙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포도 생기고 이런 과정이 눈에 보이니까 변화를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와인 알코올 도수가 궁금해서 측정해 봤더니 첫날에는 0%가 나왔어요. 그런데 두 달 후에 측정해 보니 20%가 나오는 거예요. 두 달 사이에 와인이 싹 발효되면서 알코올이 증가한 게 보이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그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고 여러 지인과 함께 만드니까 만들면서도 재밌었어요.
Q. 알코올 도수는 어떤 것으로 측정하나요?
서유리: ‘알코올계’로 측정해요. 지인의 식품공학과 연구실에 가서 알코올계로 측정을 했어요. 알코올계에 와인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거기에 도수가 나와요. 집에 있는 당도계로 당도도 측정했는데 당도가 높을수록 높은 도수의 와인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당이 필요한데 당도가 높으면 알코올 발효가 많이 일어나서 도수가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와인을 만들 때는 당도계가 필요하고 알코올계가 있으면 알코올 도수 측정이 가능합니다.
Q. 취미생활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서유리: 재료와 도구가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불편한 점이 있어요. 예를 들면 술을 만들면 병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재료를 세척하기 위한 그릇이나 옮겨 담을 병 등 많은 도구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1인 가구다 보니 저장 공간이 부족해요. 집에 있는 최대한 큰 냄비를 활용하는 식으로 있는 도구를 활용하다 보니까 양은 똑같은데 작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거죠.
Q. 취미를 통해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유리: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다 보니까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추억이 생긴 게 좋았어요. 그리고 가정과 교사다 보니까 나중에 수업에서 활용할 것을 고려해서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놨어요. 처음에는 재미로 과정이나 한번 찍어 보자고 시작을 했었는데 나중에 영상을 편집하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편집본을 같이 만들었던 사람들한테 보내주니까 너무 좋아하고,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여러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추억이 되고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잃은 것은 별로 없는데 생각해보니 나와 주변 사람들의 간 건강(?)을 조금 잃은 것 같네요.(웃음)
Q. 취미생활이 멘탈에 미친 영향은 어떠셨나요?
서유리: 저는 작년에 취미생활을 많이 했는데 코시국을 이겨내는 정말 중요한 수단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알아보면서 수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가정과 교사 모임에서도 진행했고요. 작년에 파견으로 인해 학교생활에서 좀 동떨어져 있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 학교생활을 미리 대비한 것 같아요. 나중에 학교 복직하면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걱정도 덜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그 즐거움으로부터 오는 에너지가 멘탈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취미가 교사로서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서유리: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취미를 시작점으로 해서 범위를 넓혀갈 수도 있고요. 매실주로 시작을 했다가 그게 와인이 되고 전통주나 막걸리로 확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작년에는 식물을 키워서 요리해 먹기도 했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바질을 키우고 있어요. 매년 할 수 있는 연례행사가 생긴 것 같아요. 매실주도 딱 담글 수 있는 시즌이 있고, 와인도 담글 수 있는 시즌이 있고, 바질도 키울 수 있는 시즌이 있어서 매년 같은 시기에 할 수 있는 패턴이 생겨서 향후 몇 년간 지속하게 되면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을 것 같아요. 가정 교과가 먹는 것이랑 관련된 분야이다 보니 여러 가지 형태로 확장된 결과를 수업 시간에 적용할 수도 있고요. 저의 취미생활의 중심은 만드는 것도 있지만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취미를 통해 친한 선생님들이랑 수업에 적용하는 방안 등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하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수업 나눔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서유리: 사실 저는 무언가에 엄청나게 몰입하는 취미는 없어요.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게 좋고 그래서 지금까지 안 해본 것들을 새로 해보는 게 목표예요. 예를 들어 유리 공예나 아무 도구 없이 실로 만드는 레이스라든지, 어차피 만드는 원리 자체는 비슷한데 그걸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수업에 어떻게 녹여낼지 생각하면서요. 사실 무언가 하나에 몰입하는 게 없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표류 상태인 것 같아요. 요새는 가드닝만 하고 있어요.
Q. 교사에게 취미생활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서유리: 저는 잘 노는 게 잘사는 기반이 되는 것 같아요. 논다는 게 먹고, 마시고, 사람들 만나고, 이런 것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잘, 꾸준히 한다는 것이 잘사는 삶의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교사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잘살기 위해 취미생활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신 건강을 위해 아주 좋죠. 건강을 보통 정신, 신체, 사회적 건강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그중에도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을 제 취미생활이 가져다주고 있는 것 같아요.

문명현 선생님(천안두정고 기술 교사)

Q. 취미를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문명현: 저는 평소에도 운동을 즐기는 편이긴 했는데 헬스 트레이너를 하는 친구가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를 열었다고 하길래 놀러 갔다가 얼떨결에 영업을 당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취미는 웨이트 트레이닝이고 흔히 보디빌딩이라고도 부르는 운동입니다. 그전까지 보디빌딩은 우락부락한 사람들만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왔는데,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인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또 혼자서 운동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했던 것도 있습니다. 헬스장에 가면 다들 기구 사용법을 잘 몰라서 런닝머신만 뛰다 오게 되더라고요. 친구가 하는 가게이기도 하니까 이참에 운동기구 사용법을 싸게 배워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한 거죠.
Q. 그 친구의 어떤 말이 제일 자극이 되었나요?
문명현: 일단은 다른 친구 한 명이 이미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놀러 간 건데 그 친구가 몸이 많이 변했거든요. 그걸 보고 자극받은 것도 있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제 복근이 한 번이라도 빛을 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더 늦어지면 제 복근은 평생 햇빛도 못 보고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불쌍해요. 한 번쯤 꺼내주고 싶었어요. (웃음)
Q. 취미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명현: 보디빌딩을 시작한 지 한 1년쯤 되어 가는데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바디 프로필도 찍고 트레이너 자격증(2급 생활스포츠지도사)도 취득했어요. 처음에 운동을 시작하면 보통 한 달 이내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요. PT를 처음 받게 되면 한 달 동안 몸에 있는 신경계가 깨어나는 과정을 거쳐요. 이제까지는 몸에 있는 근육을 모두 활용하지 못하고 일상에서 움직이는 기능만 했던 터라 근육을 다루는 신경들의 스위치가 일부 꺼져있거든요. 일단은 근육이 있으니까 몸에 있는 근육들이라도 활용을 하려고 근신경 스위치를 하나씩 이렇게 켜서 올리는데, 이게 대략 한 달 정도 걸려요. 모든 신경 스위치가 켜졌는데도 힘이 모자란다고 몸에서 느끼면 그때부터 근육을 붙여 나가는 원리예요. 점진적으로 과부하를 주는 거죠. 처음에 신경스위치를 켜가는 과정(근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몸은 변화가 없어 보이고 힘들고 아프니까 그때 많이 그만둬요. 하지만 두 달을 넘어가며 몸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이면서 주변에서 ‘운동 좀 하네’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는 순간 멈출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몸의 변화는 본인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에는 ‘눈 바디’라고 해서 샤워 후에 눈으로 제 몸 상태를 보는데 짜릿하더라구요. 이 말은 빼주세요. 너무 자기애가 강해 보여서.(웃음) 소위 말해 헬스 매니아가 되어 가면서 근성장과 근손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Q. 그때 나날이 야위어가시는 게 눈에 보였었는데요. 체지방률이 어느 정도였죠?
문명현: 8%까지 빼고 사진을 찍었어요. 제가 운동을 아예 안 했을 때가 한 17% 정도였어요. 근육이 커지려면 운동, 휴식, 영양이라는 3가지 요건을 지켜야 하는데, 운동만 하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근육은 크지 않아요. 초보자들과 고수의 차이는 정확한 자세와 동작으로 다치지 않으면서 원하는 부위의 근육을 타겟팅해서 자극을 줄 수 있느냐의 여부인 것 같아요.
Q. 준비하시면서 근육의 작동과 생성 원리를 공부하신 거예요?
그렇죠. 몸에 관해 공부하다 보면 무척 재밌어요. 처음에는 안 다치려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근육은 계속 커지더라도 관절이라든가 인대 같은 경우는 과한 무게를 반복해서 든다거나 하면 손상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부상을 방지하려고 신체에 관해 공부했는데 공부 자체도 재밌고 학교 다닐 때도 제가 생물을 많이 좋아해서 흥미롭게 공부했어요.
Q.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공부한 내용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응시 과목 안에 다 있더라고요. 생리학, 운동역학, 스포츠사회학 등의 일곱 과목이 있는데 여러 과목이 있어서 한 번에 공부하기 좋았어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자격증을 따보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연초에 한 번 접수하여 필기, 실기, 면접, 교육, 실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험인데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신청 기간이 밀려서 그때 마침 제가 신청하게 된 거죠.
Q. 취미생활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문명현: 근력 운동을 하고 나면 몸에 전반적으로 피로감이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푹 쉬어줘야 하는데 본업도 있다 보니까 쉬지를 못해서 항상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어요. ‘운동해서 건강해지자’가 원래 맞는 말인데 헬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건강해서 오래 운동하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죠. (웃음) 운동하다 보면 무게를 어제보다 조금 더 들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운동했던 사람들이라면 작은 부상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예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서 중량을 어느 정도 이상은 크게 올리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운동을 오래 쉬게 되면 근손실이 일어난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에요. 일반인이 1년에 순수한 근육을 5kg 붙이면 진짜 열심히 운동한 거거든요. 그런데 근손실은 근성장보다 빠르게 일어나서 한 달만 운동 안 가고 누워 있어도 0.5~1kg이 확 빠지기도 해요. 근육을 단련하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빠지는 건 한순간이라 너무 슬프죠.
Q. 취미를 통해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문명현: 자신감을 얻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운동 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영양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고요. 헬스 유튜버들을 보면 영양학에 정통한 사람들이 많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근육이 생기는 게 아니라 충분한 휴식과 영양분 섭취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저는 그냥 막 먹었거든요. 프로필 사진을 준비하면서 건강한 식단이라든가 영양분에 관해 공부하면서 저희 과목 교과서를 열어보게 되었어요. 저희 교과에 ‘영양소,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단원이 있거든요. 몸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을 어떻게 하고, 몸을 슬림하게 만들고 싶다면 영양소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공부하면서 건강하고 깨끗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한 지식이 갖춰진 것 같아요. 한편으로 잃은 것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예요. 프로필 사진을 석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준비했는데 그동안 아예 술을 안 먹었어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사라지고 관계가 좀 멀어졌죠. (웃음) 그리고 식사할 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몸에 영양분을 주입한다는 느낌으로 했던 것 같아요. 다이어트 막바지에는 닭가슴살이 너무 지겨워서 아침마다 고구마랑 같이 갈아 마시고 바로 출근했어요. 요즘에는 다이어트 식품이 너무 잘 나와 있어서 먹을 것 때문에 다이어트를 못 한다는 말은 못 할 것 같아요.
Q. 취미생활이 멘탈에 미친 영향은 어떠셨나요?
문명현: 자신감이 좀 생겼어요. 현대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조금씩 섭식장애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뭔가를 먹거나 마실 때 즐거워야 하는데 그런 강박증을 갖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무겁죠. 섭식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이 오기도 해요. 저는 꾸준한 운동을 통해 먹는 음식이나 신체활동을 어느 정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언제든지 제 체중을 조절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자신의 몸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예를 들어 규칙적인 시간에 잠을 자려고 하고, 영양도 일정한 시간에 균형 잡힌 식단으로 섭취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제 생활패턴에 윤곽이 잡힌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규칙적인 수면 시간과 운동 시간으로 인해 제 생활이 여유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생김으로써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을 하게 되면서 더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아무런 제약 없이 살았을 때는 자유로움은 있었지만, 시간을 그냥 허비한다거나 방향성 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오히려 운동과 수면 시간을 딱 정해버림으로써 그 안에서 자유를 얻었어요. 결국 나 자신을 통제함으로써 더 큰 자유를 얻게 된 거죠. 아마 선생님들도 ‘방학’ 때와 ‘학기’ 중에 어떤 때에 시간을 더 잘 활용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보신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Q. 취미가 교사로서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문명현: 저는 일단 생활지도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애들이 말을 안 들을 것 같으면 딱 붙는 반팔을 입고 가요. 장난입니다. (웃음) 요즘 헬스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더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헬스를 하면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헬스장에서 우람한 아저씨들이 작은 나시(?)를 입고 기계와 흉하게 운동하는 그런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제가 헬스를 해서 그런지 이제는 그게 안 이상해 보여요. 저도 헬스매니아들의 아비투스(?)를 받았나봐요. (웃음) 아무튼 예전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헬스에 관심이 많아서 취미를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학교 헬스 동아리 지도교사를 맡으면서 아이들과 점심시간에 같이 운동하고 있어요. 얼굴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듯이 몸도 사람마다 다 다른데 타고난 몸이 예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운동하면 다 똑같이 근육이 붙어요. 운동을 통해 자기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본인의 몸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부족한 부위를 보충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사실은 자신을 사랑해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인정하고 노력을 통해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있어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문명현: 사실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올해 2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저는 혼자 스스로 뭔가 도전하고 이겨내고 성취하는 그런 스포츠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경쟁하는 스포츠 특히 일대일로 겨루는 격투기 같은 스포츠는 상대방을 다치게 하고 꺾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보디빌딩’이나 ‘수영’은 기술적으로 체계화가 되어 있어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성취하는 그런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아마추어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보고 싶어요. 자전거는 원래 타고 있었으니까요.
Q. 교사에게 취미생활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문명현: 저 스스로가 취미를 통해 약간 다른 삶을 경험해 보는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이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고요. 요즘 들어서 교직 안에만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취미를 통해 조금 넓은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마음과 몸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분의 선생님께서 풀어주신 취미생활 이야기 어떠셨나요? 두 선생님의 취미생활은 각각 다르지만 “변화”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두 분 다 변화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과정 그 자체를 즐기고, 그 즐거움이 삶 전반에 스며들어 교사로서의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직에 있으면 교사, 관리자, 학생, 학부모 등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직도 감정노동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오늘의 인터뷰를 마치며 지친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으로 색다른 취미에 눈을 돌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부족한 글솜씨를 열정과 호기심으로 메꾸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나무학교 선생님들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매번 저에게 일종의 도전입니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인터뷰를 위한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하며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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