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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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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Ⅰ 교과서 파헤치기 수행평가

수학교과서 파헤치기 수행평가

유재헌(천안업성고등학교 수학 교사)

1. 수행평가를 기획하게 된 계기

그동안 수학 수행평가를 방법과 목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해왔던 방식 그대로 가지고 와서 실시했었다. 이전에 해왔던 수학 수행평가는 수학 UCC 만들기, 서술형 문제 해결, 포트폴리오(활동지 모음), 수학 노트 쓰기(칭찬 도장 찍기)와 같은 것들이었다. 수학은 지필평가로 성적이 나뉘는 것이 맞고, 수학적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은 문제 해결을 정확하고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고등학교로 옮기고, 다른 교과 선생님들이 수행평가를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이 선생님들은 수행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관찰한 내용과 산출물로 학생들에게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해 주고 있었다. 나도 수학 수업에서 이런 수행평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타이밍 좋게 나무학교 PBL 센터에 들어가 프로젝트 수업을 공부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올해 서로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과 같은 학년을 맡고, ‘교과서 파헤치기’라는 수행평가를 시도할 수 있었다.

2. 수행평가의 의도

학생들이 수학Ⅰ(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수열)과 관련된 주제를 모둠별로 탐구하고, 다른 모둠에게 지식을 나누는 과정을 평가하고 싶었다.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1년 동안 활동한 경험, PBL 센터에서의 배움이 이런 의도를 생각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예전의 나였으면, 의도를 근사하게 적어두고, 학생들에게 뭉텅이의 활동지를 던져주고 모둠별로 ‘알아서 해와!’라고 지시하고, 중간 점검도 하지 않으며, 결과를 보고 좌절했을 것이다. 수학과에서는 문제 해결, 의사소통, 태도 및 실천을 중요한 교과 역량으로 다룬다. 역량을 기술하는 세부적인 내용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문제해결력, 협업능력을 중요한 역량으로 다루고, 그 역량을 기르기 위한 방법(나는 그것까지 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들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직접 탐구하고 친구를 가르치는 과정을 경험하고, 교사인 나도 프로젝트 과제를 제안하고 수업을 운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3. 수행평가의 흐름

1회고사가 끝나고 5월에 5차시를 수업을 실시했다. 수업은 자료탐색-모둠탐구활동-지식전달활동-배움 및 피드백 활동- 모둠, 자기 평가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1) 자료탐색: 온라인 기간을 통해 수학Ⅰ의 소주제들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고 자신이 관심이 가는 주제 2가지를 조사해 오는 시간이다.
2) 모둠탐구활동: 브레인라이팅 기법을 활용해 모둠별 탐구활동 주제를 선정하고, 모둠별 마인드맵을 만들고, 개인별로 탐구내용을 정리하고, 탐구내용을 구조화한 폼보드를 만드는 시간이다.
3) 지식전달활동: 폼보드를 보조자료로 다른 모둠원들에게 자신들이 탐구한 내용들을 전달하는 시간이다. 한 모둠당 10분씩 2번의 기회를 주며 갤러리워크 형식을 빌려 진행했다.
4) 배움 및 피드백 활동: 다른 모둠원이 발표하는 내용들을 기록하고, 유용한 피드백을 주는 활동이다.
5) 모둠, 자기평가: 일련의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자신이 한 활동들을 평가하는 활동이다.

4. 평가 방법, 채점기준표

새로운 수행평가를 시도하면서 가장 걱정되고 불안했던 부분이다. 글로 표현된 채점 기준의 의미를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똑같이 해석해야 수행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뜬구름 같은 말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학생들에게도 활동 시작 전에 수준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지식전달활동을 평가하는 날에는 다른 교과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일상 속 수업을 나누자는 목소리들이 모여, 혁신부에 요청하면 여러 선생님들에게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공개할 수 있다. 여러 모둠이 동시에 진행되는 발표를 혼자서 다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수업을 참관하러 오신 선생님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내가 보지 못한 모둠의 발표를 영상으로 남겨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셨고, 다른 분들은 학생들의 발표를 같이 들으며 활동에 긴장감을 더하는 역할을 해주셨다. 여러 교과 선생님들께서 호기심을 가지고 와주셔서 학생들이 진지하게 발표활동과 배움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셨다. 실제 평가에 사용한 채점기준표는 아래와 같다.

5. 활동 모습, 결과물

1) 활동지 결과 예시
2) 지식전달활동

6. 평가 후기

조금 더 당당하게 학생들 앞에서 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PBL센터에서 듣고 배운 것들을 내 교과에서 적용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운좋게 이런 제안을 받아 들여주고 같이 걱정되는 것들을 꼼꼼하게 살펴준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좋았다. 너무 어려워서 학생들이 포기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재밌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움직여줘서 좋았다. 수행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물어보기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둠끼리 모이는 시간과 발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지 못해서 아쉽다는 의견을 많이 줬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내용에 대한 깊이와 오류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러한 수행평가를 진행하다보니 교사인 우리들도 여유가 없었고, 학생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내용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 탐구과정에서 보이는 열의와 발표 과정에서 보여주는 자신감과 태도와 같은 것들을 주된 평가 목표로 결정했다. 수학 실력과 상관없이 자신이 이해하고 탐구한 내용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하게 있었던 학생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모둠에 기여하는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고민하고, 실천하며 수학교사로서 당당하게 학생들 앞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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