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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담임은 망했어?

올해 담임은 망했어?

천안상업고 사회교사 박규남

학교가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네?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이번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새롭게 정리되어 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 학교와 교사의 중요한 역할을 많은 사람들은 ‘학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학교가 사교육보다 비효율적이고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를 통해 학교의 역할이 ‘학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고 ‘보육’과 ‘사회화’ 등도 포함한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학습’에 교사의 역량을 기울였다면 이제 ‘보육’과 ‘사회화’등에 대해서도 교사의 역량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교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 메뉴얼도 찾아보기 어렵다.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은 있지만 학급을 운영하는 방법, 학생들과 대화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찾기 어렵다.
그래도 누군가 나보다 먼저 고민하고 준비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만든다.

요즘 학생들은 어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매우 적다.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선생님이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어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교사의 생각보다 클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상하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관계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교사가 학생들을 대할 때 어떤 마음과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한다. 실제로 교사들은 이런 부분에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은 교사의 개인적 성향이 우선되지만 다양한 공부와 연습을 통해 많은 부분은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교사 자신이다. 교사의 업무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부여하는 학급 경영과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생활교육인데, 교사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면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교사의 컨디션과 마음가짐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주치는 시간을 늘리자.

원래 내가 생활교육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학기 초에 학급운영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3월달에 열심히 하면 이후부턴 저절로 굴러가게 되고 큰 어려움 없이 학급운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 이후 학생들이 격주로 등교하면서 이런 시스템을 통한 학급운영이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새로운 학급운영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데는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학기초부터 격주로 나오게 되니 한 달이 아니라 두 달이 되어도 시스템이 정착하기 어렵고 오히려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쉬운말로 이번 학년은 망쳤다.
생활지도의 방법을 시스템을 통한 학급운영에서 학생 개인에 대한 생활지도로 바꿔야했다.
우선, 학생들과의 물리적, 정서적 접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첫째, 교실에 있는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조회 시간에 예전보다 10분씩 일찍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농담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전달할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종례 시간에 아이들이 교실에서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왔다. 그러다보면 늦게 나가는 몇 명의 아이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정식으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이렇게 일상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좀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렇게 10분씩 교실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학생들과 부담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1:1로 만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눴다. 조·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흘려듣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을 위해선 1:1로 대화 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담임 학년이 1학년이다 보니 생각보다 취업이나 대학 입시, 혹은 학교에 여러 규칙이나 제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많았고, 궁금해하는 것도 많아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학생과 어떻게 이야기하지?

그럼, 학생들과 대화할 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할까?
학생들과 대화하는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학생이 교사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존중받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울 것 같지만 교사가 조금만 노력하면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다.
우선, 노트북이나 다른 것을 만지지 않고, 의자를 돌려 학생과 마주 앉는 것부터 시작한다. 의외로 많은 교사가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옆에 세워두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학생을 향해 몸을 돌려 학생과 마주 앉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그 다음엔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교사는 대화가 아니라 훈계에 익숙하다.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짓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학생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끝이다. 실제로 많은 대화가 이렇게 진행되고 “이렇게 하는거다? 응? 알았지?” 이렇게 마무리 된다.
물론 정보를 전달하거나 시켜야 할 일이 있는 경우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과 대화, 혹은 상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무조건 듣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야기 해볼래?”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보자. 교사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에 익숙했던 학생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머뭇거리게 된다.
그럴 때 사용하기 좋은 단어가 “어떻게”이다. 어떻게 된거니? 어떤 일인지 설명해줄래? 어떻게 생각해? 등등.. “어떻게”란 단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수월해진다.
또 중요한 건 의도가 있는 대화인지 아닌지를 미리 학생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교사가 의도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면 결국엔 대부분의 대화가 한 방향으로 몰아가게 되고, 학생이 대답하고 일어나서도 대화했다기보다는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지시를 따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교사의 의도가 있다면 학생에게 동의를 구하고 의도를 이야기하고,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법으로 사용하는게 좋다. “선생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해도 될까?”, “내가 잔소리를 좀 해도 되니?” 같이 말이다. 미리 의도를 이야기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오히려 학생도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대화를 하게 된다. 학생에게 이야기하는데 양해를 구한다는 것이 낯설 수 있지만, 그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학생은 교사가 자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변화는 의외로 작은곳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을 대할 때의 태도나 방법에 대해 몇 가지만 이야기했지만, 이런 작은 것들을 고치고 수정하면서 학생들과 이야기하기가 편해지고 학생들도 교사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정말 이렇게 작은 행동이나 말투만으로 변화가 올지 망설이겠지만 변화는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이런 작은 노력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맨 처음에 이야기한것처럼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워보고 그중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 혹은 공부한 부분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것이 있다. 학생들은 항상 바뀌고 교사 자신도 계속해서 나이들어 가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학생들을 대하는 방법이 충분히 완성된 것 같아도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 특히나 이번 팬데믹 사태 이후에 변화된 사회의 모습에 따라 아이들의 성향도, 사회에서의 요구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나갈 수 있게 계속해서 지금의 방법을 완성하고 새로운 방법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교사가 교사답게 학생들을 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박규남
매년 ‘올해 담임은 망했어를’ 외치지만, 3월마다 설레는 담임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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