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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소리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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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연재]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4화

[수업연재]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4화

5차시: 우리가 만든 질문으로 책대화하기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속도와 꾸준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쓴 수업일기입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수업 장면을 기록하고 연재하겠습니다.

1. 책대화 예시 분석하기

1-1. 책대화 예시 구하기

내가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눈을 뜰 수 있게 해주신 송승훈 선생님과 페이스북 메시지를 나눈 내용의 일부다. 보내드린 '수업연재 제1화' 글을 보시고, 차시 구성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학생들은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없으니 송승훈 선생님의 말씀처럼 첫 번째는 연습을 해보고, 두세 번째는 각잡고 깊이 있는 책대화를 하는 게 학생들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미리 물어보니,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수업 시간에 제대로 토의나 토론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분명 비슷한 것들을 해봤으나, 기억을 못하거나 토의토론이라고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답했을 거다. 그럼에도 작년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주로 하다보니 토론 수업 때 입론서와 반론서만 쓰고 실제 토론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관련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실제로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대화도 1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훨씬 효과적인 수업 방법인데... 현실은 이 친구들이 고3 2학기라 최대한 추석 전후에는 계획한 수업들을 마쳐야 한다. 그 이후로 수업이 이어지면 계속해서 모둠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긴다. 추석 직전에는 EBS 수능 완성 교재를 같이 풀기로 했다. 수능 대비를 위해, 2학기 고사를 위해서다.
대안은 본격적인 활동 전에 책대화의 좋은 예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송승훈 선생님은 블로그에 본인이 진행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주고받은 책대화 녹취록을 올려놓으셨다. 이 글들은 그 어느 교과서에 있는 자료들보다 소중하다. 학생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가짜 자료보다 자기 또래들이 만든 진짜 자료에 더 흥미를 느낀다. 학생들이 나눈 책대화의 내용도 훌륭하다. 그래서 선생님께 동의를 구하고 이 자료들의 일부를 내 활동지에 옮겼다.

1-2. 책대화 예시 분석하기

활동지에 옮긴 책대화 예시는 다음과 같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학생들에게 '책대화는 이렇게 하는거야.',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은 책대화를 하면서 이걸 해줘야 해.', '질문에 답변할 때에는 이걸 주의해줘.'를 알려줘야 했기 때문에 아주 일부분만 가져왔다.
활동지에 옮긴 책대화 예시 지우: 나는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으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가장 먼저 생각이 났어. 왜냐하면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나아진다면 동물이 더 나은 삶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예시를 생각하다보니 개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 많은 매체에서도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 안 된다라는 주제로 많은 말들을 하는데 너네는 개고기를 먹는 것에 어떻게 생각해? 소윤: 음. 먼저 나는 요즘 사람들은 개고기 외에도 먹을 식품들이 풍부한데, 왜 개고기를 먹는지 모르겠어. 개고기를 먹는 것에 옳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으면서 왜 개고기는 반대하냐고 하는데, 개는 돼지, 소, 닭 보다 반려용으로 많이 키워지기에 돼지나 소와 비교하는 것은 조금 부적절한 거 같아. 한 TV 동물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동물병원이나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죽은 후에 개고기 식당으로 가. 그런데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대체로 건강관리가 되어있지 않다고 해. 이에 반해 소와 돼지, 닭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먹었을 때의 위험이 적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그래서 나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 예찬: 나는 소윤이 의견과 다르게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개가 다른 가축들에 비해서 고기를 얻기가 비효율적 이거나 혹은 누군가에게는 개가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모두가 개를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 누군가에게는 개를 먹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와 돼지를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누구나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따라서 나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지 개고기를 금지할 순 없다고 생각해. 지우: 오 나도 예찬이 의견에 동의해. 왜냐하면 닭이나 오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잖아. 이와 같이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해. 실제로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개고기를 좋아하셔서 일 년에 한두 번 가족끼리 모여서 개고기를 먹기도 해. 할아버지께서는 개고기를 어릴 때부터 많이 드셔서 돼지나 닭보다 개고기를 더 좋아하셔 만약 개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다면 이건 그 사람의 자유를 막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어. 또한 실제로 개고기를 좋아하는 누군가 “나 개고기 좋아해.”라고 말을 했을 때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떻게 개를 먹어 징그러워.” 라고 말하는 경우도 정말 많이 봤는데 그건 닭을 싫어하는 사람이 닭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닭을 먹을 수가 있어 징그러워.” 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준호: 그렇구나. 근데 나는 지우와는 달리 개고기를 반대해. 개고기는 법적으로 축산물에서 빠져있어서 개고기를 만드는 방식은 규제 받지 않아. 그래서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도축하는 등 사육과 도축과정이 비인간적이고 잔인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생겨. 그렇기 때문에 동물복지 차원에서 개고기를 반대해. 준호: 응, 개고기의 생산방식이 윤리적으로 옳다면 예찬이 말처럼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개인이 선택에 달려있는 거지. 지우: 그럼 너는 개고기를 만드는 과정이 개선된다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 (하략) [출처] [책 대화] 동물권_고기로 태어나서_김예찬|작성자 구름배
책대화 예문을 인물 별로 역할을 나눠 함께 읽은 후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로 한 인물의 수행을 직접 평가해봤다. 이때 내가 아이들에게 던졌던 질문은 아래 4가지였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면서 학생들이 책대화 질문에 답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책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모둠에서 맡은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1. 지우는 책대화 질문에 답변할 때 자신의 생각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했나요? 2. 지우는 책대화를 하면서 다른 친구의 생각을 듣고 심화적인 질문이나 설명을 했나요? 3. 우리가 책대화를 할 때 심화적인 질문이나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4. 책대화에서 지우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들에 더해 우리가 읽은 책대화 텍스트는 2차 가공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아마 이 친구들도 실제 책대화를 할 때에는 말을 더듬기도 하고, 질문에 대해 잠시 고민할 시간을 갖기도 했을 거라고, 그러니 교과서처럼 경직된 자세로 대화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같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대화하라고 일러두었다.

2. 책대화를 녹음하고 기록한 방법

모둠 안에는 기술자 한 명과 기록자 두 명이 있다. 기술자는 녹음 어플을 활용해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차후에 이를 텍스트로 2차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기록자는 책대화 과정에서 수기로 대화 내용을 기록해, 기술자가 참고할 수 있는 1차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기술자가 녹음에 활용한 어플은 '네이버 클로바 노트'다. 제1화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어플을 활용하면 AI가 사람 목소리를 듣고, 이를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해준다. 인식률은 80~90% 정도가 되니 선생님들과의 중요한 회의에서도 이를 활용하면 좋다.(내가 학생부 일을 했을 때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을 이 어플로 썼으면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3. 학생들은 책대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학생들은 약 30~40분의 시간 동안 총 4가지의 질문들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책대화를 할 때 심화질문을 하게 했으니,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질문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모둠이 2~3개의 질문을 가지고 책대화를 진행했다. 책대화 수업이 끝나고, 생각보다 재밌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간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 모둠은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책 중 김경일 교수의 '행복의 척도'라는 인터뷰 글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책대화를 나눴다. 김경일 교수의 핵심 메시지를 경박하게 정리하자면 '코로나 이후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이제는 원트(사회적으로 우리가 추구하길 바라는 목표)가 아닌 라이크(내 내면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목표)를 찾아야 한다.' 정도로 요약할 있다. 이 모둠이 만든 질문은 아래 총 네 가지인데 그 중 앞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이야기 나눈 녹취록을 소개한다. 학생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민재 : 지금부터 코로나 사피엔스를 읽고.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입니다. 개성을 찾아주고 성장시켜주는 교육을 하기 위해선 어떠한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수정 : 저는 이러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자유학년제를 좀 더 보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자유학년제는 학교별로 실시하는 게 다른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수가 원하는 수업은 들어주지 못하고 웬만한 다수가 몇 명 이상이 모여야 개설되는 게 많아 사람들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못한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좀 더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차원에서 소수가 원하는 과목도 개설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서 : 그 소수를 위한 과목을 개설한다 하면은 그 소수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하는지 물어보고 싶고, 만약에 그 소수를 위해서 과목이 창설됐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거기에 과목을 들었던 학생들중 에서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그걸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수정 : 그 소수는 일단 학교 가고 학생이 몇 명이냐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 학교에서 정하는 나름대로의 소수가 될 테고 만약에 그 개설을 했는데 듣기 싫어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그 강 강좌에서 빠져도 무관하면 그냥 빠진 상태로 하면 될 것 같고 만약에 그 사람들이 빠짐으로써 더이상 수업을 하기 어렵다고 하면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재 : 저는 개성을 찾아주고 성장을 시켜주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 좋아하는 라이크를 공유하는 활동을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수업 교과 시간에 교과와 관련하여 자신의 관심 분야를 말하면서 교과와 관련지어서 자신의 분야를 말하거나 또한 친구의 관심 분야를 들음으로써 같이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사회적으로 친구들이 원하는 것도 알 수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도 공유할 수 있으므로 내 가치관과 개성을 더 뚜렷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현서 : 개성을 찾아주고 성장해 시켜주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저는 정부 기관이나 중소기업과 같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학교와 연계시켜서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아예 기간을 정해서 따로 가는식으로 해서 실제 현장을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은 : 저는 일단 이 개성이라는 게 본인 개개인의 원트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을 좀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서 대학마다 있는 학과에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 원하는 교육뿐만 아니라 개인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연 : 저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이제 집에서 하는 그런 활동이 또 많아진 것처럼 한 주는 학교에서 하고 한 주는 체험식으로 하면서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을 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민재 : 다음 두 번째 질문 가겠습니다. 비교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비교 없이 성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현서 : 우선 우리가 가장 생활을 많이 하는 학교에서는 비교 없이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우리가 나누는 등급 자체도 누군가의 비교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시험이나 수행평가 같은 실정이 학생들이 경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정 : 저도 일단 현서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인데 우리가 일단 살아 어렸을 때부터 자라오면서 누군가 누군가와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한다 그런 생각이 좀 많이 주입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정말로 비교나 혐오가 없이 성장을 한다 해도 우리가 여기에 맞춰서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들었고 지금 일단 우리가 가는 대학 조차도 누군가를 이겨야만 우리가 할 할 수 있고 비교를 하면서 더 잘하는 사람을 뽑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가 성장해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재 : 저도 현서와 수정이처럼 비교 없는 성장은 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와 상대방의 처지를 비교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으로써 내가 잘하고 있는지, 그 기준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비교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이 비교로서 만들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꼭 비교가 나쁜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를 비교함으로써 더 서로 서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은 : 저는 평소에 유튜브나 sns를 많이 하는데 거기서 댓글들을 보면은 우리나라랑 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다들 헐뜯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댓글을 보니까 우리나라는 지금 다른 나라 보다 지금 기술적으로 되게 발전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나라랑 공존하면서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연 : 저는 일단 우리 나라가 인터넷에서 자주 접하는 남혐이나 여혐이나 옛날에는 전라도나 경상도 같은 지역 그런 혐오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혐오 없이 살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비교랑 혐오 없이 공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둠은 질문을 참 잘 만들었다. '개성을 찾아주고 이것을 성장시켜줄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비교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책의 핵심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삶과 잘 연결되어 있는 질문들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주지 않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김경일 교수가 '우리는 행복을 위해 라이크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하는 말을 보고, '참 훌륭한 말이지,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능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답변을 할 때에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답변을 할 때 휴대폰으로 관련 내용을 검색하기 보다는 자신이 이미 알고있고,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답변하라고 했더니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비추어 생각을 마련했다. 질문의 초점에 벗어난 답변을 하는 학생도 보인다. 마지막 '가연'의 답변은 질문자가 생각한 비교의 의미가 아닌 혐오와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고 답변한 것 같다.
친구의 답변을 듣고 심화질문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현서'는 '수정'이 첫 번째 질문에 자유학년제 수업에서 소수를 위한 수업도 개설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그렇게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질문했다. 내가 책대화에서 학생들에게 바랐던 모습이기도 한데, 이렇게 하면 서로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한 답변 내용을 읽고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네 학생 모두가 우리나라는 비교 없는 성장이 불가능한 사회라고 이야기한 데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 친구들이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고3 학생들이니.

4. 책대화 수업을 마무리하며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 후 다음 수업을 하실 선생님이 복도에 나타날 때까지 책대화를 했다.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이 다음 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책대화를 지켜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어제 책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희가 고3이 아니라 고1이나 고2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어. 처음 해보는 거라 많이 어색한 친구들도 보였고, 시간이 부족해서 질문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모둠도 보였어. 그래서 너희가 선생님이랑 수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두 번, 세 번 이 책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선생님도 너희의 대화에 들어가서 같이 대화하고 싶었어.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너희가 원한다면 각종 북클럽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책대화를 할 기회가 많이 있어. 선생님은 그 모습을 못보겠지만 너희는 어제의 경험을 잘 기억해서 앞으로도 좋은 대화에 참여해줘."라고.
이후의 수업 이야기는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오늘 글에서 소개한 5차시 활동지 파일과 이 글에 인용한 책대화 녹취록도 함께 공유합니다.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5화 읽기
3.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 책읽고 대화하기 과정.pdf
1965.3KB
온양여자고등학교 책대화 녹취록.pdf
194.2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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