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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성장교실 이야기

10월 성장교실 이야기

교사 교육과정, n마리 토끼잡기 프로젝트!

윤유경(용연초등학교 교사) 김승한(원당초등학교 교사)

1.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교육과정’ 주제를 마주하다

평소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교사로서 수업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죠. 3월 성장 교실 주제 중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3월 성장교실에서 나무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눴던 핵심 질문은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무엇일까?’입니다. 이후 모둠원들과 퍼실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며 질문을 구체화했습니다. ‘현장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은 어디까지 가능할까?’부터 시작했죠. 재구성이 가능한 범위를 살펴보려면 먼저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개념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이미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할지도 생각했습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어느 정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고 계시죠. 각 학급과 상황에 맞게 수업을 디자인하니까요. 그렇기에 10월 성장교실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렇게 필요성과 개념을 확인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직접 실천해봐야 하니까요.

2. 끝없는 고민의 시작, 성장교실 교육과정 준비하기

교육과정 재구성을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며 처음에는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초등에서는 많은 과목을 담당하기 때문에 교과 간 재구성이 용이해서 사실 ‘재구성’ 자체에는 익숙하고, 또 앞서 말했다시피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께서는 사실상 매 수업 재구성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그래서 교육과정 재구성이 뭔데?’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어려웠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는 것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교육과정 재구성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데 집중했어요.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와 ⟪교육과정 문해력⟫을 중점적으로 읽었어요. 그 과정에서 개념을 정리하고, 나름대로 단계를 세우고, 어떤 방향으로 발표를 진행해야 할지 논의했습니다. 또, 반성의 시간도 있었어요. 교육과정 재구성, 즉 교사 교육과정은 여러 교과나 주제, 성취기준, 차시 등을 재구성하여 수업하는 것도 있지만 그 전에 교사 개인의 철학을 탐구해보고 어떤 방향으로 길을 닦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그동안 제가 알거나 해왔던 재구성은 알맹이가 없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어요. 내가 어떤 교사인지, 내 수업에서 어떤 배움이 일어나게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중점으로 어떤 수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다져야 진정한 의미의 교사 교육과정을 세울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가 공부하고 실천한 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두 선생님이 각자의 교실에서 교사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이 많은 내용을 어떻게 하면 다른 선생님들께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중점을 둔 것은 바로 ‘당위성’입니다. 교사 교육과정이 왜 필요한지, 교사 교육과정을 세우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설득력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잘 설득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고민했던 그때 가장 많은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해요. 교사 교육과정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학생들의 삶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교사 자신에게도 얼마나 유용한지 등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교사 교육과정이 나인지, 내가 교사 교육과정인지 모르게 된 우리를 발견하게 되었죠. ㅎㅎ
이러한 과정을 지나 여러 고민을 활동에 녹여낼 때, 두 가지 지점을 많이 신경 썼어요. 첫 번째는 청사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교사 교육과정은 아무래도 전체 큰 틀 안에서 단계를 만들 수 있는 주제이다 보니, 활동도 그 순서대로 진행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선생님들이 활동하실 때 내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이 단계는 어떤 단계인지 분명히 인지하시면서 활동을 하면 추후 교사 교육과정을 세울 때 훨씬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사 교육과정 프로토콜을 만들어 활동이 시작할 때마다 어떤 단계와 관련이 있는 활동인지 큰 틀을 짚는 데 신경을 썼답니다.
▲교사 교육과정 세우기의 단계
다음으로는 의미를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미’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요. 저희는 몸과 마음을 여유 있게 풀어주는 웃음도 있었으면 했고, 또 영혼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위로도 있었으면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날의 주제였던 ‘교사 교육과정’에 대한 의미도 꽉꽉 담아가셨으면 했어요. 물론 단 하루 안에 교사 교육과정을 전부 세우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목표를 세웠어요. 오늘의 활동은 선생님에게 내일의 계기만 되면 충분하다는 목표요. 이렇게 저희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n마리 토끼 잡기 프로젝트에 착수합니다!

3. n마리 토끼 모두 잡기 프로젝트, 그날의 일들

대망의 10월 교육과정일…! 드레스 코드에 맞춰 청 아이템을 잊을세라 챙겼어요. 하루 동안의 활동에서 큰 흐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학생들도 정말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지 않나요?ㅎㅎ 막상 앉아있는 입장이 되면 작은 게임도 정말 열심히 참여하게 되더라구요. 또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에 큰 힘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저희는 도입 게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몸을 좀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이 없을까 하던 중 교실에서 종종 아이들과 했었던 최면술사 게임을 채택! 별것 아니지만 상대방의 손바닥을 따라가고,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에 빵 터지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게임이었어요. 단어 연상게임부터, 노래 맞추기 게임, 최면술사 게임까지 잠시였지만 숨이 차도록 게임을 하고 나니, 15분 만에 마법처럼 분위기가 따뜻해졌어요.
이 들뜬 분위기에서 본격적인 활동의 소개를 시작했어요. 지역마다, 학교마다, 학생마다 특성이 다른데 교육과정은 모두 비슷한 현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분명 조금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교사가 드러나는 교육과정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점을 안고 출발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사가 각자의 교육철학을 세우는 것입니다. 교사 교육과정을 세우는 데 있어서 방법도 중요하고,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그 주체는 교사라고 생각했어요. 교사 교육과정을 어떤 방향으로 세울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교사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수적이죠. 그래서 저희는 교사로서의 나를 어떻게 탐구하고 발견하며 또 위로하는 시간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 고민에 대한 답은 ‘마음인형’이었어요! 선생님들은 손가락만한 마음인형을 만들고, 내가 어떤 교사인가에 대한 고민과 편지를 썼어요. 마음인형을 앞에 두고 담담히 편지를 읽는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또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용하지만 정말 따뜻하고 감정적인 시간이었어요.
▲ 마음인형 만드는 모습
▲ 완성된 마음인형들
교육철학을 세우고 나서는 다른 교과의 선생님과 짝을 매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사 교육과정은 다른 교과와 함께할 때 유용한 점이 많은데, 이때 내 과목의 특징과 강점, 다른 과목의 특징과 강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교과를 이해하고 어필한 다음, 장터를 열어 짝을 매칭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이때 선생님들께서 본인의 교과를 소개하실 때 순발력과 재치들이 빛을 발했는데요, 이 교과에 이런 장점이? 하는 것들을 새로 알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속담카드로 뽑힌 선생님께서 일어나셔서 원하는 교과와 선생님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함께 교사 교육과정을 세울 짝을 정했습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교과와 매칭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학교 현장이 항상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모두 연습의 기회로 삼았답 니다.^^
▲ 열정적으로 자신의 교과를 어필하는 선생님
본격적으로 짝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짝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간단한 게임을 했어요. 바로 오징어게임이었는데요, 물론 목숨은 걸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상품을 뽑을 수 있는 구슬을 걸고 치열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열심히 접은 딱지로 딱지치기를 하고, 신발 던지기를 하고, 이심전심 게임을 통해 짝과의 동료애를 돈독히 할 수 있었어요. 아, 딱지치기할 때 너무 납작하게 접어 절대로 넘어가지 않았던 ‘절대 딱지’는 아직도 기념품으로 잘 보관 중입니다. ㅎㅎ
딱지치기, 신발던지기
이심전심
이렇게 동료애로 뭉친 짝과는 드디어 교사 교육과정을 작성합니다. 이때 저희의 고민과 목표를 함께 나누었어요. 아무래도 과목이 다르면 과목 간 재구성을 할 때 굉장히 어려움이 많은데, 이렇게 동료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또한 교육과정 재구성은 단기간에 작성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세부 내용 작성보다는 서로 교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교사 교육과정 세우기 활동은 선생님들 모두 정말 감탄이 나올만한 수업으로 계획하셨어요. 서로 과목의 강점을 200% 활용하여 끌어낸 기발한 내용들! 모두가 서로 감탄하고 박수를 치며 발표를 들었답니다. 이래서 모두들 나무학교에 들어오셨지,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교사 교육과정 세우기
발표 모습
다음으로 화양초 최진호 선생님의 교사 교육과정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다양한 과목과 월별 주제로 이루어진 1년 간의 교사 교육과정은 학생 수 3명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학급과 잘 맞아떨어졌고, 왜 우리가 교사 교육과정을 세워야 하는지 다시 한번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았어요. 또, 청양고 이진영 선생님의 교사 교육과정 사례 공유 역시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다른 교과가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재구성을 실천할 수 있게끔 하는 마지막 1℃의 힌트가 될 수 있는 사례였거든요. 이진영 선생님의 사례를 통해 저희는 선생님들이 바로 다음 학기에라도 학교에 돌아가셔서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가져가셨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이 사례들을 토대로 마지막 활동을 진행했어요. 먼저, 준비해온 각 학교의 편제표에 다음 학기 나와 겹치는 과목을 체크합니다. 아무리 원하는 과목이 있더라도 나와 학년 또는 학기가 겹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으니까요. 과목을 골랐으면 해당 교과서의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pdf로 교과서나 지도서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소스를 얻어 교사 교육과정 활동을 마무리했어요. 이렇게 내 과목과 다른 과목의 유용함을 합치면 전문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그날 하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돌아가서 내딛게 될, 가장 어려운 ‘한 발짝’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여러 활동을 진행하며 재미와 감동, 의미까지 나름대로 n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4. 교육과정 재구성에 관심이 있다면?

교육과정 재구성을 공부하고 10월 성장교실을 준비하며, 다양한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중에서 교육과정 문해력(유영식, 테크빌교육, 2018)과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테크빌교육, 2020⟫,이 두 권의 책을 중점적으로 읽었습니다. ⟪교육과정 문해력⟫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의 필요성 등 기본적인 토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의 개념부터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법까지 10월 성장교실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10월 성장교실 활동 중 ‘우리 학교 현장의 교사 교육과정’ 활동처럼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실천하려면, 다른 과목을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교과 담당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타 교과서에는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파악하면 도움이 됩니다. 교사별 교과 담당 시간은 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편제표를 참고하면 됩니다. 또한, 각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 가입하여 다른 교과서의 내용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NCIC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에서 교육과정 문서를 살펴보거나 성취기준 맵핑자료를 활용해보셔도 좋습니다. 학교에서 다른 교과를 이해하는 활동을 할 때, 수업나눔 워크북, 교사의 성장을 꽃피우다(이세희 외 6인, 북트리, 2020)를 살펴봐도 좋습니다.

5. 10월 성장교실을 마치며

사실 정신없는 학교생활을 하며 틈틈이 모둠 선생님들과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10월 교육과정 발표날에 공부한 내용을 다른 선생님들과 나눠야 하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공부하고 10월 성장교실을 준비하는 과정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훌륭한 모둠원들과 퍼실 선생님, 교육팀 선생님들을 만나 깊게 배우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재미있고 의미 있게 수업에 참여했죠. 마지막으로, 10월 성장교실 발표 날에는 우리 팀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즐겁게 알차게 배운 내용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나무학교 성장 교실이 버겁기도 했지만, 교사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나무학교 성장교실에 모인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더 크게,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하여 나무학교 성장교실의 숲이 커지면 좋겠습니다.
윤유경(용연초등학교 교사)
목표를 향해 가며 즐겁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교사입니다.
김승한(원당초등학교 교사)
늘 탐구하며, 이타적이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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