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연재]노동인권 프로젝트 제1화 - 수업 설계 -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노동인권 교육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수업 장면을 기록하고 연재하겠습니다.
<왜 2년 전 수업을 굳이 글로 옮기는가?>
안녕하세요. 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박준일입니다. 이번 수업 연재에서는 2019년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고1 학생들과 함께 했던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2년 전 수업을 다시 글로 옮기냐고요? 특성화고 학생들이 여전히 현장실습에서 억울하게 다치고, 죽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월 6일,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 홍정운 군이 12kg의 납벨트룰 차고 잠수를 해 요트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하다 수심 7m의 바닥으로 끌려내려가 숨졌습니다. 홍정운 군은 잠수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 일은 홍정운 군에게 절대 시키지 말아야 할 일이었습니다. 제 취미 중 하나는 스쿠버다이빙입니다. 그렇기에 홍정운 군이 느꼈을 패닉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왜 매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죽음을 감수하고 사업주에게 값싼 노동을 제공해야 할까요?
2019년부터 2년 간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서 함께 국어를 배웠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한참 고민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2년 전에 이 아이들과 했던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연재하려 합니다. 지금 보면 아쉬운 점이 많은 수업입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저에게 의미있었던 수업이기도 합니다. 지금 국민들과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이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많은 분들이 노동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연재를 마쳤던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 연재에서는 '노동인권'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자 하는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또 2년 전 수업이라 가지고 있는 예시 자료가 없을 때에는 제가 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예시 자료를 만들어 소개하려 합니다.
이번 연재 글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1. 노동인권 프로젝트의 설계 과정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인권 수업은 노동자의 개념, 일의 의미, 노사 관계, 노동법, 최저시급, 근로계약서 작성 방법과 같은 개념적 지식, 절차적 지식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인권을 주제로 한 수업이 전체 수업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지식이 없으면 역량을 기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동인권 수업이 기본 지식만 이해하고 끝나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학생들은 결국 미래에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이런 역량을 기르려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맥락 안에서 문제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고, 이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PBL의 과정과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국어과 성취기준을 노동인권이라는 주제와 연결해 수업을 설계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교육과정 재구성 - PBL 흐름에 적용하기
노동인권 프로젝트의 흐름은 일반적인 PBL 수업의 흐름과 동일합니다. 독자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PBL의 흐름을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 단계인 도입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학습목표와 해결해야 할 문제상황을 확인하고, 프로젝트에서 다루어야 할 노동인권 문제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질문의 형식으로 제시한 것을 ‘탐구질문’이라고 부릅니다. 수업에서 탐구질문을 활용하면 학생들은 프로젝트의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탐구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탐구를 시작하고, 최종 결과물과 수행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합니다.
<노동인권 프로젝트 탐구질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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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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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하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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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이 있었음에도 왜 전태일 열사는 분신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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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관점에서 시민의 연대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어떻게 우리 지역사회에 노동인권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까?
도입 활동(물꼬트기 활동)은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탐구질문과 문제 상황을 제시하여 프로젝트에 대한 학생들의 동기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말합니다. 도입 활동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단계인 지속적인 탐구 단계는 도입 단계에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개인으로 또는 모둠으로 문제의 원인과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는 단계입니다. 교사는 필요에 따라 학생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 관련 지식들을, 강의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읽기 자료, 영상 자료를 안내해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식이 모아지면 이를 바탕으로 토의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마련하거나 노동 관련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역할을 나누어 토론을 하면서 노동에 대한 생각을 넓힐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긴 호흡으로 진행됩니다.
세 번째 발표 단계는 프로젝트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즉, 탐구질문에 대한 학생들 나름대로의 답을 교실 밖의 청중에게 공개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청중으로 학교의 학생들, 선생님들, 부모님들을 초대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다른 수업들과 다른 점들 중 한 가지는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을 교실 밖 청중들과 공유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꼐서는 이렇게 결과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수업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학생들과 합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 번째 단계가 있음으로 인해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발표 단계에서 큰 성장을 거둘 수 있습니다. 청중으로부터 보다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학생들이 프로젝트의 문제와 관련하여 청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노동인권 프로젝트에서도 청중들이 노동 인권 활동가라든지, 같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 노동 인권에 대해 잘 모르는 또래 청소년들이라면 결과물 발표회 자리에서 학생들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성찰 단계입니다. 저의 일상적인 수업을 돌이켜보면, 학생들이 수업에서 결과물을 완성하거나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같은 지필고사 시험을 보면 그것으로 수업은 바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실천하면서부터는 학생들과 반드시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성찰’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함께 되돌아보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노동에 대해 무엇을 배웠는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이것과 관련해 앞으로 더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한편, 성찰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학생들과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축하하는 시상식을 진행하는 등 축하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써 학생들은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의미있었던 시간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또 이 기억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스스로 자신의 노동인권을 지키고 타인의 노동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단단한 주춧돌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 성취기준과 핵심활동 정하기
저는 2019년 국어 수업 시간에 특성화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일반적인 국어 교사들처럼 노동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 일을 하게 될 학생들을 매일 보며, 점점 이 학생들이 앞으로 노동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현명하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노동인권교육의 일환으로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외부 강사님들의 강의를 여러 차례 듣더라도 ‘노동자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야.’, ‘노동자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상황을 보며, 내가 국어 교사로서 노동인권과 관련해 이 학생들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학기가 끝난 후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하종강 선생님의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 』, 차남호 선생님의 『10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 등 2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과 함께 읽을 노동 관련 도서들을 부지런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2015 개정 성취기준 문서를 들여다보며 노동인권 프로젝트와 연결지을 수 있는 국어과 성취기준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에서 국어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성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인권 프로젝트에서 가르치고자 했던 국어과 성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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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국02-04]읽기 목적을 고려하여 자신의 읽기 방법을 점검하고 조정하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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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국02-02]매체에 드러난 필자의 관점이나 표현 방법의 적절성을 평가하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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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국01-03]논제에 따라 쟁점별로 논증을 구성하여 토론에 참여한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국어 선생님들께서는 위 성취기준을 보시고 나서 제가 했던 노동인권 프로젝트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었는지 금방 감을 잡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활동은 ‘노동인권 관련 도서를 읽고 모둠원과 책 대화하기’ → ‘노동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읽고 비평문 쓰기’ → ‘노동 관련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토론하기’입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활동을 수행평가로 평가했습니다. 이 중 교실 밖 청중들에게 공개할 학생들의 최종 결과물은 ‘노동 관련 논제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입니다.
이렇게 수업에서 가르칠 교과 성취기준과 핵심 활동을 결정한 후에는 도입활동에서 학생들에게 제시할 탐구 질문을 구상했습니다. 학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교사의 수업 의도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탐구 질문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의 탐구 질문 후보들을 만들고,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하고, 선택한 질문을 계속해서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제가 고심 끝에 만든 노동인권 프로젝트의 탐구 질문은 ‘노동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나는 현재 또는 미래의 노동자로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 질문 안에는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노동의 가치를 인식하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현재 또는 미래의 노동자이며 항상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좋겠다.’,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자신있게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면 좋겠다.’라는 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3) 주차별 세부 학습활동 설정
이렇게 탐구 질문까지 만들면 프로젝트의 중요한 뼈대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전달할 ‘흥미로운 도입 활동’을 기획하고, 학생들의 탐구를 돕기 위한 세부 활동을 마련하고, 각각의 활동에 필요한 안내자료와 활동지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제가 설계한 프로젝트의 세부 흐름은 다음 표와 같습니다. 앞으로의 글에서 도입하기 단계와 탐구하기 단계의 독서 활동 및 토론 활동, 결과물 발표하기 활동을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 학교 밖 노동인권 단체와 협업하기
1) 협업의 필요성
사회 교사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노동인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실 기회가 별로 없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노동인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방학 중에 열심히 책을 읽었더라도 저 혼자의 힘으로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성인이나 청소년 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사회의 노동인권 단체인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에 연락해 협업을 부탁드렸습니다.
2) 협업의 장점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운영하실 때 해당 문제와 관련된 전문가 또는 단체와 협업하는 일에는 크게 네 가지의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교사는 자신에게 부족한 노동인권에 대한 전문성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수업 설계 단계에서 우리 지역의 노동인권 실태처럼 책이나 뉴스를 봐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나 노동인권과 관련하여 우리 지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과 같은 실제 노동 현장과 가까이해야 알 수 있는 정보들을 학교 밖 노동인권단체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학생들은 노동인권 프로젝트 활동에 대한 수준 높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진행해면서 나온 학생들의 중간 결과물을 노동인권 활동가님들께 보내드리거나 결과물 발표회 때 청중으로 활동가님들을 초청하여 최종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국어 교사로서 독서나 글쓰기, 듣기·말하기의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었지만, 노동인권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때 노동인권 활동가님들의 전문적인 피드백을 활용하면 교과의 한계계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노동인권과 관련한 오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셋째, 학생들은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교실 밖과 연결되어 있는 실제성이 높은 배움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우리의 배움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입니다. 저는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 활동가님들이 우리의 프로젝트 과정을 눈여겨 보고 있고, 결과물 발표회 때 학교를 방문하여 우리의 결과물을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안내했습니다.
넷째, 학교와 전문가는 서로를 이해하고, 지속적이며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역량’을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교실 안에서 교과서만을 가지고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실과 교실 밖을 넘나들면서 실제 삶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합니다. 노동인권과 관련한 학교 밖 전문가와 협업하는 일은 바로 이런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이 수업을 계기로 학교 밖 전문가들은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자율이나 동아리와 같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편, 저 역시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아산시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보고회’에 패널로 참석하여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전문가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교사 역시 전문가가 속한 노동인권 단체에 노동인권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외부 단체 협업 방안
학교 밖 기관과 협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학교 밖에 있는 노동인권 단체들은 사실, 우리 교사들과 학생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동인권교육을 하시는 활동가님들은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단발적인 노동법 위주의 노동인권교육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분들에게 용기를 내서 전화나 e-mail로 연락하는 것입니다.
충남에는 ‘충남노동권익센터’,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 ‘서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 ‘당진시 비정규직 지원센터’ 등 충남의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 상담과 교육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계신 학교의 노동인권교육이나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는 외부 강사님들의 소속이 어디인지 여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전화나 e-mail을 통해 협업의 목적과 제가 생각하는 노동인권 프로젝트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는 직접 이분들을 만나 수업의 흐름과 활동에 대한 자문을 받았습니다. 미리 앞에서 말씀드린 프로젝트의 흐름들을 설명드린 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의할 점은 없는지’, ‘더 추가하거나 보완했으면 하는 수업 활동은 무엇인지’, ‘노동인권 토론회 때 센터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피드백을 해주실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했던 노동인권 프로젝트의 도입 활동이나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했던 그림책 읽기 활동, 노동인권 토론회의 논제 등은 이 과정에서 구체화되고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어떻게 수업을 해야할지 혼자서 고민하지 마시고, 학교 밖의 노동인권 단체에 연락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에 처음 보낸 e-mail>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에서 보낸 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