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소리 읽기
home
교과별 수업 및 평가
👥

나무학교의 형성과 지속된 시도들

나무학교의 형성과 지속된 시도들

백순우(합덕제철고등학교 국어 교사)
나무학교는 2016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태동은 2014년도부터 시작되었다. 2014년도는 새로운 수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했던 시기이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 쏟아졌고 4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우리나라 학교교육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획일화된 교실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 쏟아졌고 전국적으로 활동중심수업, 배움중심수업 등으로 표현되는 여러 수업 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 수업에 대한 외부의 압력과 교사 개개인의 자발적인 필요성이 역동하였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충청남도교육청 교육연수원은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을 실천하는 모임을 초청하여 교사들이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주체가 되어 소통하고 새로운 수업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연수는 새로운 수업을 배우고자 했던 충남 지역 여러 교사들이 만나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 수 있게 하였다. 교사들은 같은 고민을 가진 교사들을 서로 알아보았고 수업을 나누고 실천을 공유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2014년 10월부터 시작된 거꾸로교실 수업나눔 모임은 2015년 12월까지 이어졌고 이것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나무학교 성장교실의 원형이 되었다.
당시 공교육의 변화를 시도하는 흐름으로는 경기도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혁신학교 운동이 대표적이었다. 혁신학교의 성공적이고 신선한 실천은 충청남도 지역 교사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무학교의 여러 교사들 또한 새로운 방향성을 인식하였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교사들이 모여 더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배움과 실천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구가 나타났다. 몇몇 교사들은 고립주의와 불간섭주의가 만연한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배움을 공유하고 지지할 수 있는 공간,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점차 교사들의 연대는 지역 교육 운동으로서 비전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비전에는 개인의 성취에 더해 지역 학교와 수업의 혁신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때 경남 지역에는 구름학교라는 학습공동체가, 충청남도에는 나무학교라는 학습공동체가 만들어져 상호작용하며 체제를 갖춰나가게 된다. 구름학교는 나무학교가 모델링하는 중요한 공동체였으며 강사로 서로를 초청하고 강의나 연수에 함께 참여하는 등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과정에는 공유의식을 형성하고 있거나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있었던 심대현 선생님의 추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초창기 나무학교 형성에 참여하였던 교사 대부분이 교육 운동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별 교사가 학교 안에서 생존하고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더 나은 수업과 교육을 추구하는 집단의 방향성은 실천의 과정에서 리더 교사들에 의해 구성원에게 전해지고 해석되며 학습공동체의 정체성이 되었다.
2016년, 나무학교라는 교사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처음 운영한 것은 현재 성장교실로 불리는 활동이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무학교 성장교실이 운영되며 교사들이 몸으로 체험하며 수업과 관련된 이론·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성장교실이 열정적으로 운영된 후에는 수업을 주제로 교사의 순수한 자발성을 바탕으로 축제 공간을 매년 11월 또는 12월에 열게 되어 지역 학교와 교직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또한 수업캠프를 상반기에 정기적으로 개최하였고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열린특강을 비정기적으로 열기 시작하였다.
나무학교는 순탄하게 성장하지 않았다. 특히 2017년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1년의 단기 과정이 아닌 연속된 학습공동체 활동을 하고자 2기 구성원을 영입하고 1, 2기 활동을 함께 운영하다가 리더 의존 정도가 너무 커 폐교 선언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다행히 구성원들은 주체의식을 불러일으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나무학교라는 학습공동체이자 조직을 유지해나가는 것에 더 많은 구성원이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나무학교는 소통 부족, 리더십의 집중, 교사들의 버거움이라는 문제점을 찾아냈다. 해결 방안으로는 작은숲을 통한 의견 공유, 비전 공유, 운영에 필요한 과업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생성한다. 더불어 나무학교를 자발성에 기반한 학습공동체의 성격으로 규정하고 교사 리더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면서 서로의 성장 속도 차이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나무학교 구성원들은 만민공동회 이후에도 수 차례 워크숍을 통해 긴 논의를 이어나간다. 월드카페토론 등의 방법으로 부드러우면서 열린 소통을 하거나 리더 그룹이 모여 격렬한 토론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구성원들의 주장이 나타나며 새로운 체제에 대한 모델링을 시도하였다. 학술정보팀, 교육운영팀, 기획협력팀, 지원홍보팀 등을 갖춘 사무국이 만들어졌고 이우경 선생님께서 대표를, 조혜진 선생님이 사무국장을 맡게 된다. 성장교실은 양철웅 선생님이 팀장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갖춰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나무학교는 시간이 지나며 더 많은 시도를 하고자 정회원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성장교실 3기 모집 이후 지향하는 지점이 다채로워지고 인원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개별 구성원의 자발성을 살리면서 지역 교육의 변화를 지향하는 교사학습공동체의 지향점을 잃지 않을 방안에 대해 탐색을 거듭하였다. 그 결과, 더 작은 단위의 공동체에서 활동이 실현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구성원들이 공감하였고 소모임 모델을 중심으로 공유된 비전을 만들어 나가게 되었다.
새로운 활동가 교사들은 소모임이라는 교사학습공동체를 탄생시키고 선배 교사나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추동과 조언을 받으며 공동체 리더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나무학교 구성원들은 성장교실이라는 공통의 토대에서 1년간 수평적으로 시간과 관계, 공유된 의식을 쌓아나갔으며, 헌신하며 학습하는 선배 교사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가졌기에 나무학교라는 플랫폼에서 학습공동체 만들기와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초창기 소모임은 비폭력대화, 학급긍정훈육법, 프로젝트 학습, 하브루타 등을 주제로 다뤘으며 현재는 12개 정도의 소모임이 창의적이면서도 개별적인 학습공동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학교 중심부에는 사무국 체제가 이른 시기 만들어졌으나 초창기에는 잘 기능하지 않았다. 주로 일시적인 TF팀 중심으로 행사가 운영되었고 이러한 행사 운영에는 성장교실 운영팀 교사들의 반복된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점차 주체가 겹치는 문제가 반복되었으며 구성원들이 부담을 느끼는 문제가 나타났다. 나무학교라는 큰 틀의 활동이 장기적인 계획, 새로운 실천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었다. 또한 2016년 이후 정회원 제도를 통해 회비를 운용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한 사업 필요성이 나타났다. 나무학교는 여러 활동들을 이어나가면서도 나무학교라는 공동체의 중심 활동이 무엇인지, 이러한 활동을 어떻게 유지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마주하였다. 그 결과 사무국을 재건하는 시도가 이어졌으며 사무국과 운영위원회,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편집팀을 신설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나무학교가 교사 성장 플랫폼으로서 더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현재 사무국 내에는 성장교실을 운영하는 교육팀 이외에 기획팀, 협력팀, 편집팀이 있다. 기획팀은 기존 TF팀 체제에서 사전 계획과 큰 틀의 나무학교 운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역할이 없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무학교 주요 행사에 대한 고민을 주도적으로 하고 TF팀을 운영하되, 재정과 관련된 운영을 해왔던 총무팀의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완하고자 총무팀 역할 또한 기획팀에서 운영하고 있다.
협력팀은 공동체의 연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소모임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소모임들은 각각의 교사학습공동체로서 다른 객체를 지향하며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활동들은 나무학교라는 큰 틀의 활동체계에서 주체와 공동체를 분리시키는 모순을 낳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무국에 협력팀이 존재하며 나무학교 안과 밖 여러 공동체의 협업을 이끄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편집팀은 구성원들의 소식을 공유하고 회지를 만들며 회지에 실린 이야기를 통해 학교 현실에 의미 있는 변화와 교사들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편집팀 구성원들은 장기적인 실천과 의미 공유가 가능하고 지식이 쌓일 수 있는 학회 형태의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교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지역의 지식(local knowledge)이 축적될 수 있도록 매개체를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나무학교는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형식적이며 행정적인 전문성 향상 활동을 넘어서 수평적인 공동체성과 자발성, 교육운동이라는 공유된 의식을 통해 실천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나무학교는 연령과 경험, 지위를 막론하고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 공간을 만들어 참여한 교사가 다방면에서 더 나은 교사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도 공동체로서 새로운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교사들이 교육전문가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며 학교에서 구성원들이 의미 있는 실천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백순우(2022). 지역 기반 교사학습공동체 확장학습 과정 분석 -'배움의 숲 나무학교'를 중심으로 -. 공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백순우(합덕제철고등학교 국어 교사)
교사는 전문성 향상을 넘어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연대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크고 깊게 스며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학교라는 터전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주고 받으며 계속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내보고자 합니다. 충남의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