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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기록-교사 블로그

나무학교 인터뷰_교사의 기록

정윤희(천안두정고 일본어 교사)

매년 새해가 되면 나의 소중한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다이어리를 구입했던 경험, 다들 있으신가요? 인상 깊게 읽은 소설의 글귀, 문득 떠오른 수업 아이디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등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우리의 일상 속 소중한 순간들은 어디에 기록되고 있을까요. ‘언젠간 정리해야지’하고 쌓아두기만 한 컴퓨터 바탕화면 파일들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한데 모아 주제별로 분류하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습니다. ‘기록과 정리’에 대한 필요성은 늘 느끼지만 좀처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기록의 습관화’를 실천하고 계시는 두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즐거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김두리 선생님(남면중 사회/역사교사)
숲소리 구독자들을 위해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나무학교 3기 출신으로 태안에 있는 남면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두리라고 합니다. 현재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남면중학교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문진아 선생님의 후임으로서 사회/역사 교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숲소리에 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실을 수 있다니 큰 영광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계신 기록 매체에 관해 소개해 주신다면?
제가 사용하고 있는 기록 매체는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다들 검색하실 때 네이버나 구글을 주로 이용하고 계시지요? 물론 요즘은 구글을 더 자주 이용하실 수도 있겠지만 전 여전히 무언가를 검색할 때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곳이 네이버더라고요.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기록 매체로 많은 선생님들이 아실만한 공간일 거라 생각하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정보의 정확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보의 접근성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정보의 접근성 측면에서 네이버 블로그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검색엔진이 네이버이기 때문이죠. 저는 그래서 제 블로그에 교육 자료를 올릴 때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한 글보다는 제가 진행한 수업 및 학급 경영의 모습 등을 ‘공유’하여 신규 교사들이나 정보가 필요한 교사들에게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 많은 교실에서 제 활동을 수정·보완한 더 좋은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네이버 블로그가 점점 더 상업화되면서 광고성 글이 많아 진실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업자료, 교육 관련 자료 찾기에는 큰 도움이 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 매체를 선택하셨나요? (사용하고 계신 매체의 장단점)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게 2012년 8월부터인데, 제가 2012년 3월에 발령을 받았기에 제 교직 인생이 블로그와 함께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SNS는 사진 위주의 포맷이라 생각하기에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글’이 바탕이 되고, ‘사진’은 그 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정도의 매체가 더 좋았거든요. 가장 일반적인 검색엔진인 ‘네이버’에서 SNS 형태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글이 위주가 되고 사진이 글의 이해를 돕는 형태의 매체가 바로 블로그였기 때문에 블로그를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12년 8월에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정말 말 그대로 제 개인 일상에 대한 내용만 올리는 것에 불과했는데, 2015년에 거꾸로 수업을 처음 알게 되고 제가 해봤던 거꾸로 수업에 대한 리뷰를 올리게 되면서 이웃 수가 크게 늘었던 것 같습니다. 이웃 수가 늘어나면서 양질의 자료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져서 점점 더 교육 자료 포스팅이나 수업 리뷰를 공들여 작성하게 된 것 같아요.
◎ 블로그의 장점
정보의 접근성: 우리나라 대표적인 검색 엔진이 바로 ‘네이버’
사진 위주의 SNS가 아닌 글이 중심이 되는 SNS
◎ 블로그의 단점
점점 상업화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매체(바이럴 마케팅의 수단/저에게도 하루에 5~6회 정도 블로그 광고 게재, 블로그를 팔라는 연락이 옵니다.)
교육에 특화된 기록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양질의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음. 그래서 양질의 자료를 찾을 때는 에듀넷 티클리어를 검색하게 됨.
처음에 기록을 남기고자 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라는 말입니다. 이것도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어떤 초등 교사분의 블로그에서 본 글귀였던 것 같은데, 그 이후부터 이 글귀를 마음에 새기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일어났던 사실은 여전히 그 사실 그대로인데 그 사실에 대한 저의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기도 하고, 미화되기도 하는 모습을 볼 때가 많았습니다. 이건 제가 역사 교사이기 때문에 더더욱 와닿는 점인 것 같아요. 어떠한 역사적 사실도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사실로만 남게 되고, 그리고 그 기록에는 역사가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그 시점에 집중한(제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사실 그대로를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생한 기록에 신경을 쓰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나 제가 아이를 둘이나 낳다 보니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의 그 부담감을 떨쳐내기가 쉽지가 않은데, 블로그의 각종 교육 관련 기록들은 제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의 든든한 빽? 보물창고?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나중에도 쓰고, 더 보완해서 쓰자는 마음으로 수업 기록이나 학급 경영 기록들을 공들여 남기게 된 것 같아요.
두리쌤의 블로그 QR코드
주로 어떤 내용을 기록하세요?
제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는 중학교 역사 수업 자료, 중학생 대상 학급 경영 자료들을 많이 올렸고, 지금은 휴직 중이기에 육아에 도움이 될만한 포스팅들을 자주 올리고 있어요(6세 아이 각종 체험 정보/12개월 아기 촉감 놀이, 장난감 정보 등). 제 자녀들의 성장 기록이나 제 개인적인 근황에 대한 글도 남기곤 하는데 이건 주로 이웃 공개로 조회 수 20~30 정도에 불과해 친한 블로그 이웃이나 제 지인들만 보는 편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될 만하다면 사진 1장에 글 조금일지라도 꼭 올리는 편이고, 그런 글들을 모아 한 포스팅에 모두 볼 수 있게 통합하여 올리기도 합니다. 사실 블로그 성격이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되지 않고, 잡다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많이 올리는 편이라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제가 좁고 깊게 알기보다는 얕고 넓게 아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에 그런 저의 성격이 블로그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하루 중 기록을 정리하는 시간이 별도로 있으신가요?
따로 정리하는 시간은 없고, 그때그때 생각이 나면 의식의 흐름대로 포스팅을 하는 편이에요. 저는 정말 정신 사납고 중구난방인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집중해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싶은 포스팅은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난 뒤 제가 오롯이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새벽에 주로 작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록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중구난방으로 적기 때문에 계속 수정을 하게 돼요. 그럴 때 첫 포스팅을 본 사람이 정보를 잘못 알아서 피해를 보면 어쩌지라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이건 제가 좀 더 집중해서 신중한 포스팅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늘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수업 자료나 학급 경영 자료를 한글 파일로 당당하게(?) 요구하시는 선생님들이 가끔 계십니다. 사실 많은 분이 제 블로그에 와주셔서 응원 댓글도 달아주시고 감사 인사도 해주시기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저의 별거 아닌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고, 감사 인사 안 하고 그냥 지나갈 법도 한데 한 줄이라도 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큰 위안을 받고 앞으로 더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지만, 스스로 뭔가 노력을 하지 않고 쉽게 자료만 얻어가려는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맥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T_T 저는 그 자료를 누군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서 포스팅한 게 아닌데... 적어도 ‘교사’라면 여러 자료를 수정 보완해서 ‘체화’하는 작업을 통해 더 발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생각보다 누군가의 자료를 쉽게 얻어서 쉽게 사용하시려는 분들이 많음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전 제 블로그에 여간해선 파일을 올리지 않고 ‘캡처본’을 올립니다. 캡처본을 통해서도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고 그걸 자기만의 양식으로 다시 재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분명 보완이 되어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게 우리 교육에 더 기여하는 일이고, 발전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사회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업무에도 활용하고 계시는가요?
네, 그럼요. 학교에서 일하다가 생각이 안 날 때 블로그를 뒤져서 그때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생각해내곤 합니다. 학교 업무 관련한 포스팅은 저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업무 처리를 하셔야 하는 다른 선생님들께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늘 블로그 통계를 보며 어떻게 사람들이 제 블로그에 유입되는지 확인을 하는데, 최근에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업무 관련한 유입이 많았습니다. 학기 초에는 담임의 새 학기 준비 사항이나 학급 환경 미화, 자유학년제/방과후학교 등 강사 채용 시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활용해 범죄경력 조회 업무 관련한 유입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록하는 일은 선생님께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가 블로그에 여러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는 측면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고작 10년 차에 불과하지만 제가 짧은 교직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교직에서 참 부족한 게 ‘공유’라는 것이었어요. 학급 활동을 할 때도 옆 반 눈치를 보게 되고(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교육계에 만연하지요.), 이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해보자고 하고 싶은데 옆 반 선생님은 이걸 부담스러워할 것 같고, 그래서 더 공유가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자료를 공유하며 모두의 성취를 통해 우리 교육이 상향평준화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 존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사회에 더 각인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해요. 전 교사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이 직업이 너무나도 소중한데, 어디 가서 제가 ‘교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분위기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서 늘 안타깝습니다. 이런 수업, 학급 경영에 대한 기록들이 적극적으로 공유가 되어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수정·보완되어 아이들에게 적용된다면 우리 아이들도 잘 자라 미래 사회의 인재가 될 것이고, 사회에서 바라보는 우리에 대한 인식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정윤희(천안두정고 일본어 교사)
부족한 글 솜씨를 열정과 호기심으로 메꾸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나무학교 선생님들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매번 저에게 일종의 도전입니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인터뷰를 위한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하며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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