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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소리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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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살기

아이들과 함께 살기

김현정(비인초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
성장일기라는 말을 쓰기가 참 부끄럽다. 교직생활 16년, 나는 과연 성장했을까? 나는 부끄럽지 않은 교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몇 번을 다시 지우다가 포기하려고 했다. 다만, 오랫동안 함께 고민했던 나무학교 선생님들과 고민을 나누어 보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 중얼거린 후 다시 용기를 내어서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진정한 배움이란

나의 교사 생활은 남들보다 10년이 늦다. 화학을 전공하고, 관련 직장에 다니다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 다시 교대에 진학했다. 대학과 대학원을 다녀본 상태로 교대에 진학해 4년을 보내면서 이렇게 다시 고등학교처럼 경쟁하면서 공부해서 교사가 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사회에 대한 고민도, 삶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해 볼 기회를 가지기 어려웠고, 진정한 교사가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교대를 졸업하고 첫 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 더한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첫 발령을 받은 지역은 오로지 승진하기 위해 학교가 돌아가도록 만들어졌고, 윗사람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쑤어 가야만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주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현실에서든 아이들은 꿈꾸는 존재였고, 그런 아이들과 함께 고민을 나눴다. 하지만 여전히 수업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달식이 아니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기 어려웠고, 늘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다.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일까? 나무학교에 발을 딛기 전‧후에도 많은 이론들을 열심히 공부했다. 배움의 공동체를 배우고는 한참 적용하기도 했고, PDC(학급긍정훈육)나 토론수업도 여전히 아이들과 해나가고 있다. 프로젝트 학습을 접하고는 이거다 싶어서 열심히 다양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는데 몰입했고, 온책읽기 수업과 그림책 수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초등은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야 하고, 가끔 전담을 맡을 때도 있어서 때마다 경우가 다르다. 고학년을 가르칠 때와, 저학년을 가르칠 때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아이들을 만나는가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수업 방법이 달라졌고, 고민도 달라졌다.
나의 진정한 배움에 대한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을까? 사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 있게 “네”라고 할 수 없어서 이 글을 쓰는 것에 망설인 것이다. 배운 것들을 실행해 보면서 때로는 성공적이라고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의 쓰디쓴 맛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이론이, 혹은 어떤 수업 방법이나 이론이 가장 효과적이었다’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함께 고민하고 나눴던 경험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무학교에서 성장교실을 통해서, 그리고 소모임을 통해서 함께 나눴고, 학교에서 함께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 4년간 교직 생활 중 처음으로 규모가 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전에는 한 학년에 1학급 밖에 없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정신을 다 빼놓거나 업무에 치여서 수업에 대해서 배우고 고민하더라도 단편적이었다. 그러다가 큰 학교에서 과학 전담을 맡으면서 수업 하나를 가지고 7개 반에 다르게 적용해보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그 해에 나무학교에서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공부한 것을 실제로 학교에서 적용해보는 경험은 ‘진정한 배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했다. 그 후에는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모임을 가지면서 실패와 성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아이들이 함께 모둠이나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성공했던 경험을 가치 있게 느끼는 것처럼 교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의 실패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까? 아이들이 함께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라면 교사들도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무학교를 통해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2020년 동학년 교사들과 함께 배움 나눔>
<2019년 3학년 친구들과 함께 수업하는 모습>

한 걸음 더 내딛기

올해는 수업에 대한 고민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부분에서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다. 한 해 동안, 마음의 상처가 있는 친구가 교사인 나와 반 친구들 모두를 고민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나는 교사로서 이제까지 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그 친구와 해나가야만 했다. 아직도 답을 얻지 못했고, 작은 변화가 있는지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올해 그 친구와 복닥복닥 살면서 나의 고민은 방향을 많이 틀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함께 숨 쉬고 아이들과 함께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원론적인 부분으로 돌아갔다고 해야 할까?
마음의 상처가 있는 친구들을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함께 공부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규칙을 교사가 정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만 했다. 아이들에게 내 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감사한 것은 아이들은 내 편이라고 믿게 되면 마음을 다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 건너편에서 보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이 올 한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2021년에는 나무학교 소모임 ‘생활교육연구소’를 통해서 선생님들의 고민을 듣고, 수업에 대한 열정적인 배움을 만나면서 함께 고민하는 ‘우리’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아이들과 함께 살기’라는 내 목표가 내년에는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무학교라는 든든한 뒷배경을 믿고 더 용감하게 말이다.
<2021년 생활교육연구소 6월 모임>
김현정
아이들과 함께 쑥쑥 자라고 싶은 3학년 담임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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