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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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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는 과학 수업

세상과 소통하는 과학 수업

임은지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정량화된 계량스푼으로 제시된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는 것 보다는, 탤런트 김수미의 요만치 화법으로 싱거우면 더 넣고, 덜 익었으면 더 익히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여 요리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원한다. 과학실험 또한 제시된 실험을 그저 따라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스스로 조건을 다르게 하며 최고의 결과를 찾아가는 여정을 아이들이 충분히 즐기며 탐구하기를 희망한다.
‘집에서 TV를 보려고 하는데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콘센트를 뺐다 다시 껴요, 리모컨 건전지를 바꿔봐요, 셋톱박스 연결 선을 다시 뺐다 껴봐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탐구과정이 드러나는 듣고자 하는 답변은 극히 적고, 단연 1등은 106에 전화하기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남에게 의지하고 누군가는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아 과학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더 이상 중요한 암기 과목으로 책 속에 갇혀 일상과 연결되지 못하는 과학을 가르치고 싶지 않게 된 순간부터 나는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과학이 이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그제서야 교과 교육과정과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탐구 능력,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 학습 능력 등의 과학과 핵심 역량이 수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과학’은 모든 학생이 과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적 탐구 능력과 태도를 함양하여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교과이다.
‘과학’에서는 일상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 상황을 통해 과학 지식과 탐구 방법을 즐겁게 학습하고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여 과학과 사회의 올바른 상호 관계를 인식하며 바람직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과학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학생 주도적인 과학 실험

과학은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 흥미를 유발하기에 매우 좋은 과목이다.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이라도 과학실에 오는 것은 참으로 좋아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1학년 과학탐구실험이 석차등급으로 표시될 때 교육과정 재구성의 초점은 1등급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이었다. 2019학년도부터 기초, 공통교과로 3단계 성취도 평가가 이루어지며 평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이후 교육과정 재구성과 실험수업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을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학기 초 구체적인 실험을 모두 설계하고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워 수업과정 포트폴리오라는 영역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4가지의 실험(산화환원반응 실험, DNA 관련내용으로 퍼즐 만들기, 별의 진화과정 이미지로 표현하여 정리하기, 중화반응 실험)을 진행하여 총 6가지의 실험, 수행평가 100%로 평가하였다.
실험은 주로 학생 스스로 하여 결과물로 얻을 수 있는 것, 과학 원리를 잘 알고 있지 않더라도 해결하여 결과물을 제출할 수 있는 것으로 진행하여 과학적 소양을 키우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데 중점을 두어 진행하였다. 그 중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1) 과학적 지식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원소카드 만들기)
교과 점수와 상관없이, 즐겁게 참여하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활동으로 2차시로 진행하였다. 1차시에서는 자신의 번호와 같은 원자번호의 원소에 대한 성질을 조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원소 주기율표와 관련된 도서를 제공하고,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를 함께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였다. 일정한 양식을 활동지로 제공하여 적절한 시간 분배와 활동을 통해 얻었으면 하는 내용을 평가하였다.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원소와 분자의 성질을 구분할 수 있으며, 우리의 생활에 어떠한 물질로 활용되고 있는지 좀 더 가까이 화학을 접할 수 있다. 2차시에는 조사한 원소의 성질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하였다. 각종 색채 도구와 도화지를 제공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원소카드를 만들었으며, 결과를 수합하여 협동화처럼 원소주기율표를 만들며 발표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어 미술적 요소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평가기준을 강조하였다. 그림에 포함되는 요소의 개수, 색 표현 등을 원소의 성질이 나타나도록 세심하게 표현하며 각자만이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주도적인 자세로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 모둠활동을 통한 과학적 의사소통과 창의력 함양
이번 실험은 동교과 지도를 같이 했던 동료교사의 아이디어로 흥미있는 소재를 통해 과학적 내용에 접근하고 모둠활동으로 의사소통능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이다. 1차시는 BTS의 DNA 뮤직비디오 시청으로 동기를 유발하고, DNA와 관련된 읽기 자료를 제공하여 과학적 개념을 추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2차시에는 2인 1조로 추출한 용어로 낱말퍼즐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개인별 활동지, 가로세로 연결 낱말 숫자에 따른 평가를 진행하였으며 짝활동을 통해 하르부타 교수법이 진행되었다. 이후 결과물은 학교 과학 신문에 수록하여 성취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모둠활동의 가장 큰 고민은 모둠의 구성 방법이다. 과학실험을 4인 1조, 2인 1조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는 항상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거리이고 어떤 짝을 만나 활동하느냐가 평가 결과에 영항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 DNA 퍼즐 만들기 활동
3) STEAM 교육을 통한 과학적 원리 탐구(산화환원반응)
개인별 실험과 빠른 반응으로 어렵게 느끼는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고 그 원리를 탐색할 수 있는 실험을 2차시로 진행하였다. SSS(Small Scale Science)로 개인별실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관련된 실험영상을 시청하여 원리에 대한 학습을 도왔다.
이전 실험에서는 수업시간에 한 내용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형성평가와 비슷하게 평가를 하였지만, 이후 학년도에는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실험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숙지할 수 있는 보고서를 구성하고 평가요소에 반영하였다. 실제 은이 석출되어 반짝이는 물질이 생기는 것을 매우 신기해하며, STEAM 요소를 가미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많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실험이다. 지필평가에서 개념적 요소를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실험을 통해서는 과학적 탐구능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데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 산화환원 실험보고서(원리중심)
▲ 산화환원 실험보고서(탐구중심)

과학과 교사학습공동체

여러 고민 끝에 다양한 방법의 수업을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과학과 교사학습공동체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학생선택형 교육과정이 확대 운영될수록 과학교사의 다교과 지도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동학년 같은 과목을 여러 명의 교사가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1학년 공통과목의 경우에는 교사의 전공에 상관없이 지도가 가능하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지도하는데 중점을 두어 같은 교과를 지도하는 선생님들 사이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운영 방식에 관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과제연구, 생활과 과학, 과학사, 융합과학탐구 등의 진로선택 과목 편성으로 교사학습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어 우리 학교에서는 2학기째 공동으로 지도하게 될 과목에 대한 수업계획을 한 학기 전에 매주 협의회를 진행하여 준비하고 있다. 활발한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은 특수분야 직무연수로 신청하여 연수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과학

실험보고서에 있는 실험과정은 요리책에 쓰여있는 레시피가 아니다. 학생들은 주어진 순서에 따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과학실험을 재미있는 체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화학Ⅰ을 이수하고 화학Ⅱ를 배우는 친구들이 화학실험이라는 과목을 배우게 되어서도 과학실험 체험하기는 여전히 지속된다.
탐구하는 실험 시간이 되기 위해 실험과정에 자세히 기록된 실험보고서를 나누어 주고 컴퓨터실에서 실험보고서 해설서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모르는 과학용어 찾기, 왜 순서가 이러한지, 계산식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를 단순히 평가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 진행하였다.
과학실험은 이론을 먼저 알려주고 진행하는 경우와, 그 반대로 하였을 때 효과가 더 높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는 교사의 의도와 평가 계획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진행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나의 수업을 통해 과학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아이들 스스로 왜 배워야 하는지, 어디에 써 먹어야 하는지, 어디에 지금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이 내 수업의 목표이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정량화된 계량스푼으로 제시된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는 것 보다는, 탤런트 김수미의 요만치 화법으로 싱거우면 더 넣고, 덜 익었으면 더 익히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여 요리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원한다. 과학실험 또한 제시된 실험을 그저 따라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스스로 조건을 다르게 하며 최고의 결과를 찾아가는 여정을 아이들이 충분히 즐기며 탐구하기를 희망한다.
‘아 그래서 우리 할머니가 은수저를 제사때만 사용하셨구나~’
고1에게는 어려웠을 산화환원 내용을 수업 후 어떤 학생이 한 말이다.
어떤 실험 수업 후 학생이 보고서에 쓴 소감문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마술같이 보이는 화학 반응도 간단한 몇 가지 원리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화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소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는데 수업을 듣고 난 후 과학과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고, 다음시험에는 과학을 50점 이상 맞아야겠다.
마지막 친구가 그 다음 시험에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평소 과학이 그저 어려웠을 친구가 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짜릿함을 준다. 이 맛에 나는 과학교사로 살아가고 있나보다.
과학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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