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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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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고등학생 시선으로 바라보기

수행평가, 고등학생 시선으로 바라보기

충남교육청 연구정보원 정책연구소 파견교사 이수진
단어의 의미가 잘 드러나도록 글자를 꾸미는 타이포그래피를 수행평가로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신의 작품을 다 완성하고 제출한 한 학생이 "선생님, 남는 시간에 다른 과목 수행평가를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학생이 주섬주섬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색연필로 글자에 색칠하였다. 다른 과목의 타이포그래피 수행평가였다. 교사에겐 참신했던 수행평가가 학생에겐 식상 되고 중복되는 수행평가였던 것이다. 두 과목 모두 학생의 그림 실력을 평가할 기준도 없으면서 학생에게 그림을 두 번이나 그리게 한 셈이다. 배움 중심수업과 과정 중심평가가 도입되면서 수행평가의 반영비율도 높아지고 다양한 형태의 수행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평가가 학생이 배운 내용을 정확하게 평가하는지,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는지, 학생 성장을 돕는 평가인지 늘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우리 교사의 시선을 뒤로하고 학생들의 시선으로 수행평가를 바라보고자 실시하게 되었다. 6월 어느 일요일 수행평가 경력의 최고선임인 인문계 일반고 학생 4명을 만났다. 지필고사가 끝나고 수행평가가 한창인 기간에 할 이야기가 많은 모양인 듯했다. 수행평가에 최선을 다한척했지만, 얼렁뚱땅 두리뭉실 어찌어찌 넘어갔던 나로서는 이 고등학생들의 수행평가 썰이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있을 인터뷰에 학생이 깨달음의 자극을 던져줄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인터뷰어의 질문을 Q로 표기, 인터뷰이의 대답은 A1∼A4로 나타낸다. 반복되는 A1∼A4는 질문에 대답한 순서일 뿐, 특정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Q: 고등학교 재학 중에 기억에 남을 만큼 좋았던 수행평가가 있나요?
A1: 제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과학을 워낙 좋아해서요.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과학 수행평가가 기억에 좋게 남아 있어요. 다른 수행평가들은 대부분 교과 혹은 수능 특강에 있는 것을 요약, 발표하는 편이라면 과학실험 수행평가는 말 그대로 실습 위주의 실험들이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고 흥미로웠어요.
A2: 저도 모둠 만들어서 실험했던 수행평가요. 교과서 내용을 직접 실험해보면서 어려운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흥미를 높일 수 있었죠. 그리고 사례를 직접 찾아보고 발표했던 미술 수행평가도 기억에 남는데, 제 주변을 둘러보고 환경 개선이 필요한 장소를 직접 찾고, 그 장소를 바꾸는 활동이었죠. 친구들의 참여도도 높았고 무척 재미있었어요.
A3: 저는 기타 연주했던 수행평가가 좋았어요. 학교생활에서 늘 뻔한,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는 수행평가의 반복이었는데 기타라는 새로운 악기를 접하게 해준 평가였죠. 기타를 실제로 처음 만져보기도 했고 연주하는 재미도 있어서 한 학기 내내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음악실에 일찍 가서 친구들과 연습하며 열심히 참여했었죠. 배운 내용이 실제로 쓸모 있기도 했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주기도 해서 너무 좋았어요.
A4: 저는 자서전 쓰기 수행평가가 기억에 남아요. 여태 내가 살아왔던 기억을 자세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본 게 처음이기도 했었고, 그로 인해 내가 그 당시 겪었던 상황에 내가 느낀 감정들, 행동들에 대해 되짚어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죠.
Q: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거나 자신의 삶에 맞닿아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의 평가가 좋은 수행평가로 기억되는 것 같네요. 그러면 반대로 기억에 남을 만큼 아쉬웠던 수행평가는 무엇이었나요?
A1: OO 과목 수행평가들이 전 학년에 걸쳐 매우 아쉬운데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제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느끼는 아쉬움이라고 할까? 완벽하게 잘하고 싶지만, 매번 수행평가를 할 때마다 실력이 부족하여 아쉬움을 많이 느껴요
A2: 저는 △△과목의 구조적인 아쉬움을 말하고 싶어요. 학습지에 교재 내용을 필기하는 방식으로 평가되는데 교재에 이미 필기한 친구들은 다시 학습지에 옮겨 적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그리고 단순 빈칸 채우기식의 문제나 두 번, 세 번 꼬아둔 형식의 문제가 너무 어렵고 결과 점수가 낮게 나와 속상하죠.
A3: 저는 □□ 과목 수행평가요. 처음 이 수행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관해 탐구하고 발표하는 것이 평가의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분량이 정해진 대본을 미리 작성하고 그 대본을 틀리지 않고 달달 외워 주어진 연설 시간을 채우는 것이 평가 기준이었죠. 대본의 내용이 정확하지 않거나 시간 초과하여 감점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어 오히려 땅만 바라보고 발표하거나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쉴 틈 없이 외운 내용을 달달 읊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작성해야 하는 상호 평가지가 있었는데 감점을 면하기 위한 각자의 발표 상황 때문에 친구들 발표에 경청도 못 했고…. 목적에 벗어나 버린 평가 기준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부담을 크게 느꼈던 평가이고 처음부터 포기하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어요.
A4: 저도 너무 부담이 컸던 □□과목의 수행평가를 기억에 남는 아쉬운 평가로 뽑고 싶네요.
Q: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실시했던 수행평가가 떠오르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평가 기준이 너무 많거나 교과의 기능적인 부분의 정확성만 강조하거나, 변별력을 두고자 난이도를 너무 높게 잡아버리는 수행평가는 오히려 아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의욕을 꺾는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학생들이 도전할만한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군요.
Q: 코로나19 이후 수행평가는 주로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코로나19 이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1: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조별 과제가 많이 줄어들었죠. 코로나19 이전엔 대다수의 수행평가가 조별 과제로 이루어진 편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수행평가는 대다수 개별 발표, 친구 상호 평가, 교사 평가로 이루어져요.
A2: 맞아요. 모둠활동이 줄어들고 PPT 제작이나 개별적으로 끝낼 수 있는 평가가 대부분이죠.
A3: 확실히 팀 프로젝트가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사 스크랩하기, 보고서 쓰기, PPT 만들기 등 제한된 수행평가 방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어 뻔하고 지루한 평가에 지쳐가는 것 같아요. 많은 학생이 매일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집에서 미리 준비해야 하는 내용이 코로나19 이후 늘었어요. 집에서 수행평가를 준비하고 수업 시간에는 발표나 제출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죠. 그리고 지필평가 방식의 오지선다형 문제로 수행평가를 하는 과목도 늘어났고요. 오지선다형 수행평가는 동일한 시험지를 학급마다 다른 수업 시간에 실시하여 먼저 평가된 반에서 문제가 유출될 우려가 있죠.
A4: 저는 수행평가의 난이도나 종류가 크게 바뀌었다고는 느껴지진 않아요. 다만, 수행평가의 내신 성적 반영비율이 너무 극단적으로 적거나, 너무 극단적으로 많다는 거죠. 많은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에요.
Q: 앞서 말한 좋은 수행평가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수행평가가 코로나19 이후 많이 줄어들어서 아쉽겠군요. 갑작스러운 학사 및 평가의 변화로 혼선이 빚어지고 그게 고스란히 여러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는군요.
Q: 고등학교 수행평가에서는 주로 어떤 것을 평가한다고 생각하나요?
A1: 학생 자신이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이해한 것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평가에 임하는 것이기에 지식이나 태도보다는 주로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고 생각해요.
A2: 전에는 교과서 내용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별도로 조사하여 알아 오거나 이미 알고 있는 지식으로도 할 수 있는 수행평가 많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거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으로 수행평가를 하는데 그 교과서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수행평가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아예 하지 못하는 수행평가가 많아요.
A3: 선생님들이 채점하기 쉬운 방향으로 수행평가를 마련하다 보니 점차 지필평가와 다를 바 없는 교과 지식을 요구하는 시험형식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명확히 틀리고 맞는 기준이 있으므로 문제별 점수에 따라 채점해서 점수를 줄 세우기만 하면 공정한 평가가 완성되어 버리는 것이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보다 채점 기준과 점수에 대한 학생의 이의제기도 적을 수밖에 없고 학생들이 작성해온 많은 글을 시간 들여 읽지 않아도 되니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선생님들이 많으셔요.
A4: 수행평가는 교과 지식 그대로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이 수행평가를 위해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 수행을 위해 어떤 것을 느꼈는지,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고 해결 방안과 더 알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학생의 총체적인 능력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교사 중심의 평가 기준이라는 것에 반성하면서 학생의 총체적인 능력을 바라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민도 듭니다.
Q: 교사 중심의 평가를 지양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의 평가가 시행되기도 하잖아요. 교사의 관찰 평가, 친구의 동료평가, 학생 스스로의 자기평가 중에 어떤 수행평가를 경험해 봤나요? 그리고 어떤 평가가 가장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A1∼A4: 모두 다 경험해 봤어요.
A1: 수행평가를 평가하는 날에 선보이는 결과물 그 자체의 평가는 모든 주체가 평가할 수 있죠. 하지만 그 결과물을 위한 준비과정은 보통 자신만이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전 과정에 있어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스스로이기에 자신이 부족하거나 특화된 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니 학생의 자기평가가 학생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봐요.
A2: 잘한 점 못한 점을 친구들이 평가하거나 선생님이 점수로 주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 이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 느낀 것, 다음 계획, 등을 직접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어서 학생의 자기평가가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되죠.
A3: 수행평가만큼은 결과가 아닌 과정도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수행평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무임승차를 줄이는 방법으로써 관찰 평가를 시행하는 것도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A4: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동료평가나 자기평가는 너무 편파적이고 객관성이 떨어져요. 동료평가는 사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고 평가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은연중에 친한 친구에게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게 없지 않아 있죠. 또 분명 악의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려는 친구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은 개인적으로 자기평가가 제일 평가하기 어려워요. 점수를 높게 매기는 것도 좀 그렇고 낮게 매기기도 좀 그렇고….
Q: 동료평가와 자기평가의 객관성 확보도 중요하고, 수행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관찰하고 점수에 반영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해요. 문득 드는 생각인데 학생들과 의논하여 평가의 기준을 세워보는 것도 배움의 연장으로 의미 있을 것 같네요. 사실 다양한 주체의 평가의 중요한 목적이 바로 성장에 있죠. 평가에 대한 성찰은 다음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고요. 수행평가의 피드백 중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피드백은 무엇이었나요?
A1: 발표 수행평가 이후 선생님의 질문 혹은 친구들의 질문을 받고 그에 대답을 못 했다면 그 대답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조사하는 형태의 피드백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A2: 잘못한 정보를 바로바로 친절한 느낌으로 알려주는 선생님의 피드백이요.
A3: 수행평가 후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A4: 저도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Q: 불공정하다고 느꼈던 수행평가는 무엇인가요?
A1: □□ 교과 수행평가가 공지를 받고 조금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죠.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수능 특강 부분을 학생들이 직접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선택할 만한 주제가 제한적이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학생들의 진학 계열에 맞추어 다양한 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과학 분야보다 인문 사회 분야 주제로 쏠림 현상이 있어서 원치 않는 주제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되었죠.
A2: 체육 시간에 멀리뛰기를 할 때 각자 친구들마다 키가 다 달라서 키를 기준으로 못 뛰거나 잘 뛰거나가 나뉘는데 받는 점수 기준이 키나 개개인의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 기준이라 멀리뛰기나 악력 등 노력해도 안 되는 수행평가는 어쩔 수 없이 최하점을 받는 경우가 있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죠.
A3: 교과와 관련된 역량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수학 독후감 쓰기, 비주얼 싱킹 등 외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수학과 국어, 미술 중 어떤 교과의 수행평가로 봐야 하는지 모호해질 만큼 교과 내용을 벗어난 수행평가들과 단순 암기들로 채워진 수행평가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요. 실제 그 학생의 역량을 본다기보다 누가 누가 더 많이 빨리 외우나, 엉덩이 싸움, 선행학습들이 필요해지는 수행평가는 불리하다고 느끼죠.
A4: 모둠 수행평가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둠 평가에 대한 경험은 하나같이 다 좋지 않아서 어느 특정한 때를 콕 집어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Q: 수행평가는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A1: 아무래도 중학교 때 시행되었던 수행평가들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더 많은 경험치를 부여할 수 있는 평가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내신 줄 세우기와 진로 연계 세부 능력과 특기사항 내용 기록이 필요한 고등학교 수행평가에서는 점수가 중요하게 작용해 기준이 상세하고 채점 방식이 간편한 것 위주로 이루어지죠. 그리고 진로 연계의 결과물을 원하는 수행평가가 많아 음악과 미술까지도 극단적으로 자신의 진로 분야에 연결해 머리를 짜내야 하며 이게 오히려 시야를 더 좁히는 것 같아요.
A2: 저는 오히려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자기기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PPT 만들기와 같은 컴퓨터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다뤄본 경험이 없었죠. 심지어 기본적인 메일 보내기도 버벅거렸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본격적으로 PPT를 이용한 발표 수행평가가 잦아지면서 점차 컴퓨터 활용 능력이 향상되었어요. 또 교과서 외의 내용을 자기 주도적으로 다루는 수행평가과제를 하게 되면서 주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넓힐 수 있는 점이 도움이 되었죠.
A3: 수행평가를 위해 본인이 투자하는 정보 검색이나 수행 능력들이 반복되어 쌓이면 역량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동의해요.
A4: 그런데 저는 가끔가다 몇 과목 이외의 수행평가는 다 비슷하고 번거롭기만 해서 도움이 크게 된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그 과목과 내 진로와 관련된 책이나 기사를 찾아보고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글을 쓰는 활동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활동이지만 다양한 역량을 성장시켜 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진로와 관련이 없는 과목 수행평가는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지 않아 조금 번거롭죠. 하지만 이런 분야에 이런 것도 있다고 하면서 흥미와 약간의 정보를 주긴 하지만요.
Q: 수행평가의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A1: 종종 어떤 과목들은 다른 과목에 비해 질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학년에 맞지 않는 유치한 수행평가를 제시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예를 들면 초등학생 때 교외체험학습 가서 할 만한 만들기 활동들이요. 무엇이든 일단은 해야 하는 처지라 하긴 하지만 솔직히 그런 수행평가는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학년 수준에 맞는 수행평가들이 늘어나고 조금 더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수행평가 방법과 기준이 생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A2: 수행평가가 마련되고 시행되게 된 근본적인 목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입시 경향에 맞춰 점점 본질이 흐려지고 편법만 많아지고 있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경험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매년 새로운 평가를 고민해서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100점, 90점 이렇게 결과로 줄 세우기보다 과정 중에 어떻게 열정을 가지고 참여했는지 어떤 과정에서 미흡했는지 선생님들이 과정 중에도 꾸준히 학생들에게 관심을 두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3: 모둠을 만들 때 참여를 하지 않거나 성의 없이 하는 친구들은 모둠에서 제외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만약 그 친구를 모둠활동에서 제외해도 수행평가 점수가 깎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시험이 끝나고 수행평가 기간에 다른 과목들의 수행평가가 너무 많이 한꺼번에 몰려서 부담돼요. 수행평가 일정을 조금 더 느슨하게 잡았으면 좋겠고 학생들이 하기에 힘들거나 위험한 수행평가가 없어지면 좋겠어요.
A4: 수행평가가 학생의 암기식 위주의 지필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지만 동시에 큰 부담감을 주기도 하죠. 수행평가도 지필평가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여 수행평가를 실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5월부터 7월 초까지 두 달간 수행평가 21개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겠죠? 그래서 우리 학생들 사이에선 ‘시험 기간에 수행평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수행평가를 하는 기간을 따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오고 가죠. 학생들의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적정한 비율과 느슨한 기간 선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 성실히 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교육부는 최근 2025 고교학점제 도입과 2028 새로운 대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면서 미래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 방법 및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언급하였다. 아이들의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의 빛남을 우리는 평가 속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일방적인 시선이 아이들을 20여 개의 수행평가에 허덕이게 만들고 배움의 즐거움보다 무기력과 포기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교과에 대한 오만이 가짜 틀을 만들고 그 속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며 그 틀에서 벗어난 정도에 따라 점수를 주며 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위권의 입사 지원자들이 심사에서 호감을 얻는 이유는 다른 모든 지원자와 똑같은 종류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단지 더 뛰어나서다. 우리는 개개인성의 존엄을 상실했다. 우리의 독자성은 성공에 이르는 길에 놓인 짐이거나 장애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한눈팔기 쯤으로 전락해버렸다. 기업, 학교, 정치인들 모두가 하나같이 개개인성이야말로 정말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현실은 누가 봐도 모든 것이 당신보다 시스템이 중요하게 설정된 상황이다. 회사의 사원들은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취급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일한다. 학생들은 꿈을 절대 이루지 못할 듯한 불안감을 안겨주는 시험 결과나 성적을 받아 든다. 우리는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성공에 이르는 바른길은 한 가지뿐이라는 식의 말을 듣는다. 대안적 진로를 따르면 길을 잘못 디뎠다거나 순진하다거나 그냥 틀렸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뛰어난 역량 발휘가 시스템의 순응보다 우선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 -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86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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