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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 아픈’ 교사다.

나는 ‘배 아픈’ 교사다.

송남중학교 가정과 교사 손주영
나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나는 어떤 댄서가 될 것인가? 모든 춤을 완벽하게 알지도 못하고 또 춤출 수도 없지만 적어도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과 손잡고 흥겨운 춤을 함께 출 수 있지 않을까?
장안에 화제가 됐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는 자신을 ‘배 아픈 가수’라고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기와 질투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자신보다 나은 음악인들의 재능을 보면서 동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올해로 29년차 교사인 나는 여전히 멋진 샘들을 만나면 배가 아프다. 돌이켜보니 참 운이 좋게도 내 주변에는 그런 멋진 샘들이 많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열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선배와 후배, 동료 샘들이 있었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그들은 나의 부족함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 아픔을 느끼게 했고, 그 부족감을 채우기 위한 배움의 길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게 하였다.
나무학교 샘들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2016년 나름 교과 전문가로서의 경력과 활동을 하고 있던 나는 2년 동안의 연수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40대는 학교 밖에서의 시간이 더 많았다. 스스로 혹은 상황에 따라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학교의 변화에 소위 ‘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복직과 함께 옮긴 새 학교에서 나는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연대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순간에 나무학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젊은 샘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나의 20대 그리고 30대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의 나는 학교에서 혹은 지역에서 함께 할 동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까운 지역에서 같은 이상과 지향점을 갖고 있는 샘들과의 만남이 어렵다보니 교사운동과 전국단위 교과모임(지금의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교사로서의 열정과 정체성을 펼쳐나갔던 것 같다.
나는 통통 튀는 나무학교 샘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다시 학교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하게 돌보고 지지하는 동료들을 만나니 절로 자신감도 ‘뿜뿜’ 해지는 것 같았다. 지면을 빌어 다양한 개성과 능력으로 나를 ‘배 아프게’ 만들어준 모든 나무학교 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9년차 교사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면 어느 시기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장르에 매력을 느껴 몰입하고 변화하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느낀다. ‘교과 전문가’, ‘함께이끌기 서클활동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혁신학교 교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경험들이 모두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교육 영성가 파커 파머는 그의 저서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스승과 제자는 저 오래된 인간적인 춤의 파트너들이다. 교직의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는 매일 춤판으로 나설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구(新舊)의 나선형 세대들 사이의 춤이다.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에게 그들의 경험을 제공하고, 반대로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한다.... [중략] ”
교직의 축복은 새로운 아이들을 매년 만날 수 있다는 것, 매년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서 교실이라는 댄스플로어에서 기쁨의 춤을 함께 출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최근 복고 열풍으로 한물 간 줄 알았던 디스코가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JYP 부터 BTS 까지 철지난 복고 의상을 입고 디스코를 맛깔나게 추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있고 주목받던 시기도 다르지만,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나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나는 어떤 댄서가 될 것인가? 모든 춤을 완벽하게 알지도 못하고 또 춤출 수도 없지만 적어도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과 손잡고 흥겨운 춤을 함께 출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춤사위를 가지고 춤출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곧 새롭게 만나게 될 아이들과 한바탕 신나게 춤판을 벌이는 그런 즐겁고도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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