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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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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중학생 시선으로 바라보기

수행평가, 중학생 시선으로 바라보기

온양용화중학교 교사 양철웅
교사는 바쁘다. 학사 일정은 교사를 기다려주지 않고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고, 교사는 일과 시간 중에 ‘수업 및 평가의 준비·운영·처리’, ‘학생 및 학부모 상담’, ‘학급 관리’, ‘자기 업무’, ‘각종 의무 연수’, ‘나이스 기록’ 등의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수업 끝난 후 쉬는 시간에 4~5개씩 쌓여 있는 업무용 메신저의 메시지는 덤이다. 보통 도시의 큰 학교를 기준으로 하루 3~5시간을 수업하니, 나머지 2~3시간의 공강 시간에 수업과 평가의 준비와 처리를 포함해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은 셈이다. 학교에서의 하루를 바쁘게 살다보면, 당장 눈앞의 일을 열심히 처리하면서 살다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업과 평가라고 생각한다. 다른 반과 진도를 맞추기에 급급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평가를 하려고 하다보면, 수업과 평가 속에서 학생의 의미 있는 성장이 이루어지는지, 또한 그 속에서 교사로서의 나도 성장하고 있는가는 보기 어렵다. 어쩌면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현장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수행평가. 수행평가는 이제 지필평가보다 비중이 더 높아졌고,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 수행평가 속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는지 들어보기 위해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수행평가에 성실히 참여는 하되, 성적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7명의 친구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긴장 반, 기대 반이었다. 수행평가의 아쉬운 민낯을 드러낼 것이라는 긴장, 교사로서의 내가 보지 못한 면을 비춰줄 것이라는 기대가 섞인 인터뷰였다.
인터뷰어의 질문은 Q로 표기했고, 인터뷰이의 대답은 A1~A7로 나타냈다. 반복되는 A1~A7은 질문에 대한 대답의 순서이며, 특정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간혹 A8, A10의 답변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한 질문에 2번 이상 대답한 학생이 있는 경우다.
Q: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사실 학생들 관점에서 여러분이 경험하는 수행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예요. 여러분은 자기 관점에서 경험하고 느낀 내용을 가감없이 이야기해주면 돼요. 첫 번째 질문은, 기억에 남는 수행평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중학교를 2년 반 동안 경험하면서 기억에 남는 수행평가가 있을까요? 좋았거나, 아쉬웠던 수행평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A1: 기억에 남는 수행평가 중 아쉬웠던 수행평가는… 수행평가라는 것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 교과서를 보고 옮겨 적기만 하면 되는 수준의 포트폴리오 평가를 했던 적이 있어요.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옮기고, 이것을 몇 장 모아서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거였어요. 이렇게 했던 적이 조금 다양한 과목에서 있었던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아쉬웠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요.
A2: 어떤 한 과목에서 모둠별 과제를 했는데, 모둠별 과제를 하면서 모둠원 중 한 명이 참여를 하지 않아서 모둠장인 제가 참여를 하지 않았던 친구의 몫까지 다 했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 때문에 제 점수가 깎였어요. 그런 모둠별 활동은 참여를 잘 하는 친구들에게 피해인 것 같아요.
A3: 제가 아쉬웠던 수행평가는 선생님께서 주관적으로 평가를 했던 것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저는 괜찮았는데, 친구들이 많이 아쉬워 했어요. 주관적으로 평가를 했다는 것은,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평가 기준이 제시되면 학생들이 그것을 위해 준비를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친구들이랑 어떤 친구의 답을 봤을 때, 그것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친구의 점수가 낮게 나왔어요. 물론, 저와 제 친구들이 잘못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A4: 저는 아쉬웠던 수행평가는 모둠 활동 수행평가였어요. 모둠장이 결정이 되어 있었는데, 모둠원 사이에 마찰이 생겨서, 갑자기 제가 모둠장이 됐어요. 중간에 모둠장이 바뀌고, 마찰 때문에 모둠 활동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제가 모둠장이 된 이후에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해야 했고, 그래서 점수를 낮게 받은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아쉬웠어요. 좋았던 수행평가는, 제가 아무래도 예전부터 ☆☆ 과목을 좋아하고, 그쪽으로 책도 많이 보고 공부를 했어요. 그런 것 때문에 ☆☆ 수행평가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A5: 제가 아쉬웠던 수행평가는 조별 과제 형식으로 진행된 수행평가였어요. 제가 조별 과제 형식으로 진행된 수행평가를 하면서 모둠이 한 번도 제대로 짜여 본 적이 없어요. 항상 도망가는 애들이랑 잠수 탄 애들이 두세 명씩은 섞여 있었는데, 그래서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제가 항상 혼자서 다 했어요. 혼자 할 수는 있는데, 반드시 4명의 의견을 모아서 같이 진행해야 하는 수행평가는 진행이 어려운 것 같아요. 좋았던 수행평가는, 저번에 방 청소를 했을 때 제가 예전에 수행평가로 □□ 과목에서 정리했던 노트를 발견했거든요. 그런데 그 노트가 정리가 진짜 너무 잘 된 거예요. 제 동생한테 보고 공부하라고 할 정도로요. 그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모둠 과제가 매우 힘들군요.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이 특히 더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수행평가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A1: 일단, 코로나 이전에는 모둠 활동이 주를 이뤘어요. 실험을 하거나 실습도 하고 다양하게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그런 기회가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 일정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럴 때는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모둠 활동인 경우에는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도 매우 부족해서 막 쫓기듯 한 것 같아서 본질을 제대로 못 잡은 것 같아요.
A2: 등교수업만 할 때는 수행평가가 몰리지 않았는데, 원격 수업과 등교수업을 번갈아 가면서 하니까, 등교수업을 할 때 한꺼번에 보게 돼요. 하루에 수행평가가 2~3개씩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조금 힘들었어요.
A3: 일단 여유가 없어요. 준비하는 기간도 짧고요. 모둠별 과제 같은 경우는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해야 잘 되는데, 온라인으로만 이야기하니까 소통이 안 됐어요. 온라인으로 연락해도, 아예 안 보는 애들도 있어요. 그리고 실험이나 실습 같은 것이 적었어요. 활동을 하는 것보다 개별적인 과제, 학습지 푸는 수행평가가 늘어나서 그게 조금 아쉬워요. 수행평가가 아닌, 지필평가가 되어 버린 수행평가가 많았어요.
A4: 원래 코로나 이전에는 직접적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간접적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느낌이 생긴 것 같아요. 실제로 그 학생이 수행을 하는 것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 수행을 준비하는 계획서 같은 것을 평가하는 것 같아요.
A5: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이 병행되면서, 원격 수업 때는 수행평가를 준비하게 하고, 등교 수업 때 수행평가를 하게 돼요. 등교 수업만 계속할 때에는 선생님이 수행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씩 팁도 주고 도와주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니까 이런 것이 적어졌어요.
A6: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번갈아 하기 때문에 수행 평가가 몰려요. 그러면 원래 12시에 자야 하는데, 새벽 3시까지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해요. 그러면 이제 다음 날부터 생활 패턴이 무너져요. 수행평가가 3일 동안 꽉 차있던 적도 있는데, 이때는 한 4일 동안 밤을 샜던 것 같아요. 수행평가는 학교에서 하지만, 준비할 것들이 많거든요.
A8: 저는, 코로나19 때문에 수행평가의 난이도가 낮아진 것 같아요. 학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쉬워진 것 같아요.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은 단순 암기해서 푸는 수행평가가 많아졌어요.
A9: 원래는 수행평가라는 것이 활동이잖아요. 원래는 지식을 배웠으면, 그 지식을 활용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죠. 지필이 많아진 이유가 그런 활동적인 것을 못 하니까 많아졌는데, 사실 지식은 한 번 외우고 지나가면 바로 잊어버리거든요. 그래서 사실 도움도 덜 되고 활용도 잘 안되는 그런 평가가 많아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학습지를 나눠주시면, 그 학습지의 내용을 다 외워서, 빈 칸 채워넣기도 하고, 외운 내용을 학습지에 쭉 쓰기도 하고.
A10: 그래서 암기를 잘하는 애들은 점수를 잘 받는데, 그렇지 못한 애들은 점수를 잘 받지 못해요. 암기 외에 소통 같은 것을 잘 하고, 자기의 장점이 있는 애들이 수행평가에서는 그 부분에서 점수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예전보다 잘 하는 애, 못 하는 애가 더 분명하게 나뉘었어요. 예전에는 여러 방면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니까 그 아이들이 가진 전체적인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수행평가도 이제 지필로 보니까 암기를 못하는 애들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요. 그런 경향이 코로나 이후에 강해졌어요.
Q: 인터뷰를 하다보니까 여러분이 굉장히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행평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다시, 여러분이 2년 반 동안 경험한 전반적인 수행평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해볼게요. 그러면, 수행평가가 학생들의 지식이나 수행 능력, 기능, 태도 중에 주로 어떤 것을 평가한다고 생각하나요?
A1: 태도는 잘 평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수행평가의 취지가 사실 태도를 보는 것이긴 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주로 학습지를 가지고 평가를 하시잖아요. 그런데 학습지에는 태도에 대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아요. 그나마 잘 나타나는 것은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했는가, 집중했는가 이런 내용들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단지 개인적인 역량이 잘 드러났는가에 해당돼요. 태도를 평가하는 요소가 굉장히 적다고 생각해요.
A2: 저는 학생들의 지식이나 수행 능력보다 태도를 더 중요시 평가하는 것 같아요. 쪽지 시험 등으로 쉽게 평가를 하면, 이건 누구나 다 만점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지식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력,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만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수행평가는 열심히 지식을 얻고 지식을 얻은 걸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걸 평가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지식만 얻으면 끝나고 그 이후가 없어요.
Q: 혹시 덧붙여서 이야기할 친구는 없나요? 음... 그럼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보통 수행평가를 하면 수행평가의 기준, 루브릭이라고도 하고, 채점기준표라고도 하는데, 그 기준을 잘 이해하고 수행평가에 참여하나요?
A1: 이것은 과목마다 편차가 좀 큰 것 같아요. 채점기준표를 설명해주시는 과목도 있고, 아예 설명해주지 않는 과목도 많아요. 수행평가 기준을 알고 하는 과목은 조금 더 점수가 잘 나오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모르고 하는 것은 요점 파악을 제대로 못해서 많은 친구들이 점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A2: 어떤 과목은 세세하게 알려주세요. 하지만 어떤 과목은 지필평가식으로 평가를 하니까, 평가 기준 자체가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A3: 평가 기준 자체가 명확하게 안 나뉘어 있다기보다는 평가 기준이 필요 없는 수행평가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더 심해지긴 했는데, 수행평가가 코로나19 이후로 기준이 조금 낮아졌어요. 모둠 과제를 하거나 힘을 합쳐야 하는 협업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평가 보기 전 쉬는 시간 10분 동안 살짝 훑어봐도 풀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측정 기준이 아예 필요가 없지 않나 싶어요.
A4: 채점기준표를 나눠주시면, 이해를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제가 이해한 것과 선생님이 의도한 것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그런 점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A5: 잘 이해하고 임하는 과목보다 잘 모르고 임하는 과목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요새는 거의 지필평가 방식이라서 정답 아니면 오답으로 구분되니까 딱히 필요가 없어요.
Q: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는 평가 도구의 측면으로 넘어가볼게요. 평가도구에는 선생님이 관찰하고 평가하는 관찰 평가, 친구들로부터 받는 동료 평가, 자기 스스로 하는 자기 평가 등 다양한 평가 도구들이 있어요. 이런 평가 도구 중 어떤 걸 주로 경험했고, 어떤 방식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나요?
A1: 선생님의 관찰 평가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동료 평가는, 아무래도 친구가 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하시면 선생님은 그 과목과 평가 내용을 잘 아시기 때문에 선생님의 관찰 평가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A2: 저는 친구들로부터 받는 동료 평가가 적정하다고 생각을 해요. 활동을 같이 하는 것은 대부분 모둠 활동이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해요. 선생님은 모둠의 상황을 다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옆에서 한 친구들이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해준다고 생각해요.
A3: 저는 선생님의 관찰 평가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요…! 선생님은 학생보다 더 잘 아시지만,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에요.
A4: 저는 선생님 관찰 평가나 친구들로부터 받는 평가 둘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의 관찰 평가로 하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친구들로부터 받는 동료 평가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물론, 진심으로 해주는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서, 어떤 친구들에게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떤 친구들에게는 도움을 못 받을 수 없어요.
A5: 저 같은 경우에도 선생님의 관찰 평가와 친구들의 동료 평가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선생님은 평가 기준을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이기도 하고, 피드백도 잘 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로부터 받는 동료 평가가 좋은 이유는, 친구가 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친구이기 때문에, 부모님 다음으로 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친구거든요.
A6: 저는 자기평가보다는 선생님의 평가와 친구들의 평가가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각각 어디에 도움이 되느냐가 다른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더 알려주시고, 친구들은 저의 부족한 부분을 지나칠 정도로 정말 솔직하게 말해주거든요.
A7: 저는 자기가 자신을 볼 때는 관대해진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더 객관적인 기준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평가는, 친구들마다 편차가 커서 적절하지 않고, 선생님이 해주시는 평가가 가장 객관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Q: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기도 하고, 되돌아볼 점도 많네요. 평소에 선생님으로서 고민하고 공부한 내용도 많이 있어요. 그럼 이제 피드백으로 넘어갈게요. 피드백이라는 것은 수행평가에서 학생들의 현재 수준과 목표하는 수준, 현재 수준에서 개선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는 건데, 수행평가에서 피드백은 어떤 방식으로 받나요? 피드백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A1: 수행평가에서 피드백이라는 것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 잘 가르쳐주신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도 딱히 피드백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거의 피드백이라는 것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평가가 끝나면 아이들도 끝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생각을 안 하잖아요. 선생님들도 그런 것 같아요. 지필 시험도 끝나면, 공부한 것 까먹는 것처럼요.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고, 있는 경우도, 잘못된 부분 조금 지적해주는 정도예요.
A2: 코로나19 이전에는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좋은데, 이것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이들이 열심히 안 하니까, ‘제발 뭐라도 좀 해라’, ‘조금이라도 해라.’ 이런 식의 피드백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A3: 수업 과정에서는 피드백이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결과에 대해서는 피드백이 없었던 것 같아요. 수업 과정 중에는 돌아다니면서 봐주시는데,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없었던 것 같아요.
A4: 저는 수행평가 하면서 피드백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건 선생님마다 많이 다른데,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이 하는 도중에도 해주시고 끝나고도 해주신 선생님이 있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되게 고마워요. 친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의무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끝나고 저는 친구들끼리 수행평가 어떻게 봤냐면서 서로 피드백을 자주 하거든요. 서로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요. 이건 도움이 많이 돼요. 선생님들의 피드백은… 요즘 아예 안해주시는 분들이 조금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정말 잘 해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세요. 잘 해주시는 분들은 활동이 끝나면 이 부분이 부족했다고 하고, 다음에는 이렇게 하라고 하고, 수행평가 끝난 다음에도 한 번 더 피드백 해주시거든요.
A5: 과정 중의 피드백은 선생님들께서 가끔씩 해주세요. 지나가면서? ‘이거는 이렇게 해라’, ‘더 다듬어라’, ‘고쳐라’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결과 피드백은 별로 받아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최근에 기억에 남는 결과 피드백이 있었어요. ○○ 선생님께서 저희가 수행평가를 봤는데, 학생들 결과를 하나씩 채점하시면서 저희 반 아이들에게 한 명씩 피드백해주셨어요. 그러면서 ‘너는 이걸 연습해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주셨어요. 잘한 아이들한테는 사탕도 주시고 피드백 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인상이 깊었어요.
A6: 예전에 각자 발표를 했을 때, 선생님이 그 발표에 대한 의견을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봤었어요. 그러면 친구들이 그 발표에 대한 의견을 말해줬었는데, 그 피드백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A7: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아요. 과정 중에서도 하나하나 해주시는 선생님도 계시고, 제가 직접 물어봐야지 그때 해주시는 분도 계세요.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가끔 화내시는 분도 계시고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분들은 적었어요.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반반인 것 같아요. 점수 확인하라고 하고, 잘못된 부분 있으면 말하라고 하세요. 이것도 해주시는 분이 계시고, 안 해주시는 분이 계세요. 친구들과의 피드백은, 수행평가에 관심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그런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거 맞아, 이거 맞았어’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관심 없는 친구들은 그냥 백지 내고 나 몰라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것도 반반인 것 같아요.
Q: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선생님이 몰랐던 부분들도 많고, 되돌아보게 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의 이야기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결과가 공정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느꼈던 수행평가가 있었나요? 왜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하나요?
A1: ▽▽ 수행평가였어요. 그런데 이 수행평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는 수행평가인데, 교재의 문제를 정확하게 옮겨 적으면 되는 식이었어요. ▽▽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손이 빠른지를 평가하는 거였어요. 이런 수행평가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A2: 저는 개인적으로, 모둠별 수행평가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모둠장이 돼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저보다 열심히 하지 않고 실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모둠원들을 잘 만나서 점수가 더 높게 나오는 걸 봤어요. 그런 경우에는 약간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요.
A3: 이건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코로나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나오면 그 사람은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해요. 그런 상황에서 모둠 과제가 하려면 어려워요. 다른 모둠원끼리는 학교에서 자주 만나서 대화도 할 수 있는데, 자가격리된 친구랑은 소통이 어렵잖아요.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도 모이고, 같이 연습 같은 것도 할 수 있는데, 자가격리된 친구랑은 하기가 어려워요. 보통 아이들이 학원을 같이 다니지 않는 이상,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학교에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 친구들은 자기가 나오기 싫어서 학교에 못 나오는 것이 아닌데, 추가적인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수행평가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이 조금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A4: 모둠 과제에서 3명이 열심히 하고 1명이 안하는데, 1명이 점수를 잘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1명이 열심히 하는데, 3명이 안 하는 경우면 정말 최악이에요. 1명은 세 명의 몫까지 다 해야 해요. 선생님한테 나머지 3명이 너무 안 한다고 말씀드리면 어떤 선생님은 ‘네가 조장인데 네가 잘 이끌고 가야지.’라고 말씀을 하세요. 그래서 결국 혼자 준비를 다 해서 모둠 수행평가를 했는데, 그 친구들이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다 준비해서 줬는데, 최소한으로 준비하는 노력도 안 한 거예요. 그렇게 하고 나면, 선생님께서 ‘너는 조장인데 뭐했냐.’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단 말이에요. 저는 정말 열심히 다 준비를 해왔는데도 그 친구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저까지 점수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건 조금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A5: ◁◁과목에서 태도를 평가하는 수행평가였어요. 발표를 하는 친구들에게 점수를 주는 수행평가였어요. 그런데 저처럼 목소리가 크거나 그런 친구들은 조금만 말을 해도 선생님이 바로 들으셔서 점수를 주시는데, 목소리가 작거나 소극적인 친구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해도 선생님께서 제대로 못 들으시니까, 소극적인 친구들한테는 점수를 제대로 못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6: ■■ 과목 수행평가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 과목은 수행을 해야 하는 과목인데, 이 수행평가는 그 수행과 관련한 이론이나 지식 같은 것을 학습지에 다 적어서 내야 하는 수행평가였어요. 학습지에 간단한 질문만 있고, 그 내용을 제가 다 채워서 써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수행평가는 ■■ 과목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A7: 모둠을 짜서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수행평가 있었어요. 4명이 한 모둠이었어요. 그런데 3명이 너무 할 일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했고, 발표할 때 화가 나서 세 명의 이름을 빼버렸어요. 이걸 보고 선생님이 진짜 너 혼자 했냐면서 그냥 인정해주셨어요. 그런데 결국 점수는 똑같이 받잖아요. 이게 조금 불편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하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모둠을 짜서 활동은 같이 하는데, 평가는 각자 받는 거요. 예를 들어 활동은 다 같이 했더라도, 학습지는 따로 줘서 따로 작성을 하는 거죠. 이건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A8: 저 같은 경우에도, 모둠장이 된 이후에, 친구들이 ‘너 처음부터 다 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걸 저도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그럼 어떡하겠냐, 어쩔 수 없지, 네가 잘 통솔해서 분담을 해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날 제가 카톡방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모둠원들이 다 대답이 없었어요. ‘이거 읽으면 답 좀 보내줘.’라고 했는데, 답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래도 답이 없어서, 결국 저 혼자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수행평가 준비를 다 했던 기억이 있어요.
A9: 저는 조를 짜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번호 순서대로 묶거나 랜덤으로 짜는 것을 선생님들께서 가장 많이 하세요. 모둠장을 뽑아서 모둠장이 뽑게 하는 방식도 있었어요. 이런 정도가 있는데,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친구랑 모둠이 되면 불만이 적어요. 자기가 원하는 친구랑 되면 모이자고 했을 때 잘 모이는 편이에요. 그리고 자기랑 친한 친구니까, 조금 못하는 친구랑 모둠이 돼도 불만이 없어요. 그런데 모둠 순서대로 하거나 랜덤으로 하면, 무조건 불만이 생겨요. 1명만 열심히 하고, 3명은 노는 모둠이 많아져요. 이건 선생님한테 말해도 해결이 안돼요. 우리 모둠 때문에 전체 모둠을 다시 짤 수는 없으니까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수행평가는 학생의 성장에, 여러분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이야기해주세요.
A1: 물론, 수행평가가 앞의 이야기처럼 힘든 점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평가를 하면서 토론을 한다거나, 글을 쓰거나, 우리가 일반 수업시간에는 잘 해보기가 어려운 다양한 수업을 해보고, 그걸 한 해, 한 해 하면서 제가 자라는 것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수행평가가 학생의 성장 측면에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싶어요.
A2: 수행평가는 제게 도움이 많이 돼요. 모둠별 과제가 있잖아요. 물론 모둠별 과제가 어렵고 힘들 때가 많기는 한데, 그래도 특히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됐던 것이 모둠별 과제예요. 모둠별 과제 때문에 체력이 훨씬 좋아졌어요. 4인 계주인데, 혼자서 뛰기도 하고, 남들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하니까 다 능력이 생겨서 도움은 됐어요.
A3: 성장은 …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은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모둠 활동을 하더라도 안 하는 아이들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참여하는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겪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는 거죠.
A4: 저는 수행평가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에 말씀드렸던 □□ 교과 노트 정리 수행평가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좋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만약 1학년 때 제가 공부에 대한 개념이 조금 있었거나, 1학년 때 시험이 있었다면, 저는 그 수행평가 노트 보고 공부를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수행평가가 잘 치러지기만 한다면, 이게 더욱 실제 생활에 지필평가보다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A5: 수행평가라는 게 지필 평가에서 안 보는 걸 보다 보니까 좀 더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고, 장점이 되는 게 맞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모둠별 과제나, 수행평가의 질이 그냥 포트폴리오 써서 내는 것이거나, 학습지 써서 알아서 내라는 것이면, 차라리 그냥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확실한 장점도 있지만, 그걸 잘못했을 때의 단점도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A6: 수행평가가 진짜로 저희의 지식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있는데, 사실 친구와의 관계를 조율하거나 인간관계를 배우는 것도 있어요. 나중에 회사를 나가서도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할 때 그런 것에서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진짜 엄청 나쁜 모둠원들을 만났어도 그 친구들을 잘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것을 배우는 면에서도 수행평가가 생활하는 데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A7: 여러 활동을 하면서 여러 활동 중 단 한 개라도 자신에게 맞는 활동이 있을 텐데, 그 활동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그 결과 덕분에 수행평가에서 하는 활동에 잘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 비슷한 것을 했을 때 더 자신 있게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A8: 성장에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지필평가나 이론 수업 같은 때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까 아직 제대로 된 목표를 못 잡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친구들한테 여러 경험을 통해서 이런 친구들의 목표도 찾을 수 있게 약간 도와주는 것 같고, 생각보다 더 얻어가는 게 많은 활동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Q: 그렇군요. 긴 시간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수행평가에 참여하는 학생 입장의 이야기를 이렇게 들으니, 되돌아보게 되는 것도 있고, 생각이 많아지는 지점도 있네요. 인터뷰에 솔직하고 성실하게 응해줘서 고마워요.
학생들은 생각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었다. 인터뷰어인 나도 속으로 불편함을 느끼거나 긴장한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가끔은 학생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변명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학생들의 말이 마치 나를 향한 비판 같았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학생들의 경험과 느끼는 바를 드러내서, 교사인 우리가 함께 성찰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하게 됐다. 글을 맺는 시점에서, 다양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는 이 불편한 이야기들을 교사를 향한 비난으로 듣지 않고, 성찰의 소재로 삼을 수 있을까? 나아가 성찰을 통해 개인의 교육적 실천을 발전시키고, 이 경험을 통해 학교 구조와 문화를 어느 지점에서 바꿔야 한다는 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유는, 각각의 관점들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서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어떤 것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물론, 교사만 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교육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해 대화하고 탐구하면서, 교사들만이 현장에서 낼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수행평가의 이야기가 성찰과 대화를 촉진해서 더 나은 교실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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