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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교육 실천교사모임을 소개합니다

민주시민교육 실천교사모임을 소개합니다

윤석재(충무교육원 파견교사)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미국시민교육센터 찰스 퀴글리의 말입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시민의 한 사람이 되지만, 시민으로의 자질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서 진짜 ‘시민’으로 성장하려면 시민이 되는 과정, 즉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2020년 봄, ‘우리는 민주 시민을 키워내고 있는가?’라는 같은 고민을 가진 여덟 분의 선생님이 모였습니다. 임용 시험을 볼 때 수차례 밑줄치며 외우던 ‘민주시민성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자문했을 때,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민주시민교육 실천교사모임’을 이루게 했습니다. 첫해에는 수업 개선이나 전문성 함양과 같은 목표는 잠시 미뤄두고, 책을 읽으며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째 해에는 주로 ‘어떤 시민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하면서 교육부에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셋째 해부터는 민주 시민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다듬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함께하는 선생님의 수가 늘어 지금은 스물 세분의 선생님이 속해 계십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서로 다른 학교급과 사회, 도덕, 국어, 사서까지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구성원 특징은 함께 만드는 결과물에 대한 시각 차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생각과 의견을 종합하여 결과물을 만들거나 어떠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각각 다른 배경과 상황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의 합치를 이루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자칫하면 소수 의견을 묵살하거나 다수결을 민주주의의 전부로 여기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임을 통해 어떤 결론을 만들기보다는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면서 개개인이 의미를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생각이 같으면 왜 같을까를 고민하고, 다르다면 이해와 존중으로 경청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교육활동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정기 모임마다 한 분씩 돌아가며 실연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보탭니다. 더 좋은 방법을 피드백하기보다는 주로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발굴하는 작업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혐오와 차별, 젠더, 첫 만남과 관계 형성, 학급 한해 살이 등을 주제로 실연이 이루어졌습니다.
▲ 교육활동 실연(차별 표현 알기)
▲ 실연 후 이야기 나눔과 주제 토의
일 년에 한 번씩 우리 모임도 알리고 다른 선생님들의 생각도 들어볼 겸 배움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몇 가지 주제(학교 민주시민교육의 걸림돌, 수업에서 논쟁적인 주제 다루기, 비대면에서의 학생자치 등)에 대한 토의와 함께 전문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홍동중학교의 학생자치를 주도했던 두 명의 학생(현 대학생)을 초대하여 성인이 된 현재 학생자치를 경험한 것이 어떤 의미이며 자신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22년에는 시민사회의 활동가분께 민주시민교육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학교와 시민사회가 어떻게 연대해야 할지 서로 묻고 답하였습니다.
▲ 배움자리 주제 토의
▲ 졸업생과의 토크콘서트
지속력을 가지고 생기 있게 운영되는 ‘나무학교’처럼 꾸준히 연대하는 모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모임 때마다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반성이 끊이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의 만남이 분명히 성장의 거름이 되어 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언제든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모임이기 때문에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의 연락을 항상 기다립니다. 느닷없는 참여도 기쁘게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모여 계십니다. 일이 바빠 모임에 나오기 어려우면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려 드립니다. ‘나무학교’처럼 예쁜 이름도 갖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 슬쩍 전달해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한동안 뜨거웠던 민주시민교육에 찬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교육부를 포함하여 전국 시도교육청에 민주시민교육과가 사라지고 있고, 민주시민교육을 고유의 업무로 하는 자리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도 인권, 노동, 소수자 등의 주제가 축소되거나 빠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민주시민교육은 한물 갔으니 빨리 다른 걸 찾아보라고 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은 유행을 타는 교육 트렌드가 아닙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마땅히 해야할 일입니다. 흔들림없이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동등한 존재로 존중받는 학교를 꿈꾸는 교사 윤석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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