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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하루하루 행복한 온라인 수학 수업!

힘들지만 하루하루 행복한 온라인 수학 수업

이 세상에 좋은 강의 영상은 많지만, 우리는 선생님께 수학을 배우고 싶어요.
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세상에는 수많은 수학 강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훌륭한 수학 강의들은 시중에 넘쳐흐르며,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유튜브의 강의조차도 그 수준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내 학교 수업을 되돌아보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수업 준비를 해 왔지만, 각종 업무와 많은 수업 시수 등으로 인해 수업을 준비하고 연구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미 준비되어있고 완성도가 높은 EBS 수학 강의를 연계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수학 선생님인 ‘나’는 왜 존재할까?’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수학 선생님은 ‘나’인데. 그들의 수학 수업에 내가 없다는 것은 결국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동 학년 수업 연구, 어려운 일인 줄만 알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동 학년 네 명의 수학 선생님이 온라인수업의 형태를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며, 각자의 수업을 공유할 수 있는 어벤져스 군단으로서 함께했다. 아이들에게 어렵고 형식적이며 심지어 친절하지도 않은 수학 교과서를 버리고 새로운 우리만의 교재를 만들자는 나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종 혼돈과 함께 매 순간 어려울 수 있는 이 시기를,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이겨내고 있다. 이러한 존경스러운 동료 선생님들이 계셔서 역설적으로 가장 힘들 수 있는 이 시기를, 동료애를 나눌 수 있는 가장 행복한 학교생활로서 함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BJ 같아요!
우리는 온라인수업의 형태 중에서도 실시간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줌(ZOOM)을 활용해서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 수업 준비를 할 때도 아이패드의 ‘굿노트’라는 어플로 판서를 계획하고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줌(ZOOM) 화면공유 메뉴에 아이패드를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는 메뉴가 있어서 순조롭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 화면의 오른쪽 상단에는 나의 얼굴이 나오고, 메인화면에는 아이패드의 펜슬을 활용해 손글씨로 필기를 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채팅창과 음성을 통해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판서를 할 수 있고, 교실에서 수업할 때 맨 뒷자리 학생들이 칠판이 안 보인다는 불만을 표출할 일도 없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 시간을 주고, 나는 음악을 틀어준다. 아이들은 우리 선생님이 BJ같고 수업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은 대전화 혹은 컴퓨터의 강의 화면을 통해 또렷한 글씨를 보며 필기하고 학습할 수 있다. 나의 수업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채널 ‘easy근의공식’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온라인수업을 너무 잘하면 선생님이 필요 없어져. 열심히 하지 마. 쉬엄쉬엄해
열심히 온라인수업을 준비하여 수업을 녹화하고 수업 영상을 편집하고, 유튜브에 올리기까지 하다 보면 주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온라인수업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잘하면 학교 선생님이 필요 없어져. 학교에서 수업 듣지 않고 다 인강만 보면 되니까…. 그러니 쉬엄쉬엄해” 나를 생각해주시는 마음과 학교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따뜻한 조언이겠지만, 온라인수업과 각종 매체를 활용한 강의 영상이 발전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장의 교사로서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길인지 사실 나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에 뛰어난 수준의 인터넷 강사들과 강의는 넘쳐날지라도, 우리 아이들이 힘이 들고 조언이 필요할 때 그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줄 수 있는 학교의 선생님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아무리 능력 있는 강사의 수업을 열심히 보아도, 차가운 모니터 속 화면의 강사들은 우리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지 않으니까. 우리 아이들에겐 지식을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설명해 줄 수 있는 수학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되,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나는 매일 다짐한다. 대한민국의 수학 교사로서 오늘 당장 교직을 그만두게 되어도, 그동안 후회 없이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자고.

성찰 질문

- 본인의 교과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학교에 계실 때, 선생님은 언제 가장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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