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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적 학습공동체, 나무학교의 발전 가능성을 고민하며

전문적 학습공동체, 나무학교의 발전 가능성을 고민하며

이광현(천안신당고등학교 역사교사)
숲소리 5호의 <교육비평>을 처음 준비할 때 제가 가졌던 생각은, ‘나무학교가 멈췄다’였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성장교실’ 졸업자는 계속 배출되어 왔음에도, 나무학교를 이끌어 가는 그룹은 여전히 1~3기의 초기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왔고, 그들조차 몇 년째 지속되는 활동으로 피로도가 누적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성장교실 졸업자들은 성장교실 ‘너머’의 후속 활동, 배움과 참여로 이어지지 못 할까.
다음의 질문들을 고민해봤습니다. ‘나무학교의 가치와 비전은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가치와 비전 공유는 잘 구현되고 있었을까?’, ‘성장교실에 지원했던 교사들은 왜 참여했던 것일까?’, ‘나무학교 안에서 성장교실 이후의 도전은 못 하는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그들의 욕구는 충분히 충족되었을까?’, ‘도전을 막는 요소는 없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환경일까, 가치일까, 모임의 성격일까?’, ‘우리는 왜 이러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을까, 꼭 우리가 고민해야만 하는 것일까?’, ‘성장교실 ‘너머’가 그리는 지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또 그것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을 쉽게 찾을 순 없겠지만, 성장교실을 경험한 이후에도 나무학교 내에서 다양한 모임들을 이끌고 계신 선생님들을 모셔 지금의 나무학교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저의 질문은 ‘Q’로 표기했고, 정다정(4기), 조혜진(1기), 김선명(2기) 선생님의 응답은 실명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인터뷰 내용을 읽으시며 인터뷰에 응한 세 분 선생님의 응답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로서의 나무학교라는 조직에 대해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Q. 나무학교에서 어떤 경험들을 했고, 지금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정다정 : 저는 나무학교 성장교실 4기로 입학했고, 그 뒤로 3년간 성장교실 운영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장교실을 졸업한 직후부터 곧장 운영팀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성장교실을 통해 굉장히 많이 배웠지만, 수업이나 학교에서의 스스로 내실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았고, 제가 보기에 그 당시 운영팀 선생님들이 많은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런 역량이 못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지원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제가 계속 나무학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성장교실 졸업 다음 해에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고 학교 문화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수업 이야기를 할 곳이 정말 더 없는 거에요. 그래서 다시 그런 욕구가 생긴 와중에 당시 성장교실 운영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다시 합류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나무학교에 다른 팀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나 수업 실천에 대해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저의 성향에 성장교실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 저의 욕구와 가장 잘 부합했던 것 같아요. 나무학교를 떠나고 싶진 않은데 많은 팀 중에서 저의 성향하고 제일 맞았던 데다가 지금까지 매년 새로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조혜진 : 2018년 3기 운영팀을 하고, 2019년 4기 운영팀을 했는데, 2018년에 구 사무국을 만들면서 그때 사무국장을 하다가 저희 내부에서 갈등 내지는 필요성에 대한 진통이 있어 없앴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2020년, 2021년 다 기획팀을 하다가 올해는 기획팀장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다른 소모임도 운영하는 게 많았기에 매월 운영되는 성장교실 교육과정과 많아진 행사들에 참여하며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팀으로서 TF로 참여하는 정도의 지원을 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그런 판단이 가능했던 데에는 ‘이 공동체가 고맙고 잘 존속되면 좋겠다’라는 내부의 어떤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공동체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제가 작은 조약돌이라도 함께 올려놓고 싶은 마음을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선명 : 저는 지금 편집팀에서 ‘숲소리툰’을 작성하고 있고, 다른 팀과 자주 소통하며 여러 TF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어요. 소모임은 ‘PBL센터’와 ‘교실 수업 기행단’에 참여하고 있는데 ‘교실 수업 기행단’은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잠정적으로 휴업(?) 상황입니다. 그리고 2019년 성장교실 4기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해서 이후 성장교실에 참여하시는 선생님들과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Q.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선생님들께서는 애초에 나무학교에 어떻게 들어오셨나요? 들어오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다정 : 제가 신규 때 순회 나가던 학교에 계시던 선생님이 신경훈 선생님하고, 문진아 선생님이였어요. 그 학교는 작은 학교이고 학생도 소규모인데도 아이들이 PBL이라든지, 배움 중심 학습 방법들을 이미 다 체득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혼자 공부해서 가면 아이들은 이미 “포스트잇 어디다 붙여요?”라며 물어보던지, 비주얼싱킹도 잘 표현한다던지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들을 보면서 문진아, 신경훈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겼죠. 그러던 중 성장교실 3기 때 열린 수업 축제를 갔는데 부스가 막 펼쳐져 있고, 자주색 단체 티를 맞춰 입고 무대에서 노래도 하며 이리저리 활발하게 뛰어다니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동체에 대해 선망하는 이미지가 막 생겼어요. 결국 주변의 권유로 나무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성장교실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는 잘 되지 못했지만, 들어올 당시 나눈 인터뷰를 통해 제 입으로 이야기하면서 ‘나한테도 이런 욕구가 있구나’하는 것을 알고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여러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나무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저를 나무학교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조혜진 : 저는 우리가 아주 체제가 안 잡혀 있던 2016년에 1정 연수를 받았는데요, 1정 연수를 통해 나무학교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 나무학교는 밴드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회원이 되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수업 축제 전에 그냥 가입을 했는데 “회원입니다.” 이렇게 돼버렸고, “뭐지?”하고 수업 축제를 갔고, 그 다음에 2기가 돼버린 거죠.(웃음) 그런데 제가 성장교실 2기의 총무를 하게 되면서 뭔가 소소하게 역할을 하는 구조가 돼버렸어요.
2014, 2015년 이때가 배움 중심 수업, 거꾸로 교실 붐이 일어날 때였어요. 2013년도 발령이었던 저는 그때 아이들하고 관계는 좋았지만, 강의식으로 수업을 하면서 교실 속에서 섬처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굉장히 외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15, 2016년은 제가 혼자 그냥 이것저것 배워가며 배움 중심 수업을 나름대로 적용하던 때였는데, 학교에서는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지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중에 일정 동기였던 백순우 선생님이 나무학교에 대해 소개해줘서 그냥 그 링크를 들어갔는데 회원이 되었어요.(웃음) 어쨌든 저는 배움에 대한 욕구,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수업 축제에 가서 뭔가 되게 멋있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위축되고 작아지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마음보다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내가 역할이 있었으니까 더 못 떠났다고 생각해요. 역할이 없었으면 저도 금방 떠났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김선명 : 저는 지금도 배방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나무학교가 2016년 배방고에서 시작되었을 때는 나무학교의 존재를 몰랐어요. 심대현 선생님이 방송에 출연할 정도였고 그때 가르친 아이들이 다 ‘심대현 샘 나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데 배방고에는 조미경 수석님도 계셔서 당시 신규였던 저를 많이 지도해주셨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저의 발령 동기인 선생님과 같은 교무실을 쓰시던 심대현 선생님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그렇게 이야기 나누다 조미경 수석님, 심대현 선생님의 영향으로 나무학교에 신규 교사로서 계속 차출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수업 축제를 처음 열게 되었을 때 등록부에서 등록을 담당하다가 닫혀 있던 강당 문 안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거에요. 임수진 선생님의 노랫소리가 들리면서 안은 궁금한데 등록부에 뻘줌하게 서 있으면서 ‘나도 저기 들어가서 같이 구경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수업에 대한 욕구라기보다는 진짜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같은 교무실의 50대 선생님들은 잘한다고만 해주셔서 ‘내가 지금 수능 특강을 풀어주는 것이 맞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며 이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원래 수업이 이런 건가 싶고 그랬어요. 그래서 고민 고민을 하다가 심대현 선생님께 물어보게 되었고, 심대현 선생님이 ‘그냥 나 있을 때 들어와라’ 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렇게 오래 계실 줄 몰랐죠.(웃음) 그래서 2기에 입학했을 때는 지금과 같이 어떤 역할이 있는 존재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싸’처럼 갔다가 듣고 나오고, 바쁘면 안 가고 막 그랬었요. 그러다 2기 때 나무학교가 폐교되면서 2017년은 쉬었는데, 저는 나무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2018년은 성장교실 3기가 운영되었는데 저는 성장교실에서 나와서 워크숍이나 수업캠프에서 등록부 뽑아 가져가는 일 같은 정말 작은 일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19년 성장교실 4기 운영팀에 들어가게 되면서 과정중심평가 퍼실을 맡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성장교실 4기가 부흥기였다고 생각해요. 제 개인 입장에는 2기 때는 선생님들과 친해지기도 어렵고 3월 교육과정에서 배움의 공동체만 다룬 이후 폐교되면서 배움도 없이 그냥 배움의 필요성만 느끼고 끝났거든요. 그런데 성장교실 4기 운영팀을 하면서는 4기 선생님들도 다 좋으시고 프로그램들이 너무 알차서 운영팀이지만 모둠에 들어가서 같이 하며 배우고 하면서 배운게 굉장히 많고 그때 수업 실천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때 ‘운영팀을 하더라도 밖에 빠져 있는 것보다 모둠 안에 들어가서 함께 하는 게 더 확실히 유익하구나’를 느꼈어요.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주셨던 게 이우경 대표님이셨는데 저희가 이렇게 뒤에 서 있으면 같이 가서 하자고 말씀하셨거든요. 4기 때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함께 활동하지, 끝나고 매번 회식까지 하니 더 친해졌던 것 같아요. 또 4기가 운영되던 2019년 여름 수업캠프도 제가 총괄 운영을 했기에 4기 선생님들과는 가장 많이 친해지고 지금도 친한 선생님들이 다 그때 선생님들인 것 같아요.
Q. 선생님들이 계속 활동을 이어가게 한 동력이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유의미한 경험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나무학교에서의 경험 중 보람되었거나, 의미있었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정다정 : 저는 아직까지도 가장 의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험은 제가 성장교실 4기로 참여하며 준비했던 ‘토의 토론’ 교육과정을 준비하며 공부하고 실천했던 걸 꼽고 싶어요. 그때 공부했던 경험들이 지금도 제 수업에 엄청 많은 영향을 주거든요. 또 저는 성장교실 운영팀을 계속하면서 세 번째 졸업식을 경험했는데 과정 과정은 힘들기도 했지만, 졸업식 때마다 느끼는 느낌은 항상 마음이 벅차더라고요. 이 두 경험이 저에겐 굉장한 보람이었던 것 같아요.
조혜진 : 저는 심대현 선생님이 교과 모임을 만들면서 함께 했던 경험부터 시작했는데, 모임을 기획하고 꾸리는 입장이 되어 보는 경험들을 해보고 지금의 소모임을 잘 꾸리고 나아가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제일 보람된 일인 것 같아요. 지금 꾸려가고 있는 중등 국어 모임이나 기획하는 일이 나무학교 초기부터 경험했던 것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덧붙이자면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소모임 운영이나 기획 일들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른 사람한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구나’하는 것을 느꼈기에 그 자체가 보람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김선명 : 저는 너무 많긴 한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조혜진 선생님하고 총 세 번의 수업캠프를 준비했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처음 총괄하여 진행했던 2019년 4기 때 열린 수업캠프가 가장 생각이 많이 나요. 그때 한참 어린 나이일 때 총괄을 맡아 본 거였는데 제가 감동했던 것은 그때 TF를 20명 넘게 신청해 주시고 회의를 거의 20명이 오셨거든요. 양철웅 선생님도 아기를 데리고 잠깐이라도 들러주시고, 새로운 기수인 4기 선생님들도 TF로 적극 참여하신 것도 감사해서 ‘내가 최선을 다 해야겠다. 수업캠프에 오시는 선생님들, 이 TF를 지원해주신 선생님들 모두 나무학교에 남겨야겠다. 계속 같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캠프 준비 과정에서 김초롱 선생님이 ‘이건 어떻게 하나요, 저건 어떻게 하나요’하고 던졌던 질문들은 늘 같이 일해왔던 선생님들에게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공유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앞으로 어떻게 같이 협업해 갈 것인지 고민하고 배우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고 생각해서 제일 기억에 남아요.
Q. 그렇다면 다른 모임들도 많았을 텐데 지금 활동하고 계신 모임을 선택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다정 : 저는 3년 간 ‘생활교육연구소’에서 활동했어요. 저는 성장교실 졸업 후에 ‘PBL센터’와 ‘생활교육연구소’ 중 어디에 들어갈지 좀 고민이 있었어요. 두 활동을 동시에 하는 데는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 고민하던 때 맡은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고민이 된 지점과 연결되어 생활교육연구소로 이어졌어요. 또 생활교육연구소를 이끄는 손현원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모임에 참여했는데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조혜진 : 저는 계속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은 숲 기획팀’과 ‘중등국어모임’을 하고 있고, ‘이.해.됨?’ 팟캐스트,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 연구 모임인 ‘그림 숲’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 중에서 세 가지가 다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이.해.됨?’은 정말 소수 정예의 원년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사람끼리의 약간 닫혀 있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독서를 조금 아주 자세하게 할 수 있는 데다 그냥 원년 멤버를 정기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좋더라고요. ‘중등국어모임’은 교과적 모임이고, ‘그림 숲’이 제일 나무학교 소모임인가 아닌가 하는 지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제가 근무했던 중학교와 지금 근무하는 중학교, 나무학교의 선생님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보고 ‘그림책이 뭔지 모르는데 같이 하세요’하면서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진행하게 되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매달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 나무학교와 연계를 조금 더 많이 확충을 해야 할지 아니면 이 안에서의 뭔가 더 즐거움을 찾아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이.해.됨?’이나 ‘그림 숲’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위해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임인 것 같아요. 그런데 ‘기왕이면 정기적으로 좋은 콘테츠를 통해 대화하는 모임으로 자주 만나면 좋겠다’하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전혀 질이 다른 모임이 돼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김선명 : 저는 지금 ‘PBL센터’의 모태가 ‘메타프로젝트’였을 때 심화반 수업 때문에 나가지 못 하고 밴드에서 구경만 하다가 참여하고 계신 선생님의 성장을 봤는데 그게 마냥 부러운 거에요. 운영팀 활동까지 끝나고 여유가 좀 생겼을 때 ‘PBL센터’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그래 내 길은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함께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 다음에 양철웅 선생님이 ‘교실 수업 기행단’을 모집하셔서 참여했었죠. 저는 의외로 사람 따라 가입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의외죠?(웃음) 그래서 나무학교 외에도 의미있는 협의체들이 있고 내가 배우는 게 있고 내가 성장하는 게 있고, 내가 할 말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해요. 때문에 제 성장이 느껴지지 않거나, 어떤 한 명이 발언권을 모두 가져가서 계속 듣고만 있어야 하는 지침을 계속 겪으면 저는 그 모임에 가지 않아요. 그런 것은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술자리에서 하면 되는데 굳이 시간을 내서 공부하는 모임으로 가입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PBL센터’도 ‘교실 수업 기행단’도 프로젝트 수업을 공부하고 싶고, 다른 선생님의 교실에 너무 가보고 싶어서 참여했던 것 같아요.
Q. 질문자의 개인적 생각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성장교실 이후 나무학교 내에서의 후속 활동을 이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선명 : 저는 세 가지 정도를 생각했어요. 첫 번째는 관계의 문제인데, 회식을 많이 못 했던 점이 관계 형성에 꽤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성장교실만 딱 끝나고 4시 반? 5시?에 그냥 집에 돌아가면 되게 헛헛해요. 성장교실 안에서만 친해지기는 굉장히 힘들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고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니까 성장교실 다음 모임에 같이 갈 사람이 생기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나무학교 안에서 같이 올 수 있도록 관심 가졌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는 자기 발전이 크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나무학교를 통해 진짜 성장했다는 걸 느끼고 실천으로 이어졌어야 하는데, 사실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우들이 성장교실에서 더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한 경험이 없고 그에 대한 격려 같은 것들이 없었으면 당연히 남아 있을 이유를 잘 못 찾았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들, 특히 제가 나무학교에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실패한 수업 이야기를 꺼내도 인정받고 격려받을 수 있다는 그런 신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이야기하려면 또 실패한 어떤 수업 경험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장교실에서 배운 게 있다고 느꼈던 선생님 같은 경우엔 ‘PBL센터’에도 들어오셨거든요.
세 번째 이유는 선배 기수와의 만남이 현저히 적었다는 점이에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사실 저희도 양철웅 선생님이나, 심대현 선생님이나, 김혜진 선생님이나, 조미경 수석님이나, 이우경 대표님이나 이렇게 선배 기수들하고 계속 같이 이야기를 하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나무학교에 오래 계셨던 남아있는 다른 선생님들이 어떤 성장을 이뤘고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공유될 수 있다면 ‘나도 어우러지고 싶다’하는 욕구들이 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혜진 : 저도 김선명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과 되게 비슷한 지점들이 많이 있는데 관계성 이야기는 김선명 선생님이 충분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관계성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대들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가 ‘MZ세대는...’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 굳이 성장이라는 것을 왜 해야 할까’라거나 ‘굳이 관계성을 도모하기 위해 자기의 사생활이나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라는 개개인의 욕구들도 생겨난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어요. 최근 성장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들이 줄어드는 추세가 보여서 생각해보았어요. 또 이제는 나무학교 외에도 배울 수 있는 루트들이 정말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김선명 선생님 이야기와 다시 연결되는 부분인데, 이우경 선생님처럼 괜찮은 선배 교사들이 승진이 아닌, 교실에 남아 아이들에게 뭔가 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교사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길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으니 기수들 간의 소통을 통해 전달되면 좋겠지만 그런 부분이 약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네요. 성장이라는 것이 꼭 승진이나 전직만이 아닌 교실에서 교사로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나이 들어도 수업 잘하고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공유되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해요.
김선명 : 제가 다른 연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을 뛰어넘는 경험이 나무학교에는 있거든요. 그런데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했으면 당연히 ‘다른 루트가 많은데 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다정 : 1년 동안 성장교실을 하는 것도 굉장히 피로감이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성장교실 하면서도 매달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졸업하고 나서 다른 소모임에서 모집하는 순간에 뭘 또 하려고 결정하는 것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나무학교 자체가 새롭게 들어오는 선생님들에 대해 설명이 그렇게 친절하진 않은 느낌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워낙 갈등을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나무학교는 행사 같은 것들을 준비하는 협의 과정에서 갈등도 많고 소통하기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굳이 월급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갈등은 갈등대로 겪고, 협의가 정책회의처럼 너무나 무겁고 진지하게 진행되는 점들이 더욱 어렵게 느껴져요. 저는 그나마 선생님들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만 운영팀에 새로 참여하신 선생님들은 과연 편하게 생각했을까요? 협의 과정에서 나타난 분위기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명 과한 부분은 있어요. 과한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함께 하려하기 보다 계속 이탈할 거라고 생각해요.
Q. 선생님들께서는 현재 어떤 모임의 장이거나 운영위원이거나 하는 위치에 계신 입장에서, 나무학교가 성장교실 ‘너머’와 구성원들의 ‘연결’을 고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또는 준비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조혜진 : 저는 제가 나무학교 내 여러 행사들을 준비하면서 성장했던 것처럼 다음 활동가들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생님들이 작은 역할이라도 함께 참여하며 해나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획팀 내에서 회의로 다 결정해도 될 사항들을, 또는 그냥 저희끼리 진행해도 될 사항들을 다 정하지 않고 항상 밴드에 공지해서 TF팀을 모집해 새로운 선생님들을 모시려 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우리가 나무학교 내에서 다음 활동가들을 키우기 위해, 선생님들에게 주체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는 계속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정다정 : 저는 성장교실에 있으니까, 우선 성장교실을 더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 같고요. 행사들이 있을 때 성장교실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하는 거라는 인식을 통해 선생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북돋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또 사실 저는 사회과 선생님들끼리의 새로운 공부나 ‘16+1 교육과정’, 융합 수업 같이 여러 교과 선생님들을 모아 함께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제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들을 실천하지 못 했는데 내가 먼저 함께 하자고 주제를 던질 수 잇는 용기를 내봤으면 좋겠다고 스스로도 생각해봤어요. 사실 성장교실 졸업식 때 그런 점들로 이어가도록 시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졸업식 때는 잘 안되니까 어떻게 하면 연계될 수 있는지 프로그램들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욕구를 지닌 선생님들을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조혜진 : 듣다 보니 일전에 나무학교 내에도 ‘인사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게 생각나요. 평소에 나무학교 내 선생님들을 관찰하고 선생님들의 욕구를 이끌어 내도록 돕는 역할도 필요할 것 같아요.
김선명 : 저는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소통 관리예요. 우리가 계속 나무학교에서 겪는 갈등들을 보면 다 소통 때문이거든요. 다 너무 바쁘니까 단톡으로 대화를 하잖아요. 그러면 단톡방 안에서도 약속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약속 없이 맨날 이모티콘만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문의 카톡만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장문에 주눅 들어서 어떤 의견도 못 내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톡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안에 존중하며 약속을 지키는 가운데 소통할 수 있는 소통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성장을 느끼는 경험을 제공하는 거에요. 사실 생각보다 선생님들이 자기 교실 이야기하는 것을 되게 좋아하시잖아요. 공동체 경험이 많지 않은 선생님들도 오히려 주눅 들지 않고 ‘내가 수업에서 이런 것도 해봤고, 저런 것도 해봤다’하면서 이야기하는 경험을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무학교가 아니더라도 선생님들이 좀 더 수업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도록 코로나가 종식되면 수업 축제 같은 행사를 정말 성대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개인의 성장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술자리나 따로 만나도 되지 굳이 나무학교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연결인데요, 말씀드렸듯이 선배 기수들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도 있고 혹은 닮아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인사팀 이야기가 나왔는데, 인사팀이 어떤 선생님들을 연결하려고 중간에서 노력하는 것보다 어떤 선배님이, 예를 들면 양철웅 선생님 같은 분이 누군가에게 ‘저 선생님이 필요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의 무게는 분명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그런 모습을 실천하고 있는 선배들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회식이든 수업 캠프 같은 프로그램이든 기수 간 연결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임상시험을 하거나 연구를 한 건 아니지만, 단발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지속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게 경험적으로 느낀 제 생각이에요.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알게된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한 인상은 제가 교직에 나가 꼭 참여하고 싶은 하나의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교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손현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멘토와 다름없던 손현원 선생님의 권유로 나무학교를 알게 되어 성장교실 4기에 참여하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주말이라는 황금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스스로 공부해서 교육과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성장교실 이후를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고, 세상을 비뚤게 보는 모난 성격은 나무학교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며 저를 나무학교와 멀어지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저는 결국 나무학교에 남아 다음 후속 활동들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무학교의 가치에 대한 공감과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낀 개인적 경험은 떠나려던 저를 붙잡아 나무학교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남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공부했던 성장교실 4기 선생님들은 많이 떠났고, 이전과 이후의 선생님들도 함께 하기 보다 헤어지는 선생님들이 많았기에, 저는 나무학교가 멈췄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볼 때 나무학교는 조직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정체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무학교는 사실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성장교실을 운영해왔고, 다양한 주제로 ‘수업 캠프’와 ‘수업 축제’를 기획하며 의미있는 성장 경험들을 제공해왔습니다. 상황에 의한 한계는 있었지만 그러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나무학교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며 괜한 인터뷰를 기획했나 하는 후회도 듭니다.
그래도 인터뷰 내용은 제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연결되는 동기와 지점들, 다음 도전으로 이어지게 된 동기와 지점들, 또 그러한 지점으로 가지 못하는 한계와 원인들, 조직의 성장 방향과 중심에 둬야 할 가치 등등... 인터뷰를 보신 선생님들도 생각해보셨나요? 적어도 이번 인터뷰는 저에게 전문적 학습공동체로서의 나무학교가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점들’을 알 수 있게 해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지점들’을 알았으니 행동으로 이어지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22년 하계 워크숍 및 3회 교실 나눔’이 8월 10일 기획·편집팀 협력하에 개최됩니다. 회지가 발행된 시점에는 이미 결과가 나온 시점이겠네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공감하신 선생님이 계시다면, 꼭 워크숍 결과도 관심 가져주시기 바라며, 아울러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로 찾아올 6호 회지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광현 (천안신당고 교사)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이 세상을 바꿀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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