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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연재]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3화

[수업연재]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3화

3-4차시: 문제를 발견하는 독서 활동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속도와 꾸준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쓴 수업일기입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수업 장면을 기록하고 연재하겠습니다.

1. 3차시: 메모하며 책읽기

2차시에 이어 3차시에도 학생들은 글을 읽었다. 글의 분량이 A4 20쪽 내외여서 2차시에 20분, 3차시에 40분을 주니 학생들은 글을 읽으며 관련된 경험이나 저자의 생각에 대한 생각, 질문들을 종이의 여백에 기록하며 열심히 글을 읽었다. 2차시에 나의 책읽기 방법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해줬는데, 마치 제2의 박준일들이 여기저기에 있는 느낌? 이 활동을 책 한 권을 가지고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위 학생은 <뭐든 다 배달합니다>(김하영)의 '택배 전성시대의 하루, 쿠팡' 중 쿠팡맨의 사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사람들을 더 뽑을 수 없는 건가?"라는 질문을 밑에 적었다. 최근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로 생명을 걸고 의료 현장을 지켰던 보건의료종사자 분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정부와 합의를 도출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일과도 관련이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대부분의 노동 현장에 유효하며, 노사 간의 관계, 일하며 행복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고민의 출발점이 된다.
3차시의 10분 동안은 모둠 안에서 '미니 책대화'를 했다. TV 화면에 한글 파일에 작성한 오른쪽 과제를 띄우고, 자유롭게 감상을 이야기하게 했다. 여성혐오에 대한 글을 읽은 모둠 안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애들아, 많이 답답하지? 그래서 우리가 제대로 화내는 법을 연습하는 거야. 오늘 못다한 얘기는 책대화 할 때 더 해보자!(하하하)'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책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며 급하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2. 4차시: 핵심 내용 구조화하고, 질문 만들기

2-1. 핵심 내용 구조화하기
내가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책의 핵심 내용들을 내용들 간의 관계가 드러나도록 구조화해보는 거다. 나는 가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좋은 책을 만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토론을 해야 할 때 구조도 그리기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저자의 생각을 조금 더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밑줄 치고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의 핵심 내용을 구조도로 그려보도록 했다. 메모하며 책읽기와 마찬가지로 구조화의 예시를 설명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 김겨울님의 영상도 캡쳐해서 보여주고, 겨울방학 때 나무학교 편집팀 선생님들과 독서 토론을 하기 위해 만들어뒀던 '<교사학습공동체>(서경혜)'의 마인드맵 예시도 보여줬다. 책을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면 김겨울님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구독하시길 추천한다.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온몸에서 느껴진다. 국어 선생님이라면 나처럼 독서 교육에 대한 현실적인 꿀팁도 얻을 수 있다.
내가 참고한 영상은 이것
1시간 안에 구조도 그리기와 질문 만들기를 모두 마쳐야 했기에, 구조도를 그릴 수 있는 시간은 15분만 가졌다. 책을 읽으며 메모를 잘 해둔 학생들은 15분 만에 멋지게 구조도를 그려냈으나, 다음 활동을 생각하지 않고 평소의 독서 습관대로 책을 읽은 친구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구조도만 봐도 학생의 독서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독서를 잘하는 학생들은 구조도를 그릴 때 이 글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 말을 하기 위해 어떤 근거들을 들었는지, 그 내용들 간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를 고려한다. 하지만 독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그냥 자주 등장하는 단어만 적어 놓는 정도다. 내 수업의 목표는 수업을 통해 독서력을 키우는 것인데, 15분에 이걸 하기는 불가능하다. 방법은 알았으니 실력을 키우는 것은 학생들의 앞으로의 삶에 맡기는 수밖에...
2-2 책에 대해 질문 만들기
책대화의 성공 여부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책대화 수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선 선생님이 직접 질문을 만들어주시거나,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수합해서 수정보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가지고 대화를 하길 바랐다. 졸업 이후에도 교사가 질문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일이고, 실패 속에서도 배움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문제 해결 능력보다 문제 발견 능력을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문제 발견은 성능 좋은 AI도 하기 어렵다. 문제를 발견한다는 건, 질문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을, 그 대상을 사랑한다는 거다.
학생들이 책대화를 하기에 좋은 질문을 만들어야 하기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을 읽고, 내가 만든 질문 10개를 예시로 보여줬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이란 상대적이다. 내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읽는지, 글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등의 맥락에 따라 적합한 질문일 수도 있고 부적합한 질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질문할 때에도 이 10가지 질문들 중 책 대화 활동에 적합한 질문과 부적합한 질문을 구분해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적합 칸'에 있는 질문과 '부적합 칸'에 있는 질문이 가진 특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적으로 책대화에 적합한 질문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거나, 나의 경험이나 삶과 책의 내용을 관련지을 수 있거나, 저자의 생각이나 인물의 행동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질문이다. 학생들에게도 이따가 질문을 만들 때 이 기준에서 내가 만든 질문들을 점검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질문의 유형과 질문 만들기 전략에 대한 내용을 담은 표를 활동지에 넣어줬다. 내가 따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고, 질문 만들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보이면 이 표를 보라고 이야기해줬다. 질문 만들기 전략 표에는 질문의 구조가 담겨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주로 이 예시를 보고 질문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질문 5개를 만든 후에는 모둠 토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모둠원들과 토의하고 싶은 질문 우선 순위를 적어보게 했다. 그 후에 모둠 안에서 각자가 만든 질문을 공유하고, 책대화에서 생각을 나눠 볼 질문 4가지를 선정하게 했다. 어떤 모둠은 활동지를 돌려 읽으며 투표를 하기도 하고, 어떤 모둠은 책상 가운데에 활동지를 모은 후에 함께 토의를 하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 10분 동안 화장실을 못간 모둠도 있었다.
결국, 질문의 순서를 책대화의 흐름을 고려해서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둠도 있었고, 문장을 질문이 아닌 형태로 적는 모둠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은 책대화 직전에 한번 더 점검하게 해야겠다.
이후의 수업 이야기는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오늘 글에서 소개한 3-4차시 활동지 파일도 함께 공유합니다.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4화 읽기
3.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 책읽고 대화하기 과정.pdf
1965.3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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